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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Feb 17. 2021

<라이프> - '내가 여기 있었다. 내 인생 속에'

[영화 후기,리뷰/왓챠, 데인 드한, 로버트 패틴슨 영화 추천/결말해석]

 

라이프 (Life)

개봉일 : 2015.10.15. (한국 기준)

감독 : 안톤 코르빈

출연 : 데인 드한, 로버트 패틴슨, 벤 킹슬리, 조엘 에저튼, 알레산드라 마스트로나르디


내가 여기 있었다. 내 인생 속에


내 인생엔 남이 아닌 내가 담겨있어야 한다. 다른 이의 뜻을 무조건 따르기 이전에 나에겐 내가 있어야 한다. 인생이 한 장의 사진이라면, 나는 그 사진의 중앙에 서있는가, 아니면 사진밖에 서서 다른 이를 담아내고 있는가.


<라이프>는 할리우드의 ‘원조 반항아’라 불렸던 배우 제임스 딘과 라이프지 소속 작가 데니스 스톡의 만남, 제임스 딘의 포토에세이가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영화다. 반항아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자유분방했던 배우 제임스 딘과 생계를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한 작가 데니스. 두 사람은 다른 시선으로 인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니스는 귀를 닫은 채 걱정 없이 살아가는 제임스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제임스의 과거와 그의 신념에 대해 알아가며 진짜 ‘제임스 딘’을 사진에 담는다.



제임스 딘은 24세의 나이로 요절한 배우다. 제임스 딘이 주연을 맡았던 영화는 총 3편뿐이지만, 그의 영향력과 이름은 여전히 건재하게 남아있다. 일각에선 이른 나이에 삶을 마감한 젊은이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그가 과대평가된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론 아직 제임스 딘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한 적이 없기에 그가 과대평가된 배우인지, 정말 천재였는지는 당장 말할 수 없지만 그가 남긴 말들과 <라이프>에서 그려진 모습을 보며 그가 가졌던 신념은 누구보다 자유롭고 올곧았다는 것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남긴 말 중, 이 영화와 어울리는 것들이 있어 가져와봤다.

                                                                            

만족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온다.
The gratification comes in the doing, not in the results.               
배우가 감독이 지시하는 대로 장면을 연기하는 것은 연기가 아니다. 그것은 지시사항을 따르는 것이다. 외적 조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When an actor plays a scene exactly the way a director orders, it isn't acting. It's following instructions. Anyone with the physical qualifications can do that.


제임스 딘은 오래전 이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흔적들은 앞으로도 우리 곁에 오래 남아있을 것이다. 영화 <라이프>는 제임스 딘의 시작을 잔잔하게 그려내면서, 그 시간에 제임스 딘이라는 인물이 존재했음을, 진심을 다해 살아갔음을 다시 한번 말해주고 있다.




라이프 시놉시스


전설적인 잡지 '라이프 매거진'의 신인 사진작가 데니스 스톡은 기대와 달리 생계를 위해 스타의 가십을 쫓는 일상에 지쳐가고, 새 영화의 개봉을 앞둔 무명 배우 제임스 딘은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과 인기스타의 삶을 쫓는 현실 사이에서 방황한다.

<에덴의 동쪽> 개봉을 앞둔 기자 회견장. 제임스 딘은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가 인기스타와 결혼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마침내 제임스 딘은 데니스와 함께 전 세계에 자신의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인 '라이프 매거진' 화보 촬영을 시작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습니다 * 



55년 LA. 프리랜서 사진 기사 데니스는 카잔 감독의 신작 주인공 자리를 꿰찬 신인배우 제임스를 만나게 된다. 데니스는 자신을 ‘프리랜서’라 소개하긴 하지만, ‘프리’라는 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작품만을 찍고 있었다.


데니스는 유명인들의 레드 카펫만을 따라다니는 작가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제임스를 설득하기 위해 행사에 따라간 데니스는 레드 카펫 위에 줄지어 서있는 사진작가들과 다르게 플래시를 달지 않은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다. 남들보다 가벼운 카메라를 들고 있는 데니스는 화려하게 꾸며진 레드 카펫 위로 연출된 아름다움을 찍기보단, 반짝이는 빛이 없어도 진심이 담긴 사진을 남기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내가 기획한 작품 사진’을 찍고 싶다는 데니스의 목표와는 반대로 잡지사는 사진작가의 의견보다는 이슈가 될만한 배우들의 레드 카펫 사진에 더 관심이 있다. 데니스는 생계를 위해 잡지사의 필요에 따르게 된다. 7살이 된 아들과 별거하고 있는 아내. 데니스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건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전 어떤 도전도 마다하지 않아요.


