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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Oct 12. 2020

<레볼루셔너리 로드> - '현실과 꿈의 괴리감..'

[영화 후기,리뷰/넷플릭스 현실, 슬픈 영화 추천/결말 해석]

                                                                             

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ary Road)

개봉일 : 2009.02.19. (한국 기준)

감독 : 샘 멘데스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윈슬렛, 캐시 베이츠, 마이클 섀넌, 캐서린 한, 데이빗 하버

                                                                       

현실과 꿈의 괴리감이 가득한 길


살아가다 보면 현재를 살아가며 내가 지켜야 할 것,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 싫어도 해야 하고,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포기해야 할 것과 궁극적으로 내가 바라는 것의 괴리감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때려치우고 싶지만, 몰려올 경제적 압박에 쉬이 놓지 못하고 있는 직장. 항상 마음속에 담고 있는 살아보고 싶은 도시를 지금껏 단 한 번도 가본적 없는 현실..


아직도 철들지 않은 나는 작년쯤만 해도 ‘그냥 하고 싶은걸 하면 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현실과 꿈 사이의 괴리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이제야 좀 ‘현실’을 살아가는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싶기도 하다.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주인공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우린 특별한 존재’라는 믿음으로 현실을 이겨내려 노력한다. 사랑의 결실로 얻은 첫째 아이, 그리고 우리의 사랑과 현실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입증해 주는 둘째 아이. 프랭크는 이 가정을 지키기 위해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거예요”라고 말했던 직업을 갖고, 에이프릴은 끝없는 집안일을 반복한다.



‘이게 행복한 것일까?’ ‘이게 정말 우리가, 내가 바라던 삶일까?’, ‘우린 이미 늦은 걸까?’ 여러 생각이 스쳐간다. 권태롭고, 기운 빠지고, 활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삶. 하지만 ‘우리는 달라, 언제든 나의 능력을 뽐낼 수 있어.’라고 위로하는 삶. 이들의 이야기는 어디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니, 애초에 이게 잘못된 걸까?



<레볼루셔너리 로드>의 프랭크와 에이프릴 역을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은 세기의 명작 <타이타닉>의 비극의 연인 잭과 로즈를 거쳐,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선 현실에 짓눌린 7년 차 부부를 연기하게 된다. 다시 한번 연인으로 만난 두 사람에게 <타이타닉>에서의 로맨틱한 모습을 바라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타이타닉>에서는 할머니의 옛날이야기에 나올법한 세기의 사랑이 주제였지만, <레볼루셔너리 로드>에는 권태롭고 희망이 없는 현실과 두 사람의 상처가 가득하니 말이다.




레볼루셔너리 로드 시놉시스


첫눈에 반한 에이프릴(케이트 윈슬렛)과 프랭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결혼을 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룬다. 뉴욕 맨하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교외 지역인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에 보금자리를 꾸리게 된 두 사람.


모두가 안정되고 행복해 보이는 길,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그들의 사랑과 가정도 평안해 보이지만, 잔잔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을 원하는 에이프릴과 프랭크는 모든 것을 버리고 파리로의 이민을 꿈꾼다. 새로운 삶을 찾게 되는 것에 들뜨고 행복하기만 한 두 사람. 


하지만, 회사를 그만두려는 찰나 프랭크는 승진 권유를 받게 된다. 모든 것을 뒤로 하고 파리로 가고자 하는 에이프릴, 그리고 현실에서 좀 더 안정된 삶을 살고자 하는 프랭크. 서로를 너무 사랑하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두 사람. 그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화려한 도시, 즐거운 여유가 넘치는 파티에서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첫눈에 반하게 된다. 배우 수업을 듣고 있다는 에이프릴과 곧 야간 점원이 될 거라는 프랭크. 둘의 주변엔 따스한 빛이 내려앉고, 부드러운 음악이 흐른다. 둘의 첫 만남은 더없이 행복한 로맨스였다.



그리고 현재. 에이프릴은 여전히 연기에 도전하고 있지만 관객들의 눈빛은 싸늘하다. 여주인공이 형편없네.” 프랭크는 아내를 비난하는 관객들의 대화를 들으며 무표정하게 앉아있다. 프랭크와 에이프릴을 감싸던 따스한 빛은 사라진지 오래고, 남은 건 특별할 것 없는 현실뿐이다. 


                                                                              

“대단한 성공은 아닌 것같지?” “그런 것 같아.”


프랭크와 에이프릴도 알고 있다. 우리의 인생은 남들보다 특별하고 잘난 것이 없다는걸 말이다. 서로를 처음 마주했을 땐 이토록 빛나고 특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멀리한 채 복도를 걸어 차로 향한다.



