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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Jun 25. 2020

<프랭크> - '천재가 되고 싶었던 평범한 주인공'

[영화 후기,리뷰/ 왓챠, 음악, 독특한 영화 추천/결말 해석]


프랭크 (Frank)

개봉일 : 2014.09.25. (한국 기준)

감독 : 레니 에이브러햄슨

출연 : 마이클 패스벤더, 도널 글리슨, 매기 질렌할, 스쿳 맥네이리

                                                                              

천재가 되고 싶었던 평범한 주인공


많은 사람들이 인생작 또는 알 수 없는 작품이라 얘기하는 영화 <프랭크>

<프랭크>는 라라랜드나 비긴 어게인 같은 음악영화를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것이고, 나의 감정을 꾸밈없이 내놓고 본다면 많은 공감을 할 수 있는 영화다. 커다란 인형탈을 쓴 주인공과 약간은 찌질해 보이는 주인공, 그리고 까칠한 밴드 멤버들. 칙칙한 듯 느껴지는 배경. 즐겁지 않은 노래들. 한껏 늘어진 분위기의 이 영화는 음악에 대한 판타지보단 인물들의 감정선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한번 보는 걸론 기억에 남지 않을듯한 평범한 주인공 ‘존’, 미친 사람 같기도 하고, 특별해 보이기도 하는 밴드의 중심 ‘프랭크’. 존은 모든 소리에서 영감을 떠올리는 프랭크를 보며 부러움과 열등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나도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밝은 코미디나 희망적인 음악영화, 성장영화를 기대하진 마시라. <프랭크>엔 특별하지 않은 주인공과 비관적인 감정, 씁쓸함이 들어있으니 말이다.




프랭크 시놉시스


뮤지션을 꿈꾸지만 특출난 경력도, 재능도 없는 존은 우연히 인디밴드의 빈자리를 채우게 된다. 그 밴드의 정신적 지주인 프랭크는 샤워할 때조차 커다란 탈을 벗지 않는 남자. 이후 존은 앨범 작업과정을 트위터와 유튜브에 올린 덕에 음악 축제에 오를 기회까지 얻지만, 멤버들과 사사건건 충돌한다. 설상가상으로 프랭크의 불안 증세는 나날이 심해지고, 답답한 존은 프랭크의 탈을 벗기려고까지 드는데… 


이들은 데뷔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을까?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끝없이 굴러가는 파도, 내게 무엇을 가져올래? 어디로 데려갈래?’ 자신이 만든 가사를 흥얼거리며 혼자만의 세계에 푹 빠져있는 남자 ‘존’. 그는 평범한 마을 풍경처럼 평범한 가사를 쓰고, 평범한 모습을 한 회사원이다. 소론프르프브스라는 밴드의 공연 포스터를 보던 존은 갑자기 악상이 떠올랐다며 집으로 달려간다. 급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노래를 녹음하는데, 다시 들어보니 생각보다 구리다. 머릿속에 어떤 걸작이 떠올랐는진 모르겠지만 존의 표현력으로는 밖으로 꺼내놓을 수가 없었다. 기분이 가라앉은 존은 팔로워 14명이 보고 있는 트위터에 글을 남기고 현실로 돌아온다. 



존은 음악가를 꿈꾸는 사람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마음만큼 재능이 따라주지 않는다. 평범한 키보드 연주 실력,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부족한 작곡 실력. 그저 트위터에 몇 줄 남기는 게 전부였던 존에게 밴드 소론프르프브스의 키보드 연주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특별하고 멋져 보이는 밴드의 연주자라니! 관심과 꿈에 목말랐던 존은 쾌재를 부르며 공연장으로 달려간다. 무대 위에서 처음으로 마주친 이 밴드의 중심 ‘프랭크’. 커다란 가면을 뒤집어쓴 그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왠지 모를 궁금증을 유발한다. 존은 돈에게 프랭크에 대해 여러 질문을 한다. 밥은 어떻게 먹는지, 탈은 절대 벗지 않는 건지. 돈은 한두 가지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해주다가 더 이상 묻지 말라고 선을 긋는다. 그리고는 “프랭크는 괴짜지만 믿을 수 있어.”라며 프랭크에 대한 소개를 한마디로 정의한다. 



