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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Dec 09. 2020

<에비에이터> - '불안과 강박을 연료 삼아..'

[영화 후기,리뷰/ 왓챠 실화, 전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화 추천]

                                                                              

에비에이터 (The Aviator)

개봉일 : 2005.02.18. (한국 기준)

감독 : 마틴 스콜세지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블란쳇, 케이트 베킨세일, 존 C.라일리, 알렉 볼드윈


불안과 강박을 연료 삼아 미래로 가는 길을 열다


<에비에이터>는 미국의 사업가이자 비행사, 공학자, 그리고 영화 제작가인 ‘하워드 휴즈’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감독은 마틴 스코세이지, 주연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맡았다. 혹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마틴 스코세이지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조합은 실패할 수가 없다.”는 말. 2002년 <갱스 오브 뉴욕>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조합은 <에비에이터>를 거쳐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등 걸출한 작품들을 만들어냈고, 최근엔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이라는 신작을 함께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에비에이터>의 주인공은 위에서 언급했듯, 실존 인물 ‘하워드 휴즈’
잘생긴 얼굴, 큰 키, 총명한 두뇌를 가진 유복한 집안의 아들 ‘하워드 휴즈’. 1905년에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1910년대), 폐렴, 결핵 등의 전염병을 겪으며 어머니에게 ‘나 자신을 청결하게 지켜야 한다’는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은 하워드 휴즈를 강박적인 성향을 갖게 만든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 인물의 강박증을 암시하는 여러 물건들과 행동을 관객들에게 제시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강박증을 앓고 있는, 어쩌면 살짝은 광적인 위 인물을 완벽하게 연기해낸다.


하워드 휴즈의 인생은 끝없이 상승하기도, 끝없이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항공에 대한 열정을 꺼트리지 않는다. 여러 외적, 내적인 문제가 생기더라도 오직 자신이 정해놓은 길 하나만을 보며 달린다. 병적이거나 광적이기도 하지만, 너무도 열정적이기도 한 생애였다. <에비에이터>에는 하워드 휴즈의 아주 작은 유년시절 기억의 조각부터 진실된 사랑의 열병을 지난 청년 시절, 끝없이 밀려드는 역풍에 망설임 없이 맞서는 중년시절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러닝타임은 2시간 40분으로, 꽤 긴 편이다. 크게 자극적인 전개는 아니지만, 몰입도가 좋은 영화라 큰 문제 없이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에비에이터>를 보고 나면 하워드 휴즈라는 인물에 대해 검색해보고 싶어질 것이다. TMI 하나를 덧붙이자면, 하워드 휴즈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라고 한다.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지는 백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에비에이터>를 감상해보시라 추천한다.




에비에이터 시놉시스


조각같이 아름다운 외모, 총명한 두뇌, 그리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막대한 재산으로 20세의 나이에 억만장자가 된 하워드 휴즈. 그러나 그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부른 영역에 자신의 야망을 건다.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영화. 기라성같은 할리웃 제작자들의 비웃음과 영화계의 냉대에도 불구하고 2년의 촬영기간, 1년의 후반작업 기간이라는 어마어마한 자본과 제작공정 끝에 <지옥의 천사들>을 발표한다. 그리고 할리웃의 모든 흥행 역사를 갈아치운다. 세상의 감탄, 그러나 놀라움은 출발에 불과했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QUARANTINE 전염병 검역기간. “감염 안 되게 깨끗해야 해.”라는 어머니의 말이 어린 하워드에게 깊이 각인된다. 하워드는 전염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수없이 손 씻기를 반복한다. 그는 예민하다 못해 곧 미쳐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심한 강박증이 있다. 피가 나도록 손을 씻고, 맨손으로 화장실 문 손잡이를 잡지 못하며, 다른 이의 손이 닿은 컵을 쓰지 못한다. 뚜껑을 따지 않은 우유와 항상 지니고 다니는 비누는 그의 상징과도 같다.



채굴 기술로 백만장자가 된 하워드는 27년, 할리우드에 도전장을 내민다. <지옥의 천사들>이라는 제목을 가진 전쟁영화이자 항공 영화의 정점을 찍는 작품이었다. 하워드의 작품에 대한 집착은 실로 엄청났다. 20대가 넘는 카메라가 동원되었고, 촬영엔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실로 긴 촬영 기간을 거치며 하워드의 자본금은 바닥을 치기 시작한다. 추가로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변화하는 과도기에 걸쳐있던 <지옥의 천사들>을 재촬영 하기 위해 하워드에겐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필름 영사실에서 영화를 보고 있던 하워드에게 자본금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재생되고 있던 필름이 멈춘다. 하워드는 망설임 없이 가진 것을 담보 잡고서라도 돈을 빌려 영화를 완성하자고 말한다. 영화를 다시 찍어 완성하자는 말과 함께 필름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하고 <지옥의 천사들>은 하워드의 뜻대로 완성된다.



