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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ug 29. 2024

팀 버튼 클래식
찌릿한 괴짜 판타지

영화 <비틀쥬스> 리뷰, 후기, 해석 / 팀 버튼 판타지 영화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팀 버튼 클래식, 팀 버튼의 정수인 <비틀쥬스>

- 비정상이라 취급되는 것에 눈을 돌리는 영화

- 이승과 저승의 조화

비틀쥬스 (Beetle Juice,1988)

팀 버튼 클래식. 찌릿한 괴짜 판타지

장르 : 판타지, 코미디, 공포

러닝타임 : 92분

감독 : 팀 버튼

출연 : 마이클 키튼, 알렉 볼드윈, 지나 데이비스, 제프리 존스, 캐서린 오하라, 위노나 라이더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국가 : 미국


* 국내에선 <유령수업>이라는 타이틀로 수입되기도 했지만 해당 글에선 오리지널 타이틀 <비틀쥬스>로 표기


보통 영화를 볼 때, 범작이라 느껴지는 영화들은 내 머리의 정문을 두드리며 젠틀하게 들어오고 어라? 싶은 영화들은 뒤통수를 세게 가격하며 후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그런데 팀 버튼 감독의 영화는 정문이나 후문이 아닌 천장 근처에 달린 작은 창문을 예고 없이 타넘는다. 이렇게 갑자기 흘러들어온 팀 버튼의 영화들은 대부분 내 일부가 되어 버렸고, 내 취향은 ‘난 팀 버튼스러운 거면 다 좋아’로 바뀐지 오래다.

죽음과 외로움을 유쾌하게 풀어내다


고딕, 죽음, 블랙,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위트, 외톨이들의 이야기. 팀 버튼스러움 하면 떠오르는 몇 키워드들이 있다. <비틀쥬스>는 이 키워드들을 그대로 뭉쳐놓은 영화다. 오래전 작품이다 보니 팀 버튼 감독의 최근 작품들에 비하면 거친 날것의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저 투박한 영화라기보단 (팀 버튼 세계관 기준) 가장 클래식한, 팀 버튼의 정수라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승과 저승의 조화, 엄중함 대신 유쾌함을 곁들인 죽음, 보통은 비정상이라 여기는 것들에 대한 옹호와 고고한 정상인들을 향한 가벼운 일침. 어딘가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은 캐릭터. 무엇 하나 평범한 것이 없는 괴짜 그 자체인 키워드 들의 조합이지만 전혀 이상하거나 과하지 않다. 오히려 찌릿하고 재밌다.

특히 죽음. 언제나 신중하고 엄중하게 다뤄야 할 것 같은 이 키워드를 이렇게 재밌게 풀어낼 수 있는 감독은 팀 버튼 말고는 또 없을 거다.

<비틀쥬스>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둘만의 저택을 짓고 살아가던 아담, 바바라 부부가 불의의 사고로 유령이 되면서 시작된다. 두 사람은 겨우 죽음을 받아들이고 초보 고인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데 고인이 되고 나서도 지켜야 하고 참고해야 할 룰이 왜 이리 많은지 이승이나 저승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것 투성이다.

그중에서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룰은 무려 125년 동안 저택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제 차고에서 청소기를 가져와 청소를 할 수도 없고 시원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쉴 수도 없고 새로운 건물의 모습을 볼 수도, 새로운 미니어처 재료를 구매할 수도 없다.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집안에 갇힌 두 사람은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을 보낸다.


두텁게 쌓인 먼지만큼 두꺼운 지루함이 쌓여갈 때쯤, 이 시골마을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찰스 가족이 이사를 온다. 찰스 가족은 아담 부부가 정성스레 꾸며놨던 아기자기한 집을 순식간에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바꿔놓는다. 집이 변해가는 걸 지켜보던 아담 부부는 더 이상 이들과 공존할 수 없다며 찰스 가족을 내쫓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산자는 보통 귀신을 안 본다.’ ‘산자는 비정상적인 것을 무시한다.’는 초보 고인을 위한 지침서의 기본 지침 그대로 찰스 가족의 눈엔 아담 부부가 보이지 않았고 아담 부부의 시름은 날이 갈수록 깊어진다. 그때 보란 듯이 TV가 켜지고 그 안에서 ‘산자 퇴치 전문’이라 외치는 이상한 유령 비틀쥬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 아래 내용부터 스포 有

