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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Jul 29. 2020

<나이트 크롤러> - '거짓으로 만들어낸 진짜 공포'

[영화 후기,리뷰/ 왓챠 범죄,스릴러 영화 추천/결말 해석]

                                                                              

나이트 크롤러 (Nightcrawler)

개봉일 : 2015.02.26. (한국 기준)

감독 : 댄 길로이

출연 : 제이크 질렌할, 빌 팩스톤, 르네 루소, 케빈 람, 리즈 아메드


거짓으로 만들어낸 진짜 공포


자극과 거짓으로 점칠된 언론을 형성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자극을 즐기는 시청자들의 옆구리를 시리게 찌르는 영화 <나이트 크롤러>


제이크 질렌할이 연기한 주인공 루이스 블룸은 이렇다 할 표정 변화 없이 커다란 눈을 굴리며 범죄현장을 찾아다닌다. 참혹한 범죄현장에서 눈을 가리기보단 카메라를 집어 드는 그는 범죄현장을 누구보다 빠르게 촬영해 언론에 판매하는 ‘나이트 크롤러’다. 변변한 직업 없이 도둑질을 일삼던 루이스는 범죄현장을 촬영하고 판매하며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시작한다.



사이코패스가 확실하다.. 싶은 느낌이 드는 인물 루이스는 영화 내내 감정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그가 보여주는 유일한 표정은 사람을 마음대로 휘두르기 위해 짓는 미소와 정당성을 부여받았다는 뿌듯한 웃음뿐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언론 매체들은 얼마큼의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걸까? <나이트 크롤러>는 화려하고 자극적인 방송의 내면에 숨겨진 개인의 욕망과 이기심을 낱낱이 보여주며, 꽤나 길게 지속되는 찝찝함을 남긴다. 




나이트 크롤러 시놉시스


특종을 위한 완벽한 조작!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뉴스는 진실인가?

루이스는 우연히 목격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특종이 될 만한 사건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TV 매체에 고가에 팔아넘기는 일명 ‘나이트 크롤러’를 보게 된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에 빠르게 나타나 현장을 스케치하고 전화를 통해 가격을 흥정하는 그들에게서 묘한 돈 냄새를 맡은 루이스는 즉시 캠코더와 경찰 무전기를 구입하고 사건 현장에 뛰어든다.


유혈이 난무하는 끔찍한 사고 현장을 적나라하게 촬영해 첫 거래에 성공한 루이스는 남다른 감각으로 지역채널의 보도국장 니나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게 된다. 매번 더욱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뉴스를 원하는 니나와 그 이상을 충족 시켜주는 루이스는 최상의 시청률을 만들어내며 승승장구한다. 자신의 촬영에 도취된 루이스는 결국 완벽한 특종을 위해 사건을 조작하기에 이르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루이스는 다른 이의 물건을 훔치며 생계를 유지한다. 자신의 일을 통해 정직하게 돈을 버는 것이 아닌 구리선, 맨홀 등을 훔쳐 팔던 그는 직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고용주는 도둑은 쓰지 않는다며 루이스를 받아주지 않는다. 루이스는 자신을 성실하고 목표의식이 뛰어난 사람이라 말한다. 그는 자신의 일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듯하다. 


                                  

복권에 당첨되려면 복권을 살 돈을 벌어라.


이른 아침이지만 루이스의 집은 어둡다. 그는 집안에서 제일 밝은 티비 화면 속 뉴스 특보를 보며 돈 냄새를 맡는다. 루이스에게 나이트 크롤러는 도둑질만 하던 인생에 뚝 떨어진 당첨이 보장된 복권이었다. 루이스는 자전거를 훔쳐 카메라를 사고, 현장에 뛰어든다. 다른 이의 물건을 훔치던 루이스는 이제 카메라를 들고 다른 이의 불행을 훔쳐 돈을 벌기 시작한다.



자극적인 영상을 팔기 위해 눈을 굴리던 루이스의 눈에 들어온 건 지역 방송 KWLA 뉴스였다. 매번 “적나라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해 주세요.”라는 멘트와 함께 보도를 내보내는 KWLA는 적나라하고 자극적인 영상이 필요했다. 보도국장 니나는 루이스에게 “목을 베인 여자가 뛰어다니는 중 뉴스 보도를 하는 것”같은 자극적인 영상을 요구한다. 루이스는 니나의 바람대로 점점 더 자극적인 범죄 영상을 구해오고, 가격을 흥정하기 시작한다. 



