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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Sep 20. 2020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 '맹목적인 믿음에서..'

[영화 후기,리뷰/넷플릭스 오리지널, 신작, 범죄스릴러 영화 추천/결말]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The Devil All the Time)

개봉일 : 2020.09.16. (넷플릭스 공개)

감독 : 안토니오 캠포스

출연 : 로버트 패틴슨, 톰 홀랜드, 세바스찬 스탠, 빌 스카스가드, 엘리자 스캔런, 라일리 코프


맹목적인 믿음에서 자라난 그릇됨


’9월, 넷플릭스 영화는 이거다!’라는 외침이 절로 나올 만큼 나의 취향을 저격했던 영화<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1957년,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오하이오의 노컴스티프와 웨스트버지니아의 콜크리크라는 두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등장인물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서로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화의 초반엔 각 인물의 대략적인 인생사가 펼쳐지고 중후반부에선 사건이 시작된다. 나레이션에 맞춰 진행되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마치 침대맡에 기대 읽는 소설 한편을 복기하는 느낌을 선사한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제목처럼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세계엔 인간 말종들이 가득하고, 사람들은 타인을 믿기보단 신에 대한 믿음에 집착한다. 사람들은 신에게 재물을 바치기도 하고, 그를 위해 타인을 해치는 것도 불사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인 만큼 불편한 묘사나 폭력적인 장면이 있기도 하고,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면 위에 말한 것처럼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사람들에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으니 감상전에 충분히 고려하라고 말하고 싶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에는 정말 많은 유명 배우들이 등장한다. <트와일라잇>시리즈로 뱀파이어에 대한 로망을 선물하고, 최근엔 <테넷>에 출연하며 새로운 연기를 보여준 ‘로버트 패틴슨’, <스파이더맨>시리즈에 출연해 귀여운 소년미를 뽐냈던 ‘톰 홀랜드’, 마블 시리즈의 미워할 수 없는 악역 버키를 연기한 ‘세바스찬 스탠’, <그것>의 공포스러운 주인공. 페니와이즈를 연기한 ‘빌 스카스가드’를 포함해 엘리자 스캔런, 라일리 코프 등 이름, 얼굴만 보더라도 “아 그 영화에 나왔던!..”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걸출한 출연진과 그들의 새로운 모습까지. 특히 로버트 패틴슨의 새로운 억양, 목소리 연기. 소년미 넘치는 연기를 주로 선보였던 톰 홀랜드의 색다른 거친 남성 캐릭터 연기 등..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배우들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영화다. 개인적으로는 톰 홀랜드의 거친 캐릭터 연기가 참 좋았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에선 이 수많은 인물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서로의 생과 사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이야기를 두고 사람들은 우연 또는 신의 뜻이라고 말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사람들의 생사는 전능한 신이 내린 시험이자 장난 또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질긴 인연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등장인물 ‘윌러드’의 말처럼 인간 말종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악마 또한 어디든 존재한다. 그 악마가 누구일지, 내가 그 악마가 되는건 아닐지...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엔 악마가 있고, 악마가 되어버린 자가 있고, 그를 따르는 자가 있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시놉시스


그의 헌신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그저 일어난 일이었을까. 소중한 이들을 지키고 싶은 한 남자의 주변에 악한 자들이 들러붙는다. 도망갈 곳도 없는 작고 외딴 마을에서.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미첼플랫츠 꼭대기 집엔 9년째 외지인 취급을 받는 러셀 가족이 살고 있다. 윌러드는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아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에 운명같은 사랑, 샬럿을 만나 가정을 꾸린다. 이제 행복한 일만 남았을까 싶지만, 윌러드는 전쟁터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밀러 존스를 목격한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는 따돌림을 당하고 매일같이 멍이든 얼굴로 집에 돌아오는 아들과 함께 기도 무덤 앞에서 기도를 한다. 때마침 그 근처를 지나가던 밀렵꾼들은 그런 부자의 모습을 보며 온갖 희롱과 비난을 늘어놓는다.



윌러드는 순결한 십자가 앞에 무릎 꿇고 앉아 그들의 비난을 무시한다. 그리고 십자가가 없는 시내에 도착한 후, 아빈이 보고 있는 앞에서 그들을 잔인하게 응징한다. 아들은 그 날을 ‘아빠와의 최고의 하루’로 기억한다. 윌러드는 아들의 멍든 얼굴을 앞에 두고 “적당한 때를 노려야 해.”, “세상엔 인간 말종이 정말 많아”라고 말하며 자신이 겪은 인생의 진리를 알려준다.


                                                                              

“그분께선 다 아셔”, “우리는 기도만 하면 돼.”


