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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Sep 14. 2020

<조> - '진짜와 가짜 사이에 걸쳐진 사랑'

[영화 후기,리뷰/왓챠, SF 로맨스/멜로 영화 추천/결말 해석]

                                                                            

조 (Zoe)

개봉일 : 2019.07.11.(한국 기준)

감독 : 드레이크 도리머스

출연 :레아 세이두, 이완 맥그리거, 테오 제임스, 라시다 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진짜와 가짜 사이에 걸쳐진 사랑


<사랑>이라는 감정의 형태는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다. 수백, 수천 가지의 예를 들어도 모자랄 만큼 이 세상엔 수없이 많은 형태의 사랑이 있다. 영화 <조>는 조금은 특별하고, 낯선 사랑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심지어 사람의 피부와 감정까지 완벽히 갖춘 로봇 ‘조’와 그의 창조주이자 동료 ‘콜’. 두 사람은 세상이 정의하는 거짓과 현실의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



<조>는 AI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Her>과 맥락을 함께하고 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조’는 Her의 주인공 사만다를 안드로이드로 만들어낸듯한 느낌이 드는 인물이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사만다는 자신이 인공지능임을 이미 인식하고 있던 상태에서 조금씩 현실 속 다른 사람들과의 괴리를 느낀다는 것, ‘조’는 자신이 로봇임을 모르던 상태에서 진실을 알게 되고,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현실을 지속적으로 거부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기술자들은 계속해서 ‘만들어낸 인간’라 칭하는 AI 프로그램과 로봇을 발명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자들은 로봇들이 현실에 녹아들길 바라지만, ‘만들어진 인간’과 ‘진짜 인간’ 사이에 명확한 선을 그어놓는다.



<조>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진짜 인간’과의 관계의 불안성에 지쳐 나를 떠나지 않을 충성스러운 로봇을 원하고, 옆에 있는 사람과 영원한 사랑이 가능할지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알고 싶어 한다. 사람들 사이에 관계는 점점 무거워지다, 한순간 너무도 가볍게 변하고, 진짜와 가짜 사이의 선은 조금씩 흐려지다가 또다시 명확해진다. 그리고 사회가 정한 ‘진짜 인간’과 ‘가짜 인간’이라는 영역 내에서 흔들리고 있는 ‘조’와 ‘콜’은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잡지 못한다.


이 사랑이 ‘진짜’일까 아니면 터무니없는 ‘가짜’일까. 만일 영화가 아닌 나의 눈앞에서 이러한 형태의 사랑이 갑작스레 솟아난다면 나는 그것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까. 여러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조 시놉시


커플들의 연애 성공률을 예측해 주는 연구소에서 일하는 그녀 ‘조'는 함께 일하는 ‘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콜’과의 연애 성공률이 ‘0퍼센트’라고 나오자 결과를 믿을 수 없던 ‘조’는 ‘콜’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조’는 곧 충격적인 대답을 듣게 되는데…

“조, 그건 당신이 내가 만든 로봇이기 때문이야”

인간을 사랑하게 된 그녀 ‘조’ “이 사랑도 설계된 건가요?”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관계 연구소의 책임자 ‘콜’, 연구소의 직원 ‘조’. 두 사람은 직장 동료임과 동시에 가까운 친구 사이처럼 보인다. ‘나를 떠나지 않을 인공지능 파트너’를 만들고, 두 사람 사이의 해피엔딩 수치 테스트를 진행하는 관계 연구소엔 항상 고객들이 가득하다. 나의 마음도 잘 모르는 판에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미래를 함께 그릴 수 있을지.. 사람들은 불분명한 관계에 불안감을 느끼고, 그 감정에 지쳐 정확한 수치를 얻기 위해 관계 연구소를 찾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절대 나를 떠나지 않을’ 인공지능 로봇을 찾게 된다.



조는 수많은 커플들의 테스트를 진행하며, 불안한 표정을 짓다가도 높은 수치에 기뻐하는 커플들을 지켜본다. 그녀는 불안해하는 고객들을 바라보며 “하지만 미래가 컴퓨터 안에 있진 않아요. 여러분 안에 있죠.”라며 수치가 아닌 서로의 견고한 사랑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이야기한다. 그리고 콜과의 연애 성공률 0퍼센트라는 수치를 보고도 콜을 향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조는 인공지능 로봇이지만, 어쩌면 관계 연구소를 찾는 사람들보다 명확하게 자신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콜은 전 아내 엠마와 이혼 후 혼자 지내고 있다. 레트로트 식품을 대충 돌려먹고, 홀로 보내는 밤. 콜의 집은 어딘가 휑한 분위기다. 콜은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쉬이 드러내지 않고, 새로 개발한 인공지능 ‘애쉬’에게 후회가 담긴 말들을 늘어놓는다. 콜을 통해 감정을 학습한 애쉬는 “그녀를 미워하게 될까? 이 일을 잊을 수 있을까?"라며 슬픈 표정을 짓는다. 조는 애쉬를 통해 처음으로 콜의 상처를 엿보게 된다.


                                                                        

남들은 못 보는 면을 봐줬으면 좋겠어요


조는 직접 테스트를 받으며 "상대가 당신의 어떤 면을 봐줬으면 좋겠어요?"라는 질문에 "남들은 못 보는 면을 봐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한다. 그리고 반대로 자신의 뚱뚱했던 과거를 몰랐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콜을 바라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콜은 조가 갖고 있는 모든 과거의 기억을 직접 심은 사람이었다. '근본적으로 맞지 않습니다.'라는 기계의 멘트와, 0%의 확률이 조와 콜의 '다름'을 명확히 구분짓는다. 



