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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Jul 02. 2020

<프란시스 하> - 너와 나, 우리의 젊은 날 이야기

[영화 후기,리뷰/ 왓챠 흑백, 공감, 현실 영화 추천/결말 해석]


프란시스 하 (Frances Ha)

개봉일 : 2014.07.17. (한국 기준)

감독 : 노아 바움백

출연 : 그레타 거윅, 믹키 섬너, 그레이스 검머, 아담 드라이버, 마이클 제겐, 마이클 에스퍼                                                                               

너와 나, 우리의 젊은 날 이야기


<결혼 이야기>의 감독으로 유명한 노아 바움백 감독의 작품 <프란시스 하>. 주연은 최근 <레이디 버그>와 <작은 아씨들>을 감독하며 연출자로서의 감각을 뽐내고 있는 ‘그레타 거윅’이 맡았다. 그레타 거윅의 연출작은 모두 봤지만, 배우로서 출연한 작품을 제대로 본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프란시스 하>에서 그레타 거윅이 그려낸 ‘프란시스’는 잘 풀리지 않는 일상 속에서도 에너지를 잃지 않는 청년이다. 27살, 늦은 건 아니지만 주변을 둘러보니 나만 동떨어져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 화려한 도시 뉴욕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프란시스의 모습이 서울에서 살아남으려 노력하는 우리 청년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흑백으로 담아낸 뉴욕의 모습이 사뭇 정적이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프란시스의 일상도 그렇다. 분명 무언가를 하고 있긴 한데, 정작 손에 쥔건 없는 상태. 하지만 걸어온 길이 있어 적당히 타협할, 포기할 용기조차 없는 꽉막힌 상황. 아름답고 화려한 도시를 배경으로 춤을 추고, 힘차게 달음박질을 하는 프란시스를 보며 나의 위치를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끔씩 무력해지는 순간이 올 때면 이 영화가 생각날 것 같다.




프란시스 하 시놉시스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둘도 없는 친구 소피와 살고 있는 27살 뉴요커 프란시스. 무용수로 성공해 뉴욕을 접수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지만 현실은 몇 년째 평범한 연습생 신세일뿐이다. 사소한 말다툼 끝에 애인과 헤어지고 믿었던 소피마저 독립을 선언하자 그녀의 일상은 꼬이기 시작한다. 직업도, 사랑도, 우정도 무엇 하나 쉽지 않은 그녀는 과연 당당하게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가장 보통의 뉴욕에서 만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프란시스 하>는 절친 소피와 살고 있는 27살 뉴요커 프란시스의 이야기다. 활동적인 성향, 긍정적인 사고, 시원한 웃음을 가진 그녀는 무용수로 성공할 날만을 기다리며 매일 연습을 한다. 아직 견습생으로 가끔씩 무대에 서지만,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고 생각한다. 프란시스의 절친 소피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청년이다. 둘은 반대의 성향과 취미생활을 가졌지만, 서로를 ‘자기’라고 칭할 만큼 각별한 친구 사이를 유지한다. 



어느새 아파트 계약만료 기간이 다가오고, 프란시스는 당연히 소피와 계약을 연장할 계획이었다. 프란시스의 남자친구 ‘댄’은 동거를 요청하지만, 프란시스는 우정을 택한다. 동거를 거절했다는 작은 트러블에서 시작된 다툼으로 댄과 헤어진 프란시스에게 믿을 건 소피뿐이었다. 하지만 연이어 들려온 소피의 독립 선언. 함께 욕하곤 했던 리사와 아파트를 얻어 나가겠다는 소피. 프란시스는 어이가 터져 배신감을 느낄 만도 한 상황이지만 소피에게 화 한번 내지 않는다. 사랑도 잃고, 우정도 잃고, 프란시스에게 남은 건 꿈, 직업, 새롭게 다가온 인연 ‘레브’ 뿐이었다.



레브는 소피의 소개로 만나게 된 인연이자, 프란시스에게 관심을 보이는 인물이다. 프란시스는 소피에게 차인(?) 기분을 풀기 위해 레브와 저녁식사 약속을 잡지만 그마저도 쉽게 풀리지 않는다. 계산하기 위해 내민 카드는 사용 불가, 현금 인출기는 저 멀리에 있고.. 급한 마음에 달려가다 바닥에 넘어지기까지. 쉽게 풀리는 일이 없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 하던가, 프란시스는 넘어진 팔꿈치 덕에 레브의 집에 들어가게 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다.



