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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ug 18. 2024

필요한 것만 담은 깔끔한 웰빙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 <트위스터스> 리뷰, 후기, 해석 / 재난, 액션 영화, 신작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깔끔한 웰빙 재난 블록버스터

- 케이트가 뉴욕으로 떠난 이유

- 다시 돌아간 고향과 되찾은 토네이도를 향한 애정

- <트위스터스>를 휴먼 드라마라고 하는 이유. 영화에 담긴 희망

트위스터스 (Twisters, 2024)

필요한 것만 담은 깔끔한 웰빙 재난 블록버스터

개봉일 : 2024.08.14.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재난, 액션, 모험, 드라마

러닝타임 : 122분

감독 : 정이삭

출연 : 데이지 에드거존스, 글렌 파월, 앤서티 라모스, 브랜던 페레아, 해리 해든페이턴, 사샤 레인, 데이비드 코런스웻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크레딧 초반에 나오는 영상만 있음)


이렇게 착하고 희망적인 재난 영화라니. <트위스터스>는 재난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몇 개의 클리셰와 답답함을 조용히 깨부수며 희망을 향해 나아간다.

<트위스터스>는 이민자 가족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영화 <미나리>를 연출했던 정이삭 감독의 신작으로 전작이 그러했듯 <트위스터스> 또한 어떠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전체적으로 잘 만든 재난 영화이면서 동시에 따끈한 청춘, 휴먼 드라마 같은 영화다. 재난 영화답게 토네이도의 압도적인 스케일, 공포감을 밀도 있게 잘 담아냈고 쓸데없는 관계성과 클리셰, 악인을 배제한 덕분에 소위 말하는 고구마 전개가 없어 마음이 편안하다. 거기에 토네이도와 누군가를 향한 귀여운 순애를 더하니 이만한 웰빙식이 또 없다.

일 년 내내 토네이도가 발생하는 지역, 오클라호마. 그곳에서 자란 주인공 케이트는 날씨, 특히 토네이도를 관찰하고 예측하는 육감이 뛰어난 인물이다. 대학생이 된 그녀는 토네이도를 길들이겠다는 목표를 위해 친구들과 함께 동아리를 조직하고 직접 토네이도 안에 뛰어들기에 이른다. 하지만 토네이도는 케이트의 예측보다 훨씬 강했고 그녀는 친구들을 잃고 만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케이트는 고향을 떠나 뉴욕에 자리를 잡는다. 그런데 이제 토네이도와 맞서는 일은 생각조차 않던 그녀에게 유일하게 살아남은 옛 친구 하비가 찾아온다. 그는 토네이도를 소멸시키고 사람들을 지킬 방법을 찾았다며 함께 토네이도에 맞서자고 케이트를 설득한다. 고민하던 케이트는 하비와 함께 고향 오클라호마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토네이도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거대 토네이도를 만나게 된다.


- 아래 내용부터 스포 有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땅을 포기한 케이트
케이트가 뉴욕으로 떠난 이유


케이트는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 고향 오클라호마와 토네이도를 사랑하는 학생이었다. 그녀는 토네이도에 대한 애정과 오클라호마의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목표를 바탕으로 토네이도 길들이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영화의 초반부, 드디어 토네이도를 길들이는 날이라고, 나는 오클라호마가 좋다고 말하는 케이트의 표정은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설레 보인다. 하지만 그날 예상치 못한 큰 토네이도를 만나게 된 케이트는 다리에 큰 부상을 입고 친구들을 잃는다.


토네이도가 휩쓸고 간 자리엔 수많은 삶의 잔해와 마음의 상처가 남는다. 케이트는 그것을 마주하지 못하고 결국 오클라호마를 떠나 토네이도가 거의 오지 않는다는 도시인 뉴욕에 정착한다.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을 진행하던 직원의 말에 따르면 ‘토네이도는 뉴욕엔 거의 안 온다’고 한다.)

다시 돌아간 고향, 되찾은 토네이도를 향한 애정


5년 전 그날 이후 케이트의 몸에는 커다란 흉터가 마음에는 친구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남았다. 케이트는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오클라호마로 돌아오지만 그녀는 다시 만난 토네이도 앞에서 머뭇거리다 타이밍을 놓치고 도망치고 만다.


여전히 두려움을 내려놓지 못한 케이트에게 새로운 자극을 준 건 토네이도를 제대로 즐기고 사랑하는 경쟁자 타일러의 존재와 그가 건넨 위로였다. 토네이도 카우보이라는 별명을 가진 유튜버인 타일러는 망설임 없이 토네이도 안으로 뛰어들어 온몸으로 토네이도를 즐기는, 말 그대로 토네이도에 미친 자다.

타일러는 케이트와 함께 토네이도를 이겨내며 신뢰감을 쌓고 같은 대상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몇 가지 응원의 말을 건넨다. 그는 사랑하면 평생 그것을 이해하려 노력하게 된다고, 토네이도의 등급은 크기, 속도가 아니라 얼마나 파괴하는지에 달렸고 더 이상 그것이 더 많은 것. 즉 오클라호마와 케이트의 마음을 파괴하게 놔두지 말라며 흔들리는 케이트를 다잡아준다.

케이트는 타일러의 위로와 과거의 그녀와 친구들이 남겼던 연구의 흔적들을 통해 토네이도와 오클라호마에 대한 애정을 조금씩 되찾고 차근차근 무너진 마음을 재건해간다. 그리고 다시 한번 힘을 내 밤새 연구해도 지치지 않았던, 어떻게든 이해하고 정복하고 싶었던 토네이도를 온몸으로 이해해 보려 한다.

잔해 속에서 희망을 찾는 휴먼 드라마


<트위스터스>가 잘 만든 재난 영화이자 휴먼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이 영화엔 극중 인물들의 삶이 주는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토네이도는 지나는 길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 집어삼킨다. 모든 것이 파괴된 땅엔 상처와 절망의 잔해만이 남는데 극중 인물들은 그 땅을 포기하지 않고 함께 잔해를 해치며 희망을 찾아낸다. 이들은 오클라호마를 떠나지 않으며 목숨이 위험한 순간에도 우리는 함께 있다고, 손을 놓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케이트, 타일러, 하비. 세 명의 주인공들은 나와 우리를 위해 토네이도를 이겨내려 노력한다. 타일러는 토네이도를 팔아 개인 수익을 올리는 인물 같았지만 알고 보니 구호 활동에도 마음을 쓰는 선한 사람이었고 하비는 초기 연구 비용 마련을 위해 토네이도를 이용하는 사업가 마셜 릭스와 함께 스톰파를 조직했지만 후반부엔 무리에서 빠져나와 사람들을 구하러 달려온다. 케이트는 모두가 도망칠 때 목숨을 걸고 토네이도 안으로 들어간다. 나의 일부를 포기하고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이 희망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단순히 ‘거대한 자연재해를 이겨낸 우리’를 자랑스러워하는 영화였다면 딱히 공감되는 포인트가 없었을 텐데 주인공들의 꿈과 담백한 애정, 희망을 적절히 섞은 덕에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그리고 주인공을 향한 불필요한 견제나 키스 엔딩 같은 재미없는 클리셰 대신 끝까지 토네이도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인 점도 좋았다. 자극적인 인물과 사건을 넣어 도파민 도는 영화도 좋지만 역시 제일 좋은 건 이런 착한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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