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기,리뷰/넷플릭스, 힐링, 모험, 자존감 영화 추천, 해석]
개봉일 : 2013년 12월 31일 (한국개봉 기준)
감독 : 벤 스틸러
출연 : 벤 스틸러, 크리스틴 위그, 숀 펜, 셜리 맥클레인, 아담 스콧
“그 사람을 찾길 바랄게요” -
그 사람을 찾기 위한 여정
바쁜 하루를 살아가면서도 우리는 꿈을 담은 상상을 하고는 한다. ‘퇴근하고 싶어..’,‘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어’ 같은 작은 상상부터 ‘유럽 여행을 가고 싶어’,‘순간 이동 초능력이 있었으면’처럼 조금은 덩치 큰 상상까지. 이 영화에선 이런 행위를 ‘상상 멍 때리기’라고 칭한다.
가끔은 현실에 짓눌려 꿈과 상상력을 잃어갈 때도 있다. 그리고 꿈, 상상과 함께 나 자신을 잊기도 한다. 직업과 생계도 중요하지만 아주 가끔씩이라도 나 자신을 뒤돌아보고 나의 꿈을 펼쳐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에선 자신을 찾는 여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도 친절하고, 곳곳에 풀어놓은 이야기들은 자기계발서 뺨치게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있다.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월터 미티.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상상’을 통해 특별한 순간을 꿈꾸는 그에게 폐간을 앞둔 ‘라이프’지의 마지막 호 표지 사진을 찾아오는 미션이 생긴다. 평생 국내를 벗어나 본 적 없는 월터는 문제의 사진을 찾아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등을 넘나들며 평소 자신의 상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어드벤처를 시작한다. 누구보다 평범한 일상을 살던 월터, 그 누구도 겪은 적 없는 특별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월터는 라이프 잡지사의 사진 현상 업무에 16년째 복무하고 있는 회사원이다. ‘E-하모니’라는 소개팅 어플 속 윙크 버튼 하나를 누르는 것조차 수없이 망설일 만큼 소심한 사람이다. 직접 윙크를 하는 것도 아닌 그저 버튼 하나일 뿐인데도 말이다. 그의 일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하여 어머니와 여동생을 부양하고 있는 가장이며 여행도, 취미도 즐기지 못한 채 딱딱한 가방 하나를 들고 각진 아파트 사이를 걸어 다니는 바쁜 회사원. 그런 그의 유일한 재미는 ‘상상 멍 때리기’다. 무례한 사람에게 사이다 한방을 날리는 상상, 좋아하는 연인과 사랑에 빠지는 기분 좋은 상상. 월터의 상상 속에서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숀 오코렐은 라이프 잡지사에 실릴 사진을 찍는 사진 작가다. 16년째 일하고 있는 월터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는 왠지 신비로운듯한 느낌을 풍긴다. 숀은 세상에 힘껏 부딪히고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다. 항상 다른 장소, 다른 느낌의 사진들을 만들어내는 그는 월터의 상상보다 더욱 넓은 세상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듯 보인다.
특별하시군요
영화에서 처음 보여주는 월터의 상상 속, 셰릴이 월터에게 건네는 한마디다. 월터의 첫 상상은 폭파 사고에서 셰릴과 그의 강아지를 구해주는 슈퍼히어로가 되는 것이다. 셰릴과 그녀의 강아지를 구해준 월터에게 셰릴은 첫눈에 반한 사람의 눈빛으로 월터를 쳐다보며 ‘특별하시군요’라는 칭찬을 건넨다. 현실 속 월터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모두 특별한 삶을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옆에 있는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률적인 삶’이라는 생각에 한숨이 푹- 나올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이 특별하다는 상상을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끝없이 상상하다 보면 새로운 자신을 찾게 되는 지점이 생길지도 모르니.
월터의 상상은 주로 눈앞의 현실을 다르게 만들고 싶을 때 생겨난다. 무례한 상사에게 일침을 날리거나,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상상처럼 말이다. 영화를 보다 보면 월터가 어느 순간 상상을 하지 않는 시점이 온다. 숀 오코넬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하면서 그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것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상상하는 것은 셰릴의 모습뿐이다. 셰릴은 망설이는 월터에게 응원과 용기, 그리고 그리움이다.
월터의 새로운 시작은 항상 RED 컬러와 함께다. 빨강은 열정, 사랑, 에너지를 표현하는 색이다.
숀을 찾으러 처음으로 오른 그린란드행 비행기
그린란드에 도착해 처음으로 빌린 렌트카
월터를 옥죄던 양복과 딱딱한 가방을 내려두고 갈아입은 버건디 컬러의 니트와 천 가방
숀을 찾기 위해 히말라야산맥을 오르며 입었던 빨간 등산복
숀의 25번째 사진을 찾게 되고 건물에서 나오며 열었던 문. 영화의 중간중간 월터에게 빨강이 매칭되는 순간, 월터에겐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
월터는 어릴 적 보드를 꽤나 잘 탔던 어린아이였다. 그랬던 그는 현실과 생계를 위해 파파존스부터 KFC, 라이프 잡지사에 근무하며 매일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 셰릴의 아들인 리치를 만나 모든 것의 기본인 ‘킥플립’을 알려주며 월터는 잠시나마 어릴 적의 기억을 더듬어보는 듯하다. 롱보드는 어릴 적 월터의 즐거움, 꿈과 같다.
