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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Jan 31. 2021

<킬 유어 달링> - '몰락과 방랑의 수레바퀴 속..'

[영화 후기,리뷰/왓챠, 문학, 데인 드한 영화 추천/결말 해석]



                                                                              

킬 유어 달링 (Kill Your Darlings)

개봉일 : 2014.10.16. (한국 기준)

감독 : 존 크로키다스

출연 : 다니엘 래드클리프, 데인 드한, 벤 포스터, 마이클 C.홀, 잭 휴스턴, 제니퍼 제이슨 리, 엘리자베스 올슨


몰락과 방랑의 수레바퀴 속 불투명한 청춘


<킬 유어 달링>을 처음 본 건 2014년 후반기, 개봉 때쯤이었다. 그 당시 나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새 영화가 나왔다는 소식에 바로 <킬 유어 달링>을 찾아보게 되었다. 장대했던 해리포터 시리즈가 끝나고 오래 지나지 않은 시기에 공개된 작품이다 보니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이 영화를 봤었다. ‘해리 포터를 연기한 배우의 작품이니 꼭 봐야지.’라는 기대 반, ‘여전히 해리 포터가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반으로. 이 영화를 다니엘 래드클리프 때문에 찾아보게 된 분들이라면 아마도 대부분 나와 같은 걱정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나의 걱정을 영화의 초반부에서 깨부쉈고, 그의 뒤를 이어 나타난 데인 드한은 나를 완전히 홀려버렸다. 영화를 보면서 루시엔이 <토탈 이클립스>속 랭보와 닮아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토탈 이클립스>속 랭보 캐릭터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는진 모르겠지만, 랭보의 시를 읊던 데인 드한의 모습 또한 나의 뇌리에 깊이 박힌 채 진한 잔상을 남겼다. 특히 <토탈 이클립스>에서 ‘랭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테이블에 올라가 다른 시인들을 내려다보는 장면과 <킬 유어 달링>에서 ‘루시엔(데인 드한)’이 도서관 테이블 위에서 금서의 내용을 읊는 장면이 겹쳐지던 순간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킬 유어 달링>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보자면 이렇다. 1950년대, 미국에선 현대의 산업 사회를 받아들이지 못하던 비트족 세대가 있었다. 기존의 질서와 도덕을 거부하던 그들은 재즈와 마약, 파티를 즐기며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킬 유어 달링>은 비트 제너레이션의 대표적인 문학가 앨런 긴즈버그와 그의 뮤즈 루시엔 카의 실화를 담은 영화다.


앨런이 등단한 시인인 아버지의 품을 벗어나 나만의 시를 쓰기 시작할 때 나타난 매혹적인 뮤즈 루시엔은 앨런을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루시엔은 방탕한 생활을 하며 지금까지 이어져 온 문학의 격을 파괴하는, New Vision을 추구한다. 그는 순식간에 앨런의 반복되는 수레바퀴를 깨부수고 끝없이 흩트려놓는다. 앨런은 기준점 없이 방랑하던 루시엔의 영혼을 따라 그의 뒤를 밟는다. 루시엔의 발걸음이 자신을 어떤 세상으로 이끌고 있는지, 그가 바라는 혁명이 어떤 것인지. 그 끝엔 어떤 결말이 있는지 고려하고 움직이기엔 그는 너무도 매혹적이었다.


루시엔과 앨런이 처음 대화를 나누던 순간, 루시엔은 브람스의 곡을 알고 있는 앨런을 마음에 들어 하며 “드디어 이 사막에 오아시스가 나타났군”이라고 말한다. 루시엔에게 앨런은 사막의 오아시스, 앨런에게 루시엔은 새로운 수레바퀴의 시작점이 된다. 변화와 몰락의 사이에서 끝나지 않는 몽환적인 꿈을 꾸고 있던 청년들이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들이 꿈꾸던 신혁명은 어떤 것이었는지, 그 시작점이 된 사건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배우들의 섬세한 눈빛과 영화의 음악이 보는 이를 순식간에 끌어들이는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다.




킬 유어 달링 시놉시스


컬럼비아 대학 신입생 앨런 긴즈버그는 학교에서 만난 잭 케루악, 윌리엄 버로우즈와 함께 '뉴 비전' 이라는 새로운 문학 운동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야심찬 청춘 작가들의 중심에는 매혹적인 뮤즈 루시엔 카가 있다. 하지만 의문의 밤, 루시엔에게 일어난 충격적 사건은 그들 모두의 삶을 바꿔버리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기존의 질서와 도덕 유지를 이유로 봉인되어버린 금서를 서슴없이 꺼내읽으며 도서관 책상을 훌쩍 넘어 다니는 소년. 그게 루시엔 카의 첫 모습이었다. 그와 정반대의 소년 앨런은 네 시를 써보는 게 어떠냐는 아버지의 제안과 동시에 컬럼비아 대학에 합격하고, 어색함과 설렘을 한껏 끌어안은 채 캠퍼스에 들어선다.


사교 파티가 어색한 앨런과 사교 파티 따위는 가지 않는다는 루시엔. 앨런은 복도에 울려 퍼지는 소리를 따라 루시엔의 방에 들어간다. 그날 밤, 앨런은 이상하고 새로운 나라에 발을 들이게 된다. 루시엔의 뒤를 밟으며.


