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경 Jul 09. 2020

절대 권력의 절벽에서 용기 있게 뛰어내린 여성들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실화, 여성 영화, 7월 개봉]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Bombshell) 

개봉일 : 2020.07.08. (한국 기준)

감독 : 제이 로치

출연 :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 존 리스고, 케이트 맥키넌, 엘리슨 제니, 말콥 맥도웰, 리브 휴슨                                                                               

절대 권력의 절벽에서 용기 있게 뛰어내리다


2016년, 미국 최대 뉴스 방송사 ‘FOX NEWS’의 성 추문 논란을 다룬 영화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밤쉘>은 폭스뉴스의 회장 ‘로저 에일스’의 성 추문 논란을 다룸과 동시에 할리우드의 대표 금발 미녀 ‘샤를리즈 테론’, ‘니콜 키드먼’, ‘마고 로비’의 조합으로 또 한 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근 들어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여성인권과 부패한 절대 권력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밤쉘>. 영화를 보다 보면 가끔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하며, 통쾌하기도 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였던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 자신의 능력과 시간을 폭스 뉴스의 성장에 기꺼이 바쳤던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 폭스 뉴스를 사랑하는 사회 초년생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 셋은 모두 다른 꿈을 꾸고 있으며, 다른 일을 하고, 각자 다른 층에 머물고 있다.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지만 공통점 하나 없던 그녀들에게 권력의 부당함은 ‘피해자’라는 단 하나의 공통점을 만든다. 

메긴 켈리를 연기한 샤를리즈 테론의 명확하고 단단한 목소리와 그레천 칼슨을 연기한 니콜 키드먼의 유연한 표정연기, 케일라 포스피실을 연기한 마고 로비의 가벼운듯하지만 섬세한 연기가 인상 깊은 영화 <밤쉘>. 답답함 없는 시원한 전개와 리듬감, 해당 사건을 자세히 모르더라도 이해하는 것에 큰 문제가 없을 만큼 이 영화의 메시지와 시선은 정확히 한 방향을 향해있다.




밤쉘 :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시놉시스


판단은 날카롭게, 외침은 당당하게, 행동은 과감하게!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트럼프와 설전을 벌인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 메긴 켈리(샤를리즈 테론)는 트럼프의 계속되는 트위터 공격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다. 한편, 동료 앵커인 그레천 칼슨(니콜 키드먼)은 ‘언론 권력의 제왕’이라 불리는 폭스뉴스 회장을 고소하고 이에 메긴은 물론, 야심 있는 폭스의 뉴페이스 케일라 포스피실(마고 로비) 역시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데…


최대 권력을 날려버릴 폭탄선언. 이제 이들의 통쾌하고 짜릿한 역전극이 시작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언론 ‘폭스 뉴스’. 이 건물은 아마도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건물일 것이다. 폭스 뉴스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그 위에 권력, 또 그 위에 있는 권력 배후의 권력. 주인공 메긴과 그레천은 절대권력 바로 밑에 위치한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들이다. 똑 부러지는 말투, 신의를 얻을만한 차분한 목소리, 대선후보 트럼프와 설전을 벌일 만큼 용기 있는 여성이자 유명 앵커인 메긴. 미스 아메리카 출신으로 오랜 시간 폭스 뉴스의 황금시간대를 맡아 시청률을 책임지던 앵커 그레천은 폭스뉴스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폭스 뉴스에 새로 들어오게 된 사회 초년생 케일라는 지하에 위치한 보도국에서 일하고 있는 PD다. 권력과 중요도에 따라 층이 나눠지는 폭스 빌딩의 지하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폭스 뉴스에 대한 충성심을 매일 되새기고 있는 케일라는 폭스 뉴스와 함께할 미래를 꿈꾸고 있다.



화려하고 타이트한 원피스, 높은 구두, 흐트러짐 없이 셋팅한 머리, 밑이 뚫려있는 테이블은 폭스뉴스 방송의 기본 옵션이다. 폭스뉴스의 사장 ‘로저’는 24시간 동안 쉼 없이 돌아가는 방송에 지루함을 느낄 시청자들을 붙잡기 위해 성적 자극을 선택한다. ‘TV는 시청각 매체야’라고 말하는 그에게 시청각적 자극은 여성들의 노출이었다. 로저는 일어나서 잠깐 돌아보라며 앵커들의 전체적 몸매와 다리에 대해 평가하고, 성 접대를 요구한다. 권력이 있는 자라면 권력과 연관 있는 일에 대한 지시 또는 공적인 일에만 권력을 이용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는 성욕에 눈이 먼 더럽고 추잡한 남자일 뿐이다.



메긴과 그레천, 케일라는 그저 방송에 출연하고 싶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여성이었을 뿐이다. 그 꿈의 간절함을 알고 있는 권력자들은 그녀들에게 충성심을 보여달라며 성폭력을 가한다. 메긴은 폭스 뉴스 앵커들 중 꽤 유명한, 높은 위치에 있는 앵커였지만 그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이젠 버거워 보인다. ㄱ레천은 성적 요구를 거절하고 오랜 시간 유지하고 있던 자리에서 쫓겨나고 로저가 행해온 악행들을 폭로한다. 