프랭크는 가면을 머리에 쓰고 생활한다. 샤워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내 머리가 아닌 무언가를 뒤집어쓰고 있는 게 불편할 만도 한데 프랭크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존은 녹음을 위해 시골로 내려온 후, 프랭크를 가까이서 관찰하기 시작한다. 퍽 친절하기도 하며, 음악에 대한 재능이 뛰어난 듯 보이지만, 표정을 알 수 없는 묘한 존재. '저 가면 안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존은 프랭크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품었지만 그 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었다.


‘Frank’ 그의 이름이자 형용사로 사용할 땐 ‘솔직하다’는 뜻으로 쓰이는 단어. 프랭크는 존과의 대화에서 ‘난 뭐든 숨기는 게 싫어’라고 말한다. 가면을 뒤집어쓰고 생활하는 프랭크의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밴드의 멤버들은 프랭크의 음악적 재능을 인정해 주며 그를 따르거나 부러워하며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클라라와 바라크, 나나는 프랭크와 함께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며 밴드 활동을 하는 걸 즐겼고, 돈과 존은 프랭크의 음악적 재능을 부러워함과 동시에 자신의 처지를 비관적으로 바라본다. 돈은 프랭크와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했고, 나는 그저 움직이는 손가락일 뿐이라며 깊은 마음의 늪에 빠지게 된다.



돈은 프랭크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했지만, 프랭크는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으며, 그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복되는 좌절감과 심해지는 열등감에 돈은 결국 프랭크의 가면을 쓴 채 자살하는 것을 선택한다. 돈은 그토록 되고 싶었던 프랭크의 모습을 한 채, 숨을 거두고 나서야 사람들에게 ‘프랭크!’라는 이름으로 불려본다. 



밴드에 뒤늦게 합류한 존은 다른 멤버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지만, 멤버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싸늘했다. 멤버들과 갈등을 반복하던 존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건 프랭크였다. 다른 이들보다 친절하고, 온갖 소리에서 영감을 느끼는 특별한 프랭크의 모습은 존에게 동경심과 열등감을 심어준다. 존은 프랭크처럼 되기 위해 창의성 해방을 위한 손 안 대고 면도하기, 프랭크가 살았던 캔자스 블러프를 상상하기, 정신병원 상상하기 등 여러 방법을 써보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존은 한참의 고민 끝에 좋은 곡이 생각났다며 프랭크에게 들려준다. 프랭크는 존의 짧은 연주를 듣고, 존을 칭찬하더니 순식간에 편곡을 하며 노래에 살을 붙이기 시작한다. 존은 긴 시간을 들여 고민했지만, 프랭크는 바로 새로운 영감을 떠올렸다. 존이 고민해서 만든 곡은 앨범에 채택되지 않았고, 그는 매번 프랭크와 클라라의 뒤로 밀려나고 만다.



사실 존은 밴드 멤버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실력이 모자란 것도 있었지만, 애초에 지향하는 방향 자체가 달랐다. 소론프르프브스 밴드는 대중적이지 않은 특이한 음악을 지향한다. 그래서인지 이 밴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다지 유명하지 않다. 하지만 밴드 멤버들은 인기와 관심에 치중하지 않으며, 함께 노래를 하는 것 자체를 즐긴다. 반대로 존은 대중적인 관심을 바라는 사람이다. SNS를 중요시하는 존은 그런 밴드를 보며 아쉬움을 느낀다. 누가 봐도 특별한 천재 프랭크, 나쁘지 않은 음악. SNS에 올리면 무조건 히트를 칠 것이라 생각한 존은 멤버들 몰래 영상을 SNS에 올렸고 14명이었던 팔로워를 1600명까지 늘리게 된다. 



