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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May 13. 2020

<비치> - ‘욕망의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

[영화 후기,리뷰/ 왓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화 추천/결말 해석]


비치 (The Beach)


개봉일 : 2000.02.03. (한국 기준)

감독 : 대니 보일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다니엘 요크, 퍼처러원 파타러키자논

비에르지니 르도엔, 기욤 까네, 솜분 푸타로스, 틸다 스윈튼 

                                                                             

욕망의 파도가 일렁이는 해변


<비치>는 2000년에 개봉한 영화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20대 중반 리즈시절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지겨운 일상을 내려놓고 새롭고 위험한 것을 찾아 방콕으로 여행을 떠난 리처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현실적이면서도 일그러진 모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틸다 스윈튼의 섬세하다 못해 떨리는듯한 감정과 레오의 거칠게 터져 나오는 감정이 묘한 대립각을 세우며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어리고 거칠며 쾌락을 좇는 청년 리처드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작품에서도 역시나 자신의 감정을 아낌없이 소비했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레오의 격한 감정연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 영화에서도 역시나 그의 감정에 푹 빠져서 시간을 순삭 당해버렸다. 




마약, 술, 섹스에서 오는 여러 쾌락과 위험한 일에서 오는 짜릿한 긴장감을 찾아 떠난 리처드의 여행엔 여러 위험과 가족 같은 유대감을 느끼는 순간도 있다. 파라다이스라고 불리는 그곳의 양지와 음지를 함께 보여주며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비치 시놉시스


리처드(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현실적이고, 새로운 상황 또는 낯선 사람들과 맺어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미국 청년인 그는 배낭 하나만 메고 모험을 찾아 태국으로 간다. 리처드는 방콕의 허름한 호텔에 투숙한다. 거기서 그는 프랑스 연인인 에띠엔(기욤 까네)와 미모의 프랑수아즈(비에르지니 레도엔)  그리고 따가운 태양에 검게 타고 마약에 찌든 대피(로버트 카알라일)란 청년을 만난다.


정신적인 혼란에 사로잡힌 대피는 리처드에게 어떤 섬에 관하여 믿기 어려운 비밀을 털어놓는다. 대피의 얘기에 의하면 그 섬은 지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낙원이자,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해변을 잉태하고 있으며, 외부인이나 잡동사니 관광객들로부터 한 점 때가 묻지 않은 순수의 섬이라는 것이다. 다음날 리처드는 자신의 방문에 붙여 둔 한 장의 쪽지를 발견한다. 그것은 대피가 직접 그린, 환상의 해변이 있다는 섬의 지도였다.


리처드는 프랑수아즈와 에띠엔을 설득하여 대피가 그려 준 지도를 따라 모험을 떠난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달한 그들은 자신들이 파라다이스라고 생각했던 그곳에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새롭고 위험한 일을 찾던 미국 청년 리처드는 자신만의 여행 철학을 되새기며 방콕을 누비고 있다. 자신감 있게 뱀피를 들이키는 그의 모습은 기대와 호기심 또는 허영심이 가득 차있는 듯 보인다. 리처드가 바라는 건 하나였다. 마약과 술, 성적인 만족감을 모두 포함하는 단어 ‘쾌락’. 리처드는 방콕에 있는 허름한 호텔에 투숙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마약에 찌든 남자 대피와 프랑스 연인인 에띠에와 프랑수아즈를 만나게 된다. 



검게 그을린 얼굴, 풀려있는 시선. 누가 봐도 정상의 상태는 아닌듯한 대피는 처음 만나는 리처드에게 대마를 권하며 천국 같은 해변에 대해 떠들기 시작한다. 리처드는 황홀한 해변에 대한 소문을 들었던지라 대피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동하긴 했지만 그를 신뢰하진 않았다. 하지만 리처드는 다음날 자신의 방앞에 붙어있던 지도와 자살한 대피의 모습을 발견하고 ‘이건 보통 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며 모험을 결심한다.  옆방에 머물고 있던 에띠엔과 프랑수아즈에게 함께 여행을 가자며 황홀한 해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리처드.


