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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Jun 24. 2020

<소셜포비아> - '이 시대의 맹점'

[영화 후기,리뷰/ 왓챠, 사회문제 ,스릴러 영화 추천/결말 해석]


소셜포비아 (Socialphobia)

개봉일 : 2015.03.12.

감독 : 홍석재

출연 : 변요한, 이주승, 류준열, 하윤경, 유대형, 박근록, 오희준, 임지호


이 시대의 맹점


출근할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여가시간을 보낼 때, 잠에 들 때까지 휴대폰은 우리의 손을 떠나지 않는다. 15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빠르고 편리한 시대가 도래한 현재.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여러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중 우리에게 가장 친밀한 인터넷과 SNS에 관련된 문제점과 그 예는 꼽기 시작한다면 끝이 없을 만큼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예전엔 목소리로, 말로 사람을 해친다고 얘기했었다. 그리고 현재엔 댓글과 SNS 메시지가 가장 쉽게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방법이 되었다.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면 간단하게 욕을 써낼 수 있고, 상대를 협박할 수도, 불안하고 두렵게 만들 수도 있다. <소셜포비아>에선 인터넷 안, 작은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강하게 꼬집고 있다. 악플과 누군가의 죽음. 흔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생각보다 뻔하지 않다.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등장인물들이 여러 번 의심의 화살을 뒤엎어가며 진행되는 이야기 구조 속엔 그들이 말하는 정의와 모순이 가득하다.




소셜포비아 시놉시스


전 국민을 떠들썩하게 한 군인의 자살 소식에 남긴 악플로 네티즌들의 분노를 사며 실시간 이슈에 오른 ‘레나’.

여기에 경찰 지망생 지웅(변요한)과 용민(이주승)은 인기 BJ 양게가 생중계하는 현피 원정대에 참여한다. 하지만 현피 당일 날 ‘레나’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고, 비난의 화살은 순식간에 이들에게로 향한다. 경찰 시험에 불리한 기록이 남게 될까 불안한 지웅과 용민은 ‘레나’의 죽음에 의혹을 제기하는데…


과연 그녀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다시 시작된 마녀사냥의 끝은?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영화는 한 육군 병사의 자살 뉴스와 함께 시작된다.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다. 한 병사의 자살 소식에 사람들은 애도 댓글을 쓰고 눈물 표시를 보이지만 실제로 표정 변화를 보이는 사람은 없다. 뉴스 보도와 애도의 시간이 지나간 후. 누군가의 죽음보다 더 흥미롭고 자극적인 일이 일어난다. ‘레나(하영)’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올린 병사에 대한 악플. 그냥 죽는 것이 나은 듯. 잘 죽었다. 같은 입에 담지 못할 고인의 모독이 올라오고, 인기 BJ 양게는 그 댓글의 주인공을 만나는 방송을 추진한다.


경찰 지망생인 지웅은 친구 용민의 권유에 이끌려 양게의 현피방송에 참여하게 된다. 교복을 입은 학생, 대학생처럼 보이는 남자, 복무 중인 군인, 직장인 나이대로 보이는 사람과 경찰 지망생 지웅과 용민까지. 접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 남자들이 모인 이유는 ‘정의를 위해서’였다. 고인을 능욕한 악플러의 사과를 받는 것. 그것이 이들이 말하는 정의다. 



지웅의 SNS 계정 이름은 Justice다. 정의, 공평성을 뜻하는 그 단어 말이다. 정의는 이 영화의 진행 내내 모든 사람들을 따라다닌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은 정의를 행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죄를 묻고 심판을 한다. 레나(이하 하영이라 표기)가 자살을 한 후, 사람들은 현피방송에 참여한 인물들에게 죄를 묻는다. 지웅 또한 그 심판을 피해 갈 순 없었다. 현피 방송 참여자들은 하영의 죽음을 보자마자 ‘아까 쓴 거 지워야 한다고!’ 소리를 치며 자신의 흔적을 열심히 지운다. 하지만 그들의 신상과 과거, 사진은 순식간에 털렸고,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지웅과 용민은 경찰이 되기 위해 노량진에 거주하며 공부하고 있는 공시생이다. 하영의 사건에 용의자 또는 관계자로 연루되는 순간, 둘의 미래는 꼬이는 것이다. 용민은 사건의 정황이 이상하다며 하영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하나의 음모론이 떠오르고 사람들은 용민의 말에 순식간에 휩쓸린다. 용민이 만든 카페엔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입했고, BJ 양게를 중심으로 모인 현피 멤버들은 나름의 수사를 하기 시작한다. 



지웅과 용민은 하영이 과거 사람들의 비밀을 공개하며 매장하는 일을 즐긴 악플러 ‘베카’라는 사실과, 장세민의 존재를 알게 된다. 용민은 장세민이 강간범이라며 그가 말하는 말들을 전부 믿지 못한다. 영화에서 그가 강간범이라는 정확한 증거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용민은 장세민의 말을 믿냐며 다른 멤버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소셜포비아>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그 평가를 기준으로 이야기한다. 



