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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ug 11. 2020

<하늘을 걷는 남자> - '왜냐는 질문에..'

[영화 후기,리뷰/ 왓챠, 꿈, 실화 영화 추천/결말 해석]

                                                                              

하늘을 걷는 남자 (The Walk)

개봉일 : 2015.10.28. (한국 기준)

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 조셉 고든 레빗, 벤 킹슬리, 샬롯 르 본, 제임스 뱃지 데일, 벤 슈와츠, 스티브 발렌타인                                                                         

왜냐는 질문에 나의 꿈으로 답하다


넓고 단단한 땅이 아닌, 허공에서 흔들리는 줄에 모든 걸 건 남자 Philippe Petit(필리페 페팃, 이하 필립으로 표기)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 영화 <하늘을 걷는 남자> 

사람들은 안전장치 없이 줄 위에 오르는 필립을 보며 ‘왜 그런 일에 도전하느냐’, ‘위험하니 그만하라’고 말한다. 바닥으로부터 한 뼘쯤 떨어져 있는 줄부터, 110층 빌딩에 걸려있는 줄까지. 필립의 꿈은 끝없이 위로 날아오른다. 그는 새처럼 날갯짓을 하거나, 비행기처럼 엔진을 이용해 공중으로 날아갈 순 없지만 고공 줄타기를, 높은 하늘을 사랑한다. 



필립 역을 맡은 조셉 고든 레빗은 실제 필립에게 줄타기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얇은 로프 위에서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는 조셉 고든 레빗은 무용수처럼 단단하고 늘씬한 몸을 자랑한다. <하늘을 걷는 남자>의 주인공 필립은 정말 유쾌하고 매력적이다. 로프 위에선 카리스마가 넘치고, 로프 아래에선 위트 있는 입담을 자랑하는 그는 타고난 쇼맨처럼 보인다.




필립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줄을 달고 그 위에서 걷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그는 흑백사진처럼 보이는 지루하고 익숙한 세상에, 선명한 붉은빛의 줄을 더해 새로운 순간을 만들어낸다. 지루한 일상 속 작은 이벤트가 되어줄 필립의 아찔한 고공 줄타기와 그의 유려한 입담으로 풀어낸 이야기를 즐기고 싶다면 <하늘을 걷는 남자>를 추천한다. 




하늘을 걷는 남자 시놉시스


과연 인간이 하늘 위를 걸을 수 있을까? 전 세계를 뒤흔든 사상 초유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된다!

어려서부터 하늘을 걷는 도전을 꿈꿔온 무명 아티스트 ‘필립’(조셉 고든 레빗). 그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전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412미터 높이의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정식 오픈하기 전에 두 빌딩 사이를 밧줄로 연결해서 걷겠다는 것. 이 세상 누구도 생각지 못한 도전을 실행하기 위해 ‘필립’은 그를 도와줄 조력자들과 함께 고군분투하지만, 디데이가 다가올수록 예상 밖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왜?


무명 아티스트였던 필립이 새로운 꿈을 갖게 된 후, 가장 많이 듣게 된 질문이다. 왜 위험한 쇼를 하는가? 그 줄을 타고난 후 남는 것이 있는가? 사람들은 필립의 꿈을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어릴 적 우연히 보게 된 파파 루디의 화려한 서커스 공연에 매료된 필립은 나무 사이에 줄을 묶고, 그 위에 올라간다. 필립은 줄 위에서 복잡한 현실을 잊는다. 파파 루디는 줄 위에서 날개를 단듯 뛰어다니는 어린 필립에게 공연 매너와 줄타기 기술을 전수한다.



필립은 길거리에서 공연을 하던 중 애니를 만나게 된다. 둘의 첫 저녁식사 자리에서 필립은 젓가락과 병을 이용해 트윈타워를 만들고, 자신의 꿈을 자랑스레 얘기한다. 애니는 필립의 꿈이 위험해 보인다며 걱정하다가 필립의 행복한 웃음을 본 후, ‘꿈이면 도전해야죠.’라고 말한다. 그렇게 애니는 필립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필립의 꿈을 응원해 주는 존재가 된다. 필립은 애니의 아트스쿨 정원에서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하고 두 번째 공범 ‘장 루이’를 만난다.


