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경 Jun 28. 2021

<웬디> -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

[영화 후기,리뷰/신작,개봉작,판타지, 피터팬 영화 추천/줄거리 해석]

                                                                              

웬디 (Wendy)

개봉일 : 2021.06.30 (한국 기준)

감독 : 벤 제틀린

출연 : 데빈 프랑스, 야수아 막, 게이지 나퀸, 개빈 나퀸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


<웬디>는 피터팬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피터팬이 아닌 웬디의 시선으로 재해석된 네버랜드 모험기를 담은 영화다. 등장인물들과 아이들의 세상 네버랜드라는 공간,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이라는 설정은 그대로 가져왔지만, 원작 동화, 2003년작 영화 <피터팬>과 <웬디>는 닮은 점보다 서로 다른 점이 더 많다. 재해석한 것도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원작 그대로의 분위기나 동심과 환상의 나라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과 환상적인 모험을 바라는 소녀 웬디와 오빠 더글라스, 제임스. 그리고 해적이 될 거라며 장난감 칼을 휘두르는 순수한 소년들은 깊은 밤, 유령 기차에 올라탄다. 작은 식당 안에서만 지내던 웬디와 더글라스, 제임스에게 기차는 더 넓은 세상으로 향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였다. 아이들은 피터팬과 함께 세상의 끝에 위치한 네버랜드에 도착하는데, 여기까진 정말 환상적이었다. 궁금하기도 하고 신나기도 하고.. 저 깊은 곳에 눌러뒀던 동심이 기차 기적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는듯했다.



근데, <웬디>에서 보여주는 아이들의 모험은 예상외로 현실적이고 험난하다. 이전에 봤던 <피터팬> 영화에서는 아이들이 무기를 들고 뛰어다녀도 그다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다. 네버랜드가 어째 환상의 나라라기보다는 길들지 않은 정글처럼 느껴졌고 소년들은 어딘가 어른들의 손길이 필요한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고, 피터팬은 그런 아이들을 네버랜드로 이끄는데.. 이 모험이 환상적이고 특별하기만 하면 참 좋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 아이들에게 어른이 된다는 건 웬디의 엄마처럼 로데오 타기에 대한 꿈을 버리고 아이들에게 모든걸 걸게 되는, 결국은 꿈을 잃는다는 의미인 걸까. 유난히 작은 그림자를 가진 소년 피터팬과 모험을 꿈꾸는 소녀 웬디의 또 다른 모험이 담긴 이 영화가 반갑고도 아쉽게 느껴진다.




웬디 시놉시스


기찻길 옆, 작은 식당이 세상의 전부인 소녀 ‘웬디’는 내면에 차오르는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매일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그러던 어느 날, ‘피터’가 나타나고 ‘웬디’와 쌍둥이 형제 ‘더글라스’, ‘제임스’를 이끌고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로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어린이로 살 수 있는 신비로운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언론배급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대걸레와 빗자루 따윈 들지 않겠어!


기찻길 옆, 작은 식당에서 엄마를 도우며 새로운 모험을 꿈꾸는 소녀 웬디와 천방지축 쌍둥이 오빠 더글라스와 제임스는 깊은 밤, 소문으로만 듣던 유령 기차를 만나게 된다. 창문을 가득 비추는 붉은빛과 알 수 없는 강렬한 이끌림에 웬디와 더글라스, 제임스는 급하게 신발을 신고 기차를 따라잡는다. 유령 기차 위엔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 피터팬이 누워있다.


“눈에 빛을 품은 아이들은 그곳을 벗어난다.”


아이들은 세상의 끝, 네버랜드로 떠난다. 네버랜드엔 피터팬과 그를 따르는 몇 아이들, 그리고 실종된 친구 토마스가 있었다. 작은 식당 속 세상에 만족하지 않고 해적이 되어 세상을 누비겠다던 꼬마는 웬디보다 먼저 기차에 올라타 네버랜드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었다.



네버랜드는 어른들의 마을과 아이들의 마을로 나누어져 있다. 원작에서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섬으로 표현되는데 <웬디>의 네버랜드는 언제 폭발할지 알 수 없는 화산과 거친 정글을 품고 있다. 사실 환상의 섬이라기보단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 가까운 모습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절대 늙지 말자’고 다짐하며 밤낮없이 아이다운 놀이와 장난을 반복한다.


