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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Jul 07. 2020

<내 사랑> - '그녀의 시선 속에 담긴 사랑'

[영화 후기,리뷰/ 왓챠,넷플릭스 로맨스/멜로,사랑 영화추천/결말 해석]


내 사랑 (Maudie, My Love)

개봉일 : 2017.07.12. (한국 기준)

감독 : 에이슬링 월쉬

출연 : 샐리 호킨스, 에단 호크, 캐리 매쳇, 가브리엘 로즈, 자카리 베네트, 빌리 맥크렐런                                       

그녀의 시선 속에 담긴 사랑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내 사랑>. 주인공 모드와 에버렛을 연기한 샐리 호킨스와 에단 호크의 연기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힌 채, 다른 사람과 마음을 나눠본 적 없는 모드와 에버렛의 거칠고 날카로운 시작부터 사랑의 감정을 받아들이는 순간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모드의 부드럽고 따스한 시선과 진심이 에버렛의 마음에 서서히 들어차며 새로운 색깔의 감정을 만들어낸다.



에버렛의 집은 작고 초라하지만 모드에겐 남부럽지 않은, 행복으로 가득한 공간이다. 모드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의 끝엔 모드의 기억이, 사랑이 맺혀있다. 모드는 맑은 하늘을, 분홍빛으로 물드는 노을을 볼 수 있고, 그걸 담아낼 수 있는 마음이 있다. 세상의 눈에 그녀는 몸이 굽은 관절염 환자였지만 누군가에겐 사랑이자 배울 점이 있는 벗이었다. 




내 사랑 시놉시스


“당신의 마지막 인생 로맨스는 언제였나요?

운명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집에서 만난 에버렛과 모드. 혼자인 게 익숙했던 이들은 서서히 서로에게 물들어가며 깊은 사랑을 하게 되고 서로의 사랑을 풍경처럼 담는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걸음걸이가 그럴 뿐이에요


숙모와 함께 살며 가족인 듯, 짐인 듯 얹혀있던 모드는 독립을 꿈꾼다. 친오빠 찰스는 돈에 눈이 먼 사람이었기에 몸이 불편한 여동생을 외면한다. 숙모에게 돈을 몇 푼 건네며 모드를 떠맡긴 오빠는 동생이 느끼고 있을 답답함과 불편함을 이해하지 못한다. 몸이 불편한 사람’, ‘어떤 일도 할 수 없는 사람’, ‘보살핌이 있어야만 하는 사람.’ 관절염을 앓고 있는 그녀는 ‘어른’으로 인정받기 이전에, 그저 아픈 사람일 뿐이었다. 아프다는 이유로 집안에만 머물러야 했기에 모드는 마음을 터놓을 친구 한 명 없었다. 어색하게 리듬을 타며 사람들 사이에 어울려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맞지 않는 포장지 안에 우겨 넣어진 인형 같아 보인다.


                                                                        

당신은 도움이 꼭 필요해요


가정부 공고를 낸 에버렛의 집에 찾아간 모드가 말한다. 에버렛은 몸도 성치 않은 모드를 가정부로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 누가 봐도 도움이 필요할듯한 인물은 건장한 남성인 에버렛이 아닌 가냘프고 여린 모드였다. 하지만 모드는 다른 이의 도움이나 같잖은 동정심을 바라는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다리가 불편해 오래 걷기 힘들지언정 걷는 걸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관절염 때문에 손가락 통증이 와도 붓 하나면 행복하다고 말하는 화가였다. 에버렛의 집에서 일하게 된 모드는 자신에게 화를 내는 에버렛에게 ‘뭘 해야 할지 몰랐단 말이에요’라고 말하며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곧장 새로운 일을 찾고 그림을 그리며 마음속에 담아둔 기억을 하나둘 꺼내놓기 시작한다. 



당신의 시선을 보고 싶어요


뉴욕에서 온 산드라는 모드의 따스한 시선과 그림을 가장 사랑해 주는 사람이다. 예쁜 구두를 신고, 고급스러운 옷차림을 한 산드라의 얼굴엔 여유가 가득하다. 모드의 그림 카드를 받은 산드라는 카드의 값을 제시하며 모드의 다음 그림카드를 기대하겠다고 말한다. 그 후 모드는 카드를 판매하기 시작하며 신문과 방송에도 출연할 만큼 유명세를 얻게 된다. 누군가는 모드의 그림을 보며 ‘5살짜리 조카도 그릴 수 있는 그림’이라고 말하지만, 모드의 그림엔 모드가 바라보는 특별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담겨있다.



