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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ug 26. 2020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숨이 붙어있는 한..

[영화 후기,리뷰/넷플릭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영화 추천/결말 해석]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The Revenant)

개봉일 : 2016.01.14. (한국 기준)

감독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톰 하디, 도널 글리슨, 윌 폴터, 포레스트 굿럭


숨이 붙어있는 한, 끝없이 싸워야 한다


웅장함을 자랑하는 자연에 압도되고, 삶에 대한 처절한 갈망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영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탐험가였던 ‘휴 글래스’의 생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첫 오스카 수상작’으로도 유명한 영화다.



미합중국을 이룩하기 위해 인디언들의 재산을 약탈하고, 그들을 살인하고, 그에 맞선 인디언들과 전쟁을 치루던 미국 서부 개척 시대. 휴 글래스는 일행들과 함께 사냥에 나섰다가 회색 곰의 습격을 받고, 일행들에게 버림받게 된다.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라는 제목처럼 이 영화는 ‘휴 글래스’의 생존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휴 글래스의 복수 일대기, 생존기와 같은 영화다 보니 누군가는 이 영화를 지루하게 느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럴 만도 한 게,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156분이다. 긴 러닝타임의 영화를 못 보는 편이라면 꽤 힘든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보며, 마치 작정하고 만든 다큐멘터리처럼 웅장하게 표현된 자연에 홀려 시간의 흐름을 잠시 잊기도 했다. 거기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악과 슬픔에 받친 연기까지.. 레오를 보면서 ‘턱수염은 왕창 자라있고, 꼬질한 모양새지만.. 이마저도 이렇게 멋있을 일인가...’ 싶기도 했다.



사실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본 후, 이 이야기가 실제 인물의 경험담이라는 것에 놀랐다. 구전된 이야기다 보니 100% 진실이라기엔 애매하지만 말이다.


주인공 휴글래스를 연기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강렬한 눈빛에 담긴 삶에 대한 열망. 그 감정을 느끼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 삶에 대한 애착이 피어오른다. 무기력한 삶에 자극이 필요하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시놉시스


서부 개척시대 이전인 19세기 아메리카 대륙, 사냥꾼인 휴 글래스는 아들 호크를 데리고 동료들과 함께 사냥하던 중 회색곰에게 습격 당해 사지가 찢긴다. 비정한 동료 존 피츠 제럴드는 아직 살아 있는 휴를 죽이려 하고, 아들 호크가 이에 저항하자 호크 마저 죽인 채 숨이 붙어 있는 휴를 땅에 묻고 떠난다. 눈 앞에서 하나뿐인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휴는 처절한 복수를 위해 부상 입은 몸으로 존의 뒤를 쫓기 시작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숨이 붙어있는 한 싸워야 해


휴는 얕은 숨을 내뱉고 있는 아들에게 말한다. 숨이 붙어있는 한,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고 말이다. 일부 백인들의 욕심으로 휴는 사랑하는 연인을 잃게 된다. 그는 남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백인 장교를 죽인다. 휴는 동료들과 사냥을 하며 아들을 키우고, 한 팔 안에 쏙 들어오던 아들은 어느새 아빠만큼 자랐다. 여느 날과 같이 사냥을 마친 후, 가죽을 다듬던 휴의 일행은 갑작스러운 아리카라족의 습격을 받고, 소수만 살아남게 된다.


살아남은 일행 중에서 유달리 휴를 마음에 들지 않아 하던 피츠는 휴에게 “짐승 같은 걸 살리려고 같은 백인을 쐈어?”라며 빈정거리기 시작한다. 호크는 그의 언행에 불안함과 불편함을 느끼지만 휴는 아들을 안심시킨다.


                                                                        

뿌리를 단단히 내린 나무는 쓰러지지 않아요.


휴는 포니족의 여인과 사랑을 했고, 그 결실로 호크가 탄생한다. 극한의 상황을 맞이할 때마다 기억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그녀는 “뿌리를 단단히 내린 나무는 쓰러지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휴는 그녀의 말을 되새기며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회색 곰과의 사투 후 만신창이가 된 휴를 보살피기 위해 남은 동료 사냥꾼 피츠는 휴를 짐처럼 느낀다. 그는 다른 동료 브리저와 아들 호크의 눈을 피해 휴를 살해하려고 한다. 피츠는 휴에게 ‘아들을 위해 눈을 감으라’고 제안한다. 휴는 자신이 죽음의 문턱에 서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삶을 마감하겠다는 의미로 눈을 깜빡인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보게 된 호크는 아버지의 죽음을 막기 위해 소리를 지르고, 피츠는 호크를 살해한다.