윌러드는 전시상황에서 목격했던 밀러 존스의 모습 때문에 생긴 트라우마와 샬럿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종교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주님. 윌러드는 그가 누구보다 전능하기에 진심을 담아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는다면, 그에게 기도를 올린다면 나의 아내를 살려줄 것이라 믿는다. 광적으로 기도를 반복하던 윌러드는 주님을 위한 제물을 바쳐야 한다며 아들이 아끼던 강아지를 죽여 십자가 앞에 바친다. 하지만 믿음만으로 모든 걸 극복할 순 없었다. 그의 아내는 정해진 운명에 따라 죽음을 맞이했고, 윌러드 또한 십자가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윌러드와 아빈을 무심하게 내려다보던 십자가는 결국 윌러드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에선 윌러드처럼 ‘주님’에 대한 맹목적이고 광적인 믿음을 보이는 인물들이 다수 등장한다. 또 다른 광신도는 로이와 시어도어다. 토퍼빌에서 온 로이와 시어도어는 사람들 앞에서 “피로 죄를 사하셨나요?”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안에 성령이 임했다고 외친다. 주님이 제게 힘을 주셨습니다.”라며 거미를 얼굴에 부어대던 로이는 헬렌을 만나 가정을 이룬다. 헬렌은 남편 로이와 시어도어를 살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낸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로이는 설교 중 거미에 얼굴을 물리게 되고, 그의 얼굴은 퉁퉁 부어오르게 된다. 로이는 ‘이 또한 주의 시험’이라며 방안에 틀어박혔고, 붓기가 모두 사라진 날. 주의 힘을 시험하기 위해 헬렌의 목을 드라이버로 찌른다. 하지만 주님은 그에게 전능한 힘을 사한 적도, 그의 몸에 임한적도 없었다. 로이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현실을 실감하게 된다.


로이와 윌러드는 맹목적인 믿음을 위해 사랑하는 이를, 사랑하는 이의 소중한 존재를 빼앗는다. 이들은 ‘아내를 살리기 위해, 주님의 힘을 시험하기 위해’라는 명목하에 무를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르고, 죽음을 맞이한다.



칼과 샌디는 윌러드와 샬럿이 첫눈에 반했던 그 순간, 동시에 눈이 맞은 운명의 연인이다. 칼과 샌디는 모델을 찾아다니는 사진사와 미끼다. 둘은 합을 맞춰 남자들을 꼬여낸 후, 고문하며 사진을 찍는 연쇄살인마다. 칼과 샌디는 헬런을 죽이고 도망치는 로이를 살해한다. 살인자를 심판하는 존재가 남들보다 선하거나 전능한 자가 아닌 연쇄살인마라니.. 그들이 상상했던 죄와 심판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부모와 어른들이 종교에 빠져 서로를 죽이고 죽는 사이, ‘아빈’은 윌러드의 삼촌, 어스컬의 손에 자라게 된다. 어스컬과 에마 부부는 아빈과 함께 헬렌과 로이의 딸 ‘리노라’를 거두어 키운다. 에마와 리노라는 독실한 교인이었고, 아빈은 두 사람과 함께 주일예배에 나간다. 하지만 어릴 적 겪었던 아버지의 강압적인 기도 시간과 십자가 앞에 놓여있던 강아지의 시체,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 때문일까. 아빈은 기도를 하지 않는다.



아빈과 리노라는 종교관에 있어 정 반대의 시선을 갖고 있다. 리노라는 아빈과 다르게 매일같이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 기도를 올리며, 어머니를 죽였을지도 모르는 아버지를 두고 “다시 시작할 수도 있어”라며 그를 용서했다고 말한다. 반대로 아빈은 아버지 윌러드를 증오하고 있다. “난 아빠가 한 짓을 알아.”라고 말하는 아빈. 아빈은 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지만, 만일 그가 살아 돌아온다 해도 절대 용서할 마음이 없다.



공통점도, 혈연도 없지만 아빈은 리노라를 사랑한다. 의붓동생이지만 그 누구보다 소중한 하나뿐인 여동생. 아빈은 자신이 졸업하고 나면 내년부터 혼자 학교를 다녀야 하는 여동생을 위해, 아버지의 유일한 가르침을 행동으로 실천한다.


“적당한 때를 노려야 해.”


 차 안에 앉아 손에 묻은 피를 닦는 아빠와 아들의 모습이 겹친다. 윌러드는 과거에 묻힌 채 현재를 살아갈 수 없는 인물이 되었지만 여전히 자신의 아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윌러드가 죽은 후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아빈은 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다. 어스컬은 훌쩍 커버린 아빈을 위해 윌러드가 고향으로 돌아오던 날 자신에게 줬던 루거 권총을 선물한다. 악마 같은 인물 ‘히틀러’가 자살할 때 사용했다는 총, 악마를 죽음으로 이끌었던, 9mm 탄창을 사용하는 총. 아빈은 유일한 아버지의 유품을 받아든다. 그리고 그 권총을 프레스턴 티가딘을 향해 겨눈다.