자유분방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제임스 딘은 타고난 연기력과 미모로 영화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배우다. 이미 정답이 정해진 인터뷰가 지겨웠던 그는 순간 떠오른 말들을 뱉어내고, 관계자들은 그의 실수를 수습하기 바쁘다. 관계자들은 소속 배우에게 미리 만들어진 이미지를 입히길 바라지만 제임스는 만들어진 이미지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제임스는 자신이 ‘예쁘고 멋지게 포장된 배우’보다는 ‘진실을 말하는 배우’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걸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랐다.


                                                                        

내가 여기 있었다.


데니스는 라이프지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그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사진을 찍을 뿐, 정작 자신이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자신의 인생에 어떤 것을 담아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데니스의 인생이 한 장의 사진이었다면, 그 사진 속엔 데니스 대신 텅 빈 카펫만이 있을 것이다.


제임스는 그런 데니스를 카메라 앞으로 불러내 자신의 사진을 남기도록 만들어준 인물이다. 제임스의 과거를 찾아 인디애나로 떠난 두 사람은 고등학교 졸업파티에 가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유명 인사인 제임스 딘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몰려들고, 데니스는 테이블에서 떨어져 제임스의 사진을 찍는다. 제임스는 데니스와 나란히 서서 마을 사람들에게 ‘우리’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사진이 잡지의 표지감이라고 말하며 웃는다.



데니스와 제임스는 정반대의 환경에서 자랐다. 시골 청년 제임스와 도시 청년 데니스. 여러 여자들을 만나며 사랑을 나누는 제임스와 책임져야 할 아내와 아이가 있는 데니스. 제임스가 몽상가라면 데니스는 현실주의자다.


데니스는 자신이 기획한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지만, 제임스의 일상을 담은 사진을 라이프지에 보냈다가 거절당하게 된다. 그는 다시 ‘라이프에서 좋아할 무언가’를 찾기 위해 사진에 이런저런 설정을 더해본다. 제임스는 비가 내리던 날, 진심을 담아 사진을 찍던 데니스를 보며 그와 함께하길 다짐했지만, 또다시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닌 남이 바라는 것을 담고 있는 데니스의 모습에 실망한다.



제임스는 진실된 것을 데니스는 라이프지가 좋아할 만한 것을 원했다. 제임스는 당연히도 데니스의 의견을 따르지 않았는데, 데니스는 사진작가의 말을 듣지 않는 제임스에게 ‘너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배우’라고 말하며 이번 여행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다. 화가 치밀고 올라와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던 데니스는 거실에 앉아 사촌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제임스의 모습을 보게 된다. 너무도 평화롭고 자연스러우며 아름다운 순간. 데니스는 처음으로 꾸며진 인생의 찰나가 아닌, 진짜 인생의 찰나를 사진으로 담는다.



여러분의 삶을 사세요.


나의 인생을 온전히 ‘나의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LIFE라는 이름을 가진 잡지사에서 일하는 사진 기사 데니스는 정작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데니스는 제임스의 진실된 삶을 함께하며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찾아간다. 제임스는 돈이 되는 일과 찍고 싶었던 것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데니스에게 묻는다. "일본에서 한다는 일이 너를 아티스트로 만들어줘?" 데니스는 제임스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하는 대신, 비를 맞으며 사진을 찍자고 말한다. 데니스와 제임스가 함께 만든 포토에세이는 데니스를 진정한 사진작가로 만들어줌과 동시에 가짜로 덮혀지지 않은 제임스의 모습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



우리의 인생은 사진과 같다. 사람들은 자신의 사진과 초상화를 보며 그 시간에 내가 있었음을, 무언가가 있었음을 증명받는다. 그렇게 남겨진 한 장의 사진과 그림들은 삶의 위로와 용기가 되고 일부가 된다. 그것은 한껏 꾸몄지만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사진일 수도 있고, 화려하진 않지만 진실된 것을 담은 사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왕 한 장의 사진을 남긴다면, 의미 없는 것들로 가득 채운 사진보다는 진심을 담은 사진을 남기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사진 안에 나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함께 담겨있다면 그보다 더 멋진 사진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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