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틀쥬스 비틀쥬스> 리뷰, 후기, 해석 / 신작 팀 버튼 판타지
- 영화 소개, 줄거리
- <비틀쥬스>(1편)과의 관계성
- 과거와 현재의 조화. <비틀쥬스>의 흔적들
- 사후세계에서 찾은 위로와 낭만 / 결말 엔딩 해석
개봉일 : 2024.09.04.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판타지, 코미디, 공포
러닝타임 : 105분
감독 : 팀 버튼
출연 : 마이클 키튼, 위노나 라이더, 제나 오르테가, 캐서린 오하라, 저스틴 서로, 모니카 벨루치, 윌렘 대포, 번 고먼, 대니 드비토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찰리와 초콜릿 공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유령 신부>, <빅 피쉬>, <가위손> 등 팀 버튼 감독하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정말 많지만 가장 팀 버튼스러운 영화를 딱 한편만 꼽아보라고 한다면 난 무조건 <비틀쥬스>를 고를 것이다.
1988년에 제작된 영화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의 출세작이자 팀 버튼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블랙&화이트 색 조합, 고딕 양식, 괴짜, 외톨이 캐릭터, 산 자와 죽은 자의 조화(결혼) 등의 키워드가 시작된 가장 팀 버튼스러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약 36년 만에 나온 <비틀쥬스>의 속편으로, 1990년대부터 2021년까지 꾸준히 제작에 대한 이슈가 생겼던 영화다. 속편을 기다려온 팬으로서 제작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니다. 이야기가 번복될 때마다 냉탕과 온탕을 오가곤 했는데.. 계속 기다리다 보니 어떻게 <비틀쥬스 비틀쥬스>의 개봉날이 오긴 왔다.
30여 년의 시간 동안 기술이 발전하기도 했고 감독의 연차가 쌓이면서 날것의 느낌은 거의 없어졌지만 신기하게도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전작에 비해 더 힘찬 걸 넘어 한층 더 과격하게 날뛰는 괴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팀 버튼 감독도 이 영화를 다시 만들 날만을 기다려왔던 걸까? 지금껏 하고 싶었던 것들을 최대한 꺼내놓은 느낌이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1편에선 보여주지 않았던 인물 내면의 미묘한 문제를 시원하게 해결함과 동시에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을 자유자재로 엮어낸다. 비틀쥬스는 단순한 악역이 아닌 이야기의 전반을 이끄는 인물로 성장했고, 앞서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던 모녀 관계는 어린 딸이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면서 말랑하게 해결된다.
그리고 성장한 기존 캐릭터들과 더불어 장난스러운 긴장감을 한껏 올려주는 새로운 캐릭터들 또한 상당히 매력적이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등장했던 샐리의 다크한 실사판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모니카 벨루치의 델로레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새로운 팀 버튼의 페르소나 제나 오르테가의 아스트리드, 가끔 등장해 예상 못 한 꿀밤을 먹이는 윌렘 대포의 울프 잭슨, 어느새 정들어버린 밥.. 등 하나도 버릴 캐릭터가 없다.
1편을 꼭 알아야 할까?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비틀쥬스>의 속편인 만큼 전편과 이어지는 이야기다. 초반에 대략적인 인물, 상황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전편을 몰라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왕이면 <비틀쥬스>를 보고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시리즈 자체가 굉장히 독특한 편이기도 하고 재미만을 놓고 본다면 1편에 비해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비틀쥬스>가 취향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비틀쥬스 비틀쥬스> 또한 불호일 확률이 높을듯하다.
