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경 Sep 05. 2020

<이창> - '관음이라는 본능에 대하여'

[영화 후기,리뷰/왓챠, 고전 스릴러 영화 추천/결말 해석]

                                                                              

이창 (Rear Window)

개봉일 : 1957.02.24. (한국 기준)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출연 : 제임스 스튜어트, 그레이스 켈리, 웬델 코리, 델마 리터

                                                                        

관음이라는 본능에 대하여


스릴러, 서스펜스계의 거장을 넘어 전설로 남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작품 <이창>은 아파트라는 장소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시선과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 ‘관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54년 제작, 57년 국내 개봉한 작품으로 어느덧 70년 전 작품이 된 영화다 보니 최근 스릴러 영화들과는 다른 느낌이지만, 현대 스릴러의 기반을 마련한 ‘알프레드 히치콕’감독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입문작으로 추천하겠다.



<이창>은 잔인하고 무서운 장면 없이, 우리의 마음속에 숨겨진 가장 깊은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소름 끼치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카 체이싱 촬영 도중 다리를 다친 사진작가 ‘제프’는 하루 종일 반대편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창가 앞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한다.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지만 여러 사람들의 각자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즐겨보는 건 꽤나 즐겁다. 우리는 주인공 ‘제프’가 이웃들을 조용히 관음하는 시선을 함께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특징과 주요 생활 패턴을 외우고, 그들의 상황을 추측하게 된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줄지어 큼직하게 뚫려있는 창문, 마주 보고 있는 아파트. 그 건물을 상하좌우로 천천히 훑어내는 카메라. 관음에 최적화된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제프의 상상과 추리. 한정된 공간 안에서 만들어내는 112분의 러닝타임은 가끔은 루즈하기도, 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초반은 살짝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초반의 지루함을 이겨낸다면 술술 풀리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극적이고 숨 막힐 듯 빠른 속도의 전개는 아니지만, 고전 스릴러 영화가 궁금하다면 <이창>을 추천한다.




이창 시놉시스


사진작가 제프는 카레이싱 촬영 도중 다리를 다쳐 휠체어에 의지한 채 자신의 방에서 무료하게 지낸다. 그는 카메라 렌즈로 주변 이웃들을 훔쳐보기 시작한다. 갓 결혼한 신혼부부, 미녀 무용수, 슬픈 표정으로 혼자 지내는 미스 고독, 병든 아내와 남편 등 주변의 평범한 이웃을 관찰하던 중, 제프는 어느 집의 병든 아내와 남편이 심하게 다투는 모습을 목격한다.
 
 제프는 남편이 커다란 가방을 들고 집을 들락거린 이후 그 부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의심을 품는다. 더구나 톱과 칼을 만지작거리고, 화단을 파헤치던 강아지에게 신경질을 내는 남편의 모습은 제프의 의심을 더욱 부채질한다. 제프는 연인 리사와 간호사 스텔라의 도움을 받아 부부의 집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카레이싱 촬영을 하다가 다리를 다치게 된 사진작가 ‘제프’는 벌써 6주째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휴대폰도, 컴퓨터도 없던 시대에 몸을 움직이는 일을 제외하고 나니 하루가 너무 길고 지루하다. 그 지루함은 자연스레 타인의 일상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갔고, 큼직한 창문 앞에 앉아있는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웃들을 관음 하는 것뿐이다. 제프는 이웃들을 바라보며 미스 고독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하고, 부부의 생활을 추측해보기도 하며, 작곡가의 심리상태를 상상해본다. 홀로 외롭게 와인을 마시는 미스 고독의 저녁식사를 바라보며 함께 와인잔을 기울이는 제프의 모습이 나에게 묘한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제프의 집에 드나드는 사람은 딱 두 명이다. 간호사 스텔라와 연인 리사. 리사는 화려한 장신구와 옷을 두른 금발의 미녀다. 제프는 리사와 결혼하라는 스텔라의 말에 자신은 결혼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며 리사와의 결혼을 먼 곳으로 미뤄둔다. 리사와 제프는 직업과 거처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달랐고, 갈등을 반복한다.



