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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Sep 19. 2022

계획? 그런 건 없다. 캐리어? 너무 무겁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덕후의 바삭한 여름 이탈리아 여행기 (1)

1. 계획? 그런 건 없다. 캐리어? 너무 무겁다…

2022.07.12. 떠나기 전날


나는 계획형 인간이지만 융통성 있는 계획형 인간이다. 좋게 말하면 융통성 있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정확한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기준도 없다. 아무튼 이 여행은 계획이 있는 느낌이지만 자세히 보면 없다. 여행을 계획하게 만든 도시, 크레마에 가는 일정도 딱 어제 최종으로 확정됐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땐 크레마 일정을 5일..로 계획했는데, 여행을 기다리며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반복해 보다 보니 자꾸 욕심이 생기는 거다. 날씨가 너무 더워 도시를 이동하는 게 고욕일 거란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래서 계획을 바꿨다. 정말 최종 최종 최최종으로 40일 중 2주를 크레마에 있기로.


이 여행에서 정확하게 확정된 건 그냥 열심히, 최대한 기록을 남겨보겠단 의지뿐이다. 좋은 전문가용 카메라도 없고 금손도 아니지만 그냥 내 눈에 비친 것들을 그대로 담아보려 한다. 혼자가는 여행이니 서두를 것 없이 내가 보고 싶은 만큼 보고, 걷고 싶은 만큼 걷고, 자고 싶은 만큼 잘 수 있으니… 이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들을 최대한 많이 남겨두고 싶다. 그래서 항공권을 끊고 기다렸던 두 달반간의 시간 동안 무언가를 담기 위해 준비했다. 사실 준비했다기보단 그냥 돈을 왕왕 썼다. 


이전에 쓰던 필름 카메라가 고장 났다는 핑계를 삼아 자동 필름 카메라를 두 대 샀다. 왜 한 대가 아니냐고? 한 대가 고장 날 수도 있고, 다른 느낌의 사진을 담고 싶어서다. 반박은 받지 않는다. 두 번째론 액션캠을 샀다. 내 휴대폰은 현재 기준 가장 스펙이 좋은 아이폰이라 영상이 기깔나게 찍히긴 하지만, 액션캠은 또 다르니까. 가볍고, 물에도 들어갈 수 있고, 크레마에서 자전거를 탈 건데 휴대폰을 거치할 순 없으니까. 그리고 그냥 멋지다. 암튼 그런 게 있다.


마지막으로 손바닥만 한 녹음기를 샀다. 나는 대학 시절 음향을 전공했는데, 그 당시 한 동기가 말하기를, 여행을 갈 때 그곳의 앰비언스 (공간음)를 녹음해오면 참 좋다고 했다. 생각해 보니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고, 언젠가 유럽에 가면 꼭 해볼 거라 생각했던 일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녹음기를 샀다. 얼만지는 비밀이지만 (내 기준) 취미용 치고는 나쁘지 않은 모델로 장만했다.


이렇게 챙기고 챙기다 보니 기내로 반입할 소중한 물건들만 한 바가지가 됐다. 노트북, 외장하드, 지갑, 녹음기, 카메라, 필름들.. 무게도 꽤 나갔다. 마지막으로 재 봤을 때 크로스백에 들어가는 무게만 대략 6kg가 넘었었다. 무게도 문제였지만 가방에 자리가 모자란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얼마 전 내가 세탁기에 화끈하게 돌리는 바람에 이제 그만 죽여달라…고 외치고 있던 아디다스 운동 가방을 꺼냈다. 이거라면… 짐이 다 들어가고, 왠지 소매치기들도 탐내지 않을 것 같다. 기껏 가방을 열어봤자 운동 후 말아둔 양말이 들어있을 것 같은 비주얼. 합격이다.


가방에 짐을 바리바리 싸고 캐리어에 짐을 힘껏 구겨 넣었다. 장기 여행이라 그런지 아님 내가 그냥 바리바리 스타라 그런진 모르겠지만, 분명 가볍게 꾸렸다 생각했던 캐리어는 한없이 무거워졌고 결국 한 번 대대적으로 갈아엎었음에도 20키로를 찍어버렸다. 하지만… 진짜 뺄 게 없었다. 그렇게 무게와 씨름하고, 짐 리스트를 몇 번이나 체크하며 겨우 캐리어를 꾸렸다. 결국 무게는 줄이지 못했지만 소비품이 사라지면 좀 괜찮아질 거란 희망을 안고 캐리어 벨트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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