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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Sep 16. 2020

<칠드런 오브 맨> - '무너진 세상에서 지켜내야..'

[영화 후기,리뷰/넷플릭스, SF 명작, 디스토피아 영화 추천/결말해석]


칠드런 오브 맨 (Children Of Men)

개봉일 : 2016.09.22. (한국 기준)

감독 : 알폰소 쿠아론

출연 : 클라이브 오웬, 줄리안 무어, 마이클 케인, 치웨텔 에지오포, 찰리 허냄, 클레어-홉 애쉬티


무너진 세상에서 지켜내야 할 마지막 희망


<칠드런 오브 맨>은 해리포터 시리즈 중, 많은 사람들이 최애 에피소드로 뽑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와 SF 영화계의 굵은 선을 그은 <그래비티>, 최근엔 자신의 어린 시절과 그를 길러준 여인들에 대한 찬사를 담은 흑백영화 <로마>를 발표하며, 장르를 뛰어넘는 명감독임을 우리에게 또 한 번 각인시켜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2006년도 작품이다. 국내 개봉은 제작된 지 10년 만인 2016년에 이루어졌다.


지금이야 재평가되는 명작의 반열에 올랐지만, <칠드런 오브 맨>이라는 영화가 처음으로 개봉할 당시엔 큰 흥행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전 세계 수익을 따져도 7천 6백만 달러의 제작비를 다 거두지 못했다고 하니.. 의아하면서도 마음이 아픈 영화다.



<칠드런 오브 맨>은 미래를 배경으로 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현실을 거칠게 비춰낸다. 영화는 2027년 런던을 배경으로 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불임 증상을 겪기 시작하고, 길거리엔 더 이상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급격히 진행된 고령화로 사회는 붕괴되고, 영국을 제외한 전 세계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되어버린다. 사람들은 희망을 잃었고, 올해 18살이 된 가장 어린아이, 마지막으로 탄생한 새 생명을 바라보며 거칠게 변해버린 현실을 잠시나마 외면해본다.



전 세계 사람들은 그나마 체계가 유지되어 있는 영국으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난민 문제와 무질서, 사람들의 폭력성, 정부의 막강한 권력 등 여러 염증들이 사회 곳곳에서 터지기 시작한다. 다소 절망적이고 비현실적인 도시의 모습이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선 <칠드런 오브 맨>속의 런던과 같은 사회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평화가 사라진 세상, 희망이 사라진 세상. 이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칠드런 오브 맨 시놉시스


서기 2027년, 전 세계 모든 여성이 임신 기능을 상실한 종말의 시대!


세계 각지에서는 폭동과 테러가 비일비재해지고, 대부분의 국가가 무정부 상태로 무너져 내린 가운데, 유일하게 군대가 살아남은 국가 영국에는 불법 이민자들이 넘쳐 난다. 한편, 아들이 죽은 후, 세상을 바꾸겠다는 의지 따위는 모두 잃어버린 남자 ‘테오’ 그의 앞에 20년 만에 나타난 전 부인 ‘줄리안’은 기적적으로 임신한 흑인 소녀 ‘키’를 그에게 부탁한다.


믿을 수 없는 기적을 눈앞에서 마주한 ‘테오’. 그는 ‘키’가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인간 프로젝트’를 성공시켜야만 하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2027년 11월 16일 런던, 인류 최연소자 디에고의 부고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는 TV. 카페 안에 있는 시민들은 모든 동작을 멈추고 뉴스에 시선을 고정한다. 누군가는 안타까움에 미간을 찡그리고, 누군가는 충격에 눈물을 흘린다. 18년 전, 아니 그보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유산과 불임 증상을 겪기 시작했고, 디에고의 생일 이후론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지켜볼 기회 따윈 없었다. 사회는 급격히 고령화되기 시작하고, 경제는 무너져내렸으며 정부는 통제할 수 없이 무너진 사회에 자살 약을 보급하기 시작한다. 뉴스 앵커들은 “현 사회에는 가족과 사회를 버려야 한다”라고 말하고, 거리 곳곳엔 억울함과 슬픔이 담긴 외침이 가득하다.



