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떠나면 불행해진다, 고들 생각한다.
조직에 있어서 더 불행하다, 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차고 넘친다.
나쁜 건 조직이 아니다.
무엇이 본인을 괴롭게 하는가, 가만히 살펴보면,
감정을 분해하고 그 층위를 들여다보면
내가 잘 하는 걸로 살고 있지 못함이 불안과 불만을 만들어내고 있곤 한다.
즉,
'좋아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잘 하는 일을 잘 할 수 있는 기회’의 부족이다.
이 책은 김보통 작가의 에세이집이다.
어쩌다가 흘러흘러 여기까지 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러니까 잘 할 수 있는 일인 그림을 돈 받고 그리게 되는 기회를 얻기까지, 어쩌다가 대기업을 입사하고 버텨내고 그만두고 그 이후에 매일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덤덤하고 별 일 아닌 양, 보내지는 하루하루에 대한 회고.
그리고 브라우니 굽기와 그림 그리기 이야기.
거기에 아마, 회사를 그만두는, 그리고 다시 그림을 그리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을 것임에 틀림없는 그 일.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이 나에게는
“행복이고 불행이고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 오늘’도’ 제가 가진 걸로 만들 수 있는 브라우니를 굽고 제가 그릴 수 있는 그림을 그립니다” 의 줄임말로 읽혔다.
그래서 마치 퇴사 컨텐츠인양 포장한 표지나 카피들이 별로 마음에 안 든다.
행복은 목적이 아닙니다.
행복해지려고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만화 작품은 잘 모르겠는데,
에세이가, 글이, 생각을 풀어내는 단어와 문장 씀씀이가 너무 좋은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