                                                                       

분명히 말하건대, 다른 피해자들도 나설 거예요


그레천은 로저의 악행을 폭로하고, 또 다른 피해자가 자신과 함께 목소리를 내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인 메긴은 쉽게 나서지 못한다. 로저를 고소한다는 건 폭스뉴스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올 것이 뻔했고, 만일 그 파장으로 회사가 망하게 된다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며, 자신에겐 평생 ‘사건의 피해자’라는 꼬리표가 달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피해자들은 쉽게 용기를 내지 못한다.




그레천은 노 메이크업으로 진행한 방송이 끝난 후, 전입을 신청했다는 케일라에게 ‘여자끼리 뭉쳐야지, 내가 네 자리를 만들어줄게.’라며 케일라의 전입과 그녀가 겪게 될 일에 대해 걱정을 내비친다. 케일라는 ‘전 회사에 충성해요’라고 말하며 그레천의 걱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후 케일라는 로저의 또 다른 피해자가 된다. 로저와의 만남을 끝내고 자리로 돌아온 케일라의 뒤편에 FOX NEWS 로고가 박힌 바탕화면이 보인다. 그 로고는 이제 케일라의 꿈, 희망이 아닌 케일라를 갉아먹는 존재로 변해버린다. 



로저의 사무실인 2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메긴과 그레천, 케일라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2층은 여성 앵커들에게 있어 권력의 상징 로저를 만나러 가는 곳이다. 메긴은 더 높은 층을 향해 올라가고, 그레천은 로저의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케일라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메긴은 폭스뉴스의 현 최고의 여성 앵커, 그레천은 떨어지고 있는 여성 앵커, 케일라는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여성 앵커임을 건물의 층수와 사무실의 문을 이용해 표현한다.


                                                                        

군인들은 왜 똑같은 옷을 입을까요?
언제든 대체 당할 수 있다는 뜻이죠. 난 대체 당하고 싶지 않아요.


하나의 대체품, 잠깐의 만족감을 위한 관계용 여성이 되는 것을 거부했던 그레천은 로저를 고소한다. 그 후 또 다른 피해자들이 하나 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또 다른 방송계 여성, 당시 16살의 어린아이까지. 파렴치한 그의 행보가 조금씩 세상에 드러난다. 하지만 폭스 뉴스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은 권력에 짓눌려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결정적인 증인이 될 사람이 쉽게 나오지 않자 그레천은 자신이 절벽에서 홀로 뛰어내린 것 같다고 얘기한다. 높은 권력의 끝에서 용기 있게 반기를 든 그레천은 결정적인 순간을 함께할 다른 여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레천의 마지막 한방을 함께 날려줄 인물은 23번째 증인 메긴이었다. 메긴이 폭로에 가담했다는 얘기를 들은 그레천은 크게 기뻐한다. 그레천의 아이들은 엄마를 보며 ‘엄마, 다 끝났어?’ 라고 묻고, 그레천은 ‘응, 끝났어.’라고 답한다. 그레천의 말처럼 파렴치한 로저는 끝을 맞이하게 된다. 



폭스뉴스의 절대 권력이었던 로저는 그 위의 권력 머독 일가에 의해 빠르게 정리된다. 그리고 폭스뉴스의 임시 사장은 권력 위 권력, ‘루퍼트 머독’이 맡게 된다. 로저가 해임된 후 메긴과 케일라는 답답하고 불편한 원피스가 아닌 편한 청바지 차림으로 나타난다.


폭스뉴스는 앞에서도 말했듯 가장 보수적인 언론이다. 그렇기에 폭스뉴스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은 동성애와 여러 규범에 대해 자유롭지 못했다. 케일라의 동료 제스는 동성애 성향을 지니고 있었는데, 영화의 중반쯤 케일라가 제스의 책상 위에 있는 여자친구 사진을 보고 놀라며 서랍 속에 넣어버리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로저가 해임된 후, 케일라는 제스에게 이젠 책상에 여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놔도 될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제스는 새로 취임한 권력 위의 권력 ‘루퍼트 머독’의 모습을 보며 사진을 다시 서랍 속에 넣는다. 케일라는 ‘다음 직장은 다를까? 아니면 내가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폭스뉴스의 사원증을 벗어던지며 사무실을 떠난다. 권력이 한차례 무너지고, 또다시 올라온 권력이 전과 다르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밤쉘>에서는 여성연대의 힘과 부정한 권력의 악행, 피해자들이 겪는 고민과 고통에 대해 보여 주고 있다. 이 폭탄 발언의 효과가 어디까지 닿았을지, 새로 쌓아올린 권력은 투명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현 사회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 힘을 모아야 한다. 여성인권뿐만이 아닌 여러 부정한 권력에 대해 항의할 수 있도록,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말이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kyung769/

블로그 : https://blog.naver.com/hkyung769

매거진의 이전글 <내 사랑> - '그녀의 시선 속에 담긴 사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