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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Aug 31. 2020

<미스 리틀 선샤인> - '어쨌든 가족 여행'

[영화 후기,리뷰/왓챠 힐링,가족 영화 추천/결말 해석]

                                                                              

미스 리틀 선샤인 (Little Miss Sunshine)

개봉일 : 2006.12.21. (한국 기준)

감독 : 조나단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출연 : 스티브 카렐, 토니 콜렛, 그렉 키니어, 폴 다노, 아비게일 브레스린, 알린 아킨


어쨌든 가족 여행


자살을 시도한 남자 프랭크, 그의 누나이자 한 가족의 엄마 쉐릴, 성공에 집착하는 대학강사인 아빠 리차드,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요양소에서 쫓겨난 할아버지 에드윈, 학교 입학 전까지 침묵의 맹세를 한 아들 드웨인, 미인대회에 꿈을 갖고 있는 막내딸 올리브.


이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을 때면 필연적으로 다툼이 생기고, 어쩔 땐 비상식적인 가르침이 오간다. 서로와 자신의 일상에 대한 짜증과 권태로 가득한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막내딸 올리브만이 유일하게 맑은 웃음을 뿜어내고 있다. ‘콩가루 가족’이라는 단어가 찰떡처럼 맞아떨어지는 후버 가족은 막내딸 올리브의 대회 참여를 위해 역사적인 가족여행을 떠난다. 1100km의 1박 2일 여정, 오래된 노란 버스에 몸을 실은 6명의 가족 구성원들의 여행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가족의 여행은 엽기적이고 명랑하며 사랑스럽다. 이 여행기를 보며 2016년 개봉한 <캡틴 판타스틱>이 떠오르기도 했다. 각자 다른 성향과 고민을 가진 가족 구성원들이 아빠가 운전하는 소형 버스에 올라타 펼쳐나가는 여행기. 짠하고 슬프면서도 동시에 웃음이 나는 이야기라는 점이 서로 닮은 것 같다.



<미스 리틀 선샤인> 후버 가족의 여행기는 ‘나’와 ‘가족의 형태’를 찾아간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항상 성공만을 생각하며 승리자, 패배자라는 두 가지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아빠 리차드와 늙었으니 약을 한다는 할아버지 에드윈, 말문을 닫은 드웨인, 그 사이에서 줄담배를 피우는 쉐릴. 연인에게 버림받고, 2인자에게 자리를 뺏긴 프루스트 학자 프랭크, 도시 대회에서 2등을 한 올리브.


리차드의 기준에서 보면 이들은 모두 ‘패배자’다.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은 리차드의 기준으로 사람들을 평가한다. 1등만 기억되는 세상, 올리브가 유난히 집착하는 미인대회는 이러한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매개체다. 끝없이 경쟁하고,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야 하는 세상 속에서 아무런 대가없이 서로를 감싸줄 수 있는 건 가족뿐이다. 후버 가족은 샌프란시스코로 떠나는 긴 여정 끝에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다. 콩가루여도, 툭하면 서로에게 짜증을 내뱉어도 우리는 “어쨌든 가족”이다.




미스 리틀 선샤인 시놉시스


대학 강사인 가장 리차드는 본인의 절대 무패 9단계 이론을 팔려고 엄청나게 시도하고 있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못하다. 이런 남편을 경멸하는 엄마 쉐릴은 이주째 닭 날개 튀김을 저녁으로 내놓고 있어 할아버지의 화를 사고 있다. 헤로인 복용으로 최근에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는 15살 손자에게 섹스가 무조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전투기 조종사가 될 때까지 가족과 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아들 드웨인은 9개월째 자신의 의사를 노트에 적어 전달한다. 이 콩가루 집안에 얹혀살게 된 외삼촌 프랭크는 게이 애인한테 차인 후에 자살을 기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한 프로스트 석학이다. 마지막으로 7살짜리 막내딸 올리브는 또래 아이보다 통통한(?) 몸매지만 유난히 미인대회에 집착하며 분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브에게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쟁쟁한 어린이 미인 대회인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 출전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리고 딸아이의 소원을 위해 온 가족이 낡은 고물 버스를 타고 1박2일 동안의 무모한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좁은 버스 안에서 후버 가족의 비밀과 갈등은 점점 더 커져만 가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미인대회가 방송되고 있는 TV를 뚫어져라 바라 보고 있는 여자아이 ‘올리브’. 올리브는 미스 아메리카의 자세를 따라 해본다


                                                                        

세상에는 승자와 패자만 있을 뿐입니다
세상으로 나가 승자가 되십시오.


대학강사 리차드는 성공의 9단계를 입이 닳도록 외고 있다. 리차드가 성공에 대해 불같이 강연을 진행하고 있을 때, 인생의 패배를 맛본 프랭크는 자살을 시도한다. 남동생의 자살 기도 소식을 듣게 된 쉐릴은 불안한 모습으로 담배를 태우며 병원으로 달려간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난 아닌걸”


생에 가장 큰 실패를 맛본 프랭크는 삶을 포기하려고 했지만,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후 혼자 있으면 안 된다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누나 쉐릴의 집으로 가게 된다. 프랭크는 쉐릴의 안내에 따라 드웨인의 방에 발을 붙인다. 삼촌과 조카 사이지만 둘의 사이엔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I Hate Everyone


네모난 식탁에 후버 가족이 둘러앉는다. 할아버지는 또 닭 요리라며 불평하고, 아빠와 엄마는 작은 일로 다툼을 시작하고, 막내딸은 대회 참가 소식을 듣고 고주파를 쏴대며 뛰어다닌다. 프랭크는 그 사이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드웨인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답답하면서도 정신없는 저녁식사가 갑작스레 마무리되고, 후버 가족은 올리브를 위해 캘리포니아로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한다.