할리우드 사람들은 ‘풋내기 사업가가 할리우드에 발을 담그려고 한다’고만 생각 했지, 그의 영화가 성공할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워드는 <지옥의 천사들>을 발표하면서 성공한 사업가이자 영화감독이 된다. 박수와 칭찬이 터져 나오고 그의 눈앞엔 쉴 새 없이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인다. 레드 카펫을 처음 밟을 때엔 그 빛들과 터진 전구 조각들이 너무도 불안하게 느껴졌지만, 첫 시사가 끝난 후 받게 된 플래시 세례는 하워드의 성공을 축하하는 폭죽처럼 밝고 화려하게 느껴진다.



영화의 초반, 할리우드에서 ‘풋내기 사업가’취급을 받았을 때 하워드는 자신을 “하워드라는 이름으로 불러달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성공한 사업가, 흥행에 성공한 영화감독이 된 후, 새로운 꿈에 도전할 땐 자신을 ‘비행사’ 하워드 휴즈라고 소개한다. 하워드는 강박과 불안감을 연료 삼아 꿈을 향해 높이 날아오른다. 그리고 운명처럼 ‘캐서린 햅번’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캐서린은 하워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경직되지 않은 유연한 표정, 스스럼없이 다른 이들의 손을 잡는 행동. 그녀는 연극 무대에 올랐을 때 살아있음을 느끼는 배우다. 하워드는 그런 캐서린에게 빠르게 빠져들게 되고, 처음으로 타인과 우유를 나눠먹고, 자신이 잡고 있던 비행기 조종석 자리를 넘겨주는 모습을 보인다.



캐서린의 만남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둘이 공식 석상에 나타날 때면 기자들은 바쁘게 플래시를 터트린다.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다. 하워드가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 성공을 거듭할수록 사람들은 ‘하워드 휴즈’라는 사람에게 집중하게 된다. 점점 무거워지는 사회적 지위와 함께, 하워드의 강박증 또한 조금씩 심해진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하워드의 불안 증세와 서로 다른 성향에 지쳐버린 캐서린은 하워드를 떠나기로 결정한다. 속에 너무도 많은 사람을 갖고 있는, 불안에 떨며 꿈만을 향해 달리는 하워드 휴즈. 자신의 중심을 유지하기에도 벅찬 그에게 온전한 사랑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을까?



하워드는 슬픔과 강박을 이겨내기 위해 꿈에 더욱 집착한다. 추락 사고를 겪어 뼈가 부러지고, 화상을 입어도, 거대한 계약이 순식간에 날아가도, 하워드는 포기하지 않는다. 하워드는 단 한 번도 ‘포기’라는 단어를 말하지 않는다. 그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다시 하자.” “완성하자.”라고 말한다. 비행기가 추락할 때도 자본금이 바닥나 사업이 위험해졌을 때도, 인정할 수 없는 청문회 자리에 앉았을 때도 말이다. 하워드는 외적 장애물에 포기하기보단 그것이 남긴 흔적을 보며 재기를 다짐하고, 약해진 다리로 인해 지팡이를 짚어야 할 때도 자신의 약점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이 그의 자존심이자 강박이었을 것이다.



하워드에게 ‘꿈’은 어떤 의미였을까? 어린 시절, 어머니 앞에서 다짐했던 비행사가 되겠다던 꿈. 인생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인 비행기는 하워드에게 유일한 ‘미래’이자 또 다른 불안감이었을 것이다. <지옥의 천사들>을 틀어놓은 채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그의 모습은 보는 이까지 괴롭게 만든다. 피가 나도록 손을 씻어봐도, 온 집안을 비닐로 덮고 소독해봐도 사라지지 않는 불안 증세처럼 ‘꿈’과 ‘성공’, ‘완벽함’에 대한 강박은 그의 인생을 지배한다. 강박 증세는 하워드를 성공으로 이끎과 동시에 그를 미치게 만든다. 얻을 수 없는걸 얻으려 하는 건 아닐지, 가끔은 미칠 것 같다고 말하던 하워드의 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영웅담처럼 남아있는 하워드 휴즈의 성공기와 그 뒤에 자리한 그의 청춘, 도전, 사랑, 그리고 유년기에 자리한 상처까지. 원대했던 하워드 휴즈의 꿈을 빈틈없이 채워 넣은 영화 <에비에이터>. 긴 러닝타임에 망설이고 있다면, 걱정 말고 도전해보라 말하고 싶다. 3시간에 달하는 긴 시간만큼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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