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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Jun 26. 2020

<카모메 식당> - '여러 이야기를 담은 정갈한 한상'

[영화 후기,리뷰/ 왓챠, 넷플릭스 음식 힐링 영화 추천/결말 해석]


카모메 식당 (Kamome Diner)


개봉일 : 2007.08.02. (한국 기준)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 고바야시 사토미, 카타기리 하이리, 타르자 마르쿠스, 모타이 마사코, 자코 니에미

                                 

여러 이야기를 담은 정갈한 한상


일본 영화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잔잔함으로 부드럽게 뭉쳐진 영화 <카모메 식당>

일본 식당이 조금은 낯선 나라, 핀란드 헬싱키의 한마을. 주먹밥이 주력 메뉴인 <카모메 식당>이 문을 연다. 한 달째 손님이 오지 않는 빈 식당이지만 주인공 사치에는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급하지 않게, 그저 흘러가듯 진행되는 카모메 식당의 이야기는 산들바람처럼 가볍게 보는 이의 마음을 간질인다.



<카모메 식당>은 급하게 달려온 하루를 마무리하며 정갈한 저녁 한상 또는 가벼운 맥주 한 잔과 즐기기 좋은 영화다. 담백하고 든든하게 속을 채워주는 밥 한 공기 같은 사치에의 위로와, 갖가지 이야기를 담은 반찬을 곁들여낸 <카모메 식당>은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꾹꾹 담아 정갈한 한상을 차려낸다.



카모메 식당 시놉시스


헬싱키의 길모퉁이에 새로 생긴 카모메 식당. 이곳은 야무진 일본인 여성 사치에(고바야시사토미)가 경영하는 조그만 일식당이다. 주먹밥을 대표 메뉴로 내놓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한 달째 파리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다.

그래도 꿋꿋이 매일 아침 음식 준비를 하는 그녀에게 언제쯤 손님이 찾아올까? 


일본 만화 마니아인 토미가 첫 손님으로 찾아와 대뜸 ‘독수리 오 형제’의 주제가를 묻는가 하면, 눈을 감고 세계지도를 손가락으로 찍은 곳이 핀란드여서 이곳까지 왔다는 미도리(가타기리 하이리)가 나타나는 등 하나둘씩 늘어가는 손님들로 카모메 식당은 활기를 더해간다. 사치에의 맛깔스러운 음식과 함께 식당을 둘러싼 사연 있는 사람들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일본 가정식 식당이 낯설게 느껴지는 도시 헬싱키에 당당하게 고향의 맛을 전하러 온 사치에. 일식이 낯선 핀란드 사람들은 소리 소문 없이 들어온 카모메 식당에 큰 관심을 주지 않는다. 한 달째 손님이 없는 가게. 속이 탈만도 한데, 사치에는 덤덤한 표정으로 커피를 내리며 가게를 쳐다보는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다. 살찐 동물의 모습과 맛있게 먹는 사람들의 모습에 약한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차려낸 음식을, 고향의 맛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홀에 첫 손님 토미가 들어오고, 새로운 인연들이 줄지어 등장한다. 갓챠맨 가사를 물어보며 미도리, 짐을 잃어버린 여행객 마사코, 남편의 가출에 충격을 받은 리이사. 3명의 객지 인과 2명의 핀란드인. 다양한 사연을 가진 다섯 명은 카모메 식당에 모여 마음을 나눈다. 



사치에가 핀란드에 식당을 연건 ‘소박해도 맛있는 음식을 알아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미도리가 핀란드에 온건 어디든 떠나고 싶었는데 막 찍은 곳이 핀란드였기 때문이었고, 마사코가 핀란드에 온건 아버지 간병 중 에어기타 대회 뉴스를 봤던 것이 기억에 남아서였다. 세 사람이 핀란드로 온 사연은 각자 달랐지만, ‘핀란드 사람들은 왠지 여유롭고 느긋해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핀란드 사람인 토미는 그 이야기를 듣고 ‘숲이 있기에 여유로운 것’이라고 대답한다. 



