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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ug 20. 2020

<컨테이젼> - '팬데믹 상황을 마주한 세상에서'

[영화 후기,리뷰/ 왓챠, 넷플릭스, 재난,전염병 영화 추천/결말 해석]

                                                                             

컨테이젼 (Contagion)

개봉 : 2011.09.22. (한국 기준)

감독 : 스티븐 소더버그

출연 : 마리옹 꼬띠아르, 맷 데이먼, 로렌스 피시번, 주드 로,

기네스 팰트로, 케이트 윈슬렛, 존 호키스, 제니퍼 엘


팬데믹 상황을 마주한 세상에서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시작된 지도 어느덧 반년이 넘어가고 있다. 전 세계가 팬데믹 상황을 마주했고, 최근 들어 국내엔 2차 대유행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날은 점점 더 뜨거워져가는데 두꺼운 마스크를 내려놓기 두려워지는 세상. 이게 현실인지, 영화인지.. 내가 생각한 2020년은 역병이 도는 세상이 아니었는데.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마음이 답답해진다. 영화관 출입도 두려운 일과가 되어버리고.. 이참에 다시 넷플릭스와 왓챠로 취미생활을 이어가야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번에 이야기할 <컨테이젼>은 2011년에 개봉한 영화다. 재작년쯤에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아 전염병이 유행하면 이렇게 되려나.”하고 말았었는데.. 이 영화만큼의 극단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코로나가 대유행하기 시작한 후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은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이 겪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의 창궐, 자취를 되돌아볼 틈 없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환자, 수없이 변형되는 바이러스. 그리고 그 사이를 헤집어놓는 루머와 폭동들.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마음이 점점 더 무거워진다.



“안 그래도 마음이 불편한 요즘인데, 이 영화를 왜 추천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경각심을 되살리기 위해서”라고 답하고 싶다. 나는 특정 집단의 집회와 활동으로 인해 이번 대유행이 덮치기 전, 길거리를 다니며 의외로 많이 보였던 배려 없는 사람들의 민낯을 기억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세계가 붕괴되기까진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최소한의 방역과 개인위생에 대한 노력 없이 이기심을 앞세운다면 우리의 자원, 인력이 모자라게 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답답하고 불쾌할 수도 있지만, <컨테이젼>을 보며 우리의 현실을 한 번 더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컨테이젼 시놉시스


아무 것도 만지지 마라! 누구도 만나지 마라!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베스가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하고 그녀의 남편이 채 원인을 알기 전에 아들마저 죽음을 당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같은 증상으로 사망한다.

일상생활의 접촉을 통해 이루어진 전염은 그 수가 한 명에서 네 명, 네 명에서 열 여섯 명, 수백, 수천 명으로 늘어난다. 한편, 미국 질병통제센터의 치버 박사는 경험이 뛰어난 박사를 감염현장으로 급파하고 세계보건기구의 오란테스 박사는 최초발병경로를 조사한다. 이 가운데 진실이 은폐됐다고 주장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가 촉발한 음모론의 공포는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원인불명의 전염만큼이나 빠르게 세계로 퍼져가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MEV-1 바이러스의 존재는 홍콩에 출장을 다녀온 베스의 죽음으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다. 아내 베스와 아들 클라크의 죽음을 눈앞에서 마주한 엠호프는 슬픔을 추스를 틈도 없이 유리 벽 너머로 격리된다. 가족들의 소식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 딸 조리는 아빠의 옆을 지키겠다며 울먹인다. 처음엔 2명 사망, 10명 의심으로 시작된 이 병은 9000만 인구가 살고 있는 주룽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퍼져나간다.



WHO 외 질병 관리 센터 간부들은 “시민들을 겁줄 필요는 없죠.”라며 상황을 일단락 시킨 채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질병 역학 조사관 미어스는 베스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급히 파견되고, 바이러스의 근원지를 밝히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바이러스는 손쓸 틈 없이 퍼져나간다. 미어스 박사는 역학 조사를 진행하던 중 바이러스에 전염되고, 추위에 떠는 또 다른 환자에게 자신의 옷을 건네며 죽음을 맞이한다.



