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후기/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넷플릭스 영화 추천/해석]
개봉일 : 2019.11.27. (한국 기준)
감독 : 노아 바움백
출연 :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로라 던, 알란 알다, 레이 리오타, 아지 로버트슨, 줄리 하거티
결혼의 끝에서 읊어보는 당신의 장점과 단점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안고 소중한 아들을 함께 키우며 행복한 날들만 남았을 거라 기대한 결혼. 하지만 조금씩 벌어지는 부부의 거리. 결혼의 끝에서 다시 새겨보는 상대의 장점. 깊어진 감정의 골을 다시 채워 넣기엔 너무도 늦어버린 두 사람. 가장 큰 행복을 줄 수 있는 것도 가장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것도 모두 당신이기에 끝내야 하는 관계. 그들의 갈등과 사랑, 슬픔이 섞여 만들어낸 ‘결혼 이야기’
결혼 이야기는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력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되는 영화다. 두 배우의 조합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는데.. 둘이 주고받는 대사와 감정에 나도 모르는 새 이끌리게 된다.
결혼 이야기는 서로를 사랑했지만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남긴 부부의 이야기다. 결혼의 끝에서 천천히 다시 훑어보는 그들의 결혼 생활과 상처. 먹먹함과 슬픈 감정이 교차한다. 그냥 다시 행복해지면 안 될까- 싶을 만큼 말이다.
파경을 맞았지만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 가족을 예리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
뉴욕에서 아들 헨리를 키우며 함께 살고 있는 부부 니콜과 찰리. 영화는 찰리의 나레이션과 함께 시작된다. 아내 니콜의 장점과 특징들.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니콜이 보는 찰리의 장점들. 행복해 보이는 가정의 모습. 하지만 조금씩 쌓여가는 갈등과 니콜을 힘들게 하는 심리적인 문제들. 니콜과 찰리 부부는 결국 이혼을 택하게 된다.
니콜과 찰리는 잘 어울리는 누가 봐도 매력적인 부부다. 둘은 첫눈에 반해 사랑을 시작했다. LA 출신인 니콜과 뉴욕에서 극단 활동을 하고 있던 찰리. 니콜은 LA에서 촉망받는 배우였고 당시 약혼자가 있었지만 자신이 살아있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니콜은 LA에서 찰리를 만나는 순간 자신의 일부가 살아남을 느꼈고 뉴욕에 남아 찰리와 가정을 꾸리게 된다. 찰리와 그의 인생에 맞춰서. 아들 헨리가 태어난 후로는 헨리에게 맞춘 생활을 하는 니콜. 그녀는 찰리의 인생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특별함을 잃어간다고 느낀다.
찰리는 니콜과 만나 극단의 감독으로서 승승장구하게 된다. 촉망받는 배우였던 니콜의 극단 가입과 무대 위 연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고 찰리와 극단원들의 노력이 합쳐져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게 된다.
감독으로서 성장함과 동시에 더욱 바빠진 찰리. 니콜과 헨리를 사랑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함께 호흡하는 것이 조금은 버겁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 사이 생겨버린 니콜과의 관계의 틈. 서서히 벌어지던 그 틈은 커다란 균열을 만들게 된다.
찰리와 니콜은 다른 성격을 가졌다. 용감한 니콜과 깔끔한 찰리. 결정을 잘 하지 못하는 니콜과 포기하지 않는 찰리. 그들의 공통점이라면 경쟁심이 강하다는 것. 아들 헨리를 사랑하고 헨리와 함께하는 걸 누구보다 좋아한다는것 뿐이었다.
헨리에 대한 두 사람의 사랑은 이혼 조정에 큰 갈등거리가 된다. 이혼 조정을 위해 상담사 코언을 찾아간 두 사람. 코언은 둘이 결혼한 이유를 떠올리며 상대방의 장점을 적어보자고 얘기한다. 종이 한가득 써 내려간 상대방의 장점. 하지만 니콜은 그것을 읽는 걸 거부한다.
니콜의 마지막 연극 무대가 끝나고 말 한마디 없이 함께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 니콜의 연기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둘.
니콜은 ‘오늘은 눈물이 날 줄 알았는데’라고 덤덤하게 말을 던지고 굿나잇 인사와 함께 방으로 들어간다. 무대 위에선 흐르지 않았던 눈물이 순식간에 차오른다.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힌 니콜은 아들 헨리와 함께 자신의 집이 있는 LA로 돌아간다. 10년 전 출연했던 드라마 이후로는 TV활동을 하지 않았던 니콜에게 파일럿 프로그램 제안이 들어왔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헨리와 LA로 돌아온 니콜. 찰리의 연극과 찰리의 인생을 중심으로 살다가 다시 돌아온 LA는 니콜에게 자유를 주었다. 그리고 동시에 갈등의 감정이 들게 만든다.
둘이 조용히 해결하려고 했던 이혼은 변호사 ‘노라’를 만나면서 변환점을 맞게 된다. 양육권에 대한 갈등, 보상에 대한 갈등, 소송에 대한 갈등까지. 니콜과 찰리는 헨리를 사랑하기에 특히 양육권에 대한 갈등을 크게 겪는다.
