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미> - '숨 막히는 세상 속, 내 사랑이자 구원'

[영화 후기,리뷰/ 왓챠, 자비에돌란 영화 추천/결말 해석]

by 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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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 (Mommy)

개봉일 : 2014.12.18. (한국 기준)

감독 : 자비에 돌란

출연 : 앤 도벌, 안토니 올리버 피론, 수잔 클레망, 알렉산더 고이트, 패트릭 휴어드, 이자벨 넬리스

숨 막히는 세상 속, 내 사랑이자 구원


제67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상을 수상하며 엄청난 돌풍을 몰고 왔던 영화 <마미>.

나는 이 영화를 돌란 감독 작품 중 가장 대단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끔은 어색할 만큼 강하게 비추는 노을빛이 식탁 앞에 내려앉을 때, 스티브의 미소가 화면에 가득 담길 때. 나는 차가운 현실 속 작은 희망과 사랑을 느꼈다. 눈에 띄다 못해 언제든 문밖으로 튀어나갈듯한 아들 스티브, 아들을 가장 사랑하는 엄마 디안, 아물지 않는 상처를 껴안고 살아가는 카일라. 도착점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인생. 세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며 눈앞에 닥친 벽을 함께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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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스티브를 연기한 ‘안토니 올리버 피론’은 <로렌스 애니웨이>에서 로렌스에게 윙크를 날리는 옆집 소년으로 10여 초 정도 출연했으며, 그 후 돌란 감독의 뮤직비디오 연출작 <칼리지 보이>의 주인공으로 출연해 유약하지만 임팩트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처음 <로렌스 애니웨이>를 봤을 때 ‘아까 윙크하던 소년이 누굴까..’ 궁금했었는데, <마미>를 보자마자 ‘아! 그 사람이네..’ 싶어 무릎을 탁 쳤었다. 어쩌면 돌란 감독은 그의 찡긋거리는 표정의 묘한 매력을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봤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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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 시놉시스


“엄마 우리 여전히 사랑하지?”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게 사랑이잖아.”


불같은 성격이지만 유쾌하고 당당한 엄마 '디안'은 거칠지만 사랑스러운 사고뭉치 아들 '스티브'가 보호시설에서 사고를 쳐 쫓겨나자 홈스쿨링을 시작한다. 엄마가 행복하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아들 스티브와 함께 행복한 생활을 꿈꾸는 디안. 하지만 홀로 생계를 책임지며 불안정한 성격의 스티브를 돌보기란 쉽지 않다. 이때 이들 앞에 나타난 이웃집 여인 '카일라'. 카일라의 등장으로 세 사람은 유일하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작은 행복을 찾아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디안 앞으로 한 장의 편지가 날아오는데…….


억척스럽지만 정 많고 속 깊은 엄마 '디안'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유별난 사고뭉치 아들 '스티브’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난 누구보다 따뜻한 그녀 ‘카일라’. 결핍으로 가득 찬 세 사람이 만나 하나의 소우주를 구성할 때, 그들의 세상은 비로소 시작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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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가상의 캐나다. 과잉행동 장애를 가진 자녀를 공공병원에 위탁할 수 있다는 S14 법이 개정되었다. 디안은 남편이 떠난 후 행동장애를 갖게 된 아틀 스티브를 키우는 엄마다. 밝은 금발머리에 누가 봐도 사고뭉치겠다 싶은 아들 스티브는 시설에서 치료를 받는다. 평소와 같이 흘러가던 하루. 디안의 차가 사고로 부서지고, 그녀의 일상은 여러 변화를 겪게 된다. 매점에 불을 지른 아들 스티브가 시설에서 쫓겨나 집으로 돌아오고, 가까스로 잡아낸 번역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 행동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 홈스쿨링을 해야 하는데 당장 돈을 벌 일이 없어지다니. 디안은 눈앞이 아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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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구원은 별개예요