휴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무력하게 아들의 죽음을 지켜보게 된다. 아들의 죽음과 피츠를 향한 분노는 휴를 다시 삶으로 이끈다. 휴가 일부 동료들의 조롱을 당하면서도 사냥과 삶을 이어온 이유는 아들 호크 때문이었다. 휴의 인생이 흔들리면 안 되는 이유이자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던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은 상상이상으로 비통한 것이었다. 호크의 죽음 이후로 휴는 아들의 복수라는 새로운 뿌리를 내리고, 살아남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포와카는 없어”

휴의 일행을 급습한 아리카라족은 추장의 딸을 찾기 위해 백인들의 뒤를 밟는 중이었다. 그들은 또 다른 백인인 프랑스인들에게 휴 일행의 가죽을 가져가 보수를 받고, 다시 딸을 찾아 떠난다.


휴는 아들 호크를 죽인 피츠에게 복수하기 위해 죽음의 구덩이에서 기어 나온다. 모두가 죽을 것이라 생각한 그가 다시 두발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아들에 대한 사랑과 그의 죽음에 대한 분노때문이었다. 양각을 이루고 있는 아리카라족과 휴는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감정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거기에 추가로, 휴를 습격했던 회색 곰은 주변에 있던 아기곰을 지키기 위해 휴에게 달려든다. 아리카라족, 휴의 처절한 여정과 회색 곰과의 혈투는 나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나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었다.


                                                                        

널 버리지 않을게 아들아


호크가 죽은 후, 강한 바람이 나무를 뒤흔들며 굉음을 낸다. 피츠는 브리저를 속여 휴를 구덩이에 묻은 채 황급히 길을 떠난다. 피츠와 브리즈가 떠난 후, 휴는 구덩이에서 기어 나와 아들의 차가운 시신에 얼굴을 맞댄다. 온 세상이 너를 괄시하고 무시해도, 나만은 너를 지켜주겠다는 굳은 약속. 아빠는 지켜주지 못한 아들을 보며 다시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복수는 신의 일이지


절벽을 넘은 휴의 눈앞에 들소떼가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엔 가족을 잃은 인디언 남자 ‘히쿡’이 있었다. 히쿡은 휴의 상처를 치료해 주고 식량을 나누어준다. 그는 휴처럼 가족을 모두 잃은 남자였다. 휴는 자신의 손으로 가족을 죽인 자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고, 히쿡은 악에 받친 그에게 “복수는 신의 일이지”라고 말한다. 그는 휴에게 도움을 주고, 다음날 프랑스 군인들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다.



휴는 히쿡의 시체를 매달아 전시하는 그들의 잔인함과 한 여성을 윤간하는 짐승 같은 행태를 두 눈으로 보게 된다. 그는 히쿡의 말을 타고, 여성에게 칼을 쥐여준다. 그녀가 추장의 딸인 포와카임을 모르는 상태였지만, 그 순간 포와카를 도아준 휴의 선택은 차후에 엄청난 기회가 되어 돌아온다.



깊은 숲에서 살아남은 휴는 결국 일행들과 합류하게 된다. 그는 강가에서 피츠와 마지막 혈투를 벌인다. 상처가 아물긴커녕 덧나고만 있었던 만신창이의 몸이었지만, 피츠를 제압하는데 성공한다. 피츠의 숨통을 끊을 마지막 한 번의 기회가 남은 순간, 강 너머에 아리카라족의 모습이 보인다. 휴는 그들을 보고 피츠를 강물로 밀어 넣는다. 피츠를 물에서 건져낸 아리카라족은 마치 마지막 심판을 내리듯 피츠의 숨통을 끊는다.



휴가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가로질렀던 그 땅은 아리카라족의 것이었다. 언제 활을 맞아도 이상하지 않은 광활한 들판, 목을 빼고 올려다봐도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높은 절벽, 백인들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광활한 자연을 다스리며 함께 살아온 그들은 그곳의 주인이자 신적인 존재다.


                                                                        

아들을 죽이려는 놈을 죽였을 뿐이죠.


처절하고 끈덕지게 달려온 휴의 여정이 끝났다. 그는 “진짜 미군 장교를 죽였나?”라는 대위의 질문에 “아들을 죽이려는 놈을 죽였을 뿐이죠.”라고 답한다. 휴는 그저 아들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꺼냈고, 아들을 죽인 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끝없이 펼쳐진 설원을 달린다. 길고 처절했던 복수가 끝났다. 분명 이 복수가 끝나면 마음에 얹힌 체증이 싹-내려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딘가 공허하다. 휴에게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일까? 휴도 어딘가 허망해보인다.



휴는 인디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자리를 뜬다. 그가 올라간 언덕 위엔 온화한 미소를 지은 그녀의 환영이 있었다. 마치 나의 아들과 사랑하는 연인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휴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한결 편안해 보인다.



살아남기 위해, 복수를 위해 끈덕지게 달려가는 휴의 눈엔 분노와 슬픔이 가득하다. 그가 끝까지 달려갈 수 있었던 건 복수심에서였을까, 그 감정을 받치고 있는 아들에 대한 사랑 때문이었을까?

너무도 처절해 마음이 타들어갈듯한 휴 글래스의 생존기와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이면을 가감 없이 훑어낸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은, 죽음의 문턱을 넘어온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추천한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kyung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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