부모님의 이혼과 둘이 떨어져 살게 된다는 걸 너무도 명확히 알고 있는 아들 ‘헨리’ 니콜은 헨리를 찰리 집에 데려다주며 헨리의 곰인형을 함께 전해준다. 곰인형이 2개 있으니 찰리의 집에 둬도 된다고 말하는 니콜. 곰인형을 2개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낸건 아들 헨리였다.
그리고 헨리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가자고 말하면서 자신은 엄마와 한번 아빠와 한번 가도 상관없다고 얘기한다. 엄마 아빠의 이혼을 가깝고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헨리의 모습이 필요 이상으로 어른스러워 안쓰럽게 느껴진다.
내 인생을 바꾸려고요
니콜에게 결혼생활은 행복하지만 자신의 인생을 잃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니콜은 찰리의 음식 취향을 알고 있고 그의 머리를 잘라주기도 하고, 아들 헨리에 대한 일들이라면 찰리보다 더욱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니콜은 이제 자신을 찾고 싶어한다.
여기서 누군가의 편을 들겠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찰리는 결혼생활에 조금 소홀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아들 헨리가 찰리에게 느끼는 거리감과 아들에 대해 놓치고 있는 점들이 많았던 찰리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한 것이다.
찰리는 헨리와 함께 즐거운 할로윈을 보내기 위해 코스튬을 제작하고 LA로 달려가지만 찰리와 헨리의 할로윈데이는 조금 아쉽게 끝이 난다. 헨리는 ‘할로윈이 끝났으면’, ‘LA가 더 좋아요’라는 말을 하는데, 헨리는 아빠보다 엄마와 함께할 때 조금 더 밝은 모습을 보인다.
어떻게 시작하는데?
대화를 나누기 위해 찰리의 집으로 찾아온 니콜. 찰리와 니콜은 팽팽하게 대립한다. 두 사람의 옷 색과 맞춰 반으로 나눠진 집안의 인테리어 컬러는 둘의 대립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대화를 시도하는 니콜과 대화의 시작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는 찰리. 결국 둘은 감정에 휘말리고 찰리는 저주에 가까운 말을 내뱉는다. 그리고 밀려오는 후회와 슬픔의 감정. 둘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이 엉켜버린 것일까. 미친 듯이 휘몰아친 감정의 돌풍 속에서 남은 건 후회와 슬픔뿐이었다.
서로의 말에 의하면 이기적인 남자 찰리와 많은 것을 바란 여자 니콜. 둘은 결혼생활의 끝에 서있었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위해 자신이 내뱉은 말 앞에 이기적인 남자는 무릎을 꿇는다.
찰리와 헨리의 생활을 지켜보기 위해 찰리의 집을 방문한 감독관 ‘낸시’. 헨리는 아빠 찰리에게 ‘칼 묘기’를 보여달라고 하지만 찰리는 어른들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 거라며 거절한다.
칼 묘기라는 단어를 듣고 흠칫하는 낸시. 헨리가 방에 들어가고 찰리는 낸시에게 칼 묘기에 대해 해명한다. ‘칼 묘기’는 찰리가 갖고 다니는 열쇠 꾸러미에 달린 작은 칼로 자해를 하는듯한 연기를 보여주는 것인데 그 작은 칼은 니콜이 선물한 것이었다.
그리고 낸시에게 칼 묘기를 보여주는 찰리. 그는 정신이 없었는지 실수로 자신의 팔을 긁게 된다.
황급히 자리를 뜨는 낸시. 괜찮은 척을 하다 급하게 수돗가로 향해 피를 씻고 자신의 팔을 감싸 안는 찰리의 모습에 심장이 저려온다.
이혼 소송은 헨리의 양육권을 55 대 45로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찰리는 UCLA에서 전임직을 맡게 됐고 니콜은 연기를 넘어 감독에 도전하며 새로운 자신의 삶을 찾아간다.
할로윈 데이를 보내기 위해 찾아간 니콜의 집. 니콜의 가족들은 여전히 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할로윈 코스튬으로 갈아입기 위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 어른들. 헨리는 혼자 침대에 앉아 글을 읽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헨리였지만 이젠 몇 가지 단어를 제외하면 제법 글을 잘 읽는다.
헨리가 읽고 있던건 니콜이 썼던 찰리의 장점. 니콜은 결국 읽지 않았지만 그 글은 헨리를 통해 찰리에게 전해진다. 니콜이 사랑했던 찰리의 장점은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몇 가지 실수와 존중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 행복했던 결혼생활은 순식간에 바뀌어버렸다.
니콜이 쓴 자신의 장점을 읽으며 찰리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헨리와 함께 천천히 글을 읽듯이 니콜의 마음을 천천히 읊어봤다면 세 사람은 모두 행복할 수 있었을까?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 두 사람. 하지만 헨리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히 똑같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 또한 잃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찰리의 신발 끈을 묶어주는 니콜의 모습은 많은 감정을 느끼게 했다. 전처럼 같이 행복하게 지내면 안 될까- 싶은 질척거리는 감정이 들기도 했지만.. 각자의 삶을 한 발자국 떨어져 응원하는 사이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도 현실적이라 더욱 깊이 남는 영화 ‘결혼 이야기’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했더라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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