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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ug 21. 2024

감성과 진심으로 밀고 나가는
떫은 맛의 법정 드라마

영화 <행복의 나라> 리뷰, 후기, 해석 / 신작 한국 영화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영화의 좋은 점, 아쉬운 점

- 치밀함보단 감정으로 끌고 가는 드라마

- 미래를 지키는 사람들

행복의 나라 (Land of Happiness, 2024)

감성과 진심으로 밀고 나가는 떫은 맛의 법정 드라마

개봉일 : 2024.08.14.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드라마, 법정, 시대극

러닝타임 : 124분

감독 : 추창민

출연 :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 우현, 이원종, 전배수, 강말금, 박훈, 송영규, 최원영, 유성주, 김재철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1979년, 쉽게 잊을 수도 쉽게 잊어서도 안될 역사적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다. 박정희 정부의 유신 체제에 저항한 이들이 연루된 10.26 사태. 그리고 신군부가 일으킨 12.12 정변. <행복의 나라>는 대통령 암살 사건 또는 10.26 사태라 불리는 그날의 짧은 기록과 불합리하게 돌아갔던 이후의 재판 과정을 담고 있다.


<행복의 나라>는 앞서 개봉한 10.26 사태 또는 타임라인상 이어지는 12.12 정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 <남산의 부장들>, 그리고 법률 영화 <변호인>이 많은 관객, 마니아들을 끌어모은 전적이 있다는 점, 이선균 배우의 유작이라는 점. 그리고 2주 먼저 개봉한 <파일럿>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던 조정석 배우의 또 다른 주연작이라는 점까지. 여러 이유로 많은 기대와 주목을 받으며 드디어 <행복의 나라>가 개봉했다.

다양하게 정성을 다한 영화
영화의 좋은 점, 아쉬운 점


<행복의 나라>는 한마디로 참 우직하면서 동시에 무모한 영화였다. 모두가 이길 수 없다고 말하는 재판에 일단 발을 들이밀고는 태주를 살리겠다는 목표 아래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인후처럼 <행복한 나라>는 이 어려운 소재에 일단 도전장을 내밀고는 어떻게든 더 잘 풀어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다.


영화를 향한 노력, 애정 자체는 좋다. 근데 무엇이 그렇게 걱정이었는지 너무 다양한 방식으로 정성을 다했다. 강렬했던 도입부만큼의 무게감을 그대로 가져가거나 배우의 매력을 이용해 전체적으로 유연하게 풀어내거나 아니면 아예 올드하거나 리얼하게. 일관적인 톤을 유지했으면 좋았을 텐데… 분위기를 무겁게 다잡아놓고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됐는지 갑자기 웃음을 뿌리고, 캐릭터의 직접적 대립구도가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던 건지 루즈하게 느껴지는 대치 장면을 넣기도 한다. 조금만 덜 각근했으면, 다양한 시도와 감정을 조금만 덜어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 캐릭터성이 이러한 아쉬움을 어느 정도 채워준다.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 세 주연 배우의 연기가 상당히 훌륭하다. 영화를 보며 조정석 배우는 이젠 어떤 류의 영화든 홀로 이끌고도 남을 큰 재목이 되었다는 확신을 받았고 이선균 배우는 군인이라는 박태주의 설정이 꼭 맞았던 것인지 최근에 본 그의 영화들 중 가장 명료한 연기를 보여준다. 유재명 배우는… 보는 내내 험한 말이 머리를 뱅뱅 맴돌았다. (최근 공개된 드라마 <노 웨이 아웃: 더 룰렛>에서도 그렇고, 유재명 배우.. 악역 연기를 참 열불나게 잘하신다...)

때문에 출연 배우들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행복의 나라>를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배우의 연기, 감정을 중심으로 밀고 나가는 스타일의 영화라 영화의 만듦새를 중요시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치밀한 법정 공방, 묵직한 시대극보단 드라마를 선호하는 관객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왜 여름 성수기를 선택했는지 의문이 들 만큼 떫은맛의 영화라 가볍게 즐길 극장 피서용 영화를 찾고 있는 관객에겐 추천하기 어려울듯하다.

 영화 줄거리


1979년 10월 26일, 안보정보부장과 그의 동료들이 대통령을 암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나라가 들썩이고 이들의 재판은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변호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여 조직을 만들고 사건 연루자들의 변호를 맡는다.

하지만 그들 중 유일한 군인 출신인 박태주는 공판이 10일도 남지 않은 시점까지 마땅한 변호인을 만나지 못한다. 군인인 그는 군법에 따라 1,2,3심이 아닌 단심으로. 즉 단 한 번의 판결로 사형을 선고받거나 판결을 뒤집을 방법이 전혀 없기에 모두가 그의 변호를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변호사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고민하다 돈만 주면 온갖 법정 개싸움을 맡아주는 변호사 인후를 찾아간다. 인후는 돈과 명예 같은 보상을 생각하며 태주의 변호인 자리를 받아들이지만 재판 준비를 시작하자마자 벽에 부딪힌다. 애초에 싸움이 되지 않는 단단한 그들만의 네트워크와 룰보단 승리, 법보단 잔꾀, 줏대보단 돈이었던 인후와 정반대인 강직한 군인 정신을 가진 태주까지.

인후는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에 진저리를 치다가도 자신의 손에 쥐어진 태주와 자신이 미워했던 누군가의 진심을 바라보며 다시 굳건한 벽을 향해 돌진한다. 점점 너덜너덜해져 가는 인후의 마음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연민과 슬픔이, 이별의 두려움을 차마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태주의 처지가 처량하고 구슬프다.


- 아래 내용부터 스포 有


미래를 지키는 사람들


민주화 운동은 독재 기반의 유신 체제를 거부하고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벌였던 운동으로 나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의 자유와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마음, 더 나아가 살기 좋은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있는 것이다.


<행복의 나라>는 각자의 자리에서 미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후의 아버지는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학생들을 지켜주었고 그들을 팔아넘기는 것 대신 감옥에 수감되는 것을 선택한다. 태주는 독재의 중심을 직접 사격했고 그 죄로 재판에 해부된다.

인후는 처음엔 두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후는 멀리 있는 미래가 아닌 당장 눈앞에 있는 가족들을 건사하기 바빴기 때문이다. 그는 대체 자신의 아버지와 아버지를 닮은 태주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지, 이게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시간이 지나며 마음을 바꾸게 된다.

인후는 합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국민을 탄압하는 정권의 부당함을 온몸으로 체험하고(협박과 구타) 자신과 닮은 태주의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은 자신과 같은 아픔(아버지의 수감과 사망)을 겪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다고 다짐하게 된다.

극 중엔 태주의 집에 방문했던 인후가 10월 26일 태주가 달려갔던 그 골목길을 걷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인후 또한 태주처럼 올바르지 못한 힘에 맞서는 길을 선택했음을 보여주는듯하다.


당시 그들의 노력이 성공으로 귀결되진 못했지만 그들의 진심과 진심과 고투가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이 찡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 시기의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피하고 싶다. 폭염에 이런 영화를 보니 몸과 마음이 전부 활활 불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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