하영은 대학시절부터 배려 없이 말하는것 으로 유명했다. 책을 많이 읽고 나름 공부도 잘하는 편이었던 하영의 자존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하영은 누구의 글도 마음에 든다고 하지 않았고, 부족한 점을 돌려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수가 하영의 자존감을 툭 건드리는 순간, 하영은 투명 인간처럼 변해버린다. 하영의 동기는 그런 하영을 ‘에고는 강한데, 지탱할 알맹이가 없다’고 얘기한다. 하영은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매장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었다. 다른 이들의 약점을 모으고, 빈 곳을 후벼파고, 사과문을 모으던 하영의 날카로운 손가락. 그 손가락은 돌고 돌아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 그리고 그 순간, 하영의 중심은 무너져내리고 만다. 하영은 자신을 괴롭게 하는 랜선을 뽑은 후, 랜선으로 목을 맨다. 남을 짓밟던 때엔 느끼지 못했던 공포. 하영은 처음으로 그 공포를 느꼈던 것이다.



용민도 마찬가지다. 용민은 과거, 하영의 폭로로 인해 운영하던 카페 페이지를 닫고 이름까지 개명한 나름의 피해자였다. 학력에 대해 거짓말을 한건 사실이었지만, 대가는 생각보다 가혹했다. 하지만 용민은 학원 옥상에 앉아 SNS를 하며 끝없이 악플을 단다. 자신이 느꼈던 공포감과 억울함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말이다. 다른 이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받았던 용민은 다시 그 화살을 다른곳으로 돌리기 시작했고, 결국 다시 용민에게 돌아왔다.



현피멤버들은 가장 먼저 악플을 쓴 하영을 지목하여 정의의 구현을 보여줘야 한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다음엔 장세민에게 죄를 묻는다. 그 후 장세민이 도더리의 정체를 밝혔을 땐 용민에게. 용민이 자살 소동을 벌인 후엔 존재조차 정확하지 않은 ‘심하영을 죽인 사람’에게 묻는다.

불특정 다수들은 ‘경찰은 뭐 하고 있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추측을 거듭했고, 아직도 하영이 타살로 세상을 떴다고 믿고 있다. BJ 양게의 ‘정의 구현’이라는 단어에 휩쓸린 사람들은 하영을 타도해야 한다고 주먹을 들었고, 하영의 죽음 후엔 용민의 한마디, 세민의 한마디에 마음을 바꾼다. 엄청난 군중심리다. 아직 증거도 없는 추측과 말 한마디뿐이지만 ‘그런 거였어? 와 소름 돋는다’라는 말 한마디를 뱉고 나면 자신은 누군가에게 속은 피해자가 됨과 동시에 타인을 심판할 자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하영의 잘못을 심판하는 것은 현피 멤버들이었고, 용민의 잘못을 심판 하는건 현피 멤버들과 익명의 ‘도더리 심판자’였다.



<소셜포비아>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너무도 비양심적이며 비인간적이다. 인터넷의 익명성에 기대어 사람이 자살을 시도하는 장면을 보면서 ‘ㅋㅋㅋ’을 남발하는 그 채팅들이 너무도 소름 끼친다. 현피 멤버들이 자살한 하영 코스프레를 하는 거냐며 웃던 장면도 정말 불쾌했다. 특히 이게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만연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기분이 나빠진다. 



발전한 인터넷 커뮤니티 속, 비인간적이며 비양심적인 사람들의 손가락은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타고 흘러가 타인의 목을 조인다. 용민의 목에도 붉은 끈자국이 남는다. 용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 음모론과 자살소동은 잠시 인기검색어에 뜨며 관심을 모았다가, 인기 걸그룹 스캔들과 함께 사그라든다. 용민과 도더리의 이름이 검색어에서 빠르게 사라질 때쯤, 용민도 노량진을 떠난다. 그가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용민이 목을 맸던 옥상 그 자리엔 다시 샌드백이 걸려있다. 정확한 증거도 없이 순식간에 사람들의 뭇매를 맞았던 용민은 불특정 다수의 샌드백과 같은 것이었다. 



이걸 정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장세민을 찾아 세교 호텔에 방문했을 때. 호텔의 직원은 지웅에게 묻는다. ‘Justice님 일행 맞으십니까?’ 질문을 들은 지웅은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명확하게 맞다고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용민이 대신 맞다고 대답한다. 과연 이들은 ‘당신들의 행동이 정의가 맞나요?’라고 물었을 때 ‘이것이 정의다’라고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현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묻는다. <소셜포비아>라는 영화 속에서 벌어진 사건이 비단, 영화 속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자신에게 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욕할 권리가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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