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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Jun 12. 2020

<아이 킬드 마이 마더>-'당신에 대한 원망이자 사랑'

[영화 후기,리뷰/ 왓챠, 자비에돌란 영화 추천/결말 해석]


아이 킬드 마이 마더 (I Killed My Mother)

개봉일 : 2015.01.15. (한국 기준)

감독 : 자비에 돌란

출연 : 자비에 돌란, 앤 도벌, 수잔 클레망, 프란시스 아노드, 패트리시아 툴라슨,

니엘스 슈나이더, 모니크 스파지아니, 피에르 샤농 


당신에 대한 원망이자 사랑


자비에 돌란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아이 킬드 마이 마더>

‘어머니는 돌아가셨어요 선생님에게 뱉은 거짓말 한마디로 엄마를 죽게 만든 주인공 후베르트는 엄마를 미워하고 사랑한다. 자식을 키우는 게 겁나 멀리 떨어져 나간 아버지, 아이를 키울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어머니 ‘샨탈’, 언제부턴가 엄마가 미워진 아들 ‘후베르트’



<아이 킬드 마이 마더>를 제작한 후 5년. <마미>가 세상으로 나왔을 때, 자비에 돌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어머니를 벌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그는 어머니를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한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라는 제목과는 달리 이 영화엔 분노뿐만이 아닌, 어머니와 아들 간의 여러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어머니’라는 소재는 언제나 가슴을 후벼판다. 우리의 가장 여린 살에 스며들어있는 감정이자 본능인 모성애와 어머니에 대한 사랑. 자비에 돌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여리고 무방비한 감성을 다각도로 자극한다.


 다수는 어머니를 미워하는 걸 죄악이라고 말한다. 그건 위선이자 모순이다. 단 1초라도 어머니를 원망해본 적이 없는가. 1초인지, 하루인지, 한 달인지..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아이 킬드 마이 마더 시놉시스 


"나는 누군가의 아들일 수는 있지만 엄마의 아들이긴 싫다."


16살 사춘기 소년 후베르트는 엄마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하다. 자신을 이해해 주기는커녕 제멋대로 행동하는 엄마에게 진절머리가 난 후베르트는 그의 연인 안토닌과 함께 자유로운 독립을 꿈꾼다. 하지만 엄마의 눈에 후베르트는 그저 철없는 사춘기 소년으로만 보일 뿐이다.

어느 날 엄마는 상상치도 못했던 아들의 비밀을 전해 듣게 되고, 방황하던 후베르트는 결국 기숙학교에 강제 입학하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16살 소년 후베르트는 엄마 샨탈과 함께 살고 있다. 후베르트는 엄마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입가에 음식을 묻히며 먹는 습관, 벽에 여러 종류의 나비를 붙여놓는 것, 촌스러운 머리, 함께 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옷 스타일. 언제나 마음대로 얘기하고, 화날 때면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것까지. 후베르트와 샨탈의 대화는 항상 고성과 욕으로 마무리된다. 대화를 나눌 때 둘의 모습은 화면의 가운데가 아닌 왼쪽 또는 오른쪽에 쏠려있다. 위태롭고 불편하며 숨이 막힌다. 



후베르트는 카메라를 이용해 자신의 속마음을 영상으로 남긴다.

‘나는 누군가의 아들일 수는 있지만, 엄마의 아들이긴 싫다.’

모든 이들은 어미의 뱃속에서 자라고, 어미의 노력에 의해 탄생하게 된다. 후베르트는 어미의 희생과 노력을 알고 그것을 사랑하기에 아들임을 부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어머니의 아들이고 싶진 않다고 얘기한다.      


엄마의 모든 것이 싫다.


후베르트는 부모님의 직업과 연봉을 조사하는 과제를 받고 담임선생님 '줄리'에게 아버지는 본 적이 없으며 어머니는 돌아가셨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는 그렇게 거짓말 한마디로 자신의 어머니를 죽게 만든다. 어머니의 존재에 대한 원망, 갈등, 사랑이 모두 뒤섞인 후베르트의 거짓말은 오래가지 않아 들통난다. 