결혼한 지 7년째. 맨해튼으로 기차를 타며 출퇴근하는 프랭크. 두 명의 아이를 돌보며 집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에이프릴. 두 사람은 그 어떤 에너지도 느껴지지 않는 생활에 지쳐간다. 이루고 싶었던 꿈은 이미 깊은 바닥으로 내려앉았고, 새로운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프랭크는 어디서든 눈에 띄는 특별한 예술가를 꿈꿨지만 수많은 출퇴근 인파 중 한 명이 되었고, 에이프릴은 멋진 배우를 꿈꿨지만 연극 무대의 빛나는 주인공이 아닌, 곧 망할듯한 극단의 배우가 되었다. 처음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올 때만 해도 두 사람은 희망과 꿈을 유지하고 있었다. 압축 벽돌집이 대부분인 크로퍼드 로드를 지나 쭉 가면 나오는 레볼루셔너리 로드. 아이를 돌보기에도 좋고, 예쁜 집들도 많다.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우리는 칙칙한 크로퍼드 로드에 사는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압축 벽돌집이 아닌 새하얀 원목으로 지은 집. 배관공, 운전사, 목수가 아닌 더 멋진 예술가가 될 거라는 꿈. 남들보다 화려하고 멋진 인생을 살 거라는 희망을 가진 두 사람은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자리를 잡는다.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아름다운 레볼루셔너리 로드에서 꿈을 이뤘을까? 아니다. 현실은 이상과 달랐다. 프랭크는 “난 아버지처럼 되지 않을래요.”라고 말했지만, 아버지와 같은 녹스 직원이 되었고, 에이프릴은 배우로서의 성공은커녕, 집안에서 창문 너머를 바라보기만 하는 답답한 생활을 지속한다. 꿈, 희망, 이전에 했던 다짐들은 모두 무너진지 오래다. 프랭크는 권태를 벗어나기 위해 외도를 하고, 에이프릴은 과거 사진을 찾아본다. 


                                                                              

“기회가 되면 파리에 가자.” “난 인생을 즐기면서 살고 싶어.”


현실에 안주하기 전, 프랭크가 했던 약속을 떠올린 에이프릴은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에이프릴은 아이들과 프랭크의 생일 파티를 준비하고, 함께 파리에 가자고 제안한다. 프랭크는 현실적인 생각이 아니라며 에이프릴을 말리다가 ‘마지막 기회’라는 에이프릴의 말에 설득된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존재야.


에이프릴은 프랭크가 다시 꿈을 찾길 바란다. 그녀가 기억하는 프랭크는 꿈이 크고 멋진 남자였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매일같이 에너지를 잃어가는 게 아닌, 꿈꾸던 예술가가 된 남편의 모습을 본다면 자신이 가족을 부양하는 것쯤은 문제가 아니었다. 에이프릴은 프랭크에게 용기를 주고, 프랭크는 에이프릴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다음날, 프랭크는 쏟아져 내려오는 직원들의 흐름에 끼지 않고 여유롭게 커피를 마신다.


                                                                       

유치한 발상이야.


직장과 고향을 두고 갑자기 무연고지인 파리로 떠난다? 주변인들은 프랭크와 에이프릴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웃이자 친구인 솁과 밀리 부부는 둘의 발언에 얼떨떨한 반응을 보이고, 프랭크와 에이프릴이 돌아간 후, 너무나 유치한 발상이라며 뒷얘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얘기가 끝나갈 때쯤, 밀리가 갑자기 눈물을 보인다. 밀리는 내 마음을 알아줘서 고마운 마음에 우는 거라고 하지만 사실 그건 부러움의 눈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프랭크와 에이프릴이 파리로 떠난다는 것을 고백한 밤.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웃었고, 솁과 밀리 부부는 눈물을 흘렸다.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이웃들에게 멋진 휠러 부부라고 불린다.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부부와 행복한 가정. 부부의 지인들은 이 파격적인 결정을 듣고 축하한다고 말하면서도 한편으론 이해하지 못한다. 이 결정을 가장 존중해 주는 인물은 정신 병동에서 치료받고 있는 헬렌의 아들 ‘존’이다. 존은 “인생이 의미 없다고는 잘 못하는데..”라고 말하며 에이프릴의 결단에 감탄한다.



                                                                               

“당신은 꿈이 컸어” “허풍쟁이였지."


오래전에 꿈꿨던 파리로 떠나기 전, 프랭크에게 새로운 제안이 들어온다. 녹스사의 사장은 20년을 일한 ‘얼 휠러’라는 아버지의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프랭크에겐 점심을 대접하며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월급이 적으면 더 올려주겠다면서 말이다. 녹스 직원이 되는 꿈을 꿔본 적은 없지만, 이대로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살며 녹스사에서 일을 하면 조금 더 넉넉한 삶을 살 수 있다. 반대로 파리로 떠난다면 꿈을 새로 탐색할 순 있겠지만 보장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가족을 먹여살려야 한다.’는 부담을 지고 살아온 가장, 프랭크는 현실로 눈을 돌리게 된다. 



애초에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생각이 달랐다. 프랭크는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녹스에 취직하고, 현실에 안주한 채 살아간다. 에이프릴은 곧 망할 극단이라는 비판을 끝으로 연극 무대에서 내려왔지만, 프랭크보다 더 오래 ‘배우’라는 자신의 꿈을 붙잡고 있었다. 에이프릴은 프랭크를 꿈이 큰 사람이라 생각하고, 프랭크는 과거의 자신이 허풍쟁이였다고 말한다. 끝없이 이상을 좇는 에이프릴, 현실에 자리 잡은 프랭크. 두 사람은 정 반대의 입장이다. 



