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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ug 08. 2020

<스탠바이, 웬디> - '선을 넘어 내딛는 첫걸음'

[영화 후기,리뷰/ 왓챠, 성장, 힐링 영화 추천/결말 해석]

                                                                              

스탠바이, 웬디 (Please Stand By)

개봉일 : 2018.05.30. (한국 기준)

감독 : 벤 르윈

출연 : 다코타 패닝, 토니 콜렛, 앨리스 이브, 토니 레볼로리


선을 넘어 내딛는 첫걸음


<스탠바이, 웬디>는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는 이들에게, 그만 멈춰야 한다는 한계선 앞에 머뭇거리고 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건넨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불안한 마음을 가진 웬디는 보호소에서 지내며 정해진 규칙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특이점이라면 스타트렉 시리즈의 엄청난 광팬이란 것. 남들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인물들까지 속속 꿰고 있는 웬디는 스타트렉을 통해 세상을 접하고, 꿈을 꾸기 시작한다. 



어떠한 목표에 도전할 때면 기대감과 걱정이 함께 몰려오기 마련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이렇게 해도 괜찮을까?” 가끔은 이런 걱정에 밀려 겁을 집어먹고, 나 자신의 한계치를 미리 지정해놓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 웬디의 앞엔, 할 수 없을 것 이란 선이 누구보다 정확하게 그어져 있다. 센터장 스코티와 언니 오드리는 발작을 일으키거나 불안정한 상태의 웬디를 보며 “마켓 가를 건너선 안된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라는 선을 그어놓는다. 물론 웬디에 대한 걱정을 담은 선이지만, 웬디는 그 선 안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나는 웬디의 모습에서 꿈꾸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았다. 불안정한 마음을 가진 소녀가 아닌, 꿈에 부풀어 자신의 한계를 깨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의 모습을 말이다. 웬디는 버스를 타는 법도, 길을 찾는 법도 모르지만 오직 시나리오 공모전을 위해 LA를 향해 떠난다. 




스탠바이 웬디 시놉시스


우리처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웬디.

아침에 샤워를 하고 아침 먹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동료들과 휴식시간을 갖고 집에 와서 TV를 보고 저녁 먹고 글을 쓰다가 자는 일상. 그런 웬디가 일탈을 한다!? 웬디 왜 그러는 거야! 나에겐 목표와 꿈이 있으니까요! 스타 트렉 시나리오 공모전에 꼭 참가해야 해요


웬디의 일탈 시작! 나아갈 때 비로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웬디가 처음 접하는 모든 것들! 웬디를 따라 LA 여행 모두 함께 해보실래요? 여러분들 웬디의 일탈로 들어오세요~♥ 행복한 소확행을 맛보게 될 거예요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빛은 목적지에 닿기까지 수백만 년을 달릴 때도 있다. 하지만 너무 광활하고 어두운 우주를 달리는 빛은 길을 잃기 쉽다. 웬디는 빛과 같다.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에 닿기까지 얼마나 달려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웬디는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목적지를 향해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진 모르지만, 웬디에겐 명확한 목적지가 있다. 스타트렉 용감한 걸음 공모전. 누구보다 스타트렉 시리즈를 사랑하는 웬디는 스타트렉 시리즈의 대장정을 마칠 마지막 화 시나리오 공모전에 응모하기 위해 신중히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일주일 남은 공모전, 웬디는 남들처럼 아침에 일어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안일을 하고 저녁엔 자유시간을 갖는다. 웬디는 바쁜 하루를 마친 후, 시나리오 작성에 몰두한다. 시나리오를 쓰고, 조카 루비의 사진을 바라볼 때가 웬디의 하루 중 가장 즐거운 순간이다. 웬디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집안일을 하는 건 다른 이들의 기준에서 ‘정상적인 삶’을 만들기 위해서다. 빵을 만들고, 시식 행사를 하고 있는 웬디는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지만 ‘정상’의 범주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채 말이다. 



웬디의 언니 오드리는 남편과 아이 루비를 키우고 있다. 사랑스러운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커다란 집은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됐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생활이 더 벅차진 오드리는 집을 팔고 짐을 정리한다. 작은 집엔 넣을 수 없는 피아노를 마당에 내놓은 오드리의 표정이 씁쓸하다. 어릴 적 동생과 함께 쳤던 피아노. 오래된 비디오테이프 속에는 작고 여린 동생이 꺄르르 웃으며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담겨있다. 오드리의 남편은 피아노를 좋아하지 않았냐고 묻지만, 오드리는 “웬디가 치는 게 좋았지.”라며 함께한 추억과 웬디의 빈자리를 다시 한번 실감한다.



웬디는 오랜만에 만나는 언니에게 이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며 집으로 함께 돌아가자 말하지만, 다시 찾아온 발작 증세로 간만의 만남은 빠르게 끝나버린다. 밤새 집에 갈 수 없다는 슬픔에 빠져있던 웬디는 시나리오 공모전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웬디는 버스를 어떻게 타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버스비는 얼마인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LA로 출발하기 위해 가방을 챙긴다.


                                                                        

길 잃으면 어떡해?


홀로 집 문을 열고, 가보지 않은 거리를 걷는다는 것. 웬디에겐 두렵고 긴장되는 일이었다. 사뭇 비장하게 집을 나선 웬디의 뒤에 스타트렉 유니폼을 입은 강아지 피터가 총총걸음으로 뒤따른다. 웬디는 피터에게 집으로 돌아가라며 으름장을 놓다가 결국 피터와 함께 길을 떠난다. 웬디가 걷는 언덕길엔 STOP이라는 글씨가 쓰여있지만, 웬디는 피터와 함께 그 글씨를 넘어 새로운 길로 접어들고, 절대 건너지 못했던 마켓 가를 건너간다. 웬디는 스타트렉을 보며 꿈을 꿨고, 스타트렉 유니폼을 입은 피터는 웬디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한다. 