루이스는 경찰들의 암호를 외우고, 자극적인 사건만을 찾아다니며 직업이 간절한 청년 릭을 고용한다. 사실 고용한다기보단 이용하는데 더 가깝지만 말이다. 앞서 루이스는 물건을 훔쳐 판매하던 회사의 사장 앞에서 직업이 필요하니 무급 인턴이라도 좋다는 제안을 했었다. 그리고 직업이 간절한 릭에게 ‘인턴십’을 제안한다. 하루 25달러의 보수를 주며 루이스는 릭을 마음대로 이용하기 시작한다.



더 새롭고 더 자극적인 사건을 촬영하며 루이스는 자신의 영상에 자부심을 느끼기 시작한다.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자극적인 영상들의 리스트를 정리하는 그의 모습이 꽤나 들떠 보인다. 그리고 본인을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자, 릭의 사장이라 말하며 보도국장 니나까지 자신의 손위에 올려놓고 이용하기 시작한다. 


                                   

공포의 정의가 뭔 줄 알아? 실제처럼 보이는 가짜 증거야


보도국장 니나는 곧 다가올 감사에서 통과하기 위해 시청률을 높여야 했다. 그녀는 시청률이 낮은 작은 보도국, 2년 이상 장기근속을 하지 못하고 쫓겨났던 과거를 생각하며 무조건 자극적인 걸 찾기 시작한다. 시청자들의 공포심을 이용해 시청률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니나는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고, 교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일 뿐이라 포장한다. 니나가 구성하는 자극적인 뉴스는 절반 이상이 거짓이다. TV 너머에서 보면 진짜 야경 같은 뉴스의 배경이 알고 보면 프린팅이 입혀진 벽인 것처럼 말이다. 루이스는 그러 니나의 간절함을 이용한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 목표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건이었고, 루이스는 지금 자신의 영상이 어디에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다.



루이스는 자신이 찍어온 영상에 놀라는 사람들을 보며 기쁨을 느낀다.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는 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은 특종을 찍는 일이고, 이 보도국의 저녁 뉴스는 나의 영상으로 이루어진다. 그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더 큰 특종을 찾았고, 범죄 현장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아무 감정 없이 피해자를 촬영하고, 사고 현장을 조작하고, 다른 나이트 크롤러들의 사고 현장을 아무렇지 않게 카메라에 담는다. 루이스는 조 로더 일행의 사고 현장을 담은 후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 본인들이 뉴스의 주인공이 된 거죠.”라고 말한다. 



릭은 루이스의 냉정하고 비인간적인 행보를 지켜보며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감정이 없는 듯 사고 현장을 찍는 루이스는 릭에게 손을 떨지 말라고, 실수하면 해를 가할 수도 있다고 협박한다. 루이스는 불신을 내비치기 시작한 릭에게 승진과 더 큰 보수를 약속하지만, 결국 릭도 또 다른 피해자가 되어 루이스의 카메라에 담긴다. 루이스는 총을 든 범인 앞에서 당황한 기색 없이 카메라를 들고 사건 현장을 찍는다. 조금 전 릭을 살해한 총을 든 범인이지만 루이스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루이스에게 카메라는 범인의 손에 들린 총과 같은 것이다. 실제로 특종을 위해 여러 사람들을 희생시켰으니 총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인생에서 최악의 날에 저를 만나게 될 겁니다.


루이스는 사건을 조작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취조실 의자에 앉은 순간 주눅 들기 마련인데, 모든 정황을 알고 있는 형사 앞에서도 루이스는 여전히 당당하다. 그리고 그는 형사에게 악담을 던진다. 최악의 날에, 너의 영상을 담는 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풀려난 루이스는 또다시 경찰 무전을 엿듣고 일을 시작한다. 차를 2대 마련하고, 근무복을 마련하고 인턴을 뽑는다. 영화의 초반, 루이스는 경찰을 보며 자신도 근무복을 입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그토록 입고 싶어 했던 근무복을 입고 인턴을 대동한 채 새로운 현장을 찾아 떠난다. 릭의 자리는 언제든 대신할 수 있고, 니나는 계속해서 루이스의 영상을 받아 자극적인 뉴스를 만들 것이다. 그 뉴스의 시청자들은 자극적인 영상에 이끌릴 것이고, 거짓된 보도는 끊기지 않을 것이다. 자극적인 뉴스를 만든 것은 시청자들이고, 방송국은 시청자를 잡기 위해 자극적인 뉴스를 만든다. 이 굴레는 끊기지 않고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나이트 크롤러>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냉철하고 비인간적인 주인공 루이스를 통해 비춰본 언론의 이면과 끝없는 욕심. 이를 보며 그저 소름 돋는 이야기다-라고만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조금 더 날카롭고 차갑게 표현됐을 뿐, 우리가 보고 있는 언론의 모습 또한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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