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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Jul 02. 2024

무엇이든 터트리는 짬뽕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 리뷰 / 신작, 한국 코미디 영화

핸섬가이즈 (Handsome Guys, 2024)

웃음도 터지고 피도 터지고. 무엇이든 터트리는 짬뽕 코미디

개봉일 : 2024.06.26.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코미디

러닝타임 : 101분

감독 : 남동협

출연 : 이성민, 이희준, 공승연, 박지환, 이규형, 우현, 장동주, 강기둥, 빈찬욱, 정화, 김도훈, 박경혜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엔딩크레딧 전 짧은 클립만 있음)


개인적으론 전체적으로 멋있는 영화를 만나는 것보다 '개그코드에 맞는 영화'를 만나는 게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영화 자체가 나쁘지 않다 해도 내 개그 코드에 맞지 않으면 작위적이거나, 그저 안타깝게만 느껴지는 게 코미디 영화다.

사실 <핸섬가이즈>는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보단 한국 영화에 대한 의리를 외치며 관람하게 되었는데 예상외로 정말 어이없게 취향을 저격당하고 말았다. 영화의 초반, 강력한 비주얼과 표정을 장착한 두 남자가 등장했을 때 "아, 그냥 배우 연기로 밀고 나가는 영화려나?"싶어 약간의 경계심이 올라왔다. 그런데 영화는 참 열심히, 끊임없이 열받는 개그들을 던져댔고 결국 난 모든 걸 포기하고 실소를 토해냈다.


살벌한 두 남자의 얼굴에 순수함이 떠오를 때마다, 등장인물들이 망가질 때마다 "아, 사람이 이렇게 되는데 웃어도 되나?"고민하면서도 웃고 있는 내 모습이 어이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배우들이 반쯤 돌아버린 눈빛을 장착하고 스크린을 헤집고 있는데 어떻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핸섬가이즈>는 자칭 터프 미남, 섹시 미남이지만 남들이 보기엔 무조건 전과 하나쯤 있을 것 같아 보이는 험악한 남자 재필과 상구가 방치된지 오래된 산 속의 집을 구매하며 벌어지는 억울하고 공포스러운 사건을 그린다. 


재필과 상구는 오래 모아온 돈을 탈탈 털어 (한때는 예뻤던) 유럽풍 드림 하우스를 구매한다. 같은 날, 막 나가는 청춘 한무리가 드림하우스 근처의 호화스러운 풀빌라로 여행을 온다. 유명한 골프선수와 금수저로 추정되는 네 명의 날라리 친구들, 그리고 그들을 따라온 착한 여대생 미나. 총 여섯 명의 청년들은 시끄럽게 떠들며 도로를 달리다 흑염소 한 마리를 들이받는다. 그 결과 66년 전, 드림하우스 지하실에 봉인되었던 악령이 깨어나고 재필과 상구, 미나와 친구들은 악령이 내뿜는 어두운 기운에 휘말리게 된다.

악령이 깨어난다. 절대 웃기지 않은 사건인데 <핸섬가이즈>는 이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을 이용해 무겁지 않은 방향으로 풀어낸다. 골 때리게 사람 약 올리는 악마와 한껏 열받은 신부, 노답 그 자체인 제자와 예상외로 너무 여리고 착한 두 명의 핸섬가이. 우매하지만 충직한 직업의식을 가진 경찰과 나쁘지만 약한 청년들. 이렇게 늘어놓으니 대체 무슨 조합인가 싶은데 각각의 캐릭터가 제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니 어떻게 이야기가 만들어지긴 한다. 심지어 합이 잘 맞는다.

이 조합에서 특히 빛나는 건 재필과 상구의 브로맨스다.


"가가 그리도 좋나? 이 행님도 버릴 만큼", "지옥에 가더라도 너랑 가면 괜찮겠다."

브로맨스라 하면 부드러운 맛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터프하고 짭짤한 맛의 브로맨스는 또 처음이다. 둘이 왜 불x친구인지 왜 둘 다 여자도 못 사귀고 같이 이 산에 들어오게 됐는지 하나도 알 수 없지만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겠지... 하고 납득하게 만드는 터프한 브로맨스였다.

개그코드와 캐릭터를 보면 B급 영화인 것 같은데 개그 외의 공포, 오컬트 쪽 연출력을 보면 B급이라 표현하기엔 조금 아쉽다. 공포, 오컬트적인 요소들이 예상외로 바르게 배치되어 있고 우습지 않다. 단짠 조합처럼 영화 내에서 웃음과 공포의 조화 또한 쫀득하게 잘 어울린다. 웃음도 터지고 피도 터지는 이 조합 덕분에 <핸섬가이즈>는 A와 B 사이 그 어딘가의 애매한 곳에 위치를 잡는다. 그 어정쩡함과 찝찝함에 이상하게 더 정이 간다. 아, 이 영화 참 뭐든 잘해보려 노력했구나.. 싶어서 말이다.

엽기 코미디, 공포, 오컬트, 고어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가득 차 있는 영화다 보니 다소 통일감이 없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이 소란스러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푸닥거렸을 배우와 제작진들의 노고가 찡하게 다가와 차마 외면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류의 영화라 더 마음이 가고,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정신없는 영화, 잔인한 영화(15세 인근 어딘가를 맴도는 정도)에 내성이 없는 관객이거나 교훈적이고 뜻이 명확한 영화를 찾는 관객에게는 추천하기 어려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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