바이러스가 대유행을 하기 시작하며 사람들 사이엔 온갖 루머와 폭동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프리랜서 기자인 앨런은 자신이 MEV-1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며, 개나리 액을 먹고 증상이 호전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 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미국과 프랑스가 비밀리에 치료제를 만든다’는 루머와 개나리액을 얻기 위한 사람들의 싸움까지 일어나게 된다. 전 세계에선 유능한 박사와 정치인, 부자들을 납치해 백신을 요구하는 범죄가 늘었으며, 지키는 사람이 없어진 마트엔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가득하다. 환자 증가세가 가파르게 치솟으며 엠호프는 베스의 시신조차 수습할 수 없게 되었고, 로저의 친구인 앤드류가 베스의 조의를 표하기 위해 현관문을 두드릴 때도 ‘조심해야 한다’는 이유로 문을 열어주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치버 박사는 개나리액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앨런에게 “헛소문이 바이러스보다 더 위험하죠.”라고 말한다. 출처와 근거를 알 수 없는 소문들이 둥둥 떠다니는 인터넷은 언제나 많은 루머와 분쟁을 일으키는 장소다. <컨테이젼>에서도 역시 인터넷을 통해 선동을 하는 앨런과 그에 휩쓸려 폭동을 일으키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온다. 공포감에 휩싸여 어떤 것이 진실인지 따져볼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백신 대용’이라는 단어에 이끌려 무조건적인 믿음을 보인다.



치안의 부재와 함께 도시엔 쓰레기가 쌓여가고, 영화의 후반부부터 보이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는 앨런의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루머를 양성하는 앨런과 반대로 백신을 개발하던 박사 ‘앨리’는 57번째 백신에서 비감염 효과를 확인하고, 자신의 몸에 백신을 주사한다. 그녀는 환자들을 돌보다 감염된 자신의 아버지를 찾아가 마스크와 보안경, 장갑을 벗은 채 아버지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모두가 병원을 떠날 때 끝까지 환자들을 지킨, 알려지지 않은 영웅의 기지를 마음 깊이 기리면서 말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 후 부자가 늘었어요


전염병이 유행하며 누군 죽고 누군 돈을 벌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백신을 생산한 제약회사들은 떼돈을 번다. 어떤 이들은 병원을 지켰지만 아무도 그들의 용기를 알아주지 않았고, 누군가의 백신은 세상에 널리 알려져 그를 영웅으로 만든다. 보건 기구와 관련된 간부들은 생일 추첨과 상관없이 백신을 배급받았고, 도시와 떨어진 먼 곳에 숨어살던 손펑과 마을 사람들은 오란테스 박사를 납치하면서까지 백신을 공급받았지만 그 백신은 가짜였다. 모두에게 똑같은 질병의 위험이 닥쳤지만, 세상은 여전히 불공평하다.



<컨테이젼>의 등장인물인 오란테스, 치버, 미어스, 앨리는 이 불공평함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오란테스는 자신을 위한 백신이 따로 있으며, 가짜 백신을 전해줬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자리를 떴고, 치버 박사는 보급 받은 백신을 로저의 아들에게 양보한다. 역학 조사관 미어스는 위험함을 알고도 파견근무를 진행했고, 죽음이 닥친 순간에도 옆에 누워있는 다른 환자에게 자신의 옷을 건넨다. 그리고 백신의 개발로 인해 영웅이 된 앨리는 각자 다른 위치에서 백신을 위해 노력했을 사람들의 공을 모두 자신이 받는다며 미안함을 표한다. 백신 개발을 위해 매일같이 노력한 그들은 자신의 공을 내세우기보단 불공평한 세상에서 피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백신이 개발되고, 우선순위를 위한 로또가 시작된다. 생일이 적힌 공이 통안에서 빠르게 돌아가고, 행운의 숫자가 발표된다. 엠호프는 딸 로저와 함께 시리얼 봉투를 뜯으며 티비를 시청한다. 로저는 “내 삶의 144일을 잃어버리게 생겼네.”라며 실망에 찬 심통을 부린다. 학교도 졸업파티도 갈 수 없고, 좋아하는 친구 ‘앤드류’와 손을 맞잡는 것조차 할 수 없다니. 완전히 뒤바뀐 일상은 130여 일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적응하기 쉽지않다.



엠호프는 실망한 딸을 위해 드레스와 작은 졸업파티를 준비한다. 그리고 로저의 친구 앤드류는 현관문 앞에서 당당하게 접종 팔찌를 찬 손목을 들어 보인다. 엠호프는 이제야 깊숙이 넣어놓았던 카메라를 꺼내고, 베스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슬퍼할 틈도 없이 세상 모든 걸 경계하며 살아남아야 했던 시기를 지나, 딸을 위해 작은 파티를 열고, 떠나간 이를 생각하며 슬퍼할 수 있는 작은 일상이 돌아온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전염병의 최전방에 서있을 이들을 잊으면 안 된다. 그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최소한의 일상이나마 유지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 함은 물론이고, 서로를 위한 배려를 생활화해야 한다.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바이러스는 언제 또다시 모습을 바꿀지 모르고 얼마나 더 강해질지, 언제쯤 소강상태가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전염병이 창궐한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두 함께 살아가기 위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가질 시기가 되었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kyung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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