대마가 널려있고 환상적이라는 그 해변을 향해 떠나는 세 청년의 모습엔 설렘과 흥분이 가득하다. 민간인 통제구역이라는 섬으로 접근하기 위해 근처 섬에서 1박을 한 후 배낭을 허리에 묶고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바다로 뛰어든 셋은 끝없는 쾌락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한다.



대마초가 가득한 섬의 초입. 리처드와 에띠엔, 프랑수아즈는 대마초의 향을 느끼며 기뻐하지만 그곳의 주인은 따로 있었다. 총을 들고 침입자를 쫓는 원주민과 공포에 질려 도망간 청년들.


하지만 섬을 떠나지 않고 어딘가 숨어있을 낙원을 찾아 멈추지 않고 나아간다. 파라다이스를 찾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것처럼 느껴졌던 높은 폭포 절벽에서 뛰어내린 셋은 결국 파라다이스 같은 그곳을 찾아낸다. 파라다이스 같은 해변은 실제로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었고 상상과 다른 곳이었다. 



외부인에겐 비밀이지만 모두가 가족이라는 파라다이스 같은 해변. 리처드는 그곳에 정착했고 그에게 남은 건 쾌락의 탐닉뿐이었다. 아름다운 자연, 여유로운 시간들, 끼니를 해결하는 것 외에는 고민할 일도 없었으며 범죄도 복잡한 일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었고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사는 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리처드는 마약과 술로 채울 수 없는 성적인 성취감을 바랐고 에띠엔과 연인 사이인 프랑수아즈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아무도 모를 것이라 생각했지만 비밀은 없었다. 에띠엔은 배신감을 느끼고 두 사람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평화로워 보이는 해변에 조금씩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한 건 상어와 외부인의 등장이었다. 리처드는 섬에 오기 전에 만났던 새미의 방앞에 지도의 복사본을 두고 왔고 필요한 걸 사기 위해 도시에 들린 날 밤, 새미와 마주치게 된다. 살은 리처드가 지도의 복사본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섹스를 대가로 비밀을 지켜주기로 약속한다. 자신의 쾌락을 채워준 대가로 비밀을 지켜준 것이다. 



그와 동시에 해변에 다른 위험이 찾아오는데 그건 바로 상어였다. 리처드는 비 오는 날, 낚시를 하지 못해 굶주린 친구들을 위해 뿌연 바다로 뛰어들었다 어린 상어를 만나게 된다. 리처드의 칼이 잘 먹힌 것인지, 어린 상어라 사람을 잡아먹는 법을 몰랐기 때문인지.. 리처드는 상어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 상어가 나타난다. 사람을 물어 죽이는 포식자가 말이다. 스텐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게 되고 크리스토는 중상을 입는다. 다리를 물렸지만 외부인을 해변에 들일 수 없다는 그들의 규칙하에 크리스토는 조금씩 죽어간다. 해변의 구성원이자 가족인 크리스토가 치료를 받는 것보다 해변의 비밀유지가 중요하다니.. 너무도 잔인한 선택이었다. 고통이 심해 외부로 나가지 못하고, 의사를 부를 수도 없는 사이 크리스토의 증상은 점점 심해졌고 해변의 구성원들은 크리스토를 버리기로 결심한다.




 버리고 나자 한결 홀가분했다


죽어가는 크리스토를 자신들의 눈앞에서 치우고 금세 그의 존재를 잊어가는 해변의 구성원들. 자신의 쾌락과 즐거움, 해변의 비밀유지를 위해 누군가의 고통과 죽음은 상관없는, 당연한 희생이었다. 이기적이며 잔인하다. 숲 한가운데 버려진 크리스토를 지키는 건 에띠엔 한 명뿐이었다. 