지향하는 바가 달랐던 존과 클라라는 갈등을 반복한다. 존이 코드를 읊을 때마다 클라라는 그게 아니라며 면박을 주고, 존의 행동에 불쾌감을 나타낸다. 사소한 갈등이 반복되고 있었지만, 존은 늘어나는 팔로워를 보며 더욱 대중적 관심을 바라게 된다. 결국 존은 밴드의 음악 스타일을 바꾸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클라라는 밴드에 어울리지 않으며 인기를 좇는 존을 ‘역겨운 존재’라고 칭하며 끝까지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고, 존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른 멤버들과 함께 밴드를 떠나게 된다. 존은 ‘없어도 잘 할 수 있어!’라고 자신감 있게 말했지만, 프랭크의 불안 증세와 함께 무대를 완벽하게 망치고 만다. 뉴스에서는 존과 반대로 성공적 무대를 마친 밴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존은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기 시작한다. 존은 프랭크에게 바보 같은 탈을 그만 벗으라며 감정을 쏟아내고, 프랭크마저 존에게서 도망친다. 



뒤늦게 실수를 깨달은 존은 익명의 제보를 받고, 프랭크와 밴드 멤버들을 찾아간다. 프랭크는 12살 무렵부터 아버지가 만들어준 가면을 쓰고, 긴 시간 자신의 표정을 숨기며 살아왔다. 하지만 존과 갈등을 겪고 도망치던 날 가면이 깨져버렸고, 프랭크는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 가면을 쓰고 뛰어다니며, 음악적 영감을 뽐내던 프랭크였지만 가면이 사라진 지금은 좋은 곡이 안 나온다며 절망감을 느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존은 절망에 빠진 프랭크를 밴드 멤버들에게 데려간다. 프랭크는 처음으로 밴드 멤버들과 진짜 얼굴을 마주한다. 프랭크는 멤버들에게 인사를 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멤버들은 프랭크의 노래에 맞춰 연주를 하고, 존은 자리를 떠난다. 같은 이상향을 바라보며 함께 노래하는 그들 사이에 존의 자리는 없었다. 존의 뒷모습이 너무도 쓸쓸해 보이는 엔딩이었다.



그렇지만 존이 프랭크에 비해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영화의 중반부에선 존이 쓴 노래가 앨범 곡에 선택되지 못했지만, 후반부에선 프랭크가 쓴 곡에 존의 의견이 더해져 노래가 완성되기도 한다. 존도 음악적으로 성장을 한 것이다. 하지만 존의 자리가 없었던 건 서로 원하는 방향이 달라서였다. 존은 그 사실을 인정하고 프랭크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려놓는다. 내 욕심대로 밴드를 바꾸는 게 아닌, 맞지 않는 자신이 떠나는 게 맞다는 걸 알게된 것이다.



나는 존에게서 나의 모습을 봤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길 바라지만 이렇다 할 재능은 없는 사람. 천재라 불리는 사람을 동경하며 열등감을 갖고 있는 사람. 영화의 제목은 <프랭크>지만 난 프랭크보다 존에게 더 눈길이 갔었다. 존은 어떤 일을 하든 결국 프랭크가 될 수 없었고, 밴드의 방향을 바꿀 권한도 없었다. 평범하고 특별하지 못한 자신에게 열등감이 있었던 존은 프랭크처럼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프랭크의 재능과 그의 삶이 정답이자 특별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존이 바라던 대중적인 인기와 관심도 삶의 전부는 아니다. 다른 이와 나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결국 남는 건 후회와 열등감뿐이다. 존과 돈을 보며 느낄 수 있었던 감정들은 나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음악영화라고 해서 라라랜드나 비긴 어게인, 싱스트리트 같은 영화를 기대하면 매우 실망할 수도 있다. <프랭크>의 영화정보를 보면 장르가 코미디, 드라마로 분류되어 있지만 이건 코미디가 아니다. 정말, 절대! 아니다. 코미디가 아닌 씁쓸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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