제프는 이래저래 머릿속이 복잡하다. 지루하고 고민이 가득한 현실을 벗어나는 방법은 더욱 본격적인 관음 행위를 하는 것뿐이었다. 이제 자신의 눈이 아닌 카메라 렌즈를 통해 이웃을 관음 하기 시작하는 제프. 우리는 제프가 바라보는 카메라 렌즈 속 영상을 함께 감상하게 되고, 그의 시선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제프는 비 오는 밤, 수상한 행위를 하고 있는 외판원 쏜월드를 발견한다. 그리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쏜월드에게 집착하게 된다. 리사와 스텔라는 관음을 반복하는 제프에게 “모두 엿보는 일에 중독되어 가는 것 같아요.”, “여자는 그렇게 부주의하지 않아요.”라며 그의 관음 행위와 추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애매한 기류를 유지하던 세 사람은 쏜월드 부인의 반지가 발견되는 시점을 시작으로 제프의 추리에 말려들게 된다. 제프는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두 여인에게 기대감을 갖게 되고, 세 사람은 한팀이 된다.


                                                                        

사적인 공간에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지.


제프의 지인, 형사 도일은 제프의 추리를 믿지 못한다. 쏜월드 부인이 보낸 편지와 목격자들. 충분한 증거들을 보아 쏜월드는 부인을 살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도일은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제프와 두 여인은 증거를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쑤셔본다. 정작 자신의 방은 불을 꺼놓은 채 환히 불이 밝혀진 집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제프와 리사, 스텔라의 모습이 왠지 비겁하고 음흉해 보이기까지 한다.



제프는 쏜월드를 지켜보며 그가 살인범일 것이라 확신한다. 쏜월드가 살인범이라면 그의 부인은 분명히 죽었을 것이다. 리사는 “그 부인이 살아있다는 것에 기뻐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면서도 쏜월드가 살인범이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쏜월드의 집안에 침입한다.


아이러니하다. 쏜월드 부인이 살아있기를 바라면서도 쏜월드가 부인을 죽였을 것이다. 아니, 죽였어야만 한다.는 식으로 그를 지켜보는 제프와 리사, 스텔라의 시선이 소름 끼친다.



결론적으로 그들은 살인범을 잡았다. 두 다리가 부러졌지만 결국 살인범을 검거하는데 성공한다. 쏜월드 부인은 주검이 되어 돌아온다. 하지만 반대로 해피엔딩을 맞이한 이웃들도 있다. 슬픈 작곡가와 미스 고독은 서로 사랑에 빠졌고, 새로운 강아지가 생겼고, 안무가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를 만났으며 제프와 리사는 한 집안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살인범은 잡혔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해졌다. 표면적으론 해피엔딩이다. 그렇지만 왜이리 진한 찝찝함이 남는 것일까?



제프가 하루 종일 이웃집을 들여다본 건 명백한 범죄다. 또, 범죄이기 이전에 윤리적인 문제다. 관음의 결과(?)로 살인범을 잡긴 했지만, 그의 관음이 정당화될 순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비밀, 자극적인 사실에 관심을 갖게 되는 건 인간의 본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본성과 본능을 숨기고 사회에 녹아들어 간다. 제프 또한 그렇게 살아왔겠지만, 지루한 6주간의 시간을 거치며 자신의 본능을 숨기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의 죽음, 살인에 집중하기보단 자신의 추리의 옳고 그름에 집중하게 된다. 마치 게임을 하듯이 말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살인범을 잡는 선을 행했지만, 찝찝한 뒤끝을 남긴다.



112분의 시간이 지나고 영화가 끝났다. 하지만 찝찝함과 궁금증이 계속해서 밀려온다. 제프의 행위, 스텔라와 이웃들의 말들. 흔들림 없이 상하좌우, 모든 집을 천천히 훑던 카메라. 그리고 제프의 시선. 무섭고 잔인한 장면 없이 이토록 찝찝한 마음을 남길 수 있는 영화라니.. 한 인간의 본성만큼 복잡하고 무서운 것은 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kyung769/

블로그 : https://blog.naver.com/hkyung769

매거진의 이전글 <미스 리틀 선샤인> - '어쨌든 가족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