웬디에게 낯설고 시끄러운 길거리는 공포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웬디는 귀를 막은 채 어릴 적 언니와 함께 불렀던 노래를 흥얼거린다. 아이팟과 피터에 의존하며 길을 걷던 웬디는 물건을 갈취당하고, 가게에서 사기를 당할뻔하기도 하고, 끝엔 교통사고까지 당하게 된다. 하지만 웬디는 시나리오를 제출하기 위해 다시 일어선다. 그 누구도 알려준 적 없는 행동이다. LA로 향하는 방법, 물건을 잃었을 때 대처 방법,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대처 방법. 웬디가 소중히 목에 걸고 다니는 수첩엔 일출시간과 여러 생활 수칙이 적혀있었지만, 위와 같은 상황에 대한 대처법은 없었다. 웬디는 이런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 앞에서 주저앉지 않고 그저 다시 직진한다. 내 꿈을 위해서, 시나리오를 출품하기 위해서.


                                                                        

그냥 그런 건데


웬디는 생활 속에서 발견한 소재들을 글로 적고, 주인공 스팍에 몰입하며 시나리오를 쓴다. 시나리오의 주인공 스팍은 웬디와 닮아있다. 행성 연방을 연구하는 스팍은 인간 반, 외계인 반으로 이루어진 인물이다. 그녀는 행성 연방을 연구하며 새로운 것에 눈을 뜨고, 감정처리를 어려워한다. 웬디도 스팍처럼 감정처리를 어려워하고, 남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여러 공통점 중에서 웬디와 스팍이 가장 닮은 건 바로 ‘주변인들이 웬디와 스팍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코티와 오드리는 스타트렉 시리즈를 잘 이해하지 못하며, 스코티는 웬디의 시나리오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 스코티는 스팍이란 인물에 대해 막힘없이 설명하는 아들 샘에게 묻는다. 그런 게 어디 쓰여있어?” 샘은 답한다. 그냥 그런 건데.”라고 말이다. 웬디도 스팍과 같다. 남들이 웬디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웬디가 무언갈 잘못한 것이 아니며, 웬디를 비정상적이라고 정의할 수도 없는 것이다. 웬디는 그냥 그런 인물인 것이고, 그게 바로 웬디다.



영화의 후반부, 스타트렉의 전투 종족 ‘클링온’의 언어를 쓰며 웬디를 진정시키는 경찰 프랭크의 모습이 나온다. 프랭크는 웬디처럼 스타트렉을 좋아한다. 프랭크와 샘은 웬디의 시나리오 이야기를 듣고, 칭찬과 응원을 건넨다. 길고도 짧았던 웬디의 여정이 끝난 후, 오드리와 스코티는 웬디를 안아주며 그녀의 꿈을 응원하기 시작한다.


                                                                        

논리적인 결론은 단 하나, 전진입니다.


웬디가 시나리오를 진행하며 주인공 스팍은 전에 보지 못한 것들을 겪고, 보게 된다. 웬디도 LA를 향해 걸어가며 전에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경험한다. 웬디의 시나리오 속 주인공들은 “미지의 세계는 두려워하지 말고 정복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웬디가 자신에게 전하는 말이다. 모든 걸 두려워했던 여린 웬디가 새로운 세상에 나와 많은 경험을 하고 두려움을 떨쳐내며 꿈을 향해 달려간다. 웬디는 자신의 발걸음이 정확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웬디는 공모전에서 입상하지 못했지만, 웬디가 홀로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이 여정은 큰 가치가 있다. 웬디는 지갑과 아이팟을 도둑맞고,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고 느낀 순간, 지갑 안에 있는 911에 대해 메모해놓은 종이를 바라본다. 전화를 걸어야 할까 잠시 고민하던 웬디는 종이 밑에 끼어있는 루비의 사진을 한번 보고 종이를 버린다. 웬디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시나리오를 제출하기 위해 다시 걸음을 옮긴다.


                                                                        

멈추지 말고, 그치지 마십시오


웬디는 요일에 맞춰 7가지 색의 옷을 입는다. 하지만 루비와 처음 만나러 간 날, 웬디는 전에 입지 않았던 색의 옷을 입고 오드리의 집으로 향한다. 웬디는 어릴 적 언니와 함께 쳤던 피아노 건반을 조심스레 눌러본다. 드디어 돌아왔다. 그토록 바라던 집에. 웬디는 앞으로도 자신이 이야기를 쓰고 들려주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 사람들은 웬디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않았다. 우편 소인이 찍혀있지 않다는 이유로 시나리오 제출을 거절당했을 때, 웬디는 “저에게도 그런 기회를 달라고요”라며 부당함을 어필한다. 어쩌면 웬디는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혀왔을 지도 모른다. 차별의 눈초리, 걱정의 한마디 앞에서, 혼자 해내기보단 누군가의 메모와 걱정에 둘러싸여 지냈겠지. 하지만 웬디는 자신의 꿈을 위해 새로운 세계에 손을 내밀었다. 새로운 일, 새로운 옷, 다시 돌아온 집. 웬디는 새로운 세상을, 기회를 만들었다. 이 기회를 꽉 붙들고 더 큰 꿈을 키워나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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