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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La mia It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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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Sep 15. 2022

딱 두 달 전, 나는 이탈리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있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덕후의 바삭한 여름 이탈리아 여행기

0. 딱 두 달 전


오늘은 2022년 9월 13일 화요일. 딱 두 달 전, 나는 이탈리아로 향하는 비행기에 있었다. 첫 유럽여행, 첫 혼자 해외여행, 인생 최장기 여행이라는 세 가지 타이틀을 모두 보유한. 주변인들이 "진짜 가는 거야?"하고 몇 번이고 물어봤던 아주 특별한 40일간의 나의 여행. 여름이 한창이던 때에 시작된 여행은 가을이 온 척하는 날씨로 바뀔 때쯤 끝이 났다. 그리고 약 20여 일이 지났다. 아직 백수다 보니 내 신체리듬은 여전히 이탈리아에 있을 때와 같고, 내 마음 또한 여전히 그곳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올해 4월.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지금 가고 싶어서. 그리고 궁극적으로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때문에 이탈리아에 가기로 결심했다. 결심한 김에 커다란 틀안에서 여행 계획을 짰고 꽁꽁 묶어둔 자금 보따리를 풀었다. 그리고 곧 비행깃값이 오를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급하게 비행기 표를 끊었고 이탈리아에서 자전거를 타야한다며 자전거를 독학 했다. 매일 구글 지도를 들여다보며 눈으로 도시 산책을 했고 3년 만에 옷장에서 캐리어를 꺼냈다. 여행을 기다린 날은 길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기대와 걱정이 차곡차곡 쌓여갔고, 그것들은 어느새 내 몸집보다 더 커져있었다. 그렇게 나는 기대와 걱정을 줄줄 흘리며 이탈리아로 향했고 공식적으론 생애 25번째 여름이었던 (난 96년 겨울에 태어났으니까…) 27살의 여름이 그렇게 시작됐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인생 최고의 더위와 따가운 햇살을 맛봤고, 하염없이 걸었고, 무작정 버스를 탔고, 푸른 시골길을 달리며 사랑하는 존재가 남긴 흔적을 아주 열심히 찾았다. 그리고 실없이 웃어봤고 뜬금없이 화도 내봤고, 쓸데없이 슬퍼하기도 했다. 사실 자랑할 만한, 꺼내놓을만한 것은 별로 없는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나에겐 충분했다. 회색빛인 줄 알았는데 은근히 노란색이 어울렸던 도시 밀라노를 시작으로 옅은 하늘색 같았던 크레마, 의외로 강렬한 파란색 같았던 시르미오네, 주황색과 갈색의 중간 어디쯤 같았던 베로나, 크림색이 떠오르는 베니스, 나에겐 선명한 초록빛으로 남은 레코까지. 큰 목적 없이 천천히 걸었던 기억들을 이제야 조금씩 꺼내 보이려고 한다.


이 뒤로 이어질 여행기는 한 영화 덕후의 아주 바삭하고 바보 같았던 여름의 이야기다. 솔직히 말하자면 배울만 한것도 얻어 갈만한 것도 없는, 그저 시시껄렁한 여행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적어도 이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나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혼자 여행? 나도 할 수 있겠네.'하는 자신감이 차오를 거다. 왜냐면, 나도 해냈으니까. 


여행을 하며 정신이 드는 대로 글을 쓰며 별거 아닌 생각들을 기록했다. 당시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맞춤법 검사를 제외하곤 내용을 수정하지 않았다. 글들을 다시 보고 있으니 정말… 그때의 나를 말리고 싶을 만큼 부끄럽지만 그곳을 그리워할 나를 위해서 또 언젠가 그곳으로 돌아갈 내가 같은 길에서 다시 헤매지 않기를 바라며 기록을 정리해 본다. 아직 이 글의 큰 제목을 어떻게 할지도 결정하지 못했고 언제, 얼마큼 업로드를 할지도 결정하지 못했지만… 일단 시작하면 뭐라도 하겠지!


라고... 13일에 적어두고 이제야 업로드하고 있는 나... 제법 게으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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