                                                                        

세상의 끝에 온 걸 환영해.


루시엔은 누군가 깨지 않는 이상 반복되는 수레바퀴를 깨 부셔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의 문학, 기존의 질서, 기존의 도덕, 그리고 기존의 삶. 기존의 것을 깨부수면 더 넓은 세상이 나올 것이라고.. 그는 누구보다 강하게 새로움을 원하고 있었다. 루시엔에게 앨런은 꿈꾸는 뉴 비전을 이뤄줄 수 있는 사막의 오아시스였다. 새로운 음과 운율을 만들어내고, 처음을 기록할 수 있는 순수한 작가. 앨런은 신혁명이 열리기 전, 세상의 끝에 서게 된다.


                                                                       

새로 태어나려면 우선 죽어야 한다.


루시엔과 앨런은 신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새로 태어나기로 결심한다. 새로 태어나기 위해선 우선 죽어야 한다. 두 사람은 함께 밧줄에 몸을 맡긴다. 두 사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파이프가 구부러져 엉덩방아를 찧은 순간부터 루시엔과 앨런은 새로운 혁명을 시작한다. 루시엔과 앨런, 윌리엄은 더 큰 세상을 위해 규율을 깨나간다. 그들은 이전의 나를 죽이고, 이전에 기록된 모든 것을 찢고, 도서관의 성전을 바꿔놓으며 자신들의 뜻을 알린다.



숨은 사랑을 찾아 주고, 나누고, 잃어라. 피우지 못한 채 죽지 않도록


앨런은 날 위해 뭔가 써줬으면 좋겠다는 루시엔의 부탁에 새로운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를 보며 처음 떠올랐던 것. 데이브와 함께 있는 그를 보며 느꼈던 감정. 데이브가 루시엔의 어깨에 손을 얹던 순간의 기억. 앨런은 사적인 감정을 죽여야 한다는 창의적 글쓰기의 1단계를 지키지 않은 채, 자신의 온전한 첫 감정을 글에 담는다. 시인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지금껏 한결같이 지켜왔던 음과 운율을 깨부순 것이다.


앨런은 그렇게 루시엔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간다. 그와 동시에 루시엔은 자신을 옥죄던 데이빗에게서 한 발자국 멀어지려 한다. 그는 나의 모든 것을 옥죄려고 하는 인연과의 이별을 결심한다. 하지만, 루시엔은 여전히 자신의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것들을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넘을 수 없는 진한 선을 긋는다.



인생이 ‘처음’으로 가득 차길, 더욱 넓어지길 바라던 소년은 오랫동안 자신을 억압하는 남자에게서 도망치지 못하고 있었다. 루시엔은 새로운 것을 만들고, 받아들이기엔 이미 너무 지쳐있었는지도 모른다. 데이빗은 어린 소년이었던 루시엔을 자신의 연인으로 만들었고, 루시엔이 어디로 도망가든 그의 뒤를 쫓는다. 인생을 옥죄던 데이빗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루시엔은 시카고에서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 또한 데이빗에 의해 실패하고 만다. 마지막 방법으로 선원이 되기 위해 떠나려던 밤, 데이빗은 또다시 루시엔의 앞에 나타난다. 루시엔에게 더 이상의 선택지는 없었다. 의문이 가득한 밤이 지나고, 소년을 옥죄던 남자는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루시엔이 데이빗을 살해하고 경찰에 끌려간 후에야 시카고에서 있었던 일을 알게 된 앨런은 데이빗의 집을 찾아가 루시엔의 흔적을 찾는다. 앨런이 찾은 루시엔과 데이빗의 사진 뒤엔 'THE PERFECT DAY'라고 적혀있었다. 앨런은 순식간에 ‘한때는 너도 그를 사랑했지’라는 말머리를 시작으로 한편의 글을 써낸다. 루시엔은 앨런에게 자신이 이성애자라는 것과 ‘명예살인’이었음을 증명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앨런은 루시엔의 바람과는 정반대의 글을 써낸다.


                                                                        

난 벽에 남긴 싫어.


루시엔과 앨런, 잭, 윌리엄이 바에 앉아 신혁명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날. 루시엔은 벽에 붙어있는 신문기사 속 잭의 사진을 보며 자신은 벽에 남는 것이 아닌, 신혁명을 이루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루시엔은 신혁명을 이룬 작가가 아닌, 신문 속 ‘살인 사건’의 당사자가 되어 벽에 걸리게 된다. 결국 루시엔의 혁명은 종말에 도달하게 된다. 많은 문학가들의 뮤즈였던 그는 오랜 시간 고통받다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다. 루시엔이 신 혁명과 새로움을 크게 갈망했던 건, 그의 인생이 같은 곳을 도는 수레바퀴처럼 억압받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많은 젊은이들이 새로운 시대를 향해 소리치고 있던 그때, 한 소년은 벗어나고픈 억압에 눌려 칼을 빼들었고, 그를 뮤즈로 삼은 다른 소년은 새로운 글을 써낸다. 영원히 남을 것만 같았던 집착을 끊어낸 소년과 영원히 남을 글을 써낸 소년. 모두에게 의문만이 남은 밤이 지나고, 자신을 죽인 대가로 이뤄낸 새로운 시대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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