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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Jul 26. 2020

<프리다의 그해 여름> - '햇살 아래 부서지는..'

[영화 후기,리뷰/ 왓챠, 스페인, 성장 영화 추천/결말 해석]

                                                                              

프리다의 그해 여름 (Estiu 1993)


개봉일 : 2018.10.25. (한국 기준)

감독 : 카를라 시몬

출연 : 라이아 아르티가스, 브루나 쿠시, 데이비드 베르다거, 파울라 로블레스                                                                         

햇살 아래 부서지는 아이의 눈물


아픈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아이의 그해 여름 이야기 <프리다의 그해 여름> 



주인공 프리다는 “어디 한 번 울어보시지?”라는 친구의 조롱 앞에서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뽈록 나온 올챙이배를 숨길 필요 없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러운 이 작은 아이는 화려한 폭죽이 만발하고 있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하늘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마음속에 그려볼 뿐이다. 



<프리다의 그해 여름>은 카를라 시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하지만 엉성하거나 들뜬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신기할 만큼 어린아이의 시선을 정확히 따라가는 영화의 흐름을 보며 ‘혹시 프리다가 감독 자신의 어린 시절을 표현한 인물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프리다의 이야기는 카를라 시몬 감독의 어린 시절 기억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어린아이가 새로운 가족의 품 안에서 성장하고, 나 자신을 찾아가고, 울음을 터트리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는 어느샌가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푸릇하게 만개한 여름이란 계절 안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슬픔을 터트리는 어린아이의 작은 울음소리가 마음에 깊이 스며든다. 하지만 난 프리다를 믿는다. 울어도 괜찮고, 잠시 무너져도 괜찮다. 어린아이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프리다를 사랑하기에, 프리다는 잠시 울어도 괜찮다. 




프리다의 그해 여름 시놉시스


사랑받고 싶은 여섯 살 ‘프리다’

1993년 여름, 어른들이 쉬쉬하며 알려주지 않았지만 프리다는 알고 있었다. 아픈 엄마는 세상을 떠났고, 남겨진 자신은 시골 외삼촌 집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외삼촌부부와 사촌동생 ‘아나’는 프리다를 따듯하게 맞아주었고, 새 가족과 잘 지내고 싶은데 어쩐지 점점 미움만 사는 것 같다.


“여긴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볼 수 없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어떻게 달래야 할지, 아나를 더 예뻐하는 것 같아 속상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내가 말썽을 피워 화가 난 외숙모에겐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을 뿐인데… 결국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 프리다는 자신을 사랑해줄 가족을 찾아 떠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는 폭죽이 터진다. 프리다는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만개하는 폭죽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하늘이지만, 아이는 하늘 너머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는듯하다. 프리다의 엄마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다행히도 프리다의 주변엔 다른 가족들이 있었다. 손녀를 아끼는 할머니는 “엄마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렴”이라 말하며 손녀에게 기도문을 알려준다. 외삼촌인 에스테베는 홀로 남겨진 프리다를 집으로 데려온다.



어른들은 모두 프리다에게 현실을 얘기해 주지 않지만 프리다는 알고 있다. 난 이곳에 놀러 온 것이 아니라는걸. 프리다는 앞으로 외삼촌 부부와 사촌동생 아나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엄마 아빠와 함께 살았던 집은 더 이상 프리다의 집이 아닌 세를 주는 집이 되었다. 프리다의 작은 세계는 엄마의 죽음과 함께 순식간에 뒤바뀐다.



프리다는 새로운 집에 짐을 풀며 아나에게 자신의 인형을 자랑한다. 엄마가 사준 에스메렐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준 클로리, 롤라 이모가 준 루시.. 프리다는 각각 다른 생김새를 한 인형들을 안고 입을 맞춘다. 프리다에게 그 인형들은 내가 사랑받고 있음을 증명해 주는 유일한 증거다.



프리다는 끝없이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을 바란다. 신발 끈을 묶을 줄 알면서도 어리광을 부리며 신발 끈을 묶어달라 부탁하고, 심부름을 할 기회가 주어지면 무조건 앞서서 ‘내가 해왔음’을 증명하려 노력한다. 프리다는 아나와 함께 소꿉놀이를 하며 엄마의 모습을 흉내 낸다. 빨간 입술, 넓게 발라진 블러셔, 눈 화장과 담배. 놀아달라고 얘기하는 아나에게 프리다는 ‘피곤하다’는 말을 연발한다. 결국엔 함께 노는 것을 수락하지만, 프리다에 눈에 비친 피곤에 눌려 누워있는 엄마의 모습은 ‘어쩌면 엄마가 나에게 무관심해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불러왔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인지 프리다는 어른들 사이에서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프리다는 자신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얼마나 소중한 아이인지 모르고 있다. 



갑자기 바뀌어버린 환경에 적응해야 했던 프리다는 관심과 사랑을 바라지만, 어른들의 사랑을 부드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프리다의 팔엔 습진이 있다. 가려움에 팔을 긁으면서도 그 이유가 무엇인지 말하지 않는 아이의 모습이 왠지 불안해 보인다. 외숙모 마르가는 입을 열지 않는 프리다를 지켜보다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도울 수 없어”라 말한다. 프리다는 외숙모를 말없이 바라보거나, 외숙모가 건넨 손길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프리다는 외삼촌 부부가 자신을 아나보다 덜 사랑한다고 생각한다. 프리다는 다정한 부녀의 모습을 부러움이 담긴 눈빛으로 바라본다. 에스테베는 아나와 프리다를 번갈아가며 안아주고, 마르가는 프리다의 상처에 부드러운 입김을 불어주지만 프리다는 여전히 거리감을 느낀다. 



프리다는 에스테베와 마르가, 아나와 함께 지내면서도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성모상을 찾아가 엄마에게 줄 물건을 두고, 엄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읊어보지만 프리다의 엄마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프리다는 진짜 내가 살던 집을 찾아가기 위해 밤늦게 가방을 챙겨 길을 나선다. 집을 나서는 프리다를 발견한 아나는 프리다에게 “난 언니를 사랑해”라고 말한다. 프리다는 아나의 마음에 화답하듯 사랑의 증표인 인형을 하나 선물한다. 



저희 엄마 어떻게 돌아가셨어요?


바르셀로나를 향해 떠나려던 프리다는 어두운 길과 빠르게 달리는 차를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음날, 외숙모 마르가에게 엄마에 대해 질문한다. 엄마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내 얘기는 하지 않았는지, 아프진 않았을지.. 프리다는 이제야 조금씩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프리다는 아나와 함께 목욕을 하고, 에스테베와 함께 장난을 치며 할머니가 선물해 준 잠옷을 입는다. 그리고 처음으로 눈물을 터트린다. 이제껏 한 번도 눈물을 보인 적 없던 아이가 이제야 서럽게 울기 시작한다.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는 눈물이 프리다의 마음을 헤집어놓는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슬픔이 지나가고 나면 프리다의 마음은 조금 더 단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어른이 되어갈 것이다. 프리다의 가장 아팠던 여름이 지나고, 새로운 가족들의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가을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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