담임 선생님 줄리는 후베르트에게 위로와 공감의 말을 건네는 어른이다. 아들의 거짓말에 화가 난 샨탈이 학교에 찾아와 한바탕 난리가 났던 날, 줄리는 홀로 걸어가는 후베르트를 불러 세운다. '사탕 줄 테니 차에 타봐' 어린아이를 달래듯 말하며 후베르트를 차에 태운 줄리는, 후베르트와 함께 자신의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특별히 맛있는 것도 아닌 기름과 짠맛으로 범벅된 식당이지만 추억이 담긴 곳. 줄리는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후베르트는 그 주문을 따라 한다. 그리고 '음료는 어떤 걸로?'묻는 종업원의 질문에 둘은 동시에 '물로 할게요'라고 답한 후 살짝 미소를 짓는다.


후베르트와 줄리는 동시에 물을 고른 것처럼 서로 통하는 점이 있는, 공통점이 있는 인물이다.

후베르트는 어머니와 수년째 갈등을 겪고 있는 소년이었고, 줄리는 10년째 아버지와 서먹한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어른이었다. 한번 깊어진 감정의 골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기만 했다. 후베르트와 줄리는 서로에게 동질감과 사재 간의 애착을 느끼기 시작하고, 후베르트는 줄리에게 마음을 털어놓는다. 



'다른 애들도 엄마한테 그런 식으로 말하니?'
'다른 엄마들도 그런 식으로 가르쳐?'


후베르트와 샨탈은 양극에 서있는 사이다.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대화 중 작은 스파크가 튀는 순간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다. 불편하고 숨이 막힌다.


둘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인다. 후베르트는 엄마를 대신해 장을 보고 아침을 차리고, 집안일을 하며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려 노력한다. 또 더 이상 부딪히지 않기 위해 독립을 계획하는데, 어린 아들이 걱정된 샨탈은 독립을 반대한다. 엄마인 샨탈은 후베르트를 위해 일을 나가고, 함께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한다.샨탈은 식사를 하며 ’오늘 무슨 일 있었니?‘라고 후베르트에게 묻지만, 엄마에게 마음이 상한 후베르트는 ’무슨 일 있으면 먼저 말했겠지‘라며 말을 잘라내버린다. 둘이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할 때면, 좁은 공간 안에 긴장감과 답답함이 가득 찬다. 영화의 중후반부, 후베르트를 기숙학교에 태워줄 때를 제외하곤 둘은 차를 타고 같은 목적지에서 내리지 않는다. (영화의 초반부에선 다투다가 터널을 지날 때쯤 후베르트가 차에서 쫓겨나고,

DVD를 빌리러 갔던 날 밤엔 화가 난 후베르트가 차 문을 열고 뛰쳐나간다) 



후베르트와 샨탈이 말하는 '다른 집'의 좋은 예는 후베르트의 애인 안토닌의 집이었다. 후베르트가 안토닌의 집에 놀러 갈 때면 그의 어머니는 아이들을 살갑게 챙겨주는 모습을 보인다. 안토닌과 어머니는 스스럼없이 장난을 쳤고, 안토닌의 어머니는 아들의 동성연애 사실을 알고 있으며. 반대하지 않는다. 안토닌의 어머니가 안토닌의 방 문을 열 때, 그 뒤로 아들을 껴안은 모습의 모자 그림이 보인다. 평온하고 행복한 표정을 한 모자의 그림이 마치 안토닌 모자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그와 반대로 후베르트는 샨탈에게 안토닌과의 연애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둘 사이에 대화가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엄마에게 안토닌과의 연애 사실을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말했다간 괜히 피곤해질 것이 분명하니까.



