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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Dec 18. 2020

<데이비드 게일>- '사실의 굴레 안에서 진실을 찾다'

[영화 후기,리뷰/왓챠, 넷플릭스 스릴러, 추리, 범죄 영화추천/결말]

                                                                           

데이비드 게일 (The Life Of David Gale)

개봉일 : 2003.03.21. (한국 기준)

감독 : 앨런 파커

출연 : 케빈 스페이시, 케이트 윈슬렛, 로라 리니, 가브리엘 만, 맷 크레이븐


사실의 굴레 안에서 진실을 찾다


<데이비드 게일>은 사실과 진실, 같은 듯 다른 두 개의 단어 사이에서 미세한 저울질을 반복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형제도 폐지를 지지하는 오스턴 대학 철학과 학과장 ‘데이비드 게일’. 그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하루아침에 성폭행범이 되고, 가족을 잃는다. 그가 자신의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큰 불행이 닥쳐온다. 성폭행,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쓴 데이비드 게일은 초연한 모습으로 사형 날짜를 기다리고, 빗시 블룸 기자는 그를 인터뷰하게 된다.



현장에서 발견된 데이비드의 정액과 지문과 뚜렷한 알리바이가 없는 상황은 데이비드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그가 살해범이라는 ‘사실’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빗시 블룸은 쉼 없이 뒤집어지는 사실 사이에서 ‘진실’을 찾아낸다.



<데이비드 게일>이라는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선 미리 언급하지 않겠다. 모든 걸 의심하고, 또 뒤집어가며 감상하길 추천한다. 데이비드의 이야기가 시작될 때면 카메라가 한 바퀴 돌아간다. 찌그러지며 돌아가는 데이비드의 이야기 속엔 사실 사이에 숨겨진 진실이 조금씩 담겨있다. 그리고 진실은 이 영화를 끝까지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으니 중도 하차 없이 끝까지 감상하시라.




데이비드 게일 시놉시스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젊고 패기 있는 철학과 교수 데이비드 게일은 사형제도 폐지 운동 단체인 '데스 워치'(Death Watch)의 회원이다. 지적이며 존경받는 저명한 대학교수인 게일은 자신이 가르치던 벨린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다. 무혐의로 풀려나긴 했지만, 그 순간부터 게일은 자신이 누려왔던 모든 것을 송두리째 잃고 만다. 이제 그에게 남은 동료이자 친구는 단 한 명, 데스 워치의 회원이자 오스틴 대학교수인 콘스탄스만이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마지막 안식처다. 하지만 그러한 콘스탄스는 성폭행 당한 후 살해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부검 결과 콘스탄스의 몸에서는 데이비드 게일의 정액이 검출이 되고 그는 이제 단순한 성폭행범이 아닌 살해범으로 구속된다.


그가 살해범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던 빗시 블룸은 그와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점점 더 그가 무죄이며 누군가의 음모로 누명을 쓴 것 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의 무죄를 입증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3일도 채 남지 않았다. 그는 데이비드 게일과 3일간의 인터뷰를 약속받은 빗시 블룸은 데이비드 게일이 무죄임을 확신하고 남은 시간 동안 그를 사형대로부터 구해 내기 위한 모든 노력을 시작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데이비드는 사형제도 폐지 운동 단체인 ‘데스 워치’ 활동에 열심인 회원이다. 단란한 가정과 뜻이 맞는 동료 교사가 있고, 학생들은 데이비드를 존경한다. 지식과 명예, 그리고 가정적인 성격까지 전부 갖춘 데이비드는 일명 ‘멋진 어른’이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성폭행범이라는 억울한 누명과 함께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 “무엇이든 하겠다”라고 말하던 학생, 벨린이 계획적으로 만들어낸 누명이었지만 사람들은 모두 데이비드를 성폭행범이라 믿게 된다. 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둘만 알고 있으니, 정황을 만들어 성폭행범이라는 사실을 만들어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저명한 오스틴 대학의 철학과 학과장 교수이자 다정한 아빠, 데스 워치 회원이었던 데이비드 게일은 한순간에 성폭행범이 된다. 데스 워치 회장과 회원들, 오스틴 대학의 교수와 학생, 데이비드의 가족들까지. 모두가 데이비드를 등한시하게 된다. 데이비드의 아내는 이혼을 결심하고 아이의 양육권을 가져간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남편이, 아이의 아빠가 성폭행범이어도 괜찮다고 말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떠나고, 데이비드의 곁엔 데스 워치 회원이자 동료 교사인 콘스탄스만이 남게 된다. 데이비드는 자연스레 콘스탄스를 의지하게 되고 두 사람은 두려움을 넘어 뜻을 함께하기로 결심한다.



“사람의 신념이 이토록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구나.” 