방송에 출연한 후, 에버렛과 모드의 집에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오기 시작한다. 모드의 그림 판매는 생선을 판매하는 것보다, 아니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 주었다. 사람들은 에버렛과 모드를 보며 ‘아내를 잘 만나 인생 폈다’는 식의 말들을 던진다. 에버렛은 모드의 존재를 완전하게 존중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모드가 가정부로 왔을 땐 개와 닭보다도 못한 존재라고 선을 그었고, 사랑의 감정을 인정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결혼을 하고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모드를 완전히 존중하지 못했던 에버렛은 몰려드는 사람들과 관심에 괴로움을 토로한다. 모드는 에버렛의 말에 상처를 받고 집을 떠나게 된다. 


                                                                      

내 인생 전부가 이미 액자 안에 있어요


모드는 창밖이 내다보이는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린다. 잠시 에버렛의 곁을 떠나 산드라의 집에 머물 때, 모드는 어떤 것에서 영감을 받고 그림을 그리냐는 산드라의 질문에 창문과 기억에 대해 얘기한다. 몸이 불편해 멀리 나가지 못하는 모드는 기억 속에 있는 풍경들을 불러와 그림을 그린다. 창문을 바라보며, 길을 걷던 추억을 되새기며 말이다. 창 너머 에버렛의 집을 바라보며 인생의 전부가 이미 액자 안에 있다고 말하는 모드의 시선에서 에버렛과 그의 집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또한 갑작스레 찾아온 오빠 찰스가 돈을 벌었으니 집을 새로 지을 만도 하지 않냐고 말할 때도, 모드는 에버렛의 집이니 에버렛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며 집과 에버렛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비친다. 모드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하는 에버렛과 작지만 추억이 담긴 집, 붓과 물감이었다. 작은 집에 빼곡히 그려 넣은 꽃과 새들은 모드의 사랑과 희망의 표시였다.



모드가 잠시 집을 떠났을 때, 에버렛과 모드는 자리가 남는 침대를 바라보며 서로를 떠올린다. 에버렛은 모드가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그녀가 뿜어낸 행복과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 느끼게 된다. 에버렛은 모드를 처음 봤을 때 ‘내 아내가 보였다’며 처음으로 진실된 사랑을 표현한다. 하지만 둘에겐 남은 시간이 얼마 없었다. 모드는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에버렛에게 ‘개를 몇 마리 더 키워’라 말한다. 에버렛도 그 말에 숨겨진 뜻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난 당신이 있잖아’라고 말하며 다가올 현실을 애써 외면해본다. 



모디가 쓰러지자 에버렛이 놀라며 그녀를 ‘마우디’라고 부른다. 처음으로 다정하게 불러본 이름. 에버렛은 모디의 마지막을 지키며 ‘왜 당신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라며 후회의 감정을 내비친다. 모디는 에버렛을 사랑했다. 에버렛 또한 모디를 사랑했다. 하지만 에버렛은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도, 표현하는 법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따스한 시선을 나눠준 모디는 혼자가 익숙했던 거칠고 건조한 에버렛의 인생에 피어난 꽃이자 샘물이었다. 모디가 세상을 떠난 후, 에버렛은 모디의 그림을 들고 집으로 들어온다. 문이 하나 둘 닫히고 집안엔 어둠이 내려앉는다. 어두운 집안에서 빛이 내리쬐는 곳은 모디가 앉아 그림을 그리던 창가뿐이다.



<내 사랑>은 제목을 보고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여운이 길게 남는 누군가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영화는 한국 개봉 제목인 <내 사랑>보다는 <Maudie>가 더 잘 어울리는 영화이자, 모드 루이스라는 인물이 전하는 맑은 에너지와 시선, 사랑이 담겨있는 영화다. 멜로/로맨스라는 장르를 보고 누군가의 달달하고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조금 거칠고 슬프기도 한 ‘모드’와 ‘에버렛’의 이야기 또한 사랑이자 온정이고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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