그리고 팀 버튼의 최근 영화인 <덤보>, <빅 아이즈>, <빅 피쉬> 같은 영화를 기대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추천하지 않겠다. 이 영화들이 팀 버튼의 어른스럽고 아픈 면을 보여주는 영화라면 <비틀쥬스> 시리즈는 그의 안에서 미쳐 날뛰고 있는 리틀 몽키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불러낸 비틀쥬스
과거와 현재의 조화
시리즈 영화가 가진 가장 특별한 힘은 시간과 추억이다. 시간이 지나며 쌓인 영화와의 추억, 영화와 함께 성장한 배우들의 모습. 처음 이 영화를 만났을 때 느꼈던 감정과 그 순간에 대한 그리움들은 속편을 한층 더 관대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
솔직히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전편보다 훨씬 나은 속편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느낌이 있다. 세계관이 획기적으로 확장된 편이 아니라 전편에 비해 새로운 충격을 줄만한 요소가 적고 이야기는 광범위한 칼춤을 추다가 다소 얼렁뚱땅 해결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비틀쥬스 비틀쥬스>를 좋게 봤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여전한 비틀쥬스의 기괴한 발랄함과 전편에 비해 더욱 따뜻해진 온도, 과거와 현재의 연결 덕분이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30여 년 전 <비틀쥬스>의 색을 그대로 유지하며 과거와 현재를 적절히 엮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는 1편에서 사용했던 오프닝 영상 구성과 미니어처 속 비틀쥬스를 바라보는 구도, 1편에서 불렀던 노래, 레드 드레스와 버건디 슈트 등의 요소들을 그대로 사용해 반가움을 선사하기도 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다리와 그 근처에 생겨난 새로운 건물들, 업그레이드된 모래 벌레 등장 신, 비틀 쥬스의 결혼반지 주인공의 등장, 배우 문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찰스를 색다른 방법으로 불러오는 등 1편에서 사용된 요소들에 새로움을 더하기도 한다. <비틀쥬스>를 향한 제작진의 애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사후세계에서 얻는 위로
단순한 재미를 넘어 기묘한 낭만을 찾다
<비틀쥬스>가 꽉 닫혀있던 두 세계(이승과 사후세계) 사이의 문을 여는 이야기였다면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열려있는 문 너머에 있는 존재와의 연결, 적절하게 문을 닫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비틀쥬스>에선 인물들의 과거 이야기가 거의 나오지 않았기에 각자의 상처와 성장보다는 이승과 사후세계, 인물 사이의 경계가 사라지는 부분과 단순한 재미에만 집중되는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인물들에게 어떠한 과거와 그리움이 주어졌고 영화는 이들이 사후세계를 통해 그것을 회복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리디아는 아담 부부를 본 이후부터 죽은 자들과 가까이 살아왔지만 유령을 보는 능력이 언제나 도움이 된 것은 아니다. 그녀가 살던 집은 유령의 집이라 불렸고 아스트리드는 엄마가 영매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다. 아담 부부와의 만남은 좋은 추억이 되기도 했지만 그리움을 남겼고 수많은 유령 중 리처드만은 눈에 보이지 않는 현실은 리디아를 힘들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리디아는 능력이 있음에도 사후세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다. 그런데 딸 아스트리드가 제레미에게 홀려 사후세계에 들어가게 되자 비틀쥬스와 새로운 결혼 계약을 맺으면서까지 사후세계로 뛰어든다. 그리고 사후세계를 열심히 헤매던 그녀는 그곳에서 오래 묵혀두었던 문제들을 해결하게 된다.
리디아는 아스트리드와 함께 사후세계에서 리처드를 만나 앞서 나누지 못했던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사후세계를 빠져나오며 틀어졌던 모녀 관계를 회복한다. 더불어 영원한 사랑을 이야기하던 딜리아는 저승행 기차를 앞에 두고 찰스와 재회하고 함께 저승으로 떠난다. 사후세계에서 찾아낸 위로와 사랑이라니. 기묘하지만 낭만 있다.
사후세계의 문을 닫다
한바탕 사건이 지나간 후 리디아는 “이제 죽은 자들의 세상에서 벗어나 제대로 살아보려고 해요.”라고 말한다. 그녀는 지나간 이별과 죽음을 받아들이고 사후세계의 문을 닫는다. 그리고 이승의 소중한 이에게 집중하기로 한다. 영화의 결말과 “우린 연결돼있다고” 외치던 비틀 쥬스를 생각해 보면 과연 비틀 쥬스가 리디아를 완전히 놔줄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나름 정리된 엔딩인 것 같다.
전편을 보면서도 느낀 거지만 팀 버튼 감독은 죽음과 사후세계를 두렵거나 걱정할 만한 것이 아닌 나름의 재미가 있는 곳으로 그려내는 재주가 있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상어에게 뜯어먹힌 찰스의 묘비석을 상어 지느러미 모양으로 만들고 저승행 열차를 앞에 두고 춤판을 벌인다. 그리고 이별의 순간, 딜리아는 쪽팔려서 살 수가 없다, 나대신 보상을 받아달라고 말하며 쿨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
팀 버튼 감독의 이런 영화들을 보고 나면 거기도 어련히 내가 즐길만한 세계가 있겠지, 어쩌면 사랑하는 이와 다시 만날 수도 있겠지? 싶은 생각이 들어 걱정과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그 문 너머에 무엇이 있을진 아무도 모르지만 이왕이면 이런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면 좋겠다. 죽음 또한 눈물이 아닌 농담으로 웃어넘길 수 있는 세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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