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경 Nov 16. 2020

<로미오와 줄리엣 >- '굳은 증오 속에서 피어난..'

[영화 후기,리뷰/왓챠 로맨스,90년대 명작 추천/결말 해석]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 Juliet)

개봉 : 1996.12.28. (한국 기준)

감독 : 바즈 루어만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클레어 데인즈, 존 레귀자모, 자크 오스, 해롤드 페리뉴


굳은 증오 속에서 피어난 단 하나의 사랑


“오 로미오, 왜 당신의 이름이 로미오인가요.-!” 선택할 수 없는 이름의 틀안에 갇힌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은 <로미오와 줄리엣>. 다들 익히 들어봤을 것이라 생각한다. 앙숙 관계인 두 집안에서 태어난 로미오와 줄리엣은 절절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파멸을 맞이한다.


1597년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5막 비극에 수록된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자, 수많은 장르에서 변조되어 재탄생하고 있는 불멸의 명작이다. 1968년 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본 분이라면, 1996년작 <로미오와 줄리엣> 또한 감상해보길 추천한다.



1996년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은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타이타닉> 이후, 현재까지 꽃미남 배우의 정석으로 불리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원조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만큼이나 아름다운 눈을 가진 클레어 데인즈가 맡았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어항 신은 많은 패러디를 낳을 만큼 큰 화제가 되었는데, 촬영 당시 두 배우의 나이가 10대 후반-20대 초반이었으니.. 둘의 그림은 정말 박수가 나올 만큼 아름답다. 지금은 더욱 깊은 매력을 갖게 된 배우지만, 흔히 말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리즈시절’이 보고 싶다면 한번 틀어보시라. <타이타닉>의 잭이 있기 전, 조금 더 풋풋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레오의 19-23살 때쯤 비주얼을 가장 좋아하는 편이라 누군가가 디카프리오 리즈시절에 대해 물으면 빼먹지 않고 꼭, 추천하는 작품이다.



1996년작 <로미오와 줄리엣>은 1968년작과는 많이 다르다. 강렬한 오프닝 시퀀스를 보는 순간, “어, 이건 내가 알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분위기가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것이다. 지리적 배경은 이탈리아 베로나로 원작과 같지만,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셰익스피어가 그려냈던 그 시대가 아닌, 현대다. 등장인물들은 화려한 파티복을 입거나 현대적인 의상을 입고 등장하며, 총을 소지하고 다닌다. 현대적인 화면에 얹히는 고전적인 대사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사실상.. 배우들의 미모로 모든 어색함을 커버한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아름다운 미모가 서사 그 자체라는 말.


대부분의 사람들이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을 알고 있기에, 이 영화가 뻔할 거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뻔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영화의 리듬이 짧고 빠르며 음악, 배우들의 연기가 보는 사람을 지루하게 놔두지 않고 끊임없이 자극한다. “다 아는 얘긴데 굳이 또 봐야 하나?”라고 생각했다면, 강렬한 오프닝부터 풍겨오는 예상외의 분위기에 강한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시놉시스


정열의 도시 베로나, 태양의 열기가 가득한 이 도시에서 두 가문 몬태규가와 캐플릿가는 끝없이 혈투를 벌인다. 어느 날 캐플릿가의 파티에 몰래 참석한 몬태규가의 로미오는, 아름다운 줄리엣을 만나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부모 몰래 결혼식을 올리고, 이 결혼이 두 가문의 화해를 가져다줄 거라 믿은 신부는 그들을 축복한다. 그러나 싸움에 휘말려 줄리엣의 사촌 티볼트를 죽이게 된 로미오가 베로나에서 추방당하게 되고, 줄리엣은 그녀를 좋은 가문에 강제로 결혼시키려는 부모를 피해 수면제를 먹고 죽은 것처럼 가장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너무 거칠고, 잔인하고 사나우면서도 가시처럼 찌르는 게 사랑이네


자신의 사랑에 반응해 주지 않는 연모의 대상 로잘린을 떠올리며 길게 늘어진 지루한 시간을 보내던 로미오는 줄리엣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하게 된다. 캐플릿가에서 주최한 파티가 열리던 날,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항을 사이에 두고 첫 눈맞춤을 나눈다. 거칠고, 잔인하게 나를 찌르는 사랑이 아닌, 상상만으로도 달콤한 사랑.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런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쉽게 이뤄질 수 없는 것이었다. 오래도록 이어져온 앙숙 가문인 몬태규와 캐플릿가의 자식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자신의 이름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이루어질 수 없다. 두 가문은 지금도 크고 작은 다툼을 반복하고 있다. 서로가 앙숙 가문의 자제임을 알게 된 로미오와 줄리엣은 하나뿐인 사랑이 하나뿐인 증오 속에서 피어났다는 사실에 비통해하지만, 이 사랑을 버릴 수 없음을 깨닫고 비밀리에 혼인 서약을 한다.



