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경 Jan 19. 2021

<아이언 자이언트>-'네가 무엇이 될진 네가 결정해'

[영화 후기,리뷰/ 왓챠 애니메이션 영화 추천/결말 해석]

                                                                              

아이언 자이언트 (The Iron Giant)

개봉일 : 2000.05 (한국 기준)

감독 : 브래드 버드

출연 : 제니퍼 애니스톤, 빈 디젤, 엘리 마리엔탈, 크리스토퍼 맥도날드, 해리 코닉 주니어


네가 무엇이 될진 네가 결정해


1999년, 약 20여 년 전에 제작된 애니메이션 <아이언 자이언트>는 그 시절, 우리가 한 번쯤 꿈꿨던 커다란 로봇 친구가 나온다. 어릴 적 나는 로봇 또는 인형을 또 다른 친구로 생각하며, 가끔은 생명을 불어넣어 친구들과 함께 역할극을 하기도 했다.


나의 커다란 로봇 친구에 대한 환상은 <로보트 태권V>시리즈와 <천공의 성 라퓨타>를 본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나보다 크고, 강하고, 언제든 나를 믿어주며 지켜줄 것 같은 로봇 친구. 흔히 로봇은 감정이 없는 존재로 인식되곤 하지만, 그 시절 나는 로봇에게도, 또 인형에게도 우리와 같은 마음이 있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인지 <토이스토리> 시리즈를 좋아했고, <월-E>도 여전히 나의 눈물 버튼이다.



<아이언 자이언트>의 주인공은 보살핌과 사랑이 필요한 아이 ‘휴즈’와 어디서 떨어진지조차 모르는 로봇 ‘아이언 자이언트’다. 둘은 인간과 로봇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친구가 된다. 솔직히 이 영화를 처음 보기 전엔 “아, 이제 로봇 보면서 감동하기엔 나이가 좀 많지 않나.”싶었는데.. 난 아직 나이가 많진.. 않은가 보다. 왜 이 영화가 누군가의 인생 애니메이션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커다란 금속 로봇이다. 화려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무기를 가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간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에 나온 애니메이션 영화들에 비하면 상당히 단출하고, 어찌 보면 뻔하다. 근데 이 뻔한 우정과 감정은 여전히 나를 충분히 만족시킨다. 자극적인 부분 하나 없이 아주 부드럽게. 이런 영화를 보고 있자면 TV 앞에 앉아 만화영화를 보던 그때가 생각난다.




아이언 자이언트 시놉시스


작은 시골마을의 외톨이 소년 ‘호가드’는 숲속에 불시착한 거대 로봇 ‘자이언트’를 만나 친구가 된다. 겉모습과는 달리 아이처럼 순수한 ‘자이언트’ 와 그를 영혼이 깃든 생명체로 느끼며 보호하려는 ‘호가드’. 20년 만에 돌아온 이 가슴 뛰는 이야기는 여기서 다시 시작된다. 과연, ‘호가드’와 ‘자이언트’는 무사히 둘의 우정을 지킬 수 있을까?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폭풍우 치던 밤. 어디서 왔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거대한 로봇 아이언 자이언트가 메인 주 해안에 떨어진다. 아이언 자이언트가 떨어지던 순간을 목격한 사람들은 그것을 위성의 추락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그렇게 호가드가 사는 마을에 도착한다.


호가드는 새로운 친구와 관심이 필요한 아이다. 친구들은 호가드와 어울려주지 않고, 엄마는 매일같이 일하느라 바쁘다. 호가드는 자신과 함께해줄 친구가 필요했다. 친구를 대신할 동물이라도 키워보고 싶었지만, 엄마는 벽지를 뜯는다며 애완동물 키우기를 반대한다. 언제나처럼 혼자 밤을 보내던 호가드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밤늦게까지 공포영화를 보고 있었다.



쿵- 무언가 거대한 것의 소리가 들린다. 화성에서 온 침입자일까? 부러진 나무들을 지나 송신탑에 도착한 호가드는 쇠붙이를 뜯어먹는 거대한 괴물 아이언 자이언트를 만난다. 번뜩이는 눈에 끝없이 치솟은 키의 로봇. 호가드는 전깃줄에 걸려 기절한 아이언 자이언트를 지켜보다 로봇의 입에 돌을 던져본다. 어른이었다면 바로 도망치거나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했을 텐데, 휴즈는 순수한 아이의 호기심을 빛내며 아이언 자이언트에게 접근한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자신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잃은 로봇이다. 기억이 생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지워진 것인진 몰라도 아이언 자이언트는 자신이 어떤 로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호가드의 앉은 자세를 따라하던 커다란 로봇은 어느새 호가드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다.



