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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경 Oct 06. 2020

<위아영> - '너의 젊음과 나의 나이 듦의..'

[영화 후기,리뷰/왓챠 노아 바움백 영화 추천/결말 해석]

                                                                              

위아영 (While We're Young)

개봉일 : 2015.05.14. (한국 기준)

감독 : 노아 바움백

출연 : 벤 스틸러, 나오미 왓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아담 드라이버, 찰스 그로딘


너의 젊음과 나의 나이 듦의 가치는 다른 것일까


젊음과 늙음. 한 사람의 인생이 새로 피어난 순간부터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우리는 어린 시절을 거쳐 젊음을 향유하고, 공평하게 나이를 먹어간다. 하지만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젊음’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는 오직 젊음만이 빛을 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위아영>에는 40대에 들어선 조쉬, 코넬리아 부부와 20대 중반의 젊은 제이미, 다비 부부가 나온다. 보통 한 세대를 20년 정도로 생각하니, 조금 오버하자면 거의 엄마 아빠뻘에 가까운 나이 차이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너무도 익숙해진 중년 부부.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인지 아직도 불꽃이 튀고 있는 젊은 부부. 중년의 조쉬와 코넬리아는 젊고 활동적인 두 사람을 보며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



사실 중년인 두 사람의 몸이 뜨거운 젊음을 쫓아 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노아 바움백’ 감독은 젊은 부부와 중년 부부의 선을 꽤나 확실하게 그어놓은 채 이야기를 시작한다. 건조한 일상을 보내는 중년 부부, 활동적으로 항상 무언가를 만드는 젊은 부부. 중년 부부는 새로운 일이 끊이지 않는 젊은 부부의 일상을 쫓아가지만, 언제부턴가 그 즐거움 또한 무거운 짐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순간, 젊음과 나이 듦, 과정과 성공의 사이가 모호해진다.


이건 중년의 회춘 스토리도, 식어버린 사랑이 다시 활활 불타게 되었다는 부부의 이야기도 아니다. <위아영>은 ‘이렇게 저렇게 나이 듦을 부정하고 청춘으로 돌아갔다!’는 판타지적인 이야기가 아닌, 각자의 세월과 시간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위아영 시놉시스


뉴욕의 저명한 다큐멘터리 감독 조쉬와 그의 아내 코넬리아는 지나치게(?)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중, 자유로운 영혼의 힙스터 커플 제이미와 다비를 만나면서 마치 20대의 젊은 날로 돌아간 듯 하루하루가 파란만장하다. 하지만 만남이 거듭되면서 일상에 돌파구가 될 줄 알았던 생활이 또 다른 짐처럼 느껴지자 조쉬 부부는 혼란에 빠지는데…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40대 중반의 조쉬, 코넬리아 부부는 평탄한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각자의 꿈을 이루고 쉼 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새 40대가 되었고, 이제 좀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니 친구들은 모두 부모가 되어 둘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아이가 울음을 터트리자 안절부절못하는 코넬리아의 모습과 잠든 아이를 품에 안고 “세상이 달라져”라고 말하며 흐뭇하게 웃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조쉬와 코넬리아는 아이가 없어 지금 당장이라도 파리로 떠날 수 있다며 애써 괜찮은 척을 해보지만, 둘은 8년 전 다녀온 로마 여행 이후 일탈을 한 적이 없다. 언제나 불꽃튈 순 없지만, 너무도 익숙한 일상의 반복.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도 건조해져버린 둘의 사이. 쪼그라든 설렘의 크기만큼 조쉬와 코넬리아의 신체적 능력도 전에 비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보통 크기인 12포인트가 작게 느껴지고, 춤을 추기엔 금방 숨이 차는 나이. 새로운 것을 시작해 보기엔 늦어버린 것 같은 나이. 조쉬는 동경과 멸시의 감정만을 마음속에 담은 채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고 있을 뿐이다.


