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에는 임종방이 있다. 환자가 삶의 마지막을 조금이라도 편안히 마무리하도록 운영하는 이 방에 말기 두경부암 환자 K가 들어온다. 종양이 자란 환자의 얼굴은 가족도 알아볼 수 없게 변했다. 모든 구멍에서 분비물이 흘러나온다. 온갖 죽음을 마주해 온 의사조차도 충격을 받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연명치료를 계속해야 하는가? 환자의 가족이라고 해도, 어쩌면 가족이기 때문에 더더욱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그렇지만 외면하지 말고 이 엄중한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를 읽으며 느끼게 된다.
삶과 죽음은 연결되어 있다.
책은 '세 가지 소중함'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오래 사는 것, 잘 사는 것, 잘 죽는 것'이다. 이 중 '잘 죽기' 위해 필요한 것이 남은 삶을 정리하기 위한 '시간'이다. 누구에게나 죽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암 환자들은 하고 싶었던 일, 해야 하는 일을 남겨놓은 채 세상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평균적으로 사망 30일 전까지 항암치료에 매달린다고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일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이 겨우 한 달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기간이 6개월인 미국의 암 환자들과 대비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보호자의 선택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누구를 위한 최선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환자가 안온한 죽음을 맞기 위해 곁에 있는 이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도 함께. 또한, 책에는 10년만 더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정작 무엇을 하고 싶은지 대답하지 못하는 환자의 사례가 소개된다. 사실 아직 죽음보다는 삶이 가까이 있는 병원 밖 사람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면에 더 귀 기울일수록 그만큼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한다.
저자 김범석 교수 (출처: 교보문고 북뉴스)
여러 픽션들에 형사와 범죄자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들이 경계에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를 매혹하는 테마이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한 가지인 '죽음'의 경계에. 이보다 더 자주 죽음을 접하는 직업이 의사다. 그중에서도 사망원인 1위인 암을 상대하는 종양내과 의사가 18년 동안 다양한 마지막 나날들을 지켜보며 생각하고 느낀 점들을 묶었다. 언론 서평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독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울림을 넓혀가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생애 마지막 나날들'이 30일보다 길고, 보다 존엄하기를 바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