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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Dec 26. 2020

<언컷 젬스>- '가공되지 않은 본능, 욕망을 뒤쫓다'

[영화 후기,리뷰/넷플릭스 영화, 범죄,블랙코미디, 신작추천/결말 해석]

                                                                             

언컷 젬스 (Uncut Gems)

개봉일 : 2020.01.31 (넷플릭스 공개)

감독 : 베니 사프디, 조슈아 사프디

출연 : 아담 샌들러, 케빈 가넷, 이디나 멘젤, 줄리아 폭스, 에릭 보고시안


가공되지 않은 인간의 본능, 욕망을 뒤쫓다


돌고도는 인생이 아닌 돌려 막는 인생을 살고 있는 보석상 하워드는 빚더미에 올라앉았음에도 여전히 ‘인생은 한방!’을 외치고 있다. 인간은 욕망과 욕심을 갖고 살아가는 존재다. 그 욕망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욕망과 욕심을 갖지 않은 채 태어난 인간은 없을 것이다.



사프디 형제는 <언컷 젬스>를 통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인 욕망과 욕심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매우 잽싸게, 정신없이 흘러가는 영화 속 시간과 사건들은 보는 이의 다리를 달달 떨리게 만든다. 최근에 사프디 형제의 이전 작품 <굿 타임>을 봤을땐 스토리텔링 면에서 살짝 아쉬움을 느꼈었는데, <언컷 젬스>를 보고 나니 그 아쉬움이 모두 털려나간 느낌이 들었다. 이 영화는 아쉬운 점이 한구석도 없었다.


<언컷 젬스>에서 특히 좋았던 건 주연을 맡은 아담 샌들러의 연기였다. 누군가는 이 영화가 아담 샌들러의 역대급 작품이라고 칭찬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언컷 젬스>의 아담 샌들러가 <펀치 드렁크 러브>의 아담 샌들러를 이겼다고 말한다. 나의 기준에선 아직 <펀치 드렁크 러브>속 아담 샌들러를 이기진 못했지만, 그와 비슷한 정도였다고 말하고 싶다. 욕망과 그로 인해 따라오는 불안감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얼마나 미치게 만드는지.. 하워드를 연기하는 아담 샌들러를 보면서 지나칠 만큼 실감할 수 있었다.



가볍고 진중한 면은 없어 보이는 보석상 하워드가 큰 한방을 노리기 위해 원석을 구매하고, 그를 되찾고, 다시 돈을 따기 위해 인생의 운을 돌려 막기 하고 있는 불안한 순간들이 빠르고 정신없게 지나간다. 다리가 달달 떨리고 멀미가 날 즈음 하워드의 욕망이 절정에 달하고, 결말이 터져 나오며 온갖 생각이 바닥에 흩뿌려진다. 그 순간의 묘한 감정은 보는 이의 내장을 순식간에 훑고 내려간다.


가공되지 않은 원석은 본연의 특성을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사회에 나오기 전, 가공되지 않은 인간은 욕심과 욕망이라는 인간 본연의 특성을 갖고 있다. 이 욕망을 어떻게 사용할지, 가공할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나는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완벽하게 가공할 완벽한 전문가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언컷 젬스 시놉시스


빚더미에 올라앉으니, 빚쟁이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는 뉴욕의 보석상. 입만 살아 떠드는 그가 진정 살길을 모색한다. 한탕에 모든 것을 건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광부들이 분노하는 탄광, 다리에 깊은 상처를 입은 광부가 울부짖는다. 분노로 가득 찬 아우성과 고통이 묻어나는 악을 뒤로한 채 광부들은 돌무더기를 두들겨 원석을 찾아낸다. 억겁의 시간과 우주를 담은듯한 빛이 일렁이는 원석의 너머엔 무한한 가능성이 보이는듯하다. 그리고 그 무한한 가능성을 탐내는 인간의 욕망 또한 끝없이 출렁인다.



하워드 레티너, 48세, 뉴욕의 보석상. 하워드는 보석상의 줄어드는 매출과 늘어나는 빚,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블랙 오팔 원석을 사들인다. 17개월 동안 공들인 결과, 에티오피아 중부에서 보낸 원석이 하워드에게 도착한다. 긴 시간과 무한한 우주를 담은 듯 빛나는 아름다운 원석은 하워드에게 남은 단 하나의 희망이자, 마지막 역전의 기회다.