프랭크와 에이프릴은 초록색과 빨간색이다. 가정을 위해 꿋꿋하게 일했다는 프랭크, 하고 싶은걸 하는 게 꿋꿋한 거라는 에이프릴. 현실에 안주하고 큰돈을 벌자는 프랭크, 낭비하지 않고 파리에 살자는 에이프릴. 프랭크는 에이프릴의 임신 사실을 알게된 후, 떠날 수 없다고 단호하게 결론짓는다. 



프랭크와 에이프릴, 솁과 밀리는 다시 한자리에 모인다. 에이프릴은 프랭크가 안정적인 현실을 얻었으니, 원하던 모든 걸 가졌다고 생각한다. 에이프릴과 프랭크의 사이엔 냉랭한 공기가 흐른다. 에이프릴은 프랭크의 춤 요청을 거절하고, 프랭크는 밀리와 에이프릴은 솁과 춤을 춘다. 프랭크가 춤을 출 땐 초록색 조명이, 에이프릴이 춤을 출 땐 빨간색 조명이 비친다. 정반대의 색인 초록색과 빨간색의 조명은 둘의 마음이 완전한 상극을 이루고 있음을 암시한다.


                                                                        

난 잠깐도 널 못 벗어나?


갑작스러운 임신과 때맞춰 무너진 계획. 에이프릴은 깊은 우울에 빠진다. 첫째, 둘째 아이를 낳은 건 실수가 아니었지만, 임신과 동시에 파리로 떠나려던 계획이 무너져내리니 새로운 아이의 존재가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프랭크는 헬렌 부부와 존을 초대해 파리로 떠나지 않게 되었음을 이야기한다. 존은 왜 임신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게 당연한 건지,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따져 묻는다. 프랭크는 모든 걸 꿰뚫어보듯 강하게 밀어붙이는 존에게 화를 내고, 식사 자리는 순식간에 끝을 맺는다.



에이프릴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문을 박차고 나가지만,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결국 창문 앞에서 밖을 바라볼 뿐이다. 에이프릴은 끝내 현실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걸 직감한다. 빠져나갈 수 없는 프레임안에 갇힌 듯이 네모난 창문 밖을 바라보기만 하는 인생. 이상을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닌, 현실에 안주한 채 가만히 서 있는 인생. 내 인생이 실수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야 하는 현실.



에이프릴은 프랭크와 평소와 다른 아침 시간을 보낸 후, 현실을 벗어날 방법으로 낙태를 선택한다. 12주 전까지 하면 안전하다고 얘기했던 시술, 에이프릴은 12주가 훨씬 지난 후 낙태를 시도했고, 과다출혈로 세상을 떠난다.

에이프릴은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그녀는 문을 박차고 나간 자신을 쫓아오는 프랭크에게 “난 잠시도 널 못 벗어나?”라고 소리친다. 이 한마디는 프랭크에게, 그리고 권태로운 나의 현실에게 외친 것이다. 만일 임신을 하지 않았다면 파리로 떠날 수 있었을까? 사실 그것도 확실하진 않다. 임신 이외에도 프랭크의 승진 문제가 걸려있었으니 말이다.



프랭크는 에이프릴의 죽음에 충격을 받고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떠난다. 남겨진 이웃들은 ‘휠러 부부의 이야기’를 가볍게 입방아에 올린다. 헬렌은 이전에 에이프릴에게 “당신들은 뭐랄까, 느낌이 특별했어요.라고 말했지만, 프랭크가 떠난 후엔 그들이 예민하고 짜증 났다고 말한다. 밀리는 새로 이사오는 사람들에게 두 사람의 이야기를 고정 레퍼토리로 들려준다. 헬렌의 남편은 보청기를 끄고, 솁은 밀리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리를 뜬다. 프랭크와 에이프릴의 현실은 모두 무너져내렸는데, 사람들은 그들의 인생을 특별한 것이 아닌, 가벼운 뒷이야기의 소재로 삼는다.


프랭크와 에이프릴의 인생은 특별하지 않았던 걸까? 그래서 이렇게 끝나고, 사람들의 가벼운 입술에 오르내리게 된 걸까.



가끔은 현실이 시궁창 같고 나 자신이 한심할 때가 있다. 이루고자 했던 꿈은 저 먼 곳에 처박혀있고, 바라지도 않았던 일상만 반복하는 삶. 오랜만에 꺼내본 꿈이 너무도 반짝여 현실이 더욱 낡아 보이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쉴 틈 없이 찾아오는 권태와 그에 짓눌려 숨쉬기 힘들 때. 이 버거운 호흡을 어떻게 가다듬어야 할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그저 견디고, 애써 무시해볼 뿐이다. 언젠가는 변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보고 나니, 나도 프랭크와 에이프릴처럼 레볼루셔너리 로드에 머물러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kyung769/

블로그 : https://blog.naver.com/hkyung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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