시설 직원은 디안에게 S14 법을 얘기하며 아들을 공공병원에 위탁하는 건 어떠냐고 제안한다. 사람들은 행동장애를 가진 스티브를 문제아 취급했으며, 그걸 고치기 위해선 엄마의 사랑이 아닌 전문적인 치료 또는 격리가 답이라고 생각했다. 그 얘기를 들은 디안은 당당하게 답한다. ‘그런 비판적인 사람들이 틀리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라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선글라스를 쓰는 디안은 사랑하는 아들 스티브와 함께 시설을 등진 채 당당하게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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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디안과 스티브의 상황은 딱히 아름답지도, 희망적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항상 부족하고 절박한 상황에 더 가까웠다. 의무교육을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퇴한 디안에게 안정적인 직업을 찾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고, 과잉행동장애를 보이는 스티브가 다른 아이들처럼 등교하며 학위를 수료하는 것도 당장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디안은 소일거리에 가까운 번역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일을 받으러 갈 때면 짧은 치마를 입고 다리를 드러내는게 디안 나름의 생존 방식 중 하나였다. 하지만 곧 그 생존법도 의미가 없어졌고, 디안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절망감을 느끼고 눈물을 보이는 디안의 앞에 선 아들 스티브는 엄마의 가방 안에서 티슈를 꺼낸 후 엄마의 눈물을 닦아준다. 스티브가 슬퍼하고 있는 디안의 눈물 자국에 입을 맞추듯, 티슈 가득 그려진 입술들이 디안의 눈물을 닦아낸다. 그리고 다짐한다. 내가 엄마를 지키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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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는 툭하면 감정을 폭발시키며 욕설과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지만, 이 세상에서 엄마를 가장 사랑하는 순수한 아들이다. 스티브가 밖에서 사고를 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경찰을 상대하는 건 엄마 디안이었다. 스티브는 욱하는 순간이 왔을 때, 약을 먹고 진정하자는 엄마 디안의 제안에도 폭력적인 성향을 보일 만큼 자신을 통제하려고 하는 행위를 극도로 거부한다. 하지만 디안과 한바탕 일을 치르던 날, 운명처럼 장미 향을 흩뿌리며 상처를 치료해 준 카일라를 만난 후, 스티브는 조금씩 안정되는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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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집에 살고 있는 카일라는 중고등학교 교사 일을 하다가 잠시 안식기를 보내고 있는 인물이다. 일 때문에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는 남편과 함께 어린 딸을 키우고 있는 그녀는 가족들과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듯 보인다. 불안정한 마음이 온몸 곳곳에 영향을 미쳤는지, 어느 날부터 카일라는 말을 더듬기 시작한다. 말을 더듬는 자신이 싫어 마음의 문과 입을 닫은 그녀는 다시 세상으로 나가길 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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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안과 스티브, 카일라는 모두 각자의 상처와 높은 벽 앞에 가로막힌 인물이다. 셋은 디안의 초대로 저녁식사 자리를 갖게 되고 마음을 나누며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된다. 디안과 스티브는 한 번도 밤 외출을 한 적 없다는 카일라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말을 더듬는 카일라를 무시하지 않고 ‘그거 7년 주기야. 좀만 지나면 말이 술술 나올걸’이라며 위로를 건넨다. 카일라는 스티브의 허벅지에 난 상처를 치료해 주고, 홈스쿨링을 도와준다. 셋이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하던 날, 강한 노란빛을 뽐내는 노을이 다이닝룸 깊이 내려앉는다. 따스함과 희망을 의미하는 노란빛이 그들의 삶에 스며들고, 그저 살아가야 하는 게 목표였던 일상이 작은 행복으로 채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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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변하지 않아,
겉옷은 단지 겉으로 보이는 것을 살짝 가려줄 뿐


카일라가 스티브의 집에 처음 초대받았던 날, 저녁식사를 마치고 와인 한 잔을 마시는 두 여인 앞에 스티브가 뇌쇄적인 표정을 뽐내며 다가온다. 스티브는 새로운 집에 짐을 풀던 날, 몇년 전 아빠와 여행을 떠날 때 질리도록 들었던 CD를 찾아낸다. 그리고 저녁식사가 있던 날 밤, CD를 틀고 엄마, 카일라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스티브는 디안에게 다가가 손에 들고 있던 과도를 내려놓게 한다. 스티브는 항상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어야 하는 숨 가쁜 디안의 인생에서, 잠시나마 손에 쥔 걸 내려놓고 즐겁게 춤을 출 수 있게 만드는 존재였다. 디안은 카일라와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아들을 통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스티브와 함께하면 항상 즐겁고 따분하지 않다며 웃음을 보인다. 엄마에게 아들이란 안식처이자 행복, 모든 사랑의 감정을 품게 만드는 존재다. 스티브, 디안, 카일라는 셀린 디온의 ‘On ne chang pas’라는 곡에 맞춰 춤을 춘다. ‘우리는 변하지 않아, 겉옷은 단지 겉으로 보이는 것을 살짝 가려줄 뿐’이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다른 이들이 문제아라고 얘기하고, 디안을 안타까운 눈초리로 쳐다본다 해도 스티브는 디안의 사랑스러운 아들이며, 남들과 다르지 않은 소중한 존재다. 화려하고 멋있는 옷을 입지 않아도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 모자의 사랑은 무엇보다 큰 삶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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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안과 카일라의 목걸이