데이비드와 콘스탄스의 결심을 보며 생각했다. 비디오의 마지막, 왼손 약지에 껴진 결혼반지와 시계를 보는 순간, 나는 누군가에게 이마를 얻어맞은듯한 기분이 들었다. 굳은 약속과 신념이 담기기라도 한 듯 이혼 후에도 빼먹지 않고 끼고 다녔던 결혼반지. 그리고 그의 손목을 단단히 감싸 안고 있던 시계는 뒷모습의 주인공이 데이비드였음을 짐작하게 만들었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두려움과 신념이 공존하고 있었다.



왜 데이비드와 콘스탄스가 이런 일을 꾸민 것일까? 그 이유는 영화의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형제도 폐지를 주제로 주지사와 함께 토크쇼 테이블에 앉은 날. 데이비드는 사형제도를 통해 무고한 사람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들은 주지사는 데이비드에게 “무고한 사람이 있다면 말해보라”라고 말한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주지사의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질문에 받아칠 새로운 답을 만들기 위해, ‘억울한 사형수 데이비드’의 운명을 계획한다.



백혈병과 싸우고 있는 콘스탄스, 모든 걸 잃은 데이비드. 두 사람은 아마도 자신이 당장 죽는다 해도 미련이 남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걸까?  콘스탄스와 데이비드는 ‘한 번의 살인이 수천의 살인을 살릴 수 있다’는 신념 아래 사건을 꾸며내기로 결심한다.


콘스탄스는 계속해서 사형제 폐지를 지지하고 있지만, 여론은 그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지금껏 해온 일이 부질없이 느껴지는 좌절감이 뒤섞여 만들어진 커다란 두려움은 콘스탄스를 집요하게 괴롭힌다. 데이비드는 좌절감에 빠진 콘스탄스를 위로하며 “난 네가 보여.”라고 말한다. 콘스탄스의 진짜 뜻을 알고, 그에 동의한다는 듯 말이다. 그리고 콘스탄스는 데이비드에게 두려움에 지친 자신을 감싸달라고 말한다. 데이비드와 콘스탄스는 견고한 서로의 신념을 확인하고, 마지막 밤을 보낸다.



강간 살인처럼 보이도록 꾸며낸 현장과 증거물, 그리고 데이비드의 무고함을 밝혀줄 비디오테이프. 상황을 한 번에 뒤집을 증거품은 더스티를 통해 빗시에게 전해진다. 빗시는 진실을 밝혀 데이비드를 구하려 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마치 하늘이 데이비드와 콘스탄스의 뜻을 수렴해 준 듯 빗시의 차가 고장 난 것이다. 데이비드의 사형은 예정대로 집행됐고, 더스티는 데이비드의 사진에 X자를 그린다. 데이비드와 콘스탄스의 계획은 차질 없이, 완벽하게 마무리된다.



데이비드는 빗시에게 “성폭행범이 된 그날 이후 자신의 삶은 ‘죽음이 선물 같은 삶’이었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삶을 이어가는 것보다 억울한 사형수가 되어 사형제도 폐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더욱 가치있을 것이라 생각한 데이비드는 삶에 대한 미련을 모두 털어낸다. 빗시를 통해 비디오를 남기고, ‘내 아들이 가진 아버지의 기억을 구하는 것’만을 바라던 그는 계획대로 억울한 사형수가 된다. 성폭행범이자 살해범이었던 데이비드는 죽음을 맞이하며 ‘사형제 폐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교자가 된다. 이 죽음엔 모순이 가득하다.



사실을 모르고 있던 빗시는 데이비드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빠져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빗시가 밝혀낸 특종에 박수를 보내고, 억울한 죽음에 애도를 보내지만 빗시는 마냥 뿌듯해할 수도, 기뻐할 수도 없었다. 철창 너머에 앉아있던 데이비드에게 당신 아이는 내가 도와주겠다는 약속까지 했었기에, 빗시에게 데이비드의 죽음은 가벼운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이후의 상황까지 모두 예상한 듯 빗시에게 ‘자유의 열쇠’를 선물한다. 아들이 가장 아꼈던 양 인형 사이에 들어있던 비디오테이프엔 모두가 그토록 궁금해하던 ‘진실’이 담겨있었다. 데이비드의 뒷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와 아내에게 보낸 벨린의 엽서는 데이비드의 무고함을 말하고 있었다. 이 증거들로 데이비드의 죽음을 되돌릴 순 없지만, 적어도 데이비드의 아들이 살해범의 아들이 되는 일만은 막을 수 있을 테니, 그가 모든 뜻을 이루고 떠나갔다고 생각해도 될지.. 모르겠다.



<데이비드 게일>을 보면서 생각했다. 깊은 신념이 사람을 어디까지 바꿔놓을 수 있는지, 진실과 사실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그리고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는 그 어떤 것도 명확히 정의할 수 없었다. 모든 순간을 의심하고, 믿지 않았을 뿐, 나의 추측은 하나의 사실을 넘지 못한 채 어떠한 진실도 밝혀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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