후베르트와 샨탈의 사이가 처음부터 안 좋았던 건 아니었다. 후베르트가 어릴 때, 이 모자는 오히려 친구 사이처럼 허물없고 가까운 사이였다. 샨탈의 동료들은 그 모습을 보며 '특이하다'고 얘기했다. 부러움 또는 반감을 품은 채 말이다. 각별했던 모자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한 건 후베르트가 4살 때쯤부터였다. 부모가 되는 게 두려워 떠난 아버지. 덩그러니 남겨진 샨탈과 아들 후베르트는 이전에 살던 시골집을 정리하고 도시로 이사 오게 된다. 후베르트의 아버지는 간간이 돈과 편지를 보냈지만 샨탈은 아들을 위해 일을 나가야 했다. 보모를 구해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아들과 대화할 시간이 없었고, 후베르트는 항상 외로움을 느꼈다. 그렇게 둘의 사이는 점점 멀어졌고 엇나갔다. 외롭게 자란 후베르트에게 ’널 위해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건 지겨운 변명이었고, 샨탈에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샨탈은 후베르트의 동성연애 사실에 충격을 받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힘든 길을 걸어갈 아들을 걱정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후베르트에게 사랑을 더욱 적극적으로 표현하려던 샨탈은 순간의 짜증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후베르트와 다투게 된다. DVD를 빌리고 집으로 돌아오던 밤, 분노한 후베르트는 가출을 결심한다. 아들과의 다툼, 성적 문제로 고민하던 샨탈은 결국 후베르트를 기숙학교에 보내기로 결심하고, 후베르트의 불만은 더욱 커진다. 후베르트는 부모의 선택으로 기숙학교를 다닌다. 제한된 생활과 성 정체성을 이유로 폭력을 당하던 후베르트의 감정은 당장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런 후베르트를 폭발하게 만든 건 상의도 없이 결정된 다음 학기 등록 고지서였다. 후베르트는 분노가 차오를 때면 유리창을 깨거나 접시를 부수는 등 파괴적인 상상을 한다. 고지서를 보고 화가 난 후베르트는 샨탈의 방을 뒤엎는 상상을 하는데, 마지막에 들어 올린 커다란 접시를 던지지 못하고 방을 다시 정리한다. 영화의 초반부, 저녁 식사중에 샨탈과 다툰 후베르트는 찬장 안에 접시를 꺼내 바닥으로 던지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선 그것을 던지지 못하고 다시 방을 정리한다. 이런 후베르트의 상상을 보면, 둘의 관계가 조금은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후베르트가 학교에서 도망쳐 어릴 적 살던 시골집으로 향하는 모습이 나온다.

후베르트는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면 내 왕국으로 와'라는 쪽지를 남겼고 샨탈은 바로 후베르트를 찾아 나선다. 후베르트는 어릴 적 엄마 아빠와 함께 뛰놀던 추억이 담긴 시골집을 자신의 왕국이라고 칭한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후베르트의 마음은 가장 사랑받았던 그 순간에 멈춰있다. 샨탈이 오기 전, 바위에 앉아있는 후베르트는 안토니가 선물한 엄마 인형 얼굴에 붙어있는 눈물방울을 뗀다. 눈물 자국이 살짝 남았지만, 눈물은 한 번에 떼어졌다. 그리고 샨탈과 후베르트는 말없이 바위에 걸터앉아있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 걸까. 눈물방울이 사라진 인형처럼, 두 사람의 미래엔 슬픔과 분노가 아닌 행복과 사랑만 남았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면 줄리가 후베르트에게 보내는 편지가 나온다. 줄리는 후베르트가 떠난 후 10년 동안 서먹하게 지냈던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고, 10초 만에 모든 마음이 풀어졌다며 인생이란 게 그렇게 우스운 거라 말한다.


이 편지는 마치, 현재를 살고 있는 자비에 돌란이 영화 속 후베르트에게 보내는 편지 같다는 느낌이 든다. 자비에 돌란은 <아이 킬드 마이 마더>를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말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후베르트이자 그를 연기한 자비에 돌란이다. 후베르트가 레스토랑에서 줄리의 주문을 따라 했던 것처럼, 부모와의 관계 회복도 줄리처럼 성공하길 바란다. 


                                                                            

'내가 오늘 죽으면 어떡할 거야?'
'그럼 난 내일 죽을 거야'


<아이 킬드 마이 마더>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자비에 돌란이라는 사람은 어머니를 매우 사랑하고 있다. 이 영화는 어머니를, 그에 대한 사랑을, 그에 대한 원망과 아픔을 동시에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결론은 사랑이다. 원망에 찬 질문을 던지고 돌아서는 아들의 뒤에서 사랑의 한마디를 속삭이던 어머니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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