대부분의 경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족들을 통해 이름을 내려받게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이름은 몬태규와 캐플릿가 어른들에 의해 정해진 것이며, 그 이름을 받게 된 순간부터 몬태규, 캐플릿가의 운명을 따르게 된다. 둘은 ‘앙숙’으로 정해진 운명이란 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버릴 각오를 하며 정해진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장미가 이름을 바꾼다고 해도 그 향기는 변하지 않는 것처럼
그대는 그대일 뿐이에요.


처음 로미오와 줄리엣이 만난 날, 로미오는 캐플릿가의 가면무도회에 가게 된다. 머큐시오가 준 약에 취한 채 무도회를 즐기던 로미오는 세면대에 얼굴을 담그며 정신을 가다듬는다. 로미오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가면이 물에 쓸려 벗겨지고, 뒤이어 어항 너머로 줄리엣이 나타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물에 몸을 담그며 운명과 이름의 굴레를 벗어던진다. 로미오는 높은 담을 넘어 줄리엣의 방 앞으로 다가가고, 줄리엣은 수영장에 담긴 물을 바라보며 로미오에 대한 마음을 읊조린다. 두 사람은 물에 몸을 담근채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그날 밤 로미오와 줄리엣은 몬태규가, 캐플릿가의 자식이 아닌 운명처럼 만난 한 쌍의 연인이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이름을, 몬태규, 캐플릿이라는 성을 버려도 괜찮다. 어떤 이름을 하든, 내 앞에 사뿐히 내려앉은 나의 사랑은 충분히 아름답고, 찬란하니까.



로미오와 줄리엣은 가족들 몰래 혼인서약을 하고, 로렌스 신부는 둘의 혼인 서약을 읊는다. 로렌스 신부는 두 사람이 하나가 됨으로써 두 가문 또한 화해의 기로에 들어설 수 있을 거라 예상하지만, 혼인 사실을 모르는 티볼트는 몰래 가면무도회에 숨어든 로미오에 대한 분노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머큐시오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로미오가 쏜 총에 죽는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티볼트는 평화를 이야기하는 벤볼리오에게 총을 겨누며 “네 죽음을 보라”고 말하는데, 그는 자신이 ‘죽음’이라고 칭했던, 본인이 차고 있던 총에 맞아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작품엔 유난히 성모마리아 조각상, 그림이 자주 등장한다. 줄리엣의 방안엔 작은 성모마리아 조각상이 로미오와 줄리엣이 잠든 성당 위엔 커다란 성모마리아 조각상이 있다. 티볼트가 들고 있던 총에도 성모마리아 그림이, 로미오가 불법으로 독약을 사던 순간에도 성모마리아 조각상이 등장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성모마리아’라는 존재는 마치 죄를 심판하거나, 경우에 따라 죄를 용서하는 존재처럼 표현되기도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원수를 사랑한 것에 대한 사죄를 하듯 성당에서 고해성사를 한 후, 혼인 서약을 한다.



성모마리아가 그려진 티볼트의 총은 머큐시오를 죽인 티볼트를 심판하고, 성모마리아 조각상 밑에 숨겨져있던 독약은 몬태규와 캐플릿가가 다른 이들에게 저지른 죄를 심판하듯 로미오의 목숨을 빼앗아간다. 서로를 미워하고 다른 사람들의 피를 앗아간 죄를 저지른 몬태규, 캐플릿가는 커다란 성모마리아 조각상이 서있는 성당 앞에서 세상을 떠난 자식들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지금껏 저질러온 모든 죗값을 치르듯 말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발견된 그날 아침엔 매일같이 힘차게 뜨던 태양도 고개를 들지 못한다. 항상 뜨겁게 내리쬐던 햇볕이 없어진 아침. 몬태규가와 캐플릿가는 의미 없는 증오와 싸움의 죗값을 두 눈으로 확인한다.



타고난 운명을 거슬러 사랑을 이루려 했던 로미오와 줄리엣은 수많은 촛불과 꽃 사이에서 마지막을 함께한다. 오래도록 이어져온 증오와 싸움의 끝엔 파멸뿐이었으니, 이건 타고난 운명을 원망해야 하는 걸까? 두 사람이 이어질 수 없는 이유는 너무도 명확했다. 오래된 앙숙 관계의 집안. 그리고 두 집안이 쌓아온 죄. 운명과 신은 그 죄를 심판했을 뿐이다. 하지만, 어째서 그의 이름은 로미오고 그녀의 이름은 줄리엣이었을까.. 안타까울 뿐이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kyung769/

블로그 : https://blog.naver.com/hkyung769


매거진의 이전글 <델마와 루이스> - 벗어나기 위해, 끝까지 가는 거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