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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Sep 27. 2020

<굿 타임> - '끝없이 추락하는 하룻밤'

[영화 후기,리뷰/넷플릭스 범죄,추격,로버트 패틴슨 영화 추천/결말 해석

                                                                              

굿 타임 (Good Time)

개봉일 : 2018.01.04. (한국 기준)

감독 : 조슈아 사프디, 베니 사프디

출연 : 로버트 패틴슨, 베니 사프디, 제니퍼 제이슨 리, 탈리아 웹스터, 바크하드 압디, 버디 듀레스


끝없이 추락하는 하룻밤


최근 넷플릭스에 공개된 <라이트 하우스>와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를 보며 로버트 패틴슨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에게 로버트 패틴슨은 ‘트와일라잇의 남주’, ‘해리포터의 케드릭’. 그 정도였다. 영화관에 가는 게 찝찝해 <테넷>도 아직 못 봤으니..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를 촬영하고 있다는것 이외엔 새로울 것이 없는 배우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보게 된 그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필모를 쌓아오고 있었다.



<굿 타임>이라는 영화 속 로버트 패틴슨은 동생을 너무도 사랑하는 형 ‘코니’를 연기한다. 코니의 동생 닉에겐 지적 장애가 있다. 간단한 단어를 연관 짓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동생 닉. 보호라는 명목하에 형제를 옥죄이는 할머니. 지친 형제에게 차가운 눈빛을 쏘아대는 뉴욕이라는 도시. 코니는 잔인한 현실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흔들리고 있었고, 그의 눈빛은 자신의 현실을 그대로 담은 채 허공을 떠다니고 있다.




코니는 동생 닉과 새로 출발하기 위해 은행을 털기로 결심한다. 이 도시를 벗어날 다른 방법은 없었던 걸까, 아니면 그의 사고 또한 이미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것이었을까? 코니는 일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은 채 닉을 위해, 우리를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경찰에 쫓기던 형제는 순식간에 서로의 손을 놓치고, 전력을 다해 형을 쫓던 동생 닉은 경찰에 붙잡혀 감옥으로 이송된다.



그 후로 이어지는 코니의 하룻밤. 붉은 조명이 코니의 얼굴에 드리운 초조함을 더욱 도드라지게 비춰내고, 그의 눈빛엔 확신도, 희망도 느껴지지 않는다. 동생을 구하기 위해 손을 뻗어보지만, 코니의 손엔 아무것도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닉의 손을 잡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은 또 아니다.


끝없이 추락하는 날. 심장을 제멋대로 주물러대는 음악과 외발자전거를 타듯 아슬하게 이어지는 코니의 달리기.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새로운 사건들. 부담스럽지 않은 101분의 러닝타임 안에서 이 모든 것을 느껴보시라.




굿 타임 시놉시스


영혼을 흔든 단 하룻밤의 시간, 광란의 질주가 시작된다!

지적장애 동생 ‘닉’과 그의 형 ‘코니’. 코니는 그들에게 비참함을 안겨주는 뉴욕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으려 은행 털이를 결심한다. 하지만 현금 2만 달러를 들고 도주하던 형제는 그들의 계획이 엉망이 되었음을 깨닫고, 동생은 홀로 구치소에 수감된다. 코니는 경찰의 수사망을 따돌리고 동생을 구하기 위해, 또 형제를 옥죄는 뉴욕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사투를 벌이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할머니 얘기 듣지 마. 너와 나뿐이야. 난 네 편이야, 알겠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듯한 시선, 닉은 의사의 앞에 앉아 간단한 단어를 이용한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단어 연상 퀴즈를 진행하던 중, 닉은 ‘프라이팬’이라는 단어에 거부반응을 일으킨다. 할머니와 다툼을 했던 기억. 닉은 눈물을 흘리고 코니는 그런 동생을 감싸 안고 상담실 밖으로 나선다. 다른 가족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사이가 좋지 않은 듯 코니는 닉의 얼굴을 감싸 쥐고 ‘우리 둘만이 같은 편’임을 강조한다. 닉의 얼굴을 쓰다듬고 포옹을 하는 코니. 타이트하게 잡히는 화면 속에 코니의 표정이 가득 찬다. 코니의 표정엔 동생에 대한 애정과 그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경멸과 분노가 묻어있다.



