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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환회 Apr 24. 2022

냉전의 한 축이 나치 독일이라면?

당신들의 조국(1992) 로버트 해리스

[세계 추리문학전집] 15/50


현실의 비극은 반대로 작가에게 풍부한 영감을 제공해왔다. 20세기 최악의 참사인 2차 세계대전이 수많은 소설, 영화 등 창작물의 고갈되지 않는 소재 창고가 된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특히 히틀러, 하켄크로이츠, 나치가 등장하면 배 이상 주목받는다. 로버트 해리스의 대체 역사소설 『당신들의 제국』은 관심을 보증하는 테마에 특색있는 플롯을 추가한다. '만약 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이 승리했다면?' 가정을 바탕으로 전후 독일과 유럽, 세계정세를 상상한다. 유럽을 제패한 독일은 미국과 함께 양대 초강대국 구도를 형성했다.



주인공 크사비어 마르크는 젊은 시절 유보트를 탔고 지금은 베를린 사법경찰 크리포의 수사관으로 일하고 있다. 강직한 성격 때문에 어떤 나치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반체제적 인물인 그를 당국은 주의 깊은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남편을 이해할 수 없는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떠난 지 오래다. 나치주의자 논리가 아닌 진실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에 대한 강박관념에 따라 움직이는 마르크의 건조한 일상에 어느 날 불이 붙는다. 호숫가에서 시체로 발견된 전 나치 고위 인사. 연이어 자살한 또 한 명의 나치 간부. 두 죽음은 마르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는다.


우연히 시작했으므로 손 떼도 됐던 수사. 마르크는 중대한 비밀이 숨어 있음을 직감하고 깊게 파고든다. 반대쪽에는 죽음의 배후를 덮으려는 친위대장 글로부스가 있다. 둘 다 나치 독일 체제 안 요원이다. 무려 히틀러가 총통인 전체주의 사회에서도 분열과 갈등은 일어난다는 정치의 현실을 보여준다. 또한, 둘 이상 있으면 반드시 배신은 일어난다. 사방이 적인데도 무사히 수사를 마쳐야 산다.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믿을만한 협력자인가 가면 쓴 배신자인가? 계속 의심해야 하는 건 마르크뿐 아니라 독자도 마찬가지다. 읽는 내내 긴장감이 줄지 않는 이유다.


글로부스와 서열 1위 하이드리히는 무엇을 감추려 한 것일까. 지금은 모두 알고 있지만 극 중에서는 소수만 실체를 알고 있는 학살이다. 굳게 잠겨있던 진실이 공개되는 험난한 과정을 정교하게 풀어쓴다. 기본 역사 지식이 있다면 누구나 빠져들어 읽을 수 있다. 전쟁사 마니아라면 몰입도가 더 높다. 등장하는 나치 인사들은 실존했기 때문이다. 단 한 명, 마르크는 예외다. 현실이 참혹해도 신념에 따라 행동했던 실재 인물을 작가는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직접 창조했다. 이것이 소설이 세상에 기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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