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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Jul 06. 2020

<족구왕> - '떨지 말고 청춘을 즐겨라'

[영화 후기,리뷰/ 왓챠 한국 독립, 청춘 영화 추천/결말 해석]


족구왕 (The King of Jokgu)

개봉일 : 2014.08.21.

감독 : 우문기

출연 : 안재홍, 황승언, 정우식, 강봉성, 황미영, 박호산, 류혜린, 진태철

                                                                            

떨지 말고 청춘을 즐겨라


<족구왕>은 대중적인 축구도 농구도 아닌, 독특하게도 ‘족구’만을 사랑하는 열정 가득한 대학생 ‘홍만섭’이 보여주는 열정적인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3월의 캠퍼스, 봄의 낭만, 꿈과 웃음이 가득한 젊음.’ 듣기만 해도 설렘이 밀려오는듯한 단어들이지만, 24살이 된 만섭의 주변엔 낭만에 맞장구쳐줄 인물이 없었다.

스펙 쌓기, 점수 쌓기, 미래를 위해 억지로 해나가야 할 일들. 미래를 대비하기에도 빠듯한 청춘들은 청춘의 특권을 누리기 이전에 미래에 대비해야 했다. 하지만 주인공 만섭은 청춘의 낭만을 포기하지 않는 순수한 영혼이다. 구김살이 져본 적 없을듯한 반듯한 만섭의 마음과 표정이 <족구왕>을 보고 있는 또 다른 청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안재홍 배우는 최근 개봉한 <해치지 않아>나 <사냥의 시간>같은 상업영화 외에도 독립영화계에서도 꽤나 잔뼈가 굵은 배우다. <족구왕>을 비롯해 <소공녀>, <산나물 처녀> 등의 독립영화에 출연했으며 직접 각본, 감독을 맡은 영화까지 있을 정도니.. 진정 영화를 사랑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드는 필모다. 체중을 감량한 후 예전의 이미지를 탈피해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론 예전의 통통했던 모습도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순수하고 열정적인 ‘만섭’의 캐릭터와 둥글고 밝은 안재홍 배우의 이미지가 정말 찰떡같이 맞아떨어지며 <족구왕>속 만섭의 캐릭터가 더욱 입체적으로, 가깝게 느껴졌다.




족구왕 시놉시스


허세 0%+혈중 열정 농도 100% 슈퍼 복학생이 나타났다!


이름: 홍만섭, 나이: 24세. 신분: 식품영양학과 복학생. 학점: 2.1, 토익 점수: 받아본 적 없음. 스타일: 여자가 싫어하는 스타일. 여자 친구: 있어본 적 없음. 다시 읽어봐도 답 안 나오는 스펙의 주인공 만섭. 지금 당장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어도 모자랄 판에 캠퍼스 퀸 안나에게 첫눈에 반하질 않나, 총장과의 대화 시간에 족구장을 만들어달라고 하질 않나 아주 그냥 ‘족구 하는 소리’만 하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퀸카 안나가 요즘 남자애들 같지 않은 만섭의 천연기념물급 매력에 관심을 보이고, 만섭은 급기야 안나의 ‘썸남’인 ‘전직 국대 축구선수’인 강민을 족구 한판으로 무릎 꿇리기에 이른다. 이 사건으로 만섭은 ‘그저 그런 복학생’에서 순식간에 캠퍼스의 ‘슈퍼 복학생 히어로’가 되고, 취업준비장 같이 지루하던 캠퍼스는 족구 열풍에 휩싸인다. 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관심 속에서 드디어 시작된 캠퍼스 족구대회! 누가 봐도 허술해 보이는 외인구단 만섭 팀은 복수심에 불타는 강민이 속한 최강 해병대팀을 이기고 사랑과 족구 모두를 쟁취할 수 있을까?