                                                                       

난 구원받은 거예요


모든 걱정을 잊을 수 있는 줄 위. 필립에게 줄타기는 꿈이자 구원이었다. 무명예 곡예사였던 그의 세계는 모두 흑백이었다. 필립의 세계에서 색을 가진 물건은 손에 쥐고 있는 얇은 줄과 꼬마 관객에게 받은 사탕이 전부였다. 필립은 눈앞에 보이는 건물들 사이에 빨간 줄을 대본다. 줄을 매달 아름다운 장소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줄을 대보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을 찾지 못한다. 장소 탐색을 뒤로 미루고 공연을 하던 중, 필립은 빨간색을 띠는 사탕을 먹고 치과에 방문한다. 그리고 운명처럼 트윈 타워의 소식을 보게 된다. 이 빨간색 물건들은 필립이 유일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과 꿈에 연관된 것들을 상징한다.



필립은 조금 거만한 예술가였다. 난 아티스트라고요!”며 집을 뛰쳐나간 어린 소년은 관객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파파 루디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파파 루디는 감사한 마음을 가져 야한다는 말과 함께 줄 위에선 도착지점에 다 닿은 것처럼 건방진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립은 옆을 살피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었고, 역사적인 첫 공연 날 큰 실패를 맛보게 된다. 치솟던 열정과 자신감에 상처를 입은 필립은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다시 고공 줄타기를 선보이며 자신감을 회복한다.



사람들은 필립을 젊은 시인 또는 악동이라 부른다. 그리고 필립은 자신을 예술가, 쿠데타를 일으킬 인물이라 칭한다. 가장 아름답고 높은 건물 사이를 걸어 예술적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 필립의 꿈은 그것이었다. 트윈타워의 완공이 다가오고, 필립은 새로운 공범들을 모으며 계획을 세운다. 110층 높이의 타워, 그리고 42.67미터의 타워 간 거리.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저려오는 하늘 위를 걸을 생각에 필립의 심장이 빠르기 뛰기 시작한다.



필립은 타워의 내부를 조사하다가 발을 다친다. 야속한 못은 하필 줄과 맞닿아야 하는 발의 중앙 쪽을 관통한다. 친구들은 안전고리도 쓰지 않겠다는 필립을 걱정하며 계획 수정을 제안한다. 하지만 타워의 완공일은 코앞으로 다가왔고, 푹 익어버린 당근처럼 돌이키기엔 늦어버렸다. 필립 또한 허공에서 발을 뗄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며 두려움을 가지지만, 애니의 응원에 힘을 얻고 마음의 중심을 잡는다. 



결전의 날, 아침해가 떠오르고 필립이 110층 높이에 걸린 줄 위로 올라간다. 첫발을 내딛기 전, 심장이 미친 듯이 떨려온다. 그리고 첫발을 내디딘 순간, 필립은 이 줄과 타워가 나를 바치고 있음을, 나를 받아들였음을 느낀다. 줄 아래로 펼쳐져 있던 세상이 지워지고, 필립은 그저 줄 위를 걸을 뿐이다. 그가 나 자신과 나를 바치고 있는 꿈을 믿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경이롭고 떨리는 순간, 필립은 파파 루디의 가르침을 다시 깨우친다. 나의 자만심과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 나를 바치고 있는 모든 것을 믿어야 한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낀 필립은 줄 위에 무릎을 꿇는다. 그는 내 모든 공범들을 위해, 나를 지켜보고 있는 관객들을 위해, 나를 바치고 있는 존재들을 위해 감사의 인사를 마지막으로 공연을 끝낸다. 파파 루디의 젠틀한 마무리 인사만큼이나 멋지고 완벽한 공연의 마무리였다. 



필립의 쿠데타는 성공이었다. 뉴요커들은 크고 높은 트윈타워를 보며 흉물스러운 케비닛이라고 칭했다. 필립은 그 흉물스러운 타워 하나만 바라보고 프랑스를 떠나 뉴욕에 온다. 그리고 트윈타워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공연을 선물한다. 필립의 공연을 지켜본 사람들은 트윈타워에 대한 새로운 기억과 인식을 갖게 됐고, 그 타워를 좋아하게 됐다. 한 사람의 꿈이 이뤄진 순간, 작은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누군가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 그 꿈이 이뤄낸 작은 변화는 지금껏 남들이 물어왔던 ‘왜?’라는 질문에 충분한 답변이 된다. 지금 내 꿈을 당당하게 말하기 어려운 상황과 남들이 인정해 주지 않음에 흔들리지 말길 바란다. 나를 믿고,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아가라. 그렇다면 흔들리던 얇은 줄도 떨림을 멈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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