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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ug 18. 2024

쾌감과 공포, 불쾌감을 모두 잡은
매력적인 혼종 영화

영화 <에이리언: 로물루스> 리뷰, 후기, 해석 / SF, 공포, 크리처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공포, 고어 수준

- <에이리언: 로물루스> 제목의 뜻

- 신화 속 로물루스, 에이리언의 유사성

- 웨이랜드 유타니의 최선의 선택 vs 레인의 최선의 선택

에이리언: 로물루스 (Alien: Romulus, 2024)

장르적 쾌감과 공포, 불쾌감을 모두 잡은 매력적인 혼종 영화

개봉일 : 2024.08.14.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SF, 호러, 액션, 크리처

러닝타임 : 119분

감독 : 페데 알바레즈

출연 : 케일리 스패니, 데이비드 존슨, 아치 르노, 이사벨라 메르세드, 스파이크 펀, 에일린 우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2142년, 해가 뜨지 않는 식민지 행성에서 기약 없는 노동을 하며 버텨온 청년 레인과 합성 인간 앤디.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은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해 행성 근처에 버려진 우주 기지를 탈취해 가장 가까운 행성으로 탈출하기로 한다.

레인과 친구들은 우주정거장을 지나 우주 기지 ‘로물루스’에 무사히 도착한다. 그런데 이들이 탈출에 쓸만한 시스템과 연료를 확보하며 미래를 꿈꾸고 있던 찰나, 끔찍한 에이리언들이 나타난다. 당장 탈출할 방법도 에이리언들을 물리칠 방법도 없는 우주 한가운데에서 레인과 친구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인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SF 영화계를 넘어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평가받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7번째 작품으로, 전작 <프로메테우스>에 비해 더 직관적이고 쾌감 있는 스페이스 호러 장르의 영화다.

리플리가 등장했던 <에이리언1-4>에 비하면 캐릭터의 임팩트, 액션 부분에선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4편 이후의 시리즈 중 가장 <에이리언1>에 가까운 느낌이라 개인적으론 만족스러웠다.


영화 초반부에 충분한 세계관 설명이 있고 이전 시리즈들과 이야기가 이어지는 형식도 아니라 전작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더 재밌게 즐기고 싶다면 비슷한 타임라인에 위치한 <에이리언(1979년)> 한 편 정도는 보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에이리언: 로물루스>의 수위?
공포, 고어 수준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에이리언이라는 생명체를 다루는 크리처 영화이자 호러 영화다. 영화는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하고 강력한 생명체와의 추격전이라는 호러 영화의 베이직한 요소와 낯선 크리처인 에이리언,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여러 불쾌감을 흥미롭게 활용해낸다.


호러 영화라 하면 공포, 고어 수위에 대해 궁금해하는 관객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불필요한 표현이 없고 크게 고어하지 않다고 느꼈지만 에이리언들의 아름답지 않은 생김새, 이들이 살아남기 위해 인간을 숙주로 삼고 새로운 에이리언은 숙주의 신체(가슴)를 가르고 나온다는 설정 자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관객이라면 쾌감보다는 불쾌감을 더 크게 느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공포 수위는 점프 스케어가 있긴 하지만 쫀쫀한 긴장감을 가져가는 연출, 영화 자체의 으스스한 분위기가 더 크게 느껴지고 공포보다는 묘한 불쾌감이 더 오래 남는다. 여름이니 호러 영화는 보고 싶은데 귀신이나 너무 놀래는 영화는 싫을 때 딱 괜찮을 정도다.

<에이리언: 로물루스> 제목의 뜻


로물루스는 로마 건국 신화에 나오는 로마의 초대 왕의 이름이다. 로물루스 신화엔 로물루스와 쌍둥이 동생 레무스가 등장한다. 이 쌍둥이 형제는 고대 로마의 여신 베스타를 모셨던 어머니 레아 실비아를 통해 세상에 태어난다.

이들의 어머니는 여신을 모시는 사제로서 평생 처녀로 지내야 했지만 제단에 올릴 물을 기르기 위해 들어간 신성한 숲에서 남자 마르스와 사랑을 나누고 로물루스를 출산한다.

쌍둥이는 왕위 계승, 처녀성의 문제 등의 이유로 버려지지만 암늑대의 젖을 먹으며 목숨을 부지한다. 그리고 얼마 뒤 목동 파우스툴루스에게 발견된 로물루스와 레무스는 무사히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게 된다. 이후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쌍둥이는 원수를 갚고 도시를 건설하기로 뜻을 모으지만 중간에 발생한 다툼으로 인해 레무스는 죽고 로물루스는 혼자 로마를 건설한다.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이 로마 건국 신화를 모티브로 한 제목이라고 할 수 있고 이야기 또한 이 신화와 유사한 면이 있다. 영화의 표면적인 이야기가 에이리언이 점령한 퇴역 우주선에서 벌이는 사투라면 그 안에 숨어있는 이야기는 잘못돼도 뭔가 단단히 잘못된, 불쾌한 건국 신화이자 거대한 신화에 맞서는 남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 아래 내용부터 스포 有


신화 뒤에 숨겨진 불쾌한 이야기
여성들을 납치한 로물루스, 여성들을 숙주로 삼는 에이리언


로마를 건설한 뒤 로물루스는 주민을 모으기 위해 도시를 범법자나 망명자, 도망자 같은 이들에게 피난처로 제공했다. 그런데 이들은 일반적으로 호감을 느낄만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가까운 이웃 나라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했고 도시엔 남자들만 넘쳐나게 된다. 로물루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웃나라 사비니 족의 여성들을 납치했다고 한다.

