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1998) 기리노 나쓰오
1990년대 일본, 거품경제는 끝나고 침체가 시작됐다. 허망함의 공기가 사회를 휘감았다. 공허함을 그린 여러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 폭탄 『아웃』도 그중 하나다. 두 주인공 마사코와 사타케는 말 그대로 '텅 비어있음'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존재다. 바라는 것은 없다. 모든 사회적 관계는 끊어진 지 오래다. 삶의 의미 같은 건 생각하지 않는다. 숨이 붙어있으므로 계속 삶을 이어갈 뿐이다. 오직 원초적인 이유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순수함까지 느껴지는 두 동물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격돌하고 동질감을 느낀다. 책의 줄거리다.
과거 저축은행에서 일할 당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정면으로 항의했던 마사코. 직장 내 괴롭힘이 돌아왔다. 아랑곳하지 않고 점심시간 구내식당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며 경제 신문을 읽었다. 지금은 도시락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고 주간이 아닌 야근 근무다. 동료는 역시 거품 붕괴의 충격에 정면으로 부딪쳐 곤궁한 하층계급 여자들. 그 중 한 명이 폭력을 일삼는 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한다. 처리 방법을 고심하던 마사코는 시체를 유기하기로 한다. 거액의 대출금이 들어간 한 주택의 욕실. 해체 작업이 진행된다.
마사코의 발상은 분명 규범에서 벗어나 있다. 평소처럼 오직 본능적 판단에 따라 더 이익이 될 것으로 보이는 방법을 궁리한 결과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이는 행위가 실행으로 전환되는 이 돌파는 매우 하드보일드적이다. 도시락을 포장할 때처럼 무심하게 처리하는 태도 역시 냉철하다. 마사코와 동료는 다음에는 돈을 받고 한 번 더 시체를 분해한다. 너무 능숙해서 블랙 코미디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한편, 토막 살인 기사를 보고 흥분을 느낀 사람도 있다. 일반적 방법으로는 쾌감을 느낀 지 오래된 역시 'OUT' 된 인물 사타케다.
자기 삶에 빠진 것을 채우기 위해 사타케는 마사코를 열망한다. 핵탄두와 핵탄두가 부딪치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조우가 이뤄진다. 내려갈 수 있는 가장 깊은 곳까지 가라앉은 두 이탈자의 심연을 작가는 서늘하고 날카롭게 묘사한다. 또한, 가정의 붕괴, 계급, 외국인노동자 등 당대 사회의 그늘을 향한 문제 제기를 감행한다. 온기와 긍정의 기운은 조금도 남겨놓지 않은 사회파 미스터리다.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진 세상을 똑똑히 보라, 촉구할 뿐이다. 하지만 이는 반드시 절망을 직시해야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는 역설의 용기를 전하는 단호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