쭉쭉이 암스트롱 또한 월터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다. 월터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오데사가 준비한 선물은 ‘쭉쭉이 암스트롱’이다. 어릴 적 제일 좋아했다는 장난감. 월터는 급하게 회사에 돌아가면서도, 여행을 떠나면서도 쭉쭉이 암스트롱을 가방에 넣어간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월터, 롱 보드를 갖고 있는 소년에게 ‘꼭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라며 쭉쭉이 암스트롱과의 교환을 제안한다. 어린 시절의 마음을 떠오르게 한 암스트롱을 소년에게 주고, 어릴 적 꿈과도 같은 롱보드를 얻게 된다. 그가 롱보드를 꼭 주고 싶었던 사람은 셰릴의 아들 ‘리치’이자 자신이었을지도 모른다.
롱보드를 다시 품에 안은 월터. 그의 올곧은 긴장감을 만들어냈던 넥타이는 반으로 찢겨 월터의 손에 감겼고, 아이슬란드의 쭉 뻗은 도로를 보드를 탄 채 시원하게 내달리는 그의 얼굴엔 해방감과 행복함이 가득했다.
월터의 청소년 시절과 아버지를 추억하게 만드는 매개체다. 월터가 17살이었던 해 화요일, 아버지는 무엇이 급하기라도 한 듯 가족들의 곁을 떠난다. 아버지는 떠나기 전 어머니에겐 피아노, 유럽여행을 떠난다는 월터에겐 여행 일기장을 선물했다. 어머니는 그 피아노를 무엇보다 소중히 여겼고, 덩치 큰 피아노 때문에 적절한 집을 찾지 못해 힘이 들 때도 그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끝까지 지켜내려고 노력했고, 월터는 그때의 물건들을 상자 속 깊숙이 숨겨버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월터는 바로 ‘파파존스’에 취업하게 되는데, 그 시절 월터는 ‘지금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청소년이었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했을 때 다시 만난 ‘파파존스’에서 월터는 다시 한번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사와 함께 짐을 정리하며 발견했던 ‘월터의 가방’을 다시 들게 된다.
월터의 가방을 들고 숀을 찾는 여정을 떠난 월터는 한 번의 좌절을 겪고 돌아오지만 ‘잘 다녀오렴’이라는 아버지의 글씨에 한 번 더 용기를 낸다.
월터는 여행을 떠나며 흔치않은 경험을 한다. 헬기에서 배로 뛰어내려 상어를 만나기도 하고, 화산을 향해 자전거를 타보기도 하고, 에드 고스를 두 눈으로 목격하고, 히말라야를 오르기도 한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은 E-하모니의 직원 토드는 “상상력이 많은 회원은 인기가 없는데..”하며 월터의 말을 쉽게 믿지 못했다. 그러다 LA 공항에서 처음으로 월터와 얼굴을 마주한 그는 “버라이어티 한 인생을 사시네요”하며 월터를 칭찬한다.
물론 모두가 상상도 못한 ‘버라이어티 한 삶’을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 월터처럼 헬기에서 뛰어내릴 이유도, 히말라야를 올라봐야 할 의무도 없다. 하지만 상상해봤던 일들 중 하나쯤은 도전해봐도 좋지 않을까
안을 봐
월터에게 지갑을 선물로 보낸 숀, 박스의 표면엔 “안을 봐”라는 글이 적혀있다. 월터는 당연하게도 박스 속 지갑을 보았고, 숀은 지갑 속 숨겨놓은 ‘삶의 정수’같은 25번째 사진을 보길 바랐다. 숀은 월터의 내면,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 인정해주는 사람이자, 자신의 인생 속 아름다운 순간을 찾아 오래도록 머물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월터는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숀은 그런 월터가 자신의 가치를 찾길 바라고, 그를 인정해주는 사람이었다.
월터는 25번째 사진을 찾아 떠나는 여행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갔고, 열등감을 만들어냈던 E-하모니 멤버를 탈퇴했다. 그리고 윙크 버튼 한 번을 누르기 힘들었던 낮은 자존감을 가진 인물에서, 당당하게 데이트를 신청할 만큼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사람이 되었다
'자존감’높은 사람보다는 ‘잘난척’하는 사람이 되기 쉬운 분위기 속 나 자신을 돌아보는 건 굉장히 뻘쭘하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나 자신을 아끼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건 결국엔 나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이 영화의 엔딩에 나오는 '삶의 정수'가 담긴 사진을 보고 생각했다. 다른 멋있고 거창한 것들이 아닌, 나 자신, 나의 인생이 바로 ‘삶의 정수’인 것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