주인공 테오는 짐승처럼 철장에 갇혀있는 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동요하지 않고, 망가져버린 세상의 모습을 둘러보지도 않는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자연스레 갇혀있는 난민들 사이를 지나가는 테오는 이런 세상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테오도 과거엔 정부에 대항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운동가였다. 하지만 현재 그는 그저 주어진 일을 처리하고, 커피 한 잔을 사들고 수많은 난민들을 지나치는 사람 중 한 명이 되었다. 테오는 이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적당히 돈을 벌고 가끔은 친구 제스퍼를 만나 회포를 푸는 일상에 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사회운동가가 아닌 정부 기관 직원이 된 테오의 경직된 마음을 다시 건드린 인물은 전 아내 ‘줄리안’이었다. 줄리안은 이민자 단속을 심화하고, 점점 강압적으로 변하는 정부에 맞서 이민자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피시당의 리더가 되어있었다. 아들 딜런의 죽음 이후로 갈라섰던 부부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 소녀 ‘키’를 안전하게 탈출시키기 위해 손을 잡는다. 테오는 키의 임신 사실을 모른 채 금전적 보상을 위해 줄리안의 제안을 수락하지만, 키의 임신 사실을 알고 난 이후로 진심을 다해 키와 아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붕괴된 세상 속에서 이전처럼 온전하게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술관 안에 전시되어 있던 작품들도 다리를 잃고, 훼손된 채 어딘가에 나뒹굴기 시작한다. 혼란한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난폭해져갔으며, 다른 이를 향해 돌을 던지기 시작한다. 테오가 기차나 자동차를 타고 이동할 때면 창문 밖으로 성난 사람들이 따라온다.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세상 속에서 그들에게 남은 건 분노와 이기심뿐이었다. 그리고 줄리안은 이성을 잃은 이들(루크와 피시당원들)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또 다른 피시당원이었던 루크는 키와 아기를 안전하게 미래호에 태우자는 줄리안의 생각과는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다. 새로 태어난 아기를 빌미로 이민자의 인권을 끌어올리고, 작은 생명을 이용해 정부와의 대립을 꿈꿨던 루크는 자신의 목표에 방해가 되는 리더 줄리안을 살해한다. 테오는 루크의 속셈을 알고 키와 미리엄을 데리고 피시당 아지트에서 탈출한다.



테오와 키, 미리엄은 해가 뜰 때쯤, 새벽시간을 이용해 탈출에 성공하고, 친구 제스퍼의 집으로 향한다. 제스퍼와 그의 아내, 애완견은 테오 일행을 망설임 없이 받아주었고, 키와 미리엄은 제스퍼를 통해 테오의 아이 이야기를 듣게 된다. ‘딜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아이, 신념으로 가득 찬 테오와 줄리안이 만나 낳은 새로운 희망이었던 아이. 테오는 신념으로 낳은 새로운 희망을 잃고, 상실감을 극복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희망 키와 그녀의 아기가 찾아온다.



테오는 새로운 희망인 키와 아기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오랜 친구 제스퍼의 죽음을 목격했음에도 걱정하는 키에게 “아무 일도 없어”라며 거짓말을 하고, ‘프롤리’라는 아기의 태명을 홀로 읊조려본다. 테오는 놀이터의 소음이 사라진 세상에서 홀로 그네에 앉아 있는 키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키의 뱃속에서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아기가 언젠가는 저 그네에 엄마와 함께 앉아 조잘조잘 떠들 날이 올까?



아이들은 밖에서 함께 뛰놀고, 엄마는 집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다. 이젠 벽화, 기록으로만 남아있는 세상의 모습. 테오와 미리엄은 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새로운 세상이 시작될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가능하다’으로 바꾸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미리엄은 키에게 쏠린 관심을 돌리기 위해 경관에게 반항하고 버스 밖으로 끌려나간다. 조산사였던 그녀는 키의 옆에서 몸 상태를 체크하고, 진통을 겪는 키를 위해 호흡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마지막엔 경관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다. (미리엄은 그 자리에서 살해당했을 것이다-라고 확신하긴 어렵지만, 버스 밖에서 벌어지던 상황을 보면.. 미리엄이 살아남았을 확률은 희박한 것이 사실이다.)