디안은 아들 스티브가 선물한 Mommy 목걸이를 영화 내내 착용하고 나온다. 처음 스티브가 목걸이를 건넸을때 디안은 어디서 훔쳐 온 거냐며 목걸이를 내친다. 그로 인해 한바탕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카일라가 등장하고 갈등이 완화된 후부터 디안은 스티브가 준 목걸이를 항상 착용한다. 자신이 엄마라는 것을 매일 굳건하게 되새기는 것처럼 말이다. 카일라는 하트 모양 목걸이와 뫼비우스의 띠 목걸이를 착용한다. 무한대로 돌아가는 뫼비우스의 띠는 답답한 현실을 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카일라의 모습을 보여주는듯하고, 하트 모양 목걸이는 아들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카일라는 스티브의 온갖 도발과 장난에도 침착함을 유지했지만 스티브가 목걸이를 뺏어가는 순간 폭발하고 만다. 스티브를 넘어뜨린 카일라는 ‘돌아가신 네 아버지 얘기할까?’라며 현재 곁에 없는 가족에 대해 언급한다. 그리고 목걸이를 다시 착용하고 있는 카일라의 앞에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사진이 보인다. 사진 속 카일라의 딸은 홀로 문제집을 풀 만큼 훌쩍 컸지만, 남자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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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뭐 가르쳐줄 때 좋아


스티브는 카일라에게 사과의 의미를 담은 팔찌를 선물하며 앞으로도 공부를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하늘에선 비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치지만 디안과 카일라는 각자의 옛 추억을 얘기하며 함께 웃음을 나누고, 스티브는 카일라의 도움으로 책 한 권을 완독했으며 디안은 번역 일과 청소를 겸업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스티브는 답답할 때면 홀로 보드를 탔지만 이젠 디안과 카일라가 스티브와 함께 달리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을 찾은 순간. 스티브를 답답하게 조였던 세상이 넓게 열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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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누구도 우릴 못 도와줘


스티브와 디안이 새로운 행복과 자유를 만끽하고 있던 중, 뒤로 미뤄둔 불행이 다시 닥쳐온다. 스티브가 시설에 불을 질렀을 때, 화상을 입은 케빈의 수술비를 내야 한다는 통지서였다. 디안은 살아남기 위해 다시 짧은 드레스를 입고 변호사 ‘폴’을 만난다. 하지만 디안을 불순하게 노리고 있는 폴의 모습을 참을 수 없었던 스티브는 상황을 엎어버린다. 디안은 모든 게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스티브는 절망하는 엄마를 보고 혹시나 엄마가 나를 싫어하게 되는 건 아닐까 불안해하면서도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는다는 것을 또 한 번 얘기한다. 어두운 복도에서 엄마에 대한 마음을 다시 한번 꺼내놓는 연약한 아이의 모습이 마치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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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들을 덜 사랑하게 될 일은 없어


디안은 스티브를 사랑한다.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나의 행복이자 축복인 아들. 하지만 세상은 자꾸 엄마와 아들 사이를 떼어놓으려고 한다. 디안이 하고 있는 일로는 집세와 식비밖에 감당할 수 없었고 눈앞에 닥쳐온 금전적 문제는 디안을 괴롭게 한다. 디안은 결국 스티브를 시설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디안, 스티브, 카일라의 작은 행복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난다. 디안은 간간이 번역 일을 하며 돈을 벌고, 스티브는 시설에서 디안에게 전화를 건다. 카일라는 남편 패트릭의 일 때문에 토론토로 이사를 간다. 디안은 카일라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난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희망이 있어’라고 말한다. 스티브는 시설에 갇혔지만 다시 엄마를 향해 뛰어간다. 하지만 카일라는 또다시 자신을 힘들게 하던 현실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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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마지막 곡은 Lana Del Rey의 ‘Born To Die’라는 곡이다. 죽기 위해 태어났다고 직역할 수도 있겠지만, Die를 ‘죽다’ 뿐만이 아닌 디안의 이름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영화의 초반 스티브가 시설에서 퇴소당할 때 디안이 서류에 서명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디안의 이니셜은 D.I.E. ‘죽다’라는 뜻의 Die와 같다. 그리고 폴과 함께 갔던 클럽에서 스티브가 불렀던 노래는 ‘그녀를 위해 사네’였다. 스티브는 디안을 통해 세상에 태어났고, 디안을 위해 살아간다. 무조건적이고 끝없는 엄마를 향한 사랑. 스티브는 세상이 자신을 가뒀음에도 다시 사랑하는 엄마를 향해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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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스티브를 문제아라고 평가하며 시선 안에 가둬버린다. 스티브가 바라보고, 움직일 수 있는 세상은 정사각형의 좁은 공간이 전부였다. 디안은 아들을 사랑으로 보듬었고 아들의 세상을 제안하려 하지 않았다. 스티브의 좁은 세계가 넓게 열리는 순간, 그 해방감과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


앞으로도 세상은 스티브와 디안에게 온갖 기준을 들이대며 그들의 세상을 제안하려고 할 것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세상 또한 마찬가지고.. 이토록 숨 막히는 세상 속에서 서로를 사랑하고 지켜내는 것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지만, 그것이 우리와 디안, 스티브 주어진 가장 큰 행복이자 삶을 살아갈 희망이다. 좁고 제안된 세상 속에서 우울하게 눈물을 흘리며 살아가는 게 아닌, 밝은 햇살 아래서 사랑을 나누고 웃음을 찾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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