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교수님, 연구실 사람들과 밥을 먹는데- 한 친구가 엄청 기대하는 표정으로 '아이들과 방학 계획은 세우셨어요?' 하고 물었다.
계획이라니-
내가 지금 논문 쓰고 하는 데,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이런 나날들에도 맨날 시간이 부족한데, 기대되는 계획은 무슨, 아침에도 아이들이 집에 있고, 삼시세끼 챙겨줘야 하고, 응? 지도위원회는 할 수나 있을까, 걱정과 근심만 앞서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지만,
애써 말했다. (표정 관리는 안되었을지도 모른다)
"응- 서울을 다녀보려고."
거짓은 아니다.
막상 생각해보면, 어디 돌아다닐 때 서울은 생각을 덜 하게 된다.
하지만 연년생 둘을 데리고, 내 에너지를 최대한 덜 쓰면서도, 아이들 멀미 덜 하게 이동 시간도 짧으면서도, 큰 부담도 없으면서도, 무엇보다 당일 내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은, 내가 사는 서울서울서울 아름다운 이 거리이겠다.
교수님도 한 머디 덧붙이신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오면 어디를 제일 가려고 하겠어? 서울이지. 서울 볼 꺼 많어!"
교수님까지 보장해주시니, 내 가벼운 생각에도 힘이 실린다.
이번 겨울방학의 테마는 '서울'이다.