사람들이 자신에게 매달리는 걸 즐기며, 어린 여자아이들을 유린하던 악질 목사 티가딘. 그는 종교를 이용해 혼자 기도하고 있던 리노라를 꿰어내고, 임신을 했다는 리노라에게 창녀, 그리고 그의 아이는 사생아가 될 것이라며 온갖 비난을 내뱉는다. 선한 남녀가 망상을 하는 것은 죄악이며, 그 또한 마귀의 시험이라며 열변을 토하던 티가딘은 리노라의 임신 또한 망상이자 죄악으로 인식하고 있는듯하다. 티가딘은 ‘주님의 뜻을 전하는 목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등엔 십자가를 업은 채 죄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또한 추악한 마귀와 다를 것 없는 존재였다.



리노라는 충격에 빠져 자살을 시도하지만, 목에 줄을 걸친 순간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가, 내가 떳떳하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 하지만 때는 너무 늦었고, 리노라는 죽음을 맞이한다. 이 또한 마귀의 시험이었을까



리노라의 죽음의 전말을 알게 된 아빈은 권총을 사용해 티가딘을 살해한다. 아빈이 사용한 총은 9mm 탄창을 사용하는 작은 권총이었지만, 그 어떤 총보다 묵직하고 강하게 느껴진다. 처음으로 사람을 쏜 후, 아빈은 이 모든 일의 시작인 아버지의 기억을 마무리 짓기 위해 노컴스티프로 향한다. 그리고 ‘히치하이킹을 하는 남자’를 목표로 삼은 칼과 샌디를 만나게 된다. 아빈은 살기 위해 둘을 향해 총을 쏜 후 자리를 피한다. 그는 연쇄살인범과 인간 말종 목사를 총으로 심판한다. 그 총은 ‘정의’를 위한 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샌디의 오빠이자 윌러드가 자살하던 날, 어린 아빈을 보살펴줬던 보안관 보데커는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간 아빈을 찾기 위해 기도 무덤으로 향한다.


보데커는 샌디가 죽은 후, 살인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샌디의 집에 들어간다. 빨간 조명이 가득한 현상실에서 찾은 필름 속엔 기괴한 웃음을 짓고 있는 악마 같은 샌디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동생이 연쇄살인범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게 됐지만, 선거를 위해 사실을 숨기기로 결심한다.



보데커는 누구보다 청렴하고 악을 멀리해야 할 인물이지만 샌디가 가족이라는 것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실을 외면하고, 샌디의 정체를 알고 있는 아빈을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겉으로 보기엔 보안관이 살인범을 잡기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연쇄살인범을 은닉한 자가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벌이는 추격전인 것이다.


                                                                             

“어쩔 수 없었어요.”, “저 나쁜 사람 아니에요.”


아빈은 분명 나쁜 사람이 아니다. 아니, 아니었다. 티가딘을 향해 총을 발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아빈의 인생은 너무도 고단했다. 기도에 집착하는 아버지, 내 앞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반려견을 살해한 아버지. 그리고 운명에 저항해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어머니. 억울하게 떠나버린 사랑하는 여동생. 그리고 살인자가 되어 쫓기게 된 하루. 아빈의 슬픔과 충격을 함께 지켜본 사람으로서 ‘인간 말종’들을 심판하는 모습을 응원하게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아빈도 그들과 다르지 않은 살인자가 되었다.


                                                                       

세상에 제일 무서운 게 쥐라면
사탄은 반드시 여러분 주변을 쥐로 채울 것입니다.


로이의 설교 중 한 대목이다.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영화의 제목처럼 이 세상에선 악마가 사라질 날이 오지 않을 것이다. 아빈도 결국 살인자가 되었고, 노컴스티프나 콜크리크를 벗어나면 또 다른 악마들이 아빈의 인생을 쑤셔댈 것이다. 아빈은 이제 모르는 이의 차에서 편하게 졸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꾸벅꾸벅 졸면서도 잠을 참기 위해 노력하는 아직은 앳된 아빈의 모습이 너무도 짠하다. 아빈은 “세상엔 인간 말종들이 가득하다”라는 아버지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가 했던 말들 중, 이 말만을 유일하게 믿고 있다. 아빈이 가장 싫어하고, 총으로 심판했던 ‘인간 말종’들. 아빈이 살고 있는 세상엔 그런 것들이 가득하다.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운명은 서로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고, 과거의 한마디는 누군가의 가치관을 바꿔놓는다. 맹목적인 믿음은 선과 악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결국엔 악을 만들어낸다. 잘게 나누어진 조각들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거칠게 합쳐지기 시작한다. 이 이야기 속 전능한 자는 누구일까. 그들이 부르짖던 주님일까 아니면 또 다른 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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