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후기,리뷰/ 넷플릭스, 짐캐리 영화 추천/결말 해석]
개봉 : 1998.10.24. (한국 기준)
감독 : 피터 위어
출연 : 짐 캐리, 에드 해리스, 로라 리니, 노아 엠머리히 나타샤 맥켈혼, 홀랜드 테일러, 브라이언 델리트
수많은 눈이 달린 세상
90년대 후반에 제작됐지만 지금 봐도 정말 참신하고 소름 끼치는 영화 ‘트루먼 쇼’
영화 소개엔 코미디라는 장르가 포함되어 있지만 트루먼 쇼는 코미디가 아닌 현실 스릴러에 가까운 영화라고 생각한다.
트루먼 쇼를 직접 보지 않았더라도 이 영화의 내용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주인공 ‘트루먼’의 일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트루먼 쇼’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버린 누군가의 일생. 그리고 24시간 내내 모든 걸 감시하고 있는 수많은 눈들. 트루먼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것인지 그저 실험체로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난 사람들에게 ‘관음’에 대한 기본적인 욕망이 있다고 본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자연스레 옆자리 사람의 휴대폰 화면에 눈길이 간다든가 누군가의 일상을 가까이서 관찰하는 브이로그 콘텐츠가 성행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트루먼 쇼는 매우 스케일이 큰, 본인만 모르는 초밀착 브이로그 콘텐츠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트루먼 역은 코미디 연기의 달인인 짐 캐리가 맡았다. 유쾌한 웃음과 가지런한 치아 유연한 표정연기. ‘트루먼 쇼’에서 보여준 짐 캐리의 웃음은 가볍지만 수많은 감정이 담겨있다. 모든 게 연출된 세상. 트루먼 쇼의 개발자인 크리스토프는 모든 것은 ‘Real’이며 약간의 제한을 둔 하나의 완전한 세상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트루먼은 이 완벽한 세상에 홀로 살아가는 걸 바라지 않았다.
220개국 17억 인구가 5천 대 카메라로 지켜본 지 10909일째! 작은 섬에서 평범한 삶을 사는 30세 보험회사원 트루먼 버뱅크. 아내와 홀어머니를 모시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하늘에서 조명이 떨어진다!
의아해하던 트루먼은 길을 걷다 죽은 아버지를 만나고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다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라디오에 생중계되는 기이한 일들을 연이어 겪게 된다. 지난 30년간 일상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어딘가 수상하다고 느낀 트루먼은 모든 것이 ‘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첫사랑 ‘실비아’를 찾아 피지 섬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가족, 친구, 회사…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가짜인 ‘트루먼 쇼’ 과연 트루먼은 진짜 인생을 찾을 수 있을까?
트루먼이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된 건 그저 ‘방송 날짜에 맞춰’ 태어났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트루먼의 탄생을 ‘스타의 탄생’이라고 불렀으며 완벽하게 갖춰진 세계에 사는 트루먼은 축복받은 존재라고 얘기한다. 트루먼의 사진이 프린트된 쿠션을 껴안고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욕조에 앉아 목욕을 할 때도. 24시간 방송되는 트루먼 쇼를 틀어놓는다. 온 세상 사람들은 이것이 쇼라는 걸 알고 있지만 주인공인 트루먼은 쇼가 아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트루먼 쇼를 보는 사람들은 트루먼의 인생을 통해 희망과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트루먼의 말이 이어진다.
트루먼은 살아있지만 자신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는 제한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여행과 모험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지만 스튜디오를 넘어가는 건 허용되지 않았기에 트루먼 쇼 개발자들은 트루먼이 모험의 꿈을 포기하도록 만든다. 그 방법 또한 너무 잔인하고 비인간적이었다. 트루먼의 아빠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가 바다에 빠져 죽는 상황을 연기하는 것. 트루먼은 아빠의 죽음으로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고 섬을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트루먼쇼는 24시간 방송되기에 광고를 넣을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하나의 나라와 같은 스튜디오를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인원의 배우와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기에 스튜디오의 모든 건 광고 제품으로 이뤄진다.
뜬금없이 이어지는 코코아와 잔디 기계 신제품 홍보.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정해진 대본을 읊는 아내 메릴의 경직된 웃음과 서서히 클로즈업되는 카메라가 소름 끼치게 느껴진다. 트루먼이 출근길에 만나는 쌍둥이가 매번 트루먼을 벽 쪽으로 둘러싸는 것도 트루먼이 광고판에 등을 대며 광고를 노출시키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10909일째. 대략 30년간의 시간을 17억 인구의 관찰대상으로 살아온 트루먼.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조명과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의 재 등장. 제자리를 빙글빙글 도는 사람들. 자신의 경로를 중계하는 라디오. 트루먼이 등장하기 전이면 모든 배우들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 정지한 상태로 트루먼을 기다린다. 쇼의 주인공은 트루먼이었지만 매일같이 트루먼만 모르는 쇼가 시작된다.
