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알고 '2'는 모르는 남자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

by 구환회

'왜 많이 팔렸지' 궁금한 이번 주 급상승 도서

[2021년 2월 4주] 2/22~2/28


"우리 오늘부터 1일이다. 내일도 1일, 모레도 1일, 영원히 1일." 동치미 한 사발 들이키지 않고는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손발실종 멘트의 주인공은 세계 3대 부자 중 한 명이자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다. 그는 매년 작성하는 주주서한을 '오늘은 우리에게 여전히 첫날'이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지금의 아마존을 있게 한 'DAY 1 정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객지향'이다. 보통의 회사는 경쟁사를 바라보지만 아마존은 고객만 파고든다. 고객의 요청에 앞서 선제적으로 시도하여 '나도 몰랐던 내 욕망'을 충족시킨다.


제프 베조스가 처음으로 쓴 저서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 CEO를 사임할 것이라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때맞춰 '제프 베조스가 직접 쓴 유일한 책'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이 출간되며 눈길을 끌었다. 『스티브 잡스』를 쓴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의 서문, 제프 베조스의 말을 모은 1부, 아마존닷컴 주주들에게 보낸 주주서한을 옮긴 2부. 세 부분의 구성이다. 1부는 다소 당혹스럽다. 내용 중복이 많고 글들 사이의 응집력이 약하다. 인터뷰와 연설을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책 출간을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라는 것은 마지막 393쪽의 출처를 접할 때에야 알게 된다.


이 책이 본격적으로 '고객(독자)만족'을 실현하는 것은 2부 '주주서한 모음'부터다. 지난 1년 동안 제프 베조스가 가장 치열하게 몰두했던 고민, 실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그중에서도 정수는 2016년 서한 '둘째 날'이다. 베조스가 그토록 강조한 '첫날'을 유지하는 법을 알려준다. 하나, 역시 고객집착이 가장 먼저다. 둘, 프록시(관행)에 저항해야 한다. 셋, 외부 트렌드를 실시간 수용해야 한다. 넷, 빠른 의사결정은 질 좋은 의사결정만큼이나 중요하다. '초심'을 잃고 싶지 않은 모든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좋은 충고다.


베조스의 히트작(?)들. (출처: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


철저하게 제프 베조스의 관점으로 쓴 '순한맛 베조스'에 해당하는 책이다. 담백한 회고, 삶과 경영을 이끈 간명한 원칙을 완만하게 풀어낸다. 밀도 높은 에피소드는 부족하다. 다른 아마존 관련서들을 함께 읽는 것이 좋다. 일 순위는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다. 냉혹한 부하직원 질책과 무자비한 경쟁업체 압박 등 '매운맛 베조스', '다크 사이드 오브 아마존'을 가감 없이 실감 나게 그린다. 세계 최고의 고객서비스 기업은 구호만으로 세워진 것이 아니었다. 전기 영화를 만든다면 베조스 역의 적임자는 누구일까? J.K. 시몬스다.


no_water.jpg 영화 <위플래쉬> 중 J.K. 시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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