아이들은 어떤 것도 걱정하지 않는다. 다음 끼니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내일 비가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오늘 밤은 어떤 자리에 누워 몸을 보호해야 할지.. 어른들이 말하는 현실적인 고민같은 건 하나도 하지 않는다. 네버랜드에서는 고민과 슬픔의 감정을 갖는 순간 빠르게 늙어버리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를 직면했을 때 머뭇거리거나 다시 생각하는 건 금지된다. 아이는 고민이 없어야 하기 때문인 걸까.



네버랜드의 대장 피터팬은 영원히 늙지 않는 소년이다. 그는 나이 드는 것을 안 좋은 것이라고, 어른들은 가까이해선 안될 존재라고 생각한다. 피터팬은 웬디가 오기 전, 가장 친한 친구를 잃고 어른이 되어버린 버조를 어른들의 마을로 내쫓고, 더글라스를 잃고 변해버린 제임스의 손을 가차 없이 자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바다 밑에 있는 알 수 없는 존재를 어머니라 믿으며 오랜 시간 네버랜드를 지켜온 <웬디>속 피터팬의 모습은 동화에 나오는 요정 같다기보단 다가온 위험과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고집쟁이의 모습과 가깝다.


사실 이 부분에서 내가 생각했던 ‘피터팬’의 이미지가 깨져버리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원작과 이전에 나왔던 영화들에서 비친 피터팬은 순수하며, 거칠고 공격적이기보단 어린 고집이 있는 소년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웬디>에서 만난 피터팬은 다소 독단적이고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피터팬의 생각을 바꿔주는 사람은 바로 웬디다. 원작에서의 웬디는 피터팬에게 의지하고, 후크에게 잡혀가 피터팬이 구해주길 기다리는 인물이었으나 이번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다. 피터팬은 아이들에게 닥친 문제를 외면하고 어른들을 피하기만 하지만 웬디는 제임스를 구하기 위해 어른들의 마을로 향하고 숨겨진 상상력을 발휘하라며 어른들의 손을 이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먼지 쌓인 바에서 어른들에게 상상 속 술을 내놓고, 춤을 추는 웬디의 모습은 어른이 된 후, 오래 묵혀두었던 상상력을 가볍게 자극한다.



상상력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아이들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 그리고 동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보단 옆자리에 앉아있는 다른 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이들은 그렇게 환상이 아닌 현실로 스며들며 상상력을 발휘하지 않게 된다. 피터팬과 아이들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늙어가는 건 상상력을 잃는 것이며 해적이 아닌 식당 주인이 되는 것이며 즐거움을 잃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웬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웬디는 늙어가는 건 잘못이 아니며 나이와 상관없이 상상력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늙어가는 건 꿈과 상상력을 잃는 게 아닌 어릴 적 꿈과 상상력을 품고, 가끔은 아픈 감정도 함께 느끼며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다.


피터팬과 아이들, 그리고 네버랜드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들은 다 함께 기찻길 옆 식당에서 들었던 엄마의 자장가를 부르며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그리고 어른이 된다고 모든 동심과 상상력을 잃는 것이 아님을, 늙어가는 것 또한 위대한 모험임을 알게 된다. 원작에서는 요정을 믿는 것으로, <웬디>에서는 잊지 않은 자장가를 통해 어른들의 사라지지 않은 동심을 표현한다.



아이들은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어른이 되고, 빠른 시일 내에 오겠다고 했던 피터는 시간이 지나 ‘잠자리에 들기 전 읽는 동화 속에서 나오는 인물’로 변한다. 피터는 결국 네버랜드에 남았고, 웬디의 딸을 네버랜드로 데려간다. 네버랜드에서 몇 아이들과 피터팬의 그림자가 벽에 드리울 때, 피터팬의 그림자는 유난히 더 작게 표현되는 장면이 있다. 실제 덩치는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피터팬의 그림자가 유난히 더 작게 표현된 건 피터가 가진 ‘늙지 않겠다’는 마음이 그만큼 강력하며 피터는 결국 네버랜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 아니었을까싶다.


아픔과 상실의 슬픔을 모르는 순수한 어린아이의 마음을 유지하고 영원히 맑은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살아가는 것만이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슬픔과 눈물, 망설임을 알게 되고 어른이 된다 해도 내 안에 있는 어린아이를, 피터팬을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 꿈처럼 피터팬이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kyung769/

블로그 : https://blog.naver.com/hkyung769

매거진의 이전글 <낫 아웃> - '꿈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도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