트루먼은 매일같이 거울을 보며 혼자만의 상황극 놀이를 한다. 슬프게도 트루먼이 살고 있는 세상에서 쇼가 아닌 ‘진짜’인 것은 자신과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뿐이었다.
트루먼 쇼를 보고 있는 수많은 눈들. 트루먼은 출근길에 매번 여성 모델이 나오는 잡지를 구매한다. 아내에게 줄 거라고 거짓말을 하면서 말이다. 책상에 앉아 잡지를 보며 눈 부분을 찢어내는 트루먼. 그는 자신의 첫사랑이자 갑자기 떠나버린 ‘로렌(실비아)’의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여러 여성들의 이목구비를 합쳐 하나의 얼굴을 만들고 있었다.
로렌은 트루먼이 첫눈에 반한 여자였다. 도서관에서 다시 만난 로렌. 트루먼은 그녀에게 데이트를 신청하는데 로렌은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며 바로 나가야 한다고 얘기한다. 로렌은 트루먼에게 모두가 너를 보고 있고 이곳은 스튜디오라고 알려주지만 로렌의 아버지라는 사람이 다가와 그녀를 데려가버린다. 로렌은 트루먼을 지켜보는 수많은 눈 중에 트루먼을 ‘오락거리’가 아닌 같은 인격체로 보는 유일한 눈이었다.
여기서 나와. 나를 찾아
로렌은 자신의 원래 이름은 ‘실비아’라며 쇼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찾으라고 소리친다. 영화의 초반에서 트루먼이 찾으려고 했던 피지에 사는 로렌과 실비아는 바로 그녀였다. (이하 로렌 = 실비아)
어떻게 끝날 것인가?
실비아의 옷에 붙어있던 뱃지의 문구다. 트루먼 쇼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 것인가. 모든 선택은 트루먼에게 달려있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트루먼을 진심으로 사랑하기보단 그저 결말만을 궁금해하며 트루먼쇼를 봤고
쇼가 끝나자 모두 채널을 돌려버린다.
바깥세상도 다르지 않아 같은 거짓말과 같은 속임수.
하지만 내가 만든 공간 안에서는 두려워할 필요 없어
트루먼 쇼의 개발자 크리스토프는 자신의 쇼가 완벽한 진짜고 거짓 없는 세상이라고 말한다. 트루먼과 처음으로 대화를 하는 순간과 실비아가 생방송 중에 청취자 전화연결을 통해 그의 쇼를 비판할 때도 그는 자신의 비인간적인 행실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 크리스토프가 하늘에 떠있는 해와 달처럼 완전한 신적인 존재처럼 느껴지는 그 스튜디오에서 트루먼은 그저 하나의 도구 하나의 콘텐츠 자료일 뿐이었다.
크리스토프는 탈출을 감행한 트루먼을 죽일 수도 있다는 각오로 강한 파도를 만들어내고 그의 인생에 가장 큰 존재였던 ‘아버지’를 이용해 시청률을 높였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마음대로 배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것처럼 말이다. 스튜디오의 직원들은 LOVE HIM, PROTECT HIM이라고 적힌 티를 입고 문 앞에 서있다. 트루먼 쇼와 절대 어울리지 않는 문구다.
트루먼 쇼는 누구를 위한 쇼였을까? 시청자들은 트루먼의 마지막 도전을 응원했지만 방송이 끝나자마자 ‘다른 방송에선 뭐 하지?’하며 다른 재밌는 것을 찾아 채널을 돌렸다. 트루먼 쇼의 개발자와 시청자 모두.. 완전히 소름 돋는 존재였다.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었던 트루먼은 자신의 30년 인생이 거짓임을 알게 됐고 그의 주변 사람들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인생을 30년 동안 연기해야 했다. 그저 재밌는 쇼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돈, 한 사람의 인생을 스튜디오 속에 가둬버렸다.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이 진짜가 아님을 알게 됐지만 무너지지 않고 현실의 문을 연 트루먼. 나는 채널을 돌리지 않고 그의 인생을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루먼 쇼처럼 일방적으로 훔쳐보는 것이 아닌 그와 눈을 맞추면서 말이다. 현실 세계로 나선 트루먼의 앞엔 또 다른 거짓이 넘치겠지만 스스로 결정한 그의 삶을 응원할 뿐이다. 그리고 함께 웃으며 진실된 인사를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