새로운 나라가 건설되었다는 엄청난 일 뒤에 이런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레인과 친구들이 탄 커다란 우주 기지 ‘로물루스’에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우주기지 로물루스는 <에이리언> 시리즈에 등장하는 가장 큰 기업 ‘웨이랜드 유타니’의 소유물이다. 레인과 친구들은 이 우주 기지를 그저 퇴역한 우주선이라 생각하고 접근하지만 로물루스 안에선 인류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벌였던 위험한 연구의 흔적인 에이리언들이 남아있었다.

과학장교 ‘룩’의 말에 의하면 웨이랜드 유타니는 급변하는 우주 환경에 적응하기엔 너무 연약한 인간의 신체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고 한다. 웨이랜드 유타니는 지금보다 더 강력한 새로운 인류를 만들고 동시에 로마 제국을 세운 로물루스처럼 그들만의 제국을 세우고자 했을 것이다.

인류의 발전, 우리만의 제국을 위해 에이리언을 이용한다? 사실 이는 헛된 상상에 가까운 일이자 욕심이다. 그리고 그 욕심의 결과, 극중 여성 인물들은 로마의 부흥을 위해 납치됐던 이웃나라의 여성들처럼 에이리언들의 숙주가 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특히 큰 불쾌감을 느끼는데, 여성들이 숙주가 되는 과정이 마치 성폭행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페이스허거가 여성의 얼굴에 달라붙고 신체 일부를 입에 삽입해 알을 낳고 유충이 신체를 훼손하며 튀어나오는, 이 모든 과정이 말이다.)


레인은 발전과 건국이라는 커다란 목표 뒤에 숨겨진 욕심, 에이리언에게 대항하고 살아남는다. 그녀의 동생인 합성 인간 앤디는 아버지가 입력해 둔 ‘레인을 위한 최선의 선택(레인 무리의 생존)’과 중간에 모듈을 바꾸며 입력된 ‘회사를 위한 최선의 선택(혼합물을 안전하게 빼돌리기)’ 사이에서 헤매기도 하지만 모듈을 제거한 후반부엔 레인을 위한 선택을 하며 끝까지 레인에게 힘을 보탠다.

웨이랜드 유타니의 최선의 선택 vs 레인의 최선의 선택


영화에선 반복적으로 ‘최선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 한다. 앤디를 싫어했던 친구 비요른은 피해 최소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한 합성 인간 때문에 어머니를 잃었고 웨이랜드 유타니의 모듈이 삽입된 앤디는 회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며 죽어가는 레인의 친구들을 외면한다.

10명을 살리기 위해 3명을 포기할 것이냐 아니면 더 큰 피해의 위험을 감수할 것이냐. 친구가 죽게 놔둘 것이냐 아니면 친구를 살리기 위해 문을 여는 위험을 감수할 것이냐. 최선의 선택은 그냥 3명과 친구를 포기하는 것이다. 어렵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보통의 사람이라면 남은 3명과 친구를 보며 딜레마에 빠지거나 용기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까지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것이다. 레인과 친구들은 최선의 선택 대신 용기 있는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다. 반대로 웨이랜드 유타니와 웨이랜드 유타니가 만든 합성 인간은 최선의 선택을 고집한다.


인간의 몸으로 우주에서 살아남는 건 어려운 일이다. 우주에 최적화된 신체를 갖게 된다면 생존에 도움이 될 테니 그건 당연히 좋은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웨이랜드 유타니의 연구가 과연 최선의 선택이었을까?는 의문이 든다.

연구를 위해 수많은 실험체가 죽었고 그들이 남겨둔 제노모프와 혼합물에 의해 레인의 친구들도 죽었다. 그리고 겨우 태어난 새로운 생명체는 비대칭의 불완전한 신체를 가졌고, 고의가 아니었다 한들 제 어미까지 죽게 만들었는데 이걸 과연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을까? 나는 보통 사람의 범주를 벗어난 이들이 만들어낸 최악의 선택, 최악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에이리언: 로물루스>는 장르 영화의 쾌감과 공포, 불쾌함이 혼합된 혼종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나쁜 뜻이 아니라 좋은 뜻, 매력적인 혼종으로 말이다. 분명 처음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땐 캐릭터도 왠지 아쉽고 뒤끝이 찜찜한 것이 2번 볼 영화는 아니다 싶었는데 집에 돌아오니 다시 보고 싶다… 자꾸 보고 싶다… 징그러운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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