카모메 식당의 시간은 핀란드 사람들의 시간처럼 여유롭고 편안하게 흘러간다. 등장인물들은 빠르게 흘러온 시간에 지쳐 핀란드행을 선택했고, 우연히 카모메 식당에 들어가게 된다. 어쩌면 특색 없어 보이는 주먹밥을 메인으로 하는 카모메 식당. 미도리는 사치에에게 주먹밥이 메인메뉴인 이유를 묻는다. 사치에는 주먹밥이 일본인들의 고향의 맛이라고 얘기한다. 사치에가 만드는 주먹밥은 여느 화려한 레스토랑 메뉴처럼 특별하진 않지만, 언제든 그 자리에서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든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있지만, 손님이 오지 않는 식당의 모습이 아쉬웠던 미도리는 헬싱키 안내서에 광고를 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하지만 사치에는 줄 서서 먹는 유명한 맛집이 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 그저 길을 지나다가 가볍게 들어와 배를 채우는 곳. 편안하고 따스한 고향집처럼 정갈한 한상을 차려놓고 기다리는 식당. 사치에는 식당 앞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하는 것을 장사 철학으로 생각하고 있다.


미도리는 사치에의 장사 철학을 이해하고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재료들을 구해 사치에와 함께 새로운 메뉴를 시험한다. 가재, 청어, 순록고기... 새로운 시도는 좋았지만, 맛은 영 좋지 않다. 사치에와 미도리는 주먹밥에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조금 더 소박하고 전통적인 것들이라는 답을 얻고 ‘직접 해보고 배운 것이 있다’며 웃음을 짓는다. 급할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카모메 식당에선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카모메 식당에 손님이 조금씩 오기 시작하고, 새로운 인연 마사코가 찾아온다. 비행기 환승을 하다가 짐을 잃어버린 마사코는 굳은 표정으로 카모메 식당에 들어온다. 마사코의 사연을 들은 사치에는 안타까워하며 가방 안에 어떤 것들이 들어있었냐고 묻는다. 마사코는 ‘중요한 물건이라, 뭐가 들어있었더라?..’하며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한다. 마사코는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잊어버린 지 오래된 사람이다. 부모님의 병수발을 들며 나보다는 부모님을 먼저 생각해온 지난 시간들. 마사코는 그 시간에 익숙해져 정작 나 자신에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조금씩 잊어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마사코는 타지에서 홀로 식당을 하고 있는 사치에에게 하고 싶은일을 하고 있는 게 부럽다고, 대단하다고 칭찬을 한다. 사치에는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뿐이에요"라고 답한다. 사치에의 답을 들은 마사코는 무언가 결심을 한 듯 "계속 이 옷만 입고 지낼 수는 없겠네요."라고 말한 후,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새 옷을 사 입고 마음을 다잡는다.


                                                                       

잊은 물건은 꼭 챙겨가세요


카모메 식당은 소중한 것을 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추억을 선물한다. 사치에는 커피 머신을 가져가는 걸 잊은 전 식당 주인 마티의 뒷모습을 보며 "잊은 물건은 꼭 챙겨가세요"라고 말한다. 카모메 식당의 첫 손님 토미는 기억나지 않았던 갓챠맨 가사를 카모메 식당에서 알아낼 수 있었고, 미도리는 사치에의 집에 함께 살며 마음을 다스리는 법, 사람들을 대하는 법을 익혀간다. 마사코는 잊고 있었던 자신의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갑자기 떠난 남편 때문에 충격을 먹었던 리이사는 남편의 소중함을 느꼈고, 그녀의 남편 또한 리이사의 소중함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온다. 사치에의 어릴 적 소중한 추억이 담긴 주먹밥은 손님들에게 소중한 추억과 잊고 있었던 것을 떠올리게 만들어준다. 



카모메 식당 문을 열면 사치에의 밝은 인사와 향긋한 커피 냄새, 정갈한 한상이 마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서 오세요‘라며 손님의 눈을 마주치는 사치에의 밝은 표정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의 존재처럼 따스하고 부드럽다. 더 이상 격한 감정을 소비하고 싶지 않을 때, 따스한 저녁이 그리울 때, 사람 사는 냄새가 그리울 때 <카모메 식당>을 보시라.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kyung769/

블로그 : https://blog.naver.com/hkyung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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