“너같이 큰 걸 보면 사람들은 총을 쏴.”


호가드는 송신탑을 뜯어먹는 아이언 자이언트를 보고 겁을 먹기도 했지만, 누군가를 해치지 않는 선한 존재임을 깨닫고 아이언 자이언트를 보살핀다. ‘로봇은 우리에게 해를 입힐 것이다.’라든지 ‘내가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당한다.’ 같은 선입견이나 공격성을 하나도 띄지 않은, 순수한 소년의 마음으로 말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호가드와 달랐다.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것을 보면 망설임없이 총을 쏘고, 위험을 제거하려고 한다. 불가해 현상부서의 켄트 맨슬리는 아이언 자이언트의 존재를 정확히 모르지만, 우선 ‘그것은 우리가 제거해야 하는 위험’이라는 선입견을 품은 채 아이언 자이언트를 찾는다.



네가 무엇이 될진 네가 결정해


휴즈는 잠들기 전, 아이언 자이언트와 함께 만화책을 본다. 만화책의 주인공은 슈퍼맨과 아토모다. 슈퍼맨은 지구에 뚝 떨어진 이방인이지만, 선한 일에 힘을 쓰는 슈퍼히어로. 아토모는 금속으로 된 몸을 가진 악당 로봇이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그 두 캐릭터의 특징을 한곳에 합친 존재인데, 휴즈는 아이언 자이언트의 금속 몸보다 선한 마음에 집중한다. 휴즈는 아토모에 대해 이야기하며 “너랑 다르다”고 말한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금속 몸을 가진 로봇이지만. 누구보다 선한 마음을 가졌으니 커다란 무기나 악당이 아닌 슈퍼 히어로인 슈퍼맨도 될 수 있다. 사람들을 도와주는 슈퍼맨이 될지, 아토모 같은 악당이 될지는 아이언 자이언트의 선택에 달린 것이지 남들이 결정하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휴즈는 아이언 자이언트의 선한 마음을 믿기에, 그가 악당이 아닌 히어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토모 싫어, 난 슈퍼맨이야.


아이언 자이언트는 공격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 아니다. 그는 공격이 아닌 방어 기제만을 갖고 있었지만 맨슬리와 그의 거짓말에 속은 군인들은 아이언 자이언트가 마을을 공격한다고 믿는다. 놈은 무기라고 소리치는 맨슬리의 모습을 보며 이기적이고 편협한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휴즈를 지키기 위해 하늘로 날아오르고, 슈퍼맨처럼 주먹을 뻗어본다. 금속 몸을 가진 악당이 아닌, 금속 몸과 착한 마음을 가진 그는 휴즈의 친구이자 누군가를 지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로봇이다. 오히려 마을을 위험에 빠트린 건 편협한 시선을 가진 군인 맨슬리였다.



누군가의 특정한 조건이나 단면을 보고 그를 판단할 순 없다. 금속의 몸을 가졌거나 크다고 해서 아이언 자이언트가 난폭한 악당인 건 아니었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제 어린이가 아님을 부정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아이언 자이언트>의 주인공 휴즈처럼 편견 없는 눈으로 무언가를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참 어려운 일이다. 언젠가는 나도 모르는 새 색안경을 끼고 대상을 바라볼 때도 있고, 그의 속을 들여다볼 생각조차 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리고 어쩔 땐 이런 순수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영화의 감동을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다. 아주 가끔 어린 시절의 내가 느꼈던 순수한 우정과 편견 없는 시선을 되찾고 싶을 때가 오면, 나는 이 영화를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시시해 보일 수도, 뻔해 보일 수도 있는 이 영화가 나에게 읊어준 교훈은 아주 기본적이면서도 깊은 것이기에, 그 기본이 흔들리는 날이 오면 함께 엎드려 만화책을 보던 아이언 자이언트와 휴즈가 생각날 것 같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kyung769/

블로그 : https://blog.naver.com/hkyung769 

매거진의 이전글 <미드소마> - '흔들리는 존재의 틈을 파고드는 광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