달에 950불을 지불하며 레브의 집에 살게 된 프란시스는 이제 연습과 공연만 성공적으로 끝내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한다. 레브, 벤지와 함께 살아가는 건 마치 재밌는 시트콤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았고, 걱정거리를 덜어낸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벼웠다. 춤을 추듯 가볍게 길거리를 뛰어가는 프란시스는 마치 무대 위 행복한 무용수의 모습처럼 보인다. 



뉴욕에선 부자 아님 예술 못해


프란시스를 만나러 온 소피가 프란시스를 보며 얘기한다. 프란시스는 소피의 말에 하지만 나는 예술을 하고 있다며 가볍게 얘기하지만, 현실은 가볍지 않았다. 집주인이자 조각가인 레브는 프란시스와는 다르게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프란시스는 연습실을 오가며 노력하는 모습을 중심적으로 보여주지만, 레브는 예술에 몰두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고, 여자의 허리를 감싼 채 현관문을 여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당장 무대에 올라가서 성공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절박함이 강한 프란시스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렇다 할 결과물이 크게 없는 건 비슷한듯한데, 프란시스는 레브에 비해 더 가파른 절벽 위에 서있는 느낌이다.


                                                                       

나도 휴가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연말 공연만 바라보며 버티고 있었던 프란시스에게 또 다른 악재가 닥친다. 프란시스는 상황이 안 좋아진 무용단에서 가장 먼저 나와야 했고, 집세조차 낼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프란시스의 친구들은 여전히 잘 살아가고 있다. 전보다 멀어진 친구 소피는 남자친구와 함께 여행을 가고, 레브는 여전히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으며 레이첼은 무용단의 메인 댄서로 승승장구한다. 당장 살아갈 자금조차 없는 나와는 다르게 청춘을 즐기고 있는듯한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프란시스는 허탈함을 느낀다. 이 정도면 하늘이 나를 차별하는 게 아닐까 싶은 상황에 프란시스는 작은 반항의 목소리를 낸다.


‘나도 휴가야! 메일도 자동응답으로 해놓을 거고, 음성 메시지도 자동응답으로 해놓을 거야!’



하지만 당장 집세도 없는 프란시스가 갈 수 있는 여행은 엄마 아빠가 있는 고향집으로 가는 것뿐이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고향집엔 여전히 프란시스를 반겨주는 부모님과 친척들이 있었다. 프란시스는 편안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욕조에 몸을 담근다. 멍하니 물에 잠겨있는 프란시스에게 엄마가 묻는다 ‘언제 나올 건데?’ 프란시스는 곧 나간다고 대답하지만 언제 나가겠다곤 명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지금 프란시스의 상황이 딱 그렇다. 조금만 더하면 성공할 것 같은데, 곧 빛을 볼 것 같은데.. 내가 언제 꿈을 이룰 것 이라곤 정확히 말할 수 없는 상태. 



프란시스는 자신이 바라는 이상향과 꿈을 이루기 위해 현실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 무용단의 단장 콜린은 프란시스에게 사무실 사무직을 제안한다. 프란시스는 끝까지 ‘무용수’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일념 하에 다른 곳과 계약 직전이라는 거짓말을 치지만,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모교 행사 도우미를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현실과 조금씩 타협하기 시작한다. 



프란시스는 결국 무대 위에 서는 성공한 무용수가 되진 못한다. 대신 안무를 구성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객석의 맨 뒤에서 아이들의 공연을 지켜본다. 아이들이 무대 위에 올라오기 전, 무대에 서서 몇 가지 동작을 해보는 프란시스의 뒷모습이 왠지 씁쓸하게 느껴진다. 프란시스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한참을 겉돌다 결국 그 중간점에 안착하게 된다. 새로 입주하게 된 아파트 우편함에 자신의 긴 이름이 들어가지 않자, 틀에 맞춰 이름을 접어 넣은 것처럼 말이다.




나의 모습도, 우리의 모습도 프란시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에 만족하기엔 이루고 싶은 더 큰 꿈이 있지만, 언제 이룰 수 있다고 장담할 순 없는 현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지만, 포기하거나 돌아갈 용기는 없는 상황. 현실과 타협한다는 것은 마치 나의 한계점을 인정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하기도 한다. 뉴욕에 살고 있는 27살 프란시스와 서울에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은 어딘가 닮아있다. 화려한 도시를 정적인 흑백으로 담아낸 <프란시스 하>에는 성공을 꿈꾸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평범하고 보편적인 이야기가 덤덤하고 정직하게 담겨있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kyung769/

블로그 : https://blog.naver.com/hkyung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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