비정상이라 취급되는 것에 눈을 돌리는 영화


동료 예술가인 오토는 아담 부부의 집을 둘러보며 다들 마음의 문을 닫고 살기 때문에 통하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조연 캐릭터의 흘러가는 대사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이 대사가 <비틀쥬스>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리디아의 새엄마 딜리아. 그리고 그들의 동료들은 자신이 최고라 생각하는 꼿꼿한 예술인들이다. 딜리아는 동료들은 모 잡지에 실려본 최고의 전문가들이라 말하고 자신의 조각들은 귀중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 여긴다. 그런데 이 최고의 예술가들이 모인 저녁식사는 딱히 멋진 구석이 없다. 멋지고 교양 넘치는 말들이 오가 지도 않고 딜리아의 조각은 찬사가 아닌 애매한 어색함만 낳는다. 이사를 할 때도 그녀의 조각은 귀중품이 아닌 저게 대체 뭐지? 싶은 커다란 돌덩이로 취급될 뿐이다.

그럼에도 딜리아와 어른들은 자신의 세상에서 문을 꼭 걸어 잠근 채 밖을 내다보려 하지 않는다. 지침서는 이런 어른들을 보통의 산자라 칭하며 보통의 산 자들은 귀신을 못보는 것이 아닌 안 보는 것이고 그들은 비정상적인 것은 보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한다. 찰스와 딜리아 같은 보통의 이들은 내 세상 밖에 있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은 비정상이고 가치가 없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디아는 이 답답한 어른들의 세계를 깨는 인물이다. 팀 버튼의 영화엔 비정상이라 취급받거나 그 이유로 외톨이가 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리디아는 이 영화의 비정상인이자 히로인이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 무뚝뚝한 표정, 검은 옷. 죽음을 바라보는 우울한 시선. 리디아는 10대 소녀라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진 소녀다. 그녀는 고인을 위한 지침서에 적힌 “산 자는 보통 귀신을 안 본다.”라는 조항의 ‘보통’이라는 경계를 넘는 인물이자 아담 부부가 있는 저승과 이승을 이어주는 문이다. 리디아는 어른들은 보지 못한 아담 부부를 발견하고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이승과 저승,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허물어간다.


<비틀쥬스>는 어른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가볍게 엉덩이를 흔들게 만들고 리디아를 통해 뚜렷했던 경계를 허물며 비정상이라며 찬밥 취급을 당했던 존재에게 눈을 돌린다.

이승과 저승의 조화


극 중엔 부동산 중개업자 제인이 ‘이 집은 아이가 있는 가족이 살만한 집이다.’라고 말하자 바바라가 멈칫하고 제인이 사과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아담 부부가 그럼 이번 휴가 동안엔 아이를 가져보자며 농담을 나누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 장면들을 보면 두 사람이 아이를 가질 마음은 있으나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두 사람은 바라던 아이를 가져보기도 전에 어이없는 사고로 죽게 된다. 그런데 어쩌면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는 그 빈자리에 리디아가 들어온다. 바바라는 리디아를 딸처럼 아끼고 리디아까지 내쫓을 수 없다며 찰스 부부를 집에서 몰아내는 작전을 취소하기도 한다. 리디아 또한 아담 부부를 잘 따르며 그들을 구하기 위해 비틀쥬스와 계약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후 두 가족의 공존이 결정된 후 아담 부부는 친부모 못지않게 리디아를 챙기고 보살피는 모습을 보여준다.


<유령신부>, <프랑켄위니> 같은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이승과 저승, 삶과 죽음의 조화는 팀 버튼 감독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비틀쥬스>도 아담 부부와 리디아를 통해 이승과 저승의 조화를 그린다.

늦은 밤 침대에 누웠는데 가끔 죽음에 대한 걱정이 들 때가 있다. 죽으면 어떻게 될까, 죽으면 내 존재가 아예 사라지는 걸까? 존재가 사라진다는 건 어떤 걸까? 저승이 실제로 있을까?


이런 이상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 난 팀 버튼의 영화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아, 걱정하면 뭐 하냐. 그냥 이런 세계가 있다고 믿고 재밌게 살아가야지 뭐.”라는 결론을 내고 빠르게 잠에 든다. 갑자기 내 존재가 불안해질 때 이만한 약이 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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