단 한편의 특급 코미디! 사랑과 족구를 그대에게 바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복학을 환영합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학교로 돌아온 민간일 5일차 만섭은 설레는 마음으로 호기롭게 캠퍼스 땅을 다시 밟았지만, 만섭의 주변은 휑하다. 그를 반겨주는 건 복학을 환영한다는 플랜카드 뿐이다. 만섭에게 달려있는 타이틀은 대출 연체자, 복학생, 전역한지 얼마 안 된 군인, 고깃집 알바생 정도다. 그럴싸하거나 반짝이는 타이틀은 없지만 만섭은 기죽지 않는다.



저는 연애하고 싶습니다.


3년째 공무원을 준비 중인 선배 형국은 기숙사 문을 열고 들어온 갓 민간인 만섭에게 묻는다. 꿈과 낭만에 흠뻑 젖어있는 만섭이 못마땅했던 형국은 공무원 준비에 대해 얘기하다 만섭의 관심사를 묻는다. 만섭은 적대감을 찾아볼 수 없는 표정으로 공무원엔 관심이 없지만 그저 연애가 하고 싶다고 말한다. 갑갑했던 군대에서 벗어나 청춘의 자유를 되찾은 만섭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현재의 낭만을 즐기고 싶어 하는 청년이다. 족구 마니아, 가방에 들어있는 포카락, 비디오로 보는 영화, 토익.토플 본 적 없는 대학생. 다른 이의 눈에 만섭은 어느 각도에서 봐도 ‘특이한 사람’이다.



만섭의 20살은 친구들과 함께한 족구의 추억으로 가득 차있다. 만섭에게 족구란 청춘의 낭만과 즐거움 그 자체였다. 책만 넣어도 무거울 가방 안에 족구 공을 함께 넣고 다니는 만섭은 족구 경기장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다른 이들이 만섭에게 왜 족구 경기장을 되살려야 하느냐 묻는다면 그는 그저 ‘족구하고 싶어서요’, ‘재밌어서요’라고 답할 뿐이다. 만섭이 족구를 하는 건 족구경기가 즐거우며 함께하는 시간이 행복하기 때문이고, 즐거움과 낭만을 찾는 이유는 그가 청춘이기 때문이다.


만섭의 낭만에 가장 공감해 주는 사람은 친구 ‘창호’다. 다시마만 먹으며 40kg을 감량했다는 그는 여자친구만 만들 수 있다면 다시마만 먹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만섭과 견줄 수 있을 만큼 만만치 않은 낭만파다. 창호는 만섭의 족구장 되살리기 서명운동을 함께하며 족구를 연습한다. 학교에서 만섭과 창호에게 관심을 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둘은 포기하지 않고 서명운동을 진행한다.



다른 학생들은 만섭과 창호에게 크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가산점을 얻기 위해 움직이고, 스펙을 쌓기 위해 청춘의 낭만 따위는 저 멀리로 던져버린 청춘들. 그들은 족구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는 총장의 질문에도 손을 들지 말지 고민하며 주변 눈치를 본다. 다른 이의 표정과 말을 신경 쓰며 손 한번 들지 못하는 학생들 사이, 미래가 눈치를 살피며 손을 든다. 미래는 만섭과 함께 족구 연습을 하지만 영 쉽지 않다. 만섭과 창호는 종이 곽도 제대로 차지 못해 주눅 든 미래에게 위로를 건넨다.