코니는 자신과 동생을 괴롭히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코니가 왜 그토록 뉴욕을 떠나 버지니아로 가고 싶어 했는지. 그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그가 자신의 현실을 경멸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코니는 닉과 함께 은행을 털지만, 은행 직원이 설치해둔 도난방지 장치에 당하게 되고, 열심히 달려보지만 코니를 따라오지 못한 닉은 경찰에 잡히게 된다. 코니에게 남은 건 붉은 얼룩이 진 지폐와 16000달러뿐이다. 코니는 닉을 감옥에서 석방시키기 위해 가진 돈을 올인하고, 니콜라스에게 돈을 빌려보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간다.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인 돈은 석방 명령서를 위한 선금으로 묶여버리고, 1만 달러라는 무거운 빚까지 떠안게 된다.



1만 달러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마리화나 중독자에 무직, 경찰에 쫓기는 신세인 코니가 1만 달러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또 한 번 은행을 터는 것 외에는 없었다. 고민하고 있던 코니에게 동생이 병원에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코니는 석방 명령서 대신 자신이 직접 동생을 나오기로 결심한다.



코니는 크리스탈 가족의 집에 머물며 자신임을 숨기기 위해 염색을 하고, 크리스탈의 주의를 돌린다. 이렇게 형제가 다시 만나게 되는 걸까- 싶었지만, 코니에겐 이번에도 운이 따라주지 않는다. 닉이라고 생각하며 온 힘을 다해 구출해온 환자가 알고 보니 닉이 아니었다니. 코니는 의도치 않게 마약 중독자이자 LSD를 판매했던 ‘레이’를 구출해냈고, 그를 이용해 1만 달러를 충당할 계획을 세운다.



밤이 깊어질수록 코니는 더 깊은 곳으로 추락한다. 처음엔 은행강도, 그다음은 범죄자를 도주시킨 공범, 이후엔 공원 관리자를 폭행한 폭행범, 마지막으론 마약을 들고 도주하는 마약 판매상까지. 코니는 레이가 숨겨둔 돈과 LSD를 찾기 위해 어드벤처 랜드로 향한다. 아이들의 꿈과 웃음소리가 넘칠 공간에 숨겨진 검은 돈과 마약이라니.. 너무도 상반된 이미지다.



코니는 침입자를 찾는 경비원을 때려눕히고 마약과 돈을 찾는다. 혈안이 된 채 귀신의 집을 뒤지고 있는 코니의 주변에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어드벤처 랜드는 타락해가는 코니의 상황을 반기기라도 하는 듯 쉼 없이 사악한 웃음을 토해낸다.



코니의 마지막 희망 LSD가 들어있던 스프라이트 병은 도주 과정에서 엎어지고 말았고, 코니의 손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코니가 검거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레이는 경찰을 피해 도주하려고 하지만 베란다에서 추락해 죽음을 맞이한다.


                                                                        

자기의 진실을 선택하세요.


닉을 담당한 의사는 코니와 닉이 각자 자신에게 맞는 곳으로 돌아갔다고 말한다. 코니는 감옥으로, 닉은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상담 프로그램 교실로. 뉴욕을 벗어나기 위해 코니가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절도와 도주. 그뿐이었을까? <굿 타임>이라는 제목과는 정 반대로 코니와 닉의 ‘굿 타임’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굿 타임도, 꿈도 사라졌다. 남은 것은 형제 사이의 두터운 우애뿐이다. 거칠고 불안한 매일을 보내던 코니가 새로운 욕망을 꿈꾸며 끝없이 추락하던 하룻밤. 그 끝엔 허망한 한계점만이 남았다.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hkyung769/

블로그 : https://blog.naver.com/hkyung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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