어떠한 일의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을 두려워하고 있던 조쉬는 벌써 8년째 한 개의 작품에 매달리고 있다. ‘상업적이면서 예술적인 다큐’이자 ‘미국에 대한 이야기’를 방대하게 펼쳐낼 다큐멘터리. 8년의 시간이 담긴 그 다큐멘터리는 인터뷰 분량만 벌써 100시간을 넘기고 있다. 더 이상 보조금을 얻기에도 어려울 만큼 오래된 프로젝트. 조쉬는 두려움에 쉬이 이 프로젝트를 놓지도, 마무리 짓지도 못하고 있었다.



나이 듦과 세월을 느끼며 무력해져가고 있던 조쉬는 강의를 마친 후 자신의 팬이라며 머쓱하게 손바닥을 비비는 젊은 부부 제이미와 다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저녁을 함께한다. 시청에서 결혼한 조쉬와 코넬리아, 할렘의 비어있는 급수탑에서 멕시코 밴드를 불러 결혼한 제이미와 다비.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젊은 감독 제이미는 눈을 빛내며 선배 감독 조쉬의 이야기를 듣는다. 식사를 끝마치고 넘치는 에너지를 온 바닥에 흩뿌리며 자전거를 모는 두 젊은 부부에게 밝은 빛이 비친다.



사람들은 흔히 젊음을 빛나고 소중한 것, 나이 듦을 낡고 닳은 것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조쉬 부부와 제이미 부부는 나이 듦과 젊음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두 세대는 서로의 것을 부러워하고, 갖고 싶어 한다. 젊은 부부는 LP 컬렉션을 모으고, LP 플레이어를 통해 노래를 듣는다. 영화는 비디오테이프로, 운동은 야외 농구장에서, 태블릿 PC보다는 손으로 직접 적는 노트를 애용한다. 중년 부부는 CD 또는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해 노래를 듣고, VOD를 통해 영화를 본다. 조쉬는 헬스를 가고 태블릿 PC를 애용한다. 중년 부부는 휴대폰 검색을, 젊은 부부는 기억나지 않는 것을 검색하지 않고 그냥 모르는 것으로 남겨두기로 한다. 서로의 세대를 동경하고 있는 두 부부의 만남은 걱정보단 꽤나 조화로웠다.



조쉬와 코넬리아는 제이미와 다비를 보며 그들의 에너지를 본받고 싶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생각하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열정. 두 사람은 젊은 부부를 따라 아이들 교실이 아닌 힙합 댄스 교실로 향하고, 선로 산책과 라이딩을 즐겨본다. 간혹 관절염과 가쁜 호흡이 젊은 부부를 따라가는 길을 가로막긴 했지만, 조쉬와 코넬리아는 일상의 활력을 찾아간다.


                                                                        

상상만 하던 일이 일어나다니


나이를 먹는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 또는 어릴 적 보았던 부모님과 같은 나이가 된다는 것, 상상 속에서만 보았던 상황들이 코앞으로 다가온다. 조쉬는 자신의 나이 듦을 상상 속에서만 보았지, 현실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나이가 들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건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조쉬는 결국 그 용기를 내지 못한 채 눈앞에 보이는 또 다른 젊음을 추종하기 시작한다.


                                                                        

관심 없을까 봐 말 안 했지


조쉬와 코넬리아는 젊음을 따라 가쁘게 달린다. 뒤돌아보지 않고 달린 결과, 둘은 현실과 멀어지게 된다. 조쉬 부부는 아야와스카 의식을 마친 후, 친구 마리나가 좋아하는 만두를 사들고 마리나의 집으로 향한다. 코넬리아는 마리나네 현관을 두드리지만, 조쉬와 코넬리아는 한참 동안 문턱을 넘지 못한다. 다른 손님들은 마리나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빠르게 파티장으로 들어가지만, 두 사람은 마리나와 플레처 부부와 오랜 시간 대치한 채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사실 조쉬가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한 젊음을 그대로 따라 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조쉬는 제이미의 응원을 등에 업고, 투자금을 받기 위해 미팅을 간다. 젊은 투자자는 조쉬의 긴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한 채 결국은 “그래서 주제가 뭐예요?”라고 되물을 뿐이다. 조쉬의 다큐멘터리는 총 6시간 반의 분량으로 매우 지루했고, 다큐계의 거장인 조쉬의 장인 또한 그의 작품에 만족하지 못한다.