파라다이스의 붕괴는 조금씩 시작되고 있었다. 리처드가 복사해놓은 지도를 들고 해변을 찾아온 새미와 친구들. 살은 리처드에게 지도를 회수해오라며 건너편에서 감시를 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기다림이었다.


리처드는 조금씩 정신을 놓게 된다. 언덕 위에서 외부인의 침략을 대비하는 그 자체가 게임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고 대피를 숭배하게 된다. 호텔에서 잠깐 만났던 대피는 쾌락을 좇는 도시 사람들을 두고

‘기생충, 암세포, 세상을 더럽히는 존재, 달러로 태국을 더럽히는 존재’라고 말했다.


리처드도 대피의 말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프랑수아즈와의 다툼 + 크리스토를 버린 것에 대한 죄책감 + 마약 등 여러 이유들은 리처드를 조금씩 미치게 만든다. 



드디어 새미 일행이 섬의 초입에 도착하고, 리처드가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신이 나 대마밭을 뛰논다. 침입자를 발견한 원주민들은 대마밭에서 그들을 전부 살상한다. 눈앞에서 그 장면을 지켜본 리처드는 갑자기 밀려온 공포감과 현실감에 온 힘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돌아간 듯 폭포에서 뛰어내린 그는 마침내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 보인다.



리처드는 에띠엔과 프랑수아즈에게 빨리 도망을 가야 한다며 급하게 탈출 계획을 세우지만 원주민들이 조금 더 빨랐다. 원주민들은 먹고살아야 할 입이 많아 더 이상의 외부인은 안된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외부인을 들였다는 이유로 살에게 해변을 떠나라고 한다. 하지만 살은 자신이 만든 장소라며 떠나지 않겠다고 한다. 그 대가로 리처드에게 총을 쏴야 하는 상황이 오지만 살은 망설이지 않는다.


리처드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신을 죽여보라며 발악한다. 아무도 모르게 내다 버린 크리스토의 다리가 썩어가는 것처럼 비밀스러운 것이 아닌 모두가 보는 앞에서 말이다.



살은 방아쇠를 당겼고 딱 한발 들어있던 총알은 발사되지 않았다. 살이 만들어낸 게임과 파라다이스는 그렇게 끝나버렸고 모든 구성원들은 해변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살은 파라다이스에 남는다.



낙원처럼 완벽한 이곳도 쾌락의 탐닉을 막을 수는 없었다.
죽음마저도


낙원처럼 완벽해 보이는 환상의 해변에 닿아서도 사람들은 욕망을 버릴 수 없었다. 사람의 욕망은 끝이 없었고 이전에 바랐던 것들을 모두 이뤄도 만족할 수 없었다.


술과 마약 섹스와 쾌락 모든 것을 가져도 만족은 가질 수 없었다. 또한 자신의 욕망을 위해 다른 이의 희생과 죽음은 상관없는 것이라 치부한다. 낙원에 살면서도 결국엔 이기적인 쾌락을 추구하는 해변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말하는 도시의 기생충, 사회를 더럽히는 자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



당신이 낙원이라고 느끼면 그곳이 바로 낙원이다.


낙원이란 곳은 없었다. 낙원이라 믿었던 그곳 또한 낙원은 아니었다. 그저 욕망과 쾌락을 이루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을 뿐. 리처드는 여전히 낙원을 믿지만 더 이상 낙원을 찾지 않는다. 낙원은 찾아 나서는 게 아니라 자신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며 쾌락과 욕망, 욕심을 조금만 덜어내고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곳이 낙원인 것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만족에 대한 갈망, 이기심과 허영심

그리고 뒤따라오는 망각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는 영화 <비치>

욕망이라는 소재를 신선하게 풀어낸 영화 속 세계가 보는 사람들의 궁금증과 흥미를 이끌어낸다.

당신이 상상하는 환상의 해변이 어떤 곳이든 이 영화는 그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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