새로 작동하기 시작한 애쉬는 자신과 같은 인공지능 로봇, 조에게 자연스레 호감을 느끼고 조에게 고백을 한다. 조는 애쉬의 개발 단계를 모두 지켜보며 그의 존재를 '인공지능 로봇'으로 명확히 구분 짓고, 애쉬의 감정을 '이진법의 결과물'이라고 말하며 거절한다. 마치 매칭 기계가 0%의 확률 값을 내려주듯 말이다.



조는 애쉬의 마음을 거절하고, 콜에게 고백한다. 콜은 조의 고백을 듣고 "자기는 연구소 제품이야"라며 진실을 알려준다. 조는 콜의 말을 듣고 사람의 동공과는 다른 모양새로 동작하고 있는 자신의 동공을 확인한다. 너무도 슬프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충격이었지만 조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조는 "전 왜 눈물이 안 나요?"라며 콜에게 애원하듯 묻는다. 콜이 발명한 인공지능 로봇들은 소화 기관도 있고, 표정도 지을 수 있었지만 눈물 기능은 없었다. '눈물'은 인공지능 로봇 조와 사람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조와 콜은 조에게 심어진 기억 속 장소를 함께 방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한다. 콜은 처음엔 조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활발하고 매력적인 조의 모습에 이끌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주변 인물들은 인공지능과 사람 사이의 사랑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 인공지능 로봇 사창가의 사장은 "기계 안에 인간성이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하고, 애쉬는 "현실을 인정할 때까진 행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조와 콜은 주변인들의 걱정과 시선을 뒤로하고 사랑을 나누지만, 안타깝게도 로봇과 사람은 다르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콜은 교통사고를 당한 조를 고치기 위해 응급 수술을 시작하는데, 조의 피부밑엔 혈액과 근육, 장기 대신 알 수 없는 점성 있는 액체와 기계 부품이 들어있었다. 콜은 그 순간 조와 자신의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조는 콜의 표정을 보며 "우린 어떻게 돼?"라고 물으며 불안감에 떤다.



조는 콜과 함께 있을 때만큼은 '사람'의 영역에 가까워진다고 느낀다. 다른 여자 사람들처럼 향수도 뿌리고, 주말여행을 떠나고, 연인과 함께 시리게 차가운 호수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기도 한다. 조가 느낀 감정들은 모두 진짜였던 것 같은데, 로봇과 사람 간의 부정할 수 없는 차이를 다시 목격한 순간, 콜과의 관계는 순식간에 멀어지게 된다.



콜과 조의 관계가 멀어졌을 때쯤, 관계 연구소에선 '베니솔'이라는 약의 상용화에 성공한다. 첫사랑의 감정을 되살려준다는 약, 베니솔은 급속도로 퍼져나갔고, 암시장까지 형성된다. 사람들은 관계의 부재, 감정의 결여로 인한 허전함을 베니솔로 달래기 시작했고, 관계는 끝없이 가벼워졌으며 사랑이라는 감정의 가치도 순식간에 하락한다. 처음 만난 사람과 2-3시간의 짧은 쾌락을 즐기는 베니솔 중독자들의, 모습은 마약중독자와 다르지 않은듯하면서도, 외로움이라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콜과 조 또한 이별을 맞이한 후 베니솔을 먹기 시작한다. '첫사랑처럼 강렬하고 설레는 감정'이 그리워서 시작한 베니솔이 준 강력한 감정들은 계속해서 콜을 붙잡았고, 결국 약없인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엠마는 약에 빠진 콜의 모습을 보며 "둘이 함께하는 모습이 정말, 진짜였는데.."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친다. 엠마가 본 콜과 조의 모습은 진짜 사랑을 나누고 있는 연인이었다. 하지만 콜은 조가 '가짜'라는 사실을 완전히 잊을 수 없었기에 이별을 택했고, 그 결과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결여로 이어졌다. 그리고 조는 아무리 베니솔을 먹어도 콜을 바라보며 느낀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콜과 조에게 '사랑'의 감정을 되찾아주는 건 서로의 존재뿐이었다. 시간이 지나, 눈물 기능이 추가된 조 2.0의 발명으로 구식 로봇이 되어버린 조는 로봇 사창가로 향했다가 다른 인공지능 로봇들에 의해 구출된다. 콜은 그제서야 베니솔 없이도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조에게 달려가고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조는 콜을 껴안고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고, 콜은 다시 사랑을 느낀다. 인공지능 로봇과 사람 사이의 가장 큰 차이점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조 2.0이 발명되고, 인공지능 로봇은 사람의 모습과 100% 가까이 일치하게 되었지만, 그들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으며 그저 주인의 곁을 지킬뿐이다. 하지만 조는 다른 인공지능들과는 조금 달랐다. 슬픔, 기쁨, 분노를 넘어 사랑을 느꼈고, 자신의 감정을 믿으며 정확하다고 자부하는 기계의 0%라는 수치에 흔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이 영화 내에서 가장 '진짜'에 가까운 사랑을 한 인물은 조였을지도 모른다. 모두가 가짜라고 하더라도 나에겐 진짜인 사랑. 그리고 점점 변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나와 상대의 감정을 믿을 수 있는 용기. 조는 이 모든 것을 갖고 있는 진짜였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kyung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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