조쉬의 장인이자 코넬리아의 아빠인 레들리는 조쉬보다 나이는 많지만, 오히려 더 젊은이와 가까운 취향을 갖고 있다. 조쉬는 제이미를 따라 젊은이의 감성이 담겨있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레들리를 마주친다. 조쉬는 장인이 왜 여기에? 하며 의아한 질문을 던지고, 레들리는 “개점하자마자 단골이었어.”라고 답한다.


                                                                        

존경하는 사람도 많고, 원하는 것도 많아요.
사람은 다 그렇잖아요. 그게 잘못은 아니에요.


제이미는 다큐계의 거장이자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시선을 가진 레들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다. 조쉬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기를 기다린 후 몰래 레들리의 테이블에 도착한 제이미는 조쉬 몰래 레들리와의 친분을 쌓고, 자신이 연출한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조쉬와 코넬리아는 다큐에 연출을 집어넣고, 의도적으로 자신들에게 접근한 제이미에게 반감을 느낀다. 그 후, 조쉬는 제이미와 함께 샀던 모자를 쓰레기통에 던져넣는다.



조쉬는 제이미의 가면을 벗겨주겠다며 분노에 찬 숨을 내뱉지만, 레들리와 다른 이들은 제이미의 연출을 ‘다큐 제작의 원칙을 어긴 것’이 아닌 적절한 ‘연출’이라 평한다. 모든 걸 뻥-하고 터트리고 제이미를 와르르 무너트리려 했던 조쉬의 계획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된다.



성공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청년이라고 생각했던 제이미 또한 결국 성공을 위해 저울질을 하고, 성공하기 위해 달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제이미의 계산은 정확히 맞아들어갔고, 1년 뒤 그는 잡지에 실릴 만큼 유명한 다큐 감독이 되어있었다.


                                                                        

제이미는 젊은 것뿐이야


시간이 지난 후, 조쉬와 코넬리아는 제이미가 잘못된 것이 아님을 인정한다. 그가 성공을 위해 조쉬 부부에게 접근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들의 힘을 이용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엔 애매하다.



조쉬와 코넬리아가 제이미를 향해 느꼈던 반감은 젊음과 나이 듦의 차이가 아닌, 각자의 가치관의 차이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조쉬와 코넬리아도 젊음을 꽃피우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시기를 함께 보낸 후 지금의 원숙한 모습의 부부가 되었다. 두 사람 또한 본인들의 젊음을 나만의 방식으로 즐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들었다고 하여 남이 가진 ‘또 다른 젊음’이라는 가치를 무조건 쫓아가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조쉬와 코넬리아가 공항에서 마주한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쓰던 아기처럼 어차피 세대는 계속해서 변하고 있다. 누군가가 나이를 먹어가는 사이, 어디선가는 새로운 젊음이 피어나고 있다. 어찌 됐든 젊음에 대한 추종은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미련하고 의미 없는 행위다. 젊음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고 쫓아가기보다는 각자의 가치관에 맞는 젊음을,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조쉬와 코넬리아는 뒤늦은 나이에 임신을 계획하며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코넬리아는 수많은 주사를 맞아야 했고, 유산의 아픔을 겪는다. 코넬리아는 자신의 불임을 젊은 시절을 그냥 보내고 뒤늦게 임신을 시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 조쉬와 코넬리아는 새로운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공항으로 향한다. 더 이상 젊음과 나이 듦을 비교하지 않고, 나이 듦을 탓하지 않게 된 두 사람은 임신에 대한 눈물 나는 미련의 끈을 놓은 것이다.



청년과 중년 사이엔 당연히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더 오래 살아온 자들의 감소하는 신체능력,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에 발생하는 세대 차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자 완강하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 하지만 젊음은 젊음만의 빛이 있고, 원숙한 중년의 삶엔 그만의 반짝임이 있다. 무조건 젊음만이 빛나는 것은 아니다. 젊음과 나이 듦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나 반짝이는 현재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나는 그렇게 현재를 살며 천천히, 평화롭게 나이 먹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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