여행 일정이 결정되고 잠자리에 들기 전, 드웨인은 프랭크에게 “WelCome To the Hell”이라는 문구를 적어 보여준다. 툭하면 싸우는 부모님, 이상한 가르침을 내뱉는 할아버지, 정신없이 통통 튀는 막내딸.. 침묵을 지켜야 하는 드웨인의 머릿속엔 이미 고행의 여행길이 훤히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드웨인의 예상대로 이 여행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오래된 차의 클러치가 빠지고, 차는 그 자리에 멈춰버린다. 오래된 차라 부품을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 후버 가족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차에 달라붙어 힘을 주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같은 목표를 위해 힘을 모은 것이다. 오래된 버스가 힘을 받아 굴러가기 시작하고, 소리를 지르며 차에 올라탄 인물들의 표정이 전보다 밝고 신나 보인다. 오래된 클러치가 빠진 순간, 인물들 사이에 오래 박혀있던 돌 하나도 함께 빠져나간 듯 여행이 한결 더 가벼워진다.


                                                                        

아빤 패배자를 싫어하니까요


함께 차를 밀고, 시답잖은 대화로 다투고, 함께 밥을 먹는 1박2일의 여정 속엔 즐거움도 있지만, 여전히 각자의 고충이 남아있다. 미스 리틀 선샤인 대회 출전을 앞둔 올리브는 대회 전날 밤, 에드윈에게 걱정되는 마음을 털어놓는다. 대회에서 상을 타지 못한다면 아빠가 싫어하는 패배자가 될까 봐 걱정이라는 어린아이. 에드윈은 손녀를 위로한다. 올리브는 할아버지의 애정 어린 위로를 받고 꿈나라로 떠난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지 못한 어른들은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 쉐릴은 피지 않는다고 거짓말했던 담배를 피우고, 에드윈은 끊었다는 약을 다시 손에 들고, 프랭크는 자신을 끝없이 괴롭게 하는 옛 애인과의 사진을 바라본다. 그리고 리차드는 계약에 대해 거짓말을 한 친구를 찾아간다.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을 외면하거나 끊어내야만 나의 괴로움도 일부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란 걸 알고 있지만, 그 마음만으로 모든 걸 극복하고, 잊기는 쉽지 않다.



괴로움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어른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존재는 이 집안의 막내딸 올리브다. 색맹이라는 사실을 알고 좌절한 드웨인을 다시 일으켜 세워준 동생이자 할아버지의 가장 예쁜 손녀, 가족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만든 맑은 햇살 같은 아이.



올리브는 가족들의 지지를 받으며 대회에 참여해 할아버지가 고른 음악에 춤을 춘다. 아이들에게 수영복을 입히고, 그들의 기준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미인대회를 지켜보던 드웨인과 리차드는 올리브가 무대 위에 올라가는 것을 반대하지만 올리브는 비장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다. 올리브는 할아버지에게 이 춤을 바친다는 말과 함께 무대를 시작하고, 미인대회 관계자들은 올리브의 춤이 저질스럽다며 항의한다. 올리브의 춤은 그들의 기준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가족들은 올리브를 끌어내려는 관계자들을 막아서고 올리브와 함께 춤을 춘다. 그렇게 빌어먹을 미인대회와 세상에 대적하는 후버 가족의 무대가 펼쳐진다.



드웨인과 리차드는 이상한 기준으로 아이들을 평가하는 미인대회의 무대에 올리브를 세우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올리브는 그저 올리브일 뿐, 몇 등이라는 단어 또는 승리, 패배자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1등만 기억하고, 성공과 실패라는 기준으로 사람을 나누는 무한 경쟁의 사회를 아이들에게 그대로 갖다 댄 미인대회는 아이들의 경험과 성취감을 위한 게 아닌, 세상의 기준으로 아이들을 가두는 프레임일 뿐이다.



가족들은 대회에서 탈락하고, 출전 금지까지 받은 올리브에게 너는 누구보다 멋졌다며 위로한다. 이 여정엔 갑작스러운 이별, 충돌, 사고가 있었지만 가족들의 모습은 전보다 홀가분하고 행복해 보인다. 올리브의 대회 참가를 위해 시작한 여정이었지만, 후버 가족은 각자의 상처를 극복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힘을 모아 버스를 민다.



빌어먹을 미인대회 같은 세상이다. 2인자에게 상과 애인을 뺏기고,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색맹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 한다. 결국 나는 패배자로 평가될 것 이라는 불안함과 분노가 찾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에드윈이 리차드에게 했던 말처럼 패배 또한 용기 있는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것이다. 용기를 내고, 노력했다면 패배자가 아니다.



매일 같이 싸우고, 지겹다고 말하는 후버 가족이지만 이들도 어쨌든 가족이다. 내가 생에 가장 큰 실패를 겪었을 때도 곁에 있어줄 존재. 고장 난 차를 함께 힘껏 밀어줄 수 있는 존재. 이들은 어쨌든 가족이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kyung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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