아름다운 오팔을 손에 드는 순간, 하워드의 피가 끓기 시작한다. 흥분과 감격에 가득 찬 그는 가게를 구경하러 온 농구선수 케빈 가넷에게 원석을 내밀어 자랑한다. 케빈 가넷은 하워드의 가게에 있는 대부분의 귀금속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하워드가 내민 가공되지 않은 블랙 오팔을 보자마자 강한 끌림을 느끼게 된다. 대체 이 오팔이 가진 힘이 무엇이길래, 인간의 순수한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걸까



케빈 가넷은 하워드에게 우승 반지를 맡기고 오팔을 빌려 간다. 하워드는 케빈 가넷의 반지를 담보 잡아 돈을 빌려 경기에 돈을 건다. 그는 돈이 생기는 즉시 빚을 갚는다는 생각보단, 어떻게든 돈을 불려보겠다는 생각이 먼저인듯하다. 어차피 블랙 오팔 원석을 팔면 백만장자가 될 것이니 말이다. 아르노의 빚쟁이들에게 쫓기면서도 그는 ‘한탕’과 ‘대박’에만 관심이 있다.



반지를 담보 잡아 돈을 건 경기가 하워드가 베팅 한대로 술술 풀린다. 하워드는 드디어 자신에게도 대박, 한탕이 찾아오는 건가 기대에 부푼다. 하지만 하워드를 믿지 못한 아르노는 베팅을 걸지 않았고, 하워드는 돈을 따지 못한다. 화가 난 아르노와 빚쟁이들은 하워드를 차 트렁크에 구겨 넣는다. 트렁크에 갇힌 하워드는 트렁크를 열기 위해 버튼을 연타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하워드의 일은 매번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그는 한탕 주의자였지만, 운은 그를 따라주지 않는다.


하워드의 일은 술술 풀리는 법이 없다. 하다못해 버튼도 하워드의 말을 한 번에 듣지 않는다. 하워드의 보석상 문은 밥 먹듯 접촉불량이 생기고, 오팔을 든 케빈이 찾아온 중요한 순간조차도 한 번에 열리지 않는다. 접촉불량으로 열리지 않는 문은 문밖의 사람과 하워드의 성질을 한없이 끌어올린다. 하워드의 명령을 순순히 듣지 않던 문은 마지막 순간, 하워드의 명령에 아주 순순히 따르는데, 하워드가 문을 열자마자 열받은 빚쟁이는 하워드의 얼굴에 총알을 박는다.



하워드는 이어지는 도박의 끝엔 결국 빛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블랙 오팔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경매에 올라갔을 때 그는 장인에게 부탁해 가격을 부풀려 ‘큰 한탕’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궁지에 몰려도 하워드의 관심사는 오직 ‘대박’뿐이다.


                                                                      

이 지옥 같은 인생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워드가 그토록 큰돈을 바라는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빚에 쫓기고, 줄어드는 매상에 불안해해야 하는 지옥 같은 인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하워드의 인생엔 대박이 필요했다. 하지만 왜 운이 운이고, 대박이 대박이겠는가. 아무나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대박이고 운인 거다. 하워드는 결국 그 운을 거머쥐지 못한, 평범한 케이스였던 것이다. 하워드가 죽기 직전, 처음으로 진짜 대박을 치긴 했지만 그 돈을 직접 안아볼 순 없었다.



차라리 게임이나 문서작성이었으면 부활이라도 있고, 저장이라도 있을 텐데 우리의 인생은 그렇지 않다. 돈과 장물을 돌리고 돌려 겨우 막아내던 출혈부는 조금씩 곪기 시작했고 한순간에 터져버린다. 한탕을 위해 여기저기서 빌리던 돈을 메꾸기 위해 선택한 마지막 도박은 성공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큰 실패였다. 하워드는 자신의 보석상에서 순식간에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생긴 총알구멍 속엔 또 다른 우주가 있다. 영화는 오팔 속에 담긴 무한한 우주에서 시작되어 하워드의 대장과 욕망으로 떨리던 삶을 훑은 후, 다시 하워드의 총알구멍 속 우주로 들어간다. 이 욕망으로 가득 찬 우주는 또 다른 욕망을 가진 자의 삶으로 이어질 것이다.



“만일 하워드가 블랙 오팔 원석을 사들이지 않았다면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있었을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아니다”라고 답하겠다. 그는 원석이 없었다면 또 다른 욕망의 매개체를, 핑곗거리를 찾아 돈을 빌리고 경기에 베팅했을 것이다. 한번 시작된 욕망과 욕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그 본능에 이끌리기 시작한 순간, 인간은 본능에 더욱 집착하게 될 뿐이다. 욕심과 욕망이라는 솔직한 본능을 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를 어느 방향으로 향하게 할지, 얼마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한 번쯤 더 고민해 보는 게 좋을것이라 말하고 싶다.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원석에 깃들어있는 무한한 가능성은 하워드의 욕망을 더욱 거칠게 깨워냈고 그는 당연하게도 욕망을 따라 달린다. 사프디 형제는 ‘하워드’라는 이름을 가진 보석상을 통해 모든 이가 갖고 있는 본능과 욕망을 표현한다. 틈 없이 치고 들어오는 불운과 현실에 개의치 않고 끝없이 뿜어져 나오는 욕망.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자 가장 취약한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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