키는 미리엄의 희생과 테오의 도움으로 임신 사실을 들키지 않고 숙소에 도착한다. 키는 어두운 방안, 한줄기 빛에 의지해 출산에 성공하고, 테오는 급히 소독한 손으로 작은 생명을 받아든다. 어두운 세상 속에서 단 하나의 희망이 될 소중한 생명. 테오와 키는 아기를 바라보며 벅찬 감정으로 가득 찬 밤을 보낸다.



테오는 키와 아기를 ‘인간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는 미래호에 태우기 위해 배를 구한다. 제스퍼를 통해 소개받은 시드는 아기의 존재를 알고 테오와 키를 정부에 넘기려고 하지만, 집시 마리타의 도움으로 시드를 따돌리는데 성공한다. 시드와의 격투를 거치며 테오는 발을 다치지만,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최선을 다해 키를 따라가고, 키의 어깨를 감싸 안는다.



난민 수용소, 그들의 삶, 그리고 울분에 찬 폭동까지.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영국인 테오의 신분으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세상이다. 난민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했고, 그들의 삶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피시당원 루크는 들개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난민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 키와 테오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그는 정부군과 대치하던 중 “존엄성을 짓밟는데 어떻게 평화가 있을 수 있어?”라고 울분을 터트리며 마지막을 맞이한다. 난민들의 폭동, 비인간적인 행태를 서슴지 않는 정부 사이엔 협상과 이해가 아닌 총알이 난무하고 있었다. 테오는 비처럼 쏟아지는 총알 사이에서 아기 울음소리를 듣고 키와 아기를 찾는다. 길거리와 건물 안엔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난민들이 가득했고, 끝없는 폭발과 총성이 이어진다.



테오는 키의 어깨를 감싸 안고 건물을 탈출한다. 사람들은 키의 품에 안긴 아기를 발견하고 시선을 떼지 못한다. 그 순간, 폭발과 총성이 멈춘다. 사람들은 마치 신을 마주한듯한 표정으로 아기를 향해 손을 뻗는다. 테오와 키, 아기가 건물을 탈출할 때까지 세상은 정적에 휩싸인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자 잠시간의 평화는 순식간에 깨져버리고 만다.



테오는 키와 아기를 태우고 무사히 기상관측기 앞에 도달한다. 키와 아기를 도와줄 ‘미래호’를 기다리는 초조한 순간. 아기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고, 테오는 아직 어색한 엄마 키를 위해 아기를 보살피는 방법을 알려준다. 키는 테오의 희생과 사랑에 보답하듯 아기 이름을 딜런으로 짓겠다고 약속한다.


복부에 심한 총상을 입은 테오는 키의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평온한 표정으로 생을 마감한다. 그는 전 아내 줄리안과 한 약속과, 사회운동가 시절에 품었던 신념을 지켜냈으며, 새로운 희망을 마주한다. 누군가의 딸이자 우리 모두의 희망이 될 아기 ‘딜런’과 엄마 키는 미래호에 안전히 승선하고, 영화의 마지막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인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과학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불임의 원인과 해결법을 밝혀냈을진 알 수 없지만, 키와 딜런의 존재가 이 세계에 새로운 희망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딜런’이라는 아기에겐 엄마 키의 마음과 테오의 신념, 세상의 희망이 깃들어있다. 사람들은 무너진 세상 속에서 무력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테오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고, 곧 세상이 완전히 멸할 거라 생각하며 사촌 나이젤에게 100년 뒤엔 미술품을 볼 사람이 없을 거라 말한다. 테오의 친구 제스퍼는 정부에 의해 신체 기능을 잃은 아내를 데리고 사회에서 도망쳤고, 언제든 평온하게 죽을 수 있는 자살 약을 구비해둔다. 많은 사람들은 절망에 빠져 끝없는 폭력과 전쟁, 탄압을 반복했고 세상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런 세상에 잠시간의 평화를 선사하고, 테오의 신념을 다시 떠올리게 한 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한 ‘키’와 그의 아기였다. 지금도 이 세계 어디선가 폭력과 전쟁, 탄압 속에 살고 있을 그들에게도 딜런과 같은 새로운 희망이 생기길, 그들에게도 평화가 찾아오길 바란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현실적이고 방대한 배경. 출연배우들의 명연기, 영화 속 세계를 천천히 짚어내는 촬영 감독의 시선.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감독의 메시지가 인상적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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