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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Jul 23. 2019

드디어, 파리

파리 여행 사유기



우디앨런 감독의 마흔한번째 영화인 미드나잇 인 파리는 주인공 길의 대사로 시작한다.


"정말 끝내준다! 이런 도시는 어디에도 없어, 과거에도 없었고. "


"... 전 살아도 좋겠어요. 모태 파리지엥인가 봐요.

 바게뜨를 끼고 세느 강변도 걷고.. 카페 드 플로르에서 글도 쓰고. 헤밍웨이가 그랬죠 '파리는 마음 속의 축제다'."



주인공 길처럼 나 역시 늘 파리에 흠뻑 빠져 있었다.

학부 시절 철학을 배우며 그 열망은 더 강해졌는데,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자주 가던 카페 드 플로르에서 나 역시 글을 써 보겠다는, 어렴풋한 기대감을 키워오곤 했다.





파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록 두려움도 함께 자라났다.



미드나잇 인 파리 속 인물들은 모두 현재가 아닌 것들을 그리워 한다.

길은 1920년대 헤밍웨이와 스콧과 젤다 피츠제럴드 부부가 있는 파리의 예술 시대를, 피카소의 연인인 아드리아나는 그 예술 시대를 살면서도 1980년대 벨 에포크 황금시대를 갈망한다.






나 역시 현재가 아닌 문학 속, 영화 속, 상상 속 파리를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파리 방문을 늦춰왔다. 내 인생 최초의 유럽은 늘 프랑스 파리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시기가 밀리고 밀려 서른의 나이에 처음으로 파리를 찾았다.  



그리고

드디어, 서른에 만난 파리는 참 좋았다.





어릴 때는 인생과 사랑, 여행이 모두 계획대로만 반짝반짝 빛나고 행복하기만을 바랐는데 서른 정도 살아보니 그런 인생은 없단 걸, 그리고 그런 것은 인생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파리에 가서 정말 불친절한 사람들만 만나더라도, 길거리의 더러운 쓰레기 냄새를 맡더라도, 그 모든 환상들이 깨져도 좋겠다는 결심이 섰을 때 파리에 갔다.



실제로 파리의 세느 강변이 날마다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지만은 않았고, 몽생미셸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쳤으며, 생각해보니 식당들은 우리를  늘 출입구 앞에 앉히는 인종차별 아닌 차별을 했지 싶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경험들이 상상 속 파리와 더해져 나와 파리에 대한, 세상에 대한 더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된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의 내면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강력한 바람이 있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에서




나는 파리에서 마법의 순간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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