안나와 강민은 만섭과 조금 다른, 소위 말하는 인싸의 길을 걷고 있는 학생이다. 학교 모델과 우월한 비주얼로 유명한 두 사람은, 겉보기엔 화려하고 외향적으로 보이지만 진지하게 마음을 나눌만한 친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천성인지, 해보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안나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말하는 법을 잘 모른다. 만섭과 백 투 더 퓨처를 보던 날, 안나는 ‘여자들이 족구하는 복학생 제일 싫어하는 거 몰라요?’라며 만섭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내뱉는다. 하지만 만섭은 불쾌감이나 화를 내비치지 않고 ‘남들이 싫어한다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해요’라 말한다. 안나는 만섭을 특이하고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만섭의 당당하고 진실된 마음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강민은 축구 국대 출신이지만 부상으로 꿈을 접어야 했던 청춘이다. 그는 자신을 인생 종친 놈이라고 이야기한다. 비싼 외제차 너머엔 고시원에 홀로 살며, 잔뜩 움츠러든 강민의 모습이 숨겨져있다. 강민은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만섭과 친해지는 안나의 모습을 보며 불안함을 느낀다. 거기에다 전직 축구선수가 일반인(만섭)에게 구기종목인 족구 시합에서 지다니.. 강민은 만섭을 이기고 자존심과 자존감을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쪽팔리면 좀 어떠냐?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결점을 숨기려고 노력하거나 부끄럽다고 느낀다. 강민은 국가대표 자격을 놓아버린 자신을 부끄럽다 느끼고, 그로 인해 열등감을 갖게 된다. 형국은 고운의 면박에 현실도 모른 채 족구에만 열광하는 자신이 잘못된 것이라 느끼게 되고, 공무원 준비에 열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만섭은 다르다. 당장 등록금을 낼 돈이 없어도, 양말 뒤축이 다 닳아 구멍이 나도 만섭에겐 족구와 안나와 함께할 영어 연극이 가장 중요하다. 족구는 만섭의 취미이자 특기, 청춘을 의미한다. 그런 알바생 만섭을 지켜보는 고깃집 사장님은 만섭과 친구들에게 말한다. 청춘은 별거 없으니 즐기면 장땡이라고, 벌벌 떨지 말라고 말이다. 만섭과 친구들보다 먼저 청춘을 겪어본 사장님이 청춘들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조언이다.



만섭은 <백 투 더 퓨처>를 인생 영화라고 꼽으며 자신이 미래에서 왔다고 진담 같은 농담을 던진다. 미래에서 가장 후회스러웠던 것이 청춘을, 사랑하는 족구를 즐기지 못 했던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다신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는 듯 최선을 다해 족구경기에 임한다. 만섭은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청춘에 집중한다. 다리에 피멍이 들고 발에 무리가 와도 발을 다치는 것보다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는 게 더 중요했다. 청춘의 추억이 깃든 족구를 위해, 나를 응원하지 않아도 나를 지켜보고 있을 짝사랑 대상 안나를 위해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만섭과 반대로 청춘의 모든 것을 포기했던 형국은, 만섭을 보며 마음을 바꾸게 된다. 식품 영양과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닥쳤을 때 등장한 그는 3년 전처럼 족구장에 나타나 식품 영양과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만섭의 공격을 끝으로 종료된 족구경기. 경기가 끝난 후, 만섭과 친구들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청춘을 즐긴다. 안나와 강민은 총장님을 찾아가 족구장 설립허가를 받고, 창호와 미래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밥을 먹는다. 고운은 계절에 맞지 않게 답답하게 입고 있었던 패딩과 부츠를 벗었고, 만섭은 족구 공을 챙겨 여행을 떠난다. 취업도 중요하고 미래도 중요하지만, 당장 눈앞에 펼쳐져 있는 청춘의 설렘과 여러 감정들을 느끼지 못한다는 건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만섭의 열정적이고 순수한 태도는 답답한 청춘들에게 위로와 대리만족을 선물한다 



영화 초반에 형국이 낭만에 젖어있는 만섭에게 ‘청춘이 영원할 것 같지? 학교에서 발 빼는 순간에 네 청춘이 네 뒤통수를 칠 거다.’라고 말한다. 낭만을 제외하고 현실적으로 본다면 형국의 날카로운 말이 맞다. 우리는 지금도 불안감과 초조함에 사로잡혀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자신을 옥죄고 있다. 주변 눈치를 보며, 나 자신을 살펴볼새 없이 무작정 달리는 것으로 하루의 의미를 찾는다. <족구왕>을 봤다고 당장 나도 만섭처럼 청춘과 낭만, 꿈을 좇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만섭의 여유와 행복이 넘치는 미소는 막막한 다음날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 청춘들에게 전하는 위로를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담아낸 영화 <족구왕>. 대학생활의 추억, 로망, 청춘의 사랑과 꿈을 현실적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가벼운 마음